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내가 너희를 더 강하게 만들겠다.
“지금부터 가르침을 내리지.”
짓궂은 기대감으로 들썩이던 의천단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백수룡이 장곤에게 지도대련을 해 주겠노라 했을 때, 그들은 신임 총사범이 자존심 때문에 객기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두 팔이 묶이고, 내공까지 봉인된 상황이었다. 아무리 절세고수라도 평소 실력의 일 할이라도 발휘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때문에, 모두가 백수룡이 크게 망신을 당하고 물러날 것이라 예상했다.
크나큰 오산이었다.
벌써 반 각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백수룡은 장곤의 칼 위에서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이익……!”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게진 장곤이 이를 악물며 칼을 이리저리 휘둘렀지만, 칼 끝에 올라탄 총사범은 쇠에 달라붙은 자철석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백수룡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칼에 담긴 힘과 속도는 제법 쓸 만하지만, 초식이 뻔히 읽히는군. 좀 더 변초를 써서 본 사범을 당황시켜 보도록.”
“으아아-!”
뒷짐을 진 자세는 여전했고, 상대를 내려보는 표정은 오연하다 못해 무심했다. 이 상황이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오히려 백수룡이 발을 한 번씩 바꿀 때마다 장곤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듯 휘청였다.
“이…… 무슨…….”
“저토록 경탄스러운 균형감각이라니.”
“오대주가 숫제 농락을 당할 줄이야…….”
두 무인이 미리 합을 짜더라도 쉽게 보여 줄 수 없는 움직임.
몇몇은 신임 총사범이 보여 주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움직임에 의혹을 품었다.
“총사범. 정말 산공독에 당한 것 맞나?”
“은밀하게 내공을 쓴 것일지도…….”
“근육의 움직임만으로 저런 일이 가능하면, 누가 고생해서 내공을 익히겠습니까?”
시기와 질투.
일부 무인들에게서 시작된 음해가 의천단 전체로 스멀스멀 번져 나갔다.
“한심하긴…….”
미간을 찌푸린 남궁수가 나서서 한마디 쏘아붙이려 할 때였다.
“멍청한 소리!”
의천단주였다. 그는 백수룡이 내공을 쓴 것일지도 모른다며 수군대는 수하들을 향해 호통쳤다.
“저 움직임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이냐! 스스로의 수준이 낮음을 드러내지 말고, 조금이라도 보고 배우도록 해라!”
“죄, 죄송합니다!”
의천단주의 단호한 말에, 총사범을 음해하려던 무인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쯧, 하고 혀를 찬 의천단주는 다시 백수룡을 바라봤다.
‘의외로군.’
백수룡도 의천단주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지금 장곤을 상대하는 데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백수룡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칼을 미친 듯이 휘둘러대는 장곤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내공을 못 쓰면 뭐?’
전생에서는 내공을 쓸 수 있었던 시간보다 쓰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다. 그럼에도 그는 혈교 최고의 교관이라 불렸다.
녹림십팔식을 익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사정이 좋았다. 내공을 쓰지 ‘않아도’ 이런 애송이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었다.
“아직 본인의 부족함을 모르겠나? 본 사범이 보기엔 충분한 것 같은데. 학습능력이 원숭이 이하라면 모를까…….”
“아직, 아직 안 끝났다!”
“안 끝났다? 그건 반말인데.”
그 순간, 장곤의 칼이 우우웅 진동했다. 칼날에 검기를 피워 내려는 것이었다.
‘발목을 잘라 주마!’
백수룡이 칼 끝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으니, 검기를 일으켜서 아예 발을 통째로 베어 버리겠다는 의도.
장곤의 생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죽여 주마!’
명백한 악의로 가득한 살초.
아무리 대련이라 해도 상대가 내공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검기까지 사용하는 것은 지탄을 받아 마땅한 행위였다.
“장곤!”
“뭐 하는 짓이냐!”
의천단주와 남궁수가 동시에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백수룡의 서늘한 목소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내 일이다. 나서지 마.”
백수룡은 발끝으로 장곤의 칼을 내리누르며 위로 솟구쳤다. 내공을 담은 천근추의 수법이 아닌, 상대의 균형감각을 역으로 이용한 절묘한 수법이었다.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린 장곤이 휘청였다. 뒤늦게 검기가 맺힌 칼은 허무하게 빈 공간을 베었다.
어느새 장곤의 등 뒤에 내려선 백수룡은 낭패한 표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장곤을 향해 걸어갔다.
“우선 총사범에게 반말을 지껄였으니 한 대.”
“무슨…….”
일순간 백수룡의 발이 흐릿해지더니, 발바닥으로 장곤의 안면을 내리찍었다.
“커헉!”
코피를 줄줄 흘리며 물러나는 장곤에게, 백수룡은 다가가며 속삭였다.
“주제도 모른 채 상관을 조롱하고 도발했으니 또 한 대.”
채찍처럼 휘어진 발이 장곤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숨이 턱 막힌 장곤이 옆구리를 붙잡으며 상체를 숙였다.
“그냥 마음에 안 드니까 한 대.”
쩌억! 차올린 무릎이 장곤의 안면을 찍었다. 의식이 끊어질 듯한 충격에 장곤이 칼을 놓쳤다.
그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라지고 극심한 두려움이 번졌다.
“그, 그만…….”
고개를 든 장곤은 백수룡의 서늘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깊고 어두운 눈이었다.
“아까 기회를 줬을 때 그만했어야지.”
“……!!”
백수룡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내공이 실리지 않은 순수한 외공만으로, 그것도 두 발만 써서 장곤을 압도했다.
수많은 발의 잔상이 장곤의 전신을 난타했다.
“총사범이 우습나? 팔이 묶여 있으니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오, 오해입니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
“감정이 조절이 잘 안 됐다?”
“예, 예! 그렇습니다!”
잠시 공격을 멈춘 백수룡이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말이군. 자칫 내버려 뒀다간 주화입마에 걸릴 뻔했어. 어쩐지, 의천단 소속의 대주가 같은 맹원에게 살심을 피울 리가 없지.”
“그, 그게 아니라…….”
“아니야? 그럼 날 진심으로 죽이려고 했다는 건가?”
“감정 조절이 잘 안 됩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하는 장곤에게, 백수룡이 다가가며 씩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또 주화입마 치료 전문이거든.”
“도, 도와…….”
장곤은 고개를 돌려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그 즉시 백수룡이 휘두른 발이 그의 고개를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려놨다.
“잘 들어.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죽여도 아무도 따지지 못해. 모두가 봤거든. 네가 먼저 날 죽이려 한 것을.”
“그, 그건 실수…….”
“걱정 마. 난 실수 안 해.”
방금 전 장곤의 행동은 명백한 하극상이었다.
검기를 피워 올린 것은 상관없었다. 애초에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장곤은 백수룡을 향해 살기를 드러냈다.
어설픈 적의 따위가 아닌 ‘죽여 버리겠다.’라는 확실한 의지가 담긴 칼질.
혈기왕성한 젊은 무인의 실수라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네가 스스로 한 행동인지, 아니면 누가 부추겨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생에서도, 백수룡은 자신에게 기어오르는 훈련생을 단 한 번도 용서한 적이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장곤의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때까지, 백수룡은 발을 멈추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를…….”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장곤은 몸을 웅크리고 엎드려 빌었다. 더 이상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얕봤던 신임 총사범에게 완전히 굴복했다.
그제서야 백수룡이 발을 멈추고 말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실시.”
“시, 실시…….”
장곤이 허겁지겁 몸을 일으킨 순간, 백수룡은 마지막으로 그의 턱을 발로 힘껏 올려 찼다.
빠아악!
허공에 떠오른 장곤의 몸이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부러진 이빨 몇 개가 핏물과 함께 뿜어져 나왔다.
털썩.
바닥에 널브러진 장곤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었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백수룡은 몸을 돌려 의천단 소속 무인들을 돌아봤다.
내공을 쓰지 않고 격렬히 움직인 탓에 백수룡도 숨이 다소 거칠어 보였지만, 감히 누구도 그 모습을 우습게 보지 못했다.
“또 지도받고 싶은 사람 있나?”
“…….”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총사범이 보여 준 압도적인 힘 앞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백수룡이 의천단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야 표정들이 총사범을 대하는 것 같네.”
백수룡은 자신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무시와 조롱이 가득하던 눈빛에서, 항거할 수 없는 고수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이 가득한 눈빛이 되었다.
‘무인이란 놈들은 꼭 실력을 보여 줘야 말을 듣는다니까.’
무림맹이든 혈교든 본질은 똑같다.
결국 더 강해지고 싶어서 무공을 익힌 인간들이 모인 곳.
압도적인 강자를 동경하는 것은 그들의 본능이었다.
“누구든 가르침을 받고 싶으면 언제든지 본 총사범을 찾아와도 좋다. 단,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나도 너희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을 생각이다. 방금 너희가 본 것처럼.”
“…….”
장곤은 그 본보기였다.
하지만 백수룡은 채찍만 휘두를 생각은 없었다.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채찍을 휘둘렀으니, 이제 당근을 던져 줄 차례였다.
“하지만 너희가 내게 예의를 갖춘다면, 나도 너희를 성심성의껏 지도하겠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내가 너희를 더 강하게 만들겠다.”
“……!!”
“……!!”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백수룡은 의천단 소속 무인들 사이에 퍼져 나가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청룡신협의 실력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
두 손이 묶이고 내공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천단의 대주 중 하나를 압도한 무공.
‘십존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어.’
‘단주님이라도 청룡신협처럼 할 수 있을까?’
‘저런 고수에게 개인지도를 받을 수만 있다면…….’
총사범이 능력을 증명했고, 그가 누구든지 오면 지도해 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보다 강해지고 싶은 무인이라면 혹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아까부터 무시무시한 눈으로 백수룡을 노려보는 의천단주 때문에 티를 내지 못할 뿐이었다.
“거, 얼굴 뚫리겠네.”
백수룡도 의천단주의 시선을 느꼈다. 그가 의천단주를 돌아보며 말했다.
“애들 관리 똑바로 하지. 하마터면 누가 시킨 줄 오해할 뻔했으니까.”
“……방금 일은 사과하지. 비록 오대주 개인의 돌발행동이긴 했지만 말이야.”
명확히 선을 긋는 말에, 백수룡은 피식 웃었다.
“물론 그렇겠지. 아니, 그래야 할 거야.”
“…….”
만약 백수룡이 장곤의 행동을 정식으로 항의한다면, 아무리 의천단주라도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재미있네.’
하지만 백수룡은 더 이상 의천단주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웃어 준 후, 몸을 돌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다 가르칠 수 없으니……. 선착순으로 하루에 다섯 명까지만 무공을 봐줘야겠다.”
선착순 다섯 명!
그 말이 나온 순간, 몇 명은 들썩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쳐나갈 뻔했다.
백수룡은 몸을 돌리며 남궁수에게 말했다.
“그만 가자. 멸사단 훈련하는 것도 봐야지.”
저 중에 몇 명은 분명 오늘 안에 찾아올 것이고, 어쩌면 쓸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옆으로 따라붙은 남궁수가 묘한 눈빛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종종 하는 생각이지만, 넌 정파에서 태어나길 다행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백수룡의 뻔뻔한 대답에 남궁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