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왜 혼자 가느냐?
사호의 무자비한 지도 방식에, 거상웅과 야수혁은 셀 수 없을 만큼 계속 바닥에 쓰러졌다.
“커헉…….”
“으으윽!”
녹림십팔식으로 단련해 어지간한 쇳덩이보다 단단해진 뼈에도 여러 군데 금이 갔고, 속에서 쓴 물이 올라와 바닥에 침을 뱉을 때마다 피가 섞여 나왔다.
나중에는 숨만 쉬어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으나,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더 할 수 있습니다…….”
“흐, 이제야, 감을 잡은 것 같다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처음과 다름없는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사호를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더 그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 하기 위해서였다.
어린 맹수가 어미의 움직임을 보고 사냥하는 방법을 배우듯, 그들은 자신들과 닮은 사형을 따라 하며 맹호투를 익혀 나갔다.
“…….”
사호는 비틀거리면서도 기어이 자세를 잡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셀 수 없이 저들을 쓰러뜨리고, 주저앉히고,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주먹에는 최소한의 자비만 남겼다.
분명 몇 번이고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텐데…….
어째서 분노와 증오가 아닌, 오히려 기쁜 듯한 표정인 걸까?
사호의 시선에서 의문을 느낀 듯, 거상웅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제대로 배워서, 후배 놈들 콧대를 눌러 줄 겁니다.”
야수혁도 코피를 손등으로 스윽 훔치며 투덜거렸다.
“……요즘 대련할 때 배려랍시고 은근히 봐주는데, 눈꼴 시려서 더는 못 봐주겠다니까.”
흑백쌍웅.
청룡오망 중에서도 타고난 신체 조건이 가장 뛰어난 두 사람.
하지만, 신체 조건 외에는 특출난 장점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위지천과 헌원강은 그들이 보기에도 무공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여민에겐 빙공이라는 특별하고도 희귀한 무공이 있었다. 그녀가 작정하면 두 사람은 가까이 접근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했다.
“……언제까지 우리만 뒤처질 수는 없지.”
“두고 보라고. 만두 사형한테 배운 걸로 다 때려눕혀 줄 테니까.”
날이 갈수록 격차를 벌리는 세 사람을 보면서, 그들은 조금씩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주 가끔은, 몸을 단련하는 외공에 집중하기로 한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이었나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외공으로 절세지경을 이룬, 어딘가 수상쩍은 사형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사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과거와 닮은 무인들을 바라봤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 역시 두 사람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과거에 일호나 이호, 삼호도 늘 그보다 성취가 빨랐다.
압도적인 재능을 갖춘 일호는 말할 것도 없었고, 이호나 삼호의 무공도 항상 자신보다 빠르게 늘었다.
반면, 녹림투왕의 무공은 맹호투를 익히기 전까지는 몸을 꾸준히 단련하는 것 외에는 큰 성취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꾸욱…….
알려주고 싶었다.
너희들의 타고난 육체야말로 신이 내린 재능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재능은 폭발할 것이라고.
훗날에는 너희가 부러워했던 무인들이 너희를 부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말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몸으로 직접 보여 주는 수밖에 없었다.
쿠웅……!!
절세고수의 발 구름에 야산 전체가 진동했다.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진각에 거상웅과 야수혁은 침을 삼켰다. 그들은 이것이 사호의 마지막 가르침이라는 것을 깨닫곤 눈을 부릅뜨고 자세를 다잡았다.
쿠구구궁……!
거대한 존재감이 반경 수백 장 범위의 공간에 번져 나갔다. 대기가 일그러지며 풍경이 비틀어지고, 바닥의 흙먼지가 서서히 위로 떠올랐다.
콰콰콰콰-!
그 중심에, 만인 위에 군림하는 거인이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는 사호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神將)처럼 보였다.
“미친……!”
“이게, 무공이라고?”
두 사람이 경악한 눈을 부릅뜬 채 미동도 못 하는 순간, 사호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두 주먹이 각각 거상웅과 야수혁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화아아아악!
뒤늦게 불어닥친 풍압에 둘의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뒤로 나부꼈다. 곧이어 두 거구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뒤로 넘어졌다.
털썩. 털썩.
“……!”
“……!”
하마터면 안면이 뭉개질 뻔했다. 하지만 그들이 경악한 것은 방금 전 공격 때문이 아니었다. 그 직전에 자신들을 완전히 위압시켜 꼼짝도 못 하게 한 거대한 기운 때문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두 사람은 멍하니 사호를 올려봤다. 그 또한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맹호투에 이런 초식도 있습니까?”
“들어 본 적 없는데…….”
맹호투는 총 다섯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맹호광란(猛虎狂亂)
맹호혈조(猛虎血爪)
맹호등천(猛虎登天)
맹호파멸장(猛虎破滅掌)
맹호붕산격(猛虎崩山擊)
본격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어도, 초식의 이름과 이론은 백수룡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사호를 통해 다섯 개 초식을 전부 몸으로 경험하고 기초에 입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초식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니, 저걸 초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마…… 사형이 창안하신 겁니까?”
눈치가 빠른 거상웅의 질문에, 사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맹호군림(猛虎君臨)
혈교의 네 번째 사도가 창안한, 맹호투의 여섯 번째 초식이었다.
“하, 하하하……!”
“미친! 이거 만두 사형이 선생님보다 더 센 거 아니야?!”
“정말 그럴지도…….”
넋이 나간 듯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감출 수 없는 희열이 차올라 있었다.
사호는 그들이 익힌 무공의 완성, 그 이상의 경지를 보여 주었다.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하, 한 번만 더 보여 주시면 안 됩니까?”
“우리 수준으로 펼치는 건 어림도 없겠지만, 그래도…….”
사호는 어린 사제들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가 한쪽으로 손을 뻗자, 멀리 던져 두었던 필첩과 붓이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돌아가라. 여기까지다.
필첩에 적힌 글을 본 두 사람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미 한계라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이상의 훈련은 몸을 망가뜨리기만 할 뿐이었다.
“사형. 금과옥조와 같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다음에 또 찾아뵙겠수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들은 사호에게 포권을 취했다. 거상웅은 존경심이 가득 담긴 얼굴이었고, 야수혁은 씨익 웃으며 친한 척을 했다.
“…….”
사호는 서로를 부축하며 산에서 내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맹호투의 다섯 초식, 그리고 아직 스스로도 완성하지 못한 여섯 번째 초식까지 펼친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었다.
어째서 맹호군림까지 펼친 걸까?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처음에는 옛 스승이 잘못됐다고 말한 과거의 방식대로 그의 제자들을 가르쳐 보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가르치는 것에 몰두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맹호투의 다섯 초식은 물론, 그 이상의 경지가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다른 방법.’
그 어린 무인들은 어설프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대로 곧잘 흡수했다. 근골과 재능, 옛 스승에게 배운 단단한 기초는 생각했던 것 이상의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흥미로웠다. 즐겁다는 감정이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아직은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힘들었지만…….
‘우리에게 무공을 가르칠 때, 옛 스승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문득 든 생각에 사호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대부분은 고통스럽고 끔찍한 나날이었지만, 드문드문 옛 스승의 얼굴에서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옛 스승은 황급히 표정을 바꾸었던 것도.
“고맙구나.”
“…….”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사호는 놀라지 않았다. 맹호군림을 펼치기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스스로 무공을 더 발전시켰구나.”
백수룡이 복잡한 심경이 담긴 표정으로 사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호는 멀어지는 거상웅과 야수혁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캬아앗!
백수룡의 품에 안긴 은호가 작은 이빨을 드러내며 사호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더니, 백수룡을 부르러 갔던 모양이었다.
백수룡은 천천히 걸어와 사호의 옆에 섰다.
그의 시선도 거상웅과 야수혁의 뒷모습으로 향했다.
“…….”
“내가 가르친 방법이 잘못된 것이지, 너희들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오히려 너희는 항상 내 기대를 뛰어넘었지.”
“……!”
사호의 눈이 커졌다. 옛 스승의 입에서 처음으로 듣는 그 시절의 이야기였다. 고개를 홱 돌린 그가 백수룡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백수룡은 앞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 나은 방법도 알려주고 싶었는데…….”
백수룡은 쓰게 웃더니 사호를 돌아봤다. 사제의 눈빛이 마주쳤다. 둘 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넌 이미 알고 있었구나.”
“…….”
사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고 있었다고? 무엇을?
그는 급하게 필첩에 휘갈겨서 백수룡에게 보여 주었다.
내가 저들을 가르친 방식이 당신과 다릅니까?
“……다르다.”
백수룡은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당시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옛 제자들을 가르쳐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제자들의 무공이 완성되는 순간, 마뇌에 의해 폐기처분 될 운명이기도 했다.
사도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고 있을 수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백수룡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와 달리, 너는 본성이 착한 녀석이거든.”
“…….”
사호는 미간을 모은 채 생각에 잠겼다. 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이젠 작은 점으로 보이는 어린 사제들을 바라봤다.
백수룡의 시선도 그들을 향했다.
사호가 얼마나 흠씬 두들겨 놓았는지, 그 튼튼한 녀석들이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나저나 말이야.”
“……?”
백수룡이 한숨을 내쉬자 사호가 그를 힐끗 바라봤다.
어깨를 으쓱인 백수룡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맹호투를 다 가르쳐 버리면, 나는 이제 뭘 가르치란 말이냐?”
“…….”
잠시 옛 스승을 바라보던 사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너……?”
그 코웃음이 백수룡에게는 마치 ‘내가 알 바요?’라고 하는 것 같아, 황당함에 입을 떡 벌렸다. 그러다 이내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하, 참나. 너도 나이가 들면서 꽤 변했구나.”
“…….”
사호는 웃지는 않았지만, 늘 일자로 굳어 있던 눈썹이 살짝 아래로 처졌다.
백수룡은 거상웅과 야수혁이 도시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사호에게 슬쩍 제안했다.
“많이 움직여서 출출할 텐데, 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
……끄덕.
잠시 망설이던 사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룡이 눈을 빛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그럴 줄 알고 맛있는 만둣집을 알아봤다. 80년 전통으로 유명한 가게인데…… 음? 왜 혼자 가느냐?!”
백수룡은 혼자서 성큼성큼 산을 내려가는 제자의 뒤를 급히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