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68
367화. 물론 성적도
위지열이 백룡장을 떠나기 전, 백수룡은 그에게 개방과 하오문을 통해 자신에게 연락할 방법을 알려 주었다.
둘 중 위지열이 선택한 쪽은 하오문이었다.
서찰은 손마디의 굳은살이 느껴지는 듯한 굵은 필체로 쓰여 있었다.
『허 선생. 잘 지내고 있소?』
첫 문장부터 뜬금없는 사람의 이름이 언급 되었다. 그러나 백수룡은 그것이 잘못 보내진 서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허 선생.
위지열과 미리 정해 둔 수신인의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대와 종종 술잔을 기울이던 날이 그립구려. 오랜만에 안부가 궁금하여 붓을 들었소.』
만약 혈교에서 중간에 이 서찰의 존재를 발견하더라도, 지인에게 보내는 평범한 내용이었다고 변명할 수 있도록.
『나는 고향으로 돌아와 야장일을 계속하고 있소이다. 전에 말했을 게요. 내 고향은 아주 먼 곳이라오.』
겉으로 보기에는 지인에게 보내는 평범한 안부 내용처럼 보였지만, 평범한 문장 사이사이에 암어로 이루어진 진짜 내용이 숨어 있었다.
혈교 잠입에 성공. 하지만 아직 교의 신뢰는 얻지 못함.
문장이 다소 어색했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백수룡은 위장용으로 쓰인 부분을 걷어내며 그 사이사이에 암어로 적힌 내용을 빠르게 해석해 나갔다.
이동할 때는 눈을 가리고, 내부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상황. 그 탓에 아직 교의 정확한 본거지 위치는 파악하지 못함. 현재 계속 파악 중.
“어르신…….”
백수룡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위지열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손자와 함께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가올 혈교와의 전쟁에 대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
대부분의 시간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들고 있음. 드물게 무기를 만들 철을 직접 봐야 한다는 핑계로 감시하에 외출 가능. 이 서찰도 그때 보낼 예정.
바로 혈교의 팔대 가문 중 하나였던 위지가의 가주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혈교에 잠입하여 내부 정보를 빼내 전달하는 것.
발각되는 즉시 모진 고문 끝에 처형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위지열은 망설이지 않고 혈교에 투신했다.
혈교의 고위 인사들과도 몇 차례 접촉함. 아래에 지금까지 접촉한 고위 인사들의 명단과 정보를 적어 두겠음.
백수룡은 위지열이 백룡장을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천이의 행복을 지켜 주고 싶네. 그러기 위해서는 혈교와의 남은 인연을 정리해야겠지.
백수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지열은 고집을 부렸고, 기어이 혈교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가 목숨을 걸고 알아낸 귀한 정보들이 지금, 백수룡의 손에 전달되었다.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건조한 문체로 필요한 말만 서술하고 있지만, 백수룡은 그가 많은 고초를 겪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혈교의 생리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었다.
혈교는 무공이 약한 자는 살아남는 것조차 쉽지 않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과거 팔대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무공이 특출나지 않은 위지열은 많은 모멸과 멸시를 견뎠을 것이다.
‘떠나기 전에 화령신공을 건네드리긴 했지만…….’
아무리 백수룡이라도 위지열이 화령신공의 성취를 얼마나 이루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 혈교에 있는 그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곳에서 나오실 수 있게 해 보겠습니다.”
백수룡은 굳은 표정으로 서찰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애초에 긴 내용도 아니어서, 금방 마지막 부분까지 읽을 수 있었다.
혈교의 고수가 자네를 노리고 있음. 살막으로 추정. 살수를 조심.
그 내용을 본 순간, 백수룡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살막이 날 노린다고?’
살막이 혈교에서 만든 조직이라는 것은 무림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었지만, 백수룡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살막이라…….”
백수룡은 과거 공손수를 노렸던 살막의 살수를 떠올렸다.
이번에는 분명 그때보다 더 은밀하고 위험한 살수가 올 것이다.
모르고 있었다면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허 선생. 그럼 언젠가 되었든, 다음에 술 한잔할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마치겠소.』
천이에게, 이 할애비는 잘 지낸다고 안부 전해 주게.
서찰에 적힌 내용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꼭 전하겠습니다.”
백수룡이 서찰을 접어서 품 안에 넣을 때였다.
우우웅!
허리춤의 창룡신검이 약하게 부르르 떨었다.
[……술법으로 살펴보았는데, 그 서찰이 가짜 같지는 않구나.]청룡학관에 온 이후로는 병든 닭처럼 자주 잠들어 있던 창룡신검이, 살수가 백수룡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깨어난 것이다.
백수룡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술법으로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직접 쓴 글에는 사람의 감정이 남아 있는 법이다. 그 서찰에 남아 있는 감정이 사악하지 않으니, 너를 속이려는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즉, 어르신이 협박을 당해서 억지로 썼을 가능성도 없다는 말이지?”
백수룡은 애초에 그런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다.
위지열은 협박을 당한다고 손자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창룡신검의 확인이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었다.
위지열이 혈교에 정체를 들키지 않고 무사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덕분에 좀 더 안심이 되었다.
[혈교의 살수가 너를 노린다는데, 어찌할 것이냐?]“글쎄…….”
백수룡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혈교가 자신을 노릴 거란 사실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혈교 입장에서 자신들의 계획을 몇 번이나 엎어버린 청룡신협을 처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백수룡의 실력과 명성을 생각하면 아무나 보낼 수는 없을 터.
“……온다면 아마 살막에서 가장 뛰어난 살수가 오겠지.”
백수룡은 살막에서 그런 살수를 부르는 호칭도 알고 있었다.
“천살이 움직이겠군.”
무림에 알려진 살막의 살수 중 최고의 살수는 일살(一殺)이다.
하지만 그 위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살수가 한 명 더 있으니, 혈교에서는 그를 천살(天殺)이라고 불렀다.
천살의 능력은 혈교의 장로급 고수도 암살할 수 있을 정도라는데, 백수룡도 소문만 들어봤을 뿐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놈이 날 죽이러 오는 건 상관없는데…….’
백수룡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느낀 창룡신검이 말했다.
[백룡장에는 술법을 펼쳐 두마. 낯선 이가 침입하거나 흔적을 남기면 즉시 알게 될 것이다.]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창룡신검의 검신을 쓸어 주었다.
“넌 역시 쓸모가 많은 검이라니까.”
[나를 조금 더 존중…… 되었다. 피곤하니 이만 쉬러 가마.]창룡신검은 북해빙궁에서 돌아오는 길에 술법을 너무 많이 사용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잠들어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백수룡은 잘 자라며 검파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래. 쉬고 있어.”
잠시 후, 건물 뒤편에서 나온 백수룡은 전과 다름없는 표정으로 학생들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는 백수룡의 눈은 전보다 서늘하게 빛나며, 청룡학관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를 찾았다.
“좋아. 어디 한번 숨바꼭질을 해 보자고.”
* * *
웅성웅성-
청룡학관 대연무장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얼핏 봐도 그 숫자가 백 명 가까이 되었다.
보통 대연무장은 학관의 공식 행사나 실기 시험, 혹은 합동 수업을 할 때 사용되는 장소였지만, 오늘은 단 하나의 수업에 대연무장이 통째로 배정되었다.
학생들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게 신기한지, 끼리끼리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수강 신청 정원이 백 명이었다더니…….”
“아무리 백수룡 선생님이라도 이 많은 애들을 다 가르치는 게 가능할까?”
“솔직히 너무 많은 것 같긴 해.”
바로, 이 수업이 청룡신협 백수룡이 가르치는 이 학기의 유일한 수업이기 때문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일각 정도 남아 있었지만, 기대감이 매우 큰 수업답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대연무장에 도착해 있었다.
그때 연무장 한쪽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청룡오망이다!”
헌원강을 필두로 한 백룡장 제자들이 대연무장에 도착한 것이다.
먹잇감을 찾는 맹수 같은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헌원강이 누군가를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어이 독고!”
학생회 소속 학생들과 함께 모여 있던 독고준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헌원강. 오랜만이군.”
“역시 너도 이 수업 신청했냐?”
헌원강과 독고준.
청룡학관 삼 학년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인 두 학생이 마주 서자, 장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씨익 웃은 쪽은 헌원강이었다.
“방학 때 수련 열심히 했나 보다? 제법 강해진 것 같은데.”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인 것 같은데.”
독고준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사고만 치고 다니던 망나니였던 헌원강과 다르게, 독고준은 어려서부터 기재 소리를 들어왔다.
반년 전이었다면, 열 번 대련을 하면 열 번 다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니, 방학이 될 때까지만 해도 열 번에 일곱 번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독고준은 솔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직접 싸워 보지 않으면 모르겠다는 것을.
헌원강뿐만이 아니라, 그 곁에 함께 있는 청룡오망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확실히 강해졌군. 원강.”
“으하하! 내가 얼마나 지옥 같은 수련을 했냐면……. 잠깐. 왜 너까지 원강이라고 부르는 건데?!”
거의 발작할 듯한 반응에 독고준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다들 그렇게 부르지 않나. 그래서 나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그 태연한 대답에 헌원강이 입을 떡 벌리더니,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제기랄. 이제 내 이름 제대로 부르는 놈은 팽사혁 그 새끼밖에 없네.”
“푸하하! 그 녀석도 천무학관으로 편입 안 했으면 원강이라고 불렀을걸?”
거상웅이 껄껄 웃으며 헌원강의 등을 퍽퍽 치며 말했다.
그렇게 아는 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떠들고 있을 때, 강사들이 나타났다.
“모두 조용!”
악연호, 명일오, 제갈소영, 곽두용.
백수룡과 남궁세가에서 신입 강사 연수를 함께했던 사인방이었다. 그들은 행낭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어? 백수룡 선생님은요?”
“금방 오실 거다.”
워낙에 규모가 큰 수업이기에, 백수룡은 동기 강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직 담당 수업이 많지 않은 동기들은 기꺼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악연호가 내공을 담아 외쳤다.
“와서 이거 한 사람당 한 개씩 가져가라!”
그들이 가져온 행낭 안에는 일(一)부터 십(十)까지 숫자가 적힌 돌멩이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뭔데요?”
“웬 돌멩이지?”
학생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강사들이 시킨 대로 돌멩이를 하나씩 가져갔다.
사(四)를 뽑은 헌원강이 알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그의 시선이 같은 숫자를 뽑은 몇 명을 향했다.
“딱 보니까 여기 숫자에 적힌 사람들끼리 대련을 하는 거네. 그리고 이긴 놈들끼리 계속 싸워서 올라가는 거지.”
헌원강의 시선을 받은 학생들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내가 이런 수련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거든.”
헌원강은 자신과 같은 숫자를 뽑아 든 학생들을 보며 흐흐 웃었다. 그중에는 선배들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너넨 다 뒈졌다…….”
그때 뒤에서 날아온 돌멩이가 헌원강의 뒤통수에 명중했다.
“크악! 어떤 새끼가……!”
“나다, 이 새끼야.”
헌원강의 정수리에 검은 벼락이 내리꽂혔다.
빠악!
그대로 대자로 뻗은 헌원강 옆에 나타난 백수룡을 본 학생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애들한테 겁을 주고 그래?”
백수룡이 허공에 흑룡편을 탁, 하고 털자 학생들이 동시에 차려자세를 취했다.
“반갑다. 이번 학기 동안 ‘대혈교전(對血敎戰) 모의 전투’ 수업을 맡은 백수룡이다.”
“…….”
백수룡은 기가 바짝 든 백 명이나 되는 수강생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둘러봤다.
지난 학기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는 열 명을 채우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백 명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시선 중 일부는 쓰러져서 미동도 하지 않는 헌원강을 향했다.
학생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물었다.
“주, 죽은 거 아니에요?”
“원강이는 신경 쓰지 마라. 쪽팔려서 못 일어나는 거니까.”
“…….”
그 소리에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 헌원강이 청룡오망이 모여 있는 곳으로 들어가 야수혁의 등 뒤에 숨었다.
그 모습을 힐긋 본 백수룡이 다시 학생들을 죽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사전에 나눠 준 돌멩이를 하나씩 뽑았지?”
““예!””
“지금부터 같은 번호를 뽑은 사람끼리 모여라.”
잠시 후, 같은 번호를 가진 열 개의 무리가 만들어졌다.
정말 같은 번호를 뽑은 사람끼리 싸우는 걸까?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볼 때였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얼굴들이니 다들 친하게 지내라.”
“네?”
“무슨…….”
“저희끼리 싸우는 거 아닌가요?”
학생들의 반응에 수룡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긴 왜 싸워? 아, 함께 싸우긴 하겠지. 같은 조니까.”
“예……?”
“이 수업은 조별 수업이다.”
백수룡은 아직 이해를 못 한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성적도 조별 과제로 평가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