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15
615화. 저게 진짜 천재지
지도대련.
말 그대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가르치면서 진행하는 대련을 뜻한다.
양쪽의 실력 차가 큰 경우에만 성립이 가능하기에, 일반적으로 스승과 제자, 혹은 입문 시기의 차이가 크게 나는 사형제 간에 지도대련이 이루어졌다.
무림학관의 경우에는 고학년이 신입생에게 지도대련을 해 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
쩌엉!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졌네요. 이제 손목에 힘을 살짝 빼 볼까요?”
쩌엉!
“그렇다고 긴장을 놓지는 말고. 무릎을 더 부드럽게 써 보세요.”
쩌엉!
“호흡이 흐트러졌잖아요. 자, 다시 집중!”
관중들은 비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지도대련을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체구가 작은 소년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큰 청년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소년의 검이 마치 회초리처럼 휘둘러지는데, 그때마다 키가 큰 청년은 그것을 막기에 급급했다.
“그, 점창검협이면 작년에 용봉에 들었던 검객이 아닌가……?”
“맞소이다. 작년에도 저 얼굴을 보았는데, 세 번의 승리에서 전부 십 합을 넘기지 않고 용봉에 들었거늘.”
“……근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에, 관중들의 환호성은 잦아든 지 오래였다. 다들 봐선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모여드는 오대학관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루는 천무제.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그 행사에서 가장 큰 대회가 용봉비무였다.
그리고 용봉비무를 통해 실력을 증명한 여덟 명의 가장 걸출한 후기지수들을 일컬어 용봉이라 칭했다.
물론 여덟 명의 용봉들 사이에서도 실력의 편차가 존재하지만, 그들 모두가 천하에서 손꼽히는 기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헌데 청룡학관의 신입생이 작년 용봉에 든 후기지수에게 검술을 지도한다?”
“이 무슨…….”
언어도단이자 기만이었다.
그러나 천하의 어떤 재담가가 나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야유를 받을 법한 이야기가, 지금 비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어찌 저리 오만방자한 짓을…….”
“실로 마귀와 같은 자질이로다.”
구파의 명숙들은 굳은 표정으로 비무를 지켜봤다.
대부분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고, 몇몇은 감탄한 기색이었으며, 나이가 지긋한 노고수들 중 일부는 경악으로 인해 부릅떠진 눈으로 위지천의 검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관중 모두가 구파의 눈치를 보며 얌전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으하하! 보셨소? 저 아이가 내 하나뿐인 손주이외다!”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조용히 비무를 지켜보던 위지열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옆 사람에게 손주 자랑을 했다.
“저 녀석. 또 버릇 나왔네.”
“악마교관 위지천…….”
청룡학관 학생들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특히 상검연 소속 학생들은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떠올린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백수룡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혔다. 그는 마치 자신의 분신을 바라보듯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제자다. 기선제압을 할 거면 저 정도는 해야지.”
그 옆에서 남궁수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꾹꾹 눌렀다.
“백수룡. 저것도 네가 시킨 건가?”
“넌 무슨 일만 생기면 다 내가 흑막이냐?”
“대체로 그게 진실이었지.”
“흠흠.”
괜히 뜨끔한 백수룡이 헛기침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위지천에게 무언가 따로 지시를 내린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제자의 생각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천이 저 녀석. 일부러 저러는 거야.”
“……일부러?”
“솔직히 저걸 지도대련이라고 부를 순 없잖아?”
남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이 의문이었으니까.
사실 위지천과 종진의 비무는 지도대련이라고 볼 수 없었다.
객관적으로 위지천의 실력이 한 수 위인 것은 사실이나, 점창파의 종진도 또래에게 지도대련을 받을 만큼 어수룩한 실력이 아니었다.
쩌엉! 쩌엉! 쩌엉!
그저 상대를 검으로 압도하면서 트집을 잡는 것뿐이었다.
백수룡과 남궁수는 물론이고, 절정 이상의 고수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중들은 모르겠지.”
“……설마. 일부러라는 게?”
백수룡은 정파 샌님도 이젠 눈치가 제법 빨라졌다며 피식 웃었다.
“천무학관 녀석들이 영약을 처먹고 하루아침에 급증한 내공으로 다른 학생들을 찍어 누르는 거. 관중들은 그것도 모르잖아? 마찬가지로 천이가 저렇게 해도, 관중들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지도대련을 한다고만 생각하겠지.”
“그냥 화풀이였나.”
남궁수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위지천을 바라봤다.
검만 들면 평소와 달라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저토록 호전적인 성격일 줄은 몰랐다.
백수룡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기와는 달리 성깔 있는 녀석이거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거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나쁜 물이 든 탓이겠지.”
“네가 쟤 처음에 어땠는지 못 봐서 그래.”
남궁수가 낮게 한숨을 쉬었지만, 백수룡은 낄낄거릴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구파의 명숙들 사이에 있는 검성을 보았다.
현존하는 정파의 검객들 중 가장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오른손을 잃고도 부단히 노력하여 절세의 경지를 이루었으리라 짐작되는 무인.
검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위지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존인가, 검마인가.’
백수룡은 중얼거리는 검성의 입 모양을 읽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건 당신들이 판단할 일이 아니야.”
순간 날이 선 듯한 목소리에 남궁수가 그를 바라봤지만, 백수룡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 * *
위지천은 화가 나 있었다.
앞선 비무에서 같은 학년의 동갑내기인 남궁석이 패해서만은 아니었다.
목형우 선배도, 전풍 선배도, 유곤 선배도 용봉비무 첫 경기에서 패배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어.’
청룡학관 선배들의 무공이 부족해서 패배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이상했다.
청룡학관 학생들이 첫 비무부터 천무학관과 유독 많이 만난 것도, 저들이 하루아침에 급증한 내공과 조금씩 변형된 초식으로 허를 찔러서 승리한 것도.
백수룡처럼 앞뒤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 정도는 타고난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쩌엉!
그렇기에 점창파의 후기지수를 상대로 한 지도대련은, 솔직히 말하면 단순한 화풀이였다.
“그만!”
위지천의 검을 힘껏 쳐 낸 종진이 뒤로 물러나며 가빠진 호흡을 정리했다. 위지천은 따라붙지 않고 멈춰 서서 상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군. 일면식도 없는 내게 이러한 모욕을 주는 이유가 무엇이지?”
상대는 천무학관 사 학년이자 점창파 제일의 후기지수라고 들었다. 제일이라기에 기대도 하고 긴장도 했었지만.
‘그래서?’
위지천은 상대에게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착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는데, 종진은 자신의 깎여 나간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네 자질이 비견할 데 없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정파의 무인으로서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사마외도를 걷는 자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실력이 부족하니 상대를 예의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처음 본 자신을 하수로 여기고 기권하라고 종용하며, 먼저 예의 없이 군 사람이 누구였더라?
위지천은 굳이 말로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소년의 눈이 더욱 서늘해졌다.
스윽.
충분히 호흡을 고른 종진은 검을 허리춤으로 당긴 후 몸을 비틀어 상대의 시야에서 가렸다.
천하에서 가장 빠른 검으로 유명한 사일검법의 절초, 후예사일(后? 射日)의 기수식이었다.
“쾌검으로 일 합에 승부를 내자는 뜻인가요?”
“강요는 않겠다. 승부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의 자유겠지.”
내게 지도대련을 일삼고는 이제 와 승부를 피한다면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종진은 그 말을 혼잣말처럼 덧붙이며 중얼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위지천은 자연스럽게 검을 늘어뜨렸다.
그 모습을 본 종진이 가볍게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네 오만이 너를 패배하게 만들 것이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불안정한 공력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으려 했으나, 여기서 패한다면 어차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스스스슷.
검에 맺힌 검기가 한층 사납게 들끓었다. 마치 이빨을 드러낸 맹수 같았다.
종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예사일의 초식에 천무학관주가 알려 준 구결을 섞었다.
관절과 신체에 상당한 무리를 주지만, 속도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한 번쯤은 괜찮다.’
지난밤 천무학관주의 거처에 다녀온 학생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한두 번만 구명절초처럼 사용하면 그뿐이라고.
그 한 번이 결국 여러 번이 되고, 끝내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화르르륵.
검기가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종진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았다. 그의 신형이 위지천을 향해 쏘아졌다. 마치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화아아악!
종진의 표정이 환희로 들끓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의 세계였다. 비무대를 가로지르기까지 찰나. 자신의 검이 위지천의 심장을 꿰뚫으리라 확신했다.
위지천은 그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다가 낮게 뇌까렸다.
“위선자.”
그의 손에서 검혼이 울었다.
우웅-
곧이어 위지천의 팔이 흐릿해졌다. 상대보다 늦게 출수했지만 압도적으로 빨랐다.
무극검(無極劍) 오의(奧義)
진(眞) 무극일섬(無極一?)
처음 만났던 날 스승이 보여 준 검기를, 이제는 제자가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촤아아악!
무극일섬은 후예사일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으로도 부족해, 그것을 정면에서 베어 버렸다.
툭.
검극이 종진의 미간에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뒤늦게 따라온 후폭풍이 그의 머리카락을 뒤로 세차게 날렸다. 풍압을 이기지 못한 종진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다.
“아…….”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얼굴이었다.
결착의 순간을 제대로 본 고수가 손에 꼽는 탓에, 관중들은 승자와 패자가 결정됐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관중들에게서 뒤늦게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숨을 참았던 만큼 폭발적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환호성 아래에서 위지천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청룡학관이 아니라 천무학관이 있는 방향이었다.
용봉비무에 참가한 천무학관의 후기지수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과 시선을 맞춘 위지천이 싱긋 웃었다. 스승을 꼭 닮은 미소였다.
“뭐든 다 해 보세요. 얼마든지 이겨 드릴게요.”
“……!”
청룡학관의 일 학년이 천무학관에 보낸 선전 포고.
그러나 누구도 소년을 비웃거나 무시하지 못했다.
위지천이 포권을 취하고 비무대에서 내려간 이후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한동안 소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게 진짜 천재지.”
백수룡은 자랑스럽다는 눈길로 제자를 바라봤다. 청룡학관의 선배들이 달려와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자, 위지천은 어느새 다시 쑥스러움이 많은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후 계속된 용봉비무에서는 큰 이변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용봉비무 첫날의 마지막 경기에서, 소림신룡 일각이 일 합 만에 당소소의 팔을 부러뜨리고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