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273
1272화
Special Ep. Fin – THE DREAM TEAM (40)
앨런 아이버슨의 그 유명한 말.
[ ”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 ]
사실 이는 문학적인 표현을 더한 것이다.
좀 더 감성을 빼고 당시 아이버슨의 이야기를 정확히 짚어내자면, [ ” 사람들은 우리가 작아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류상의 키가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속의 키죠. ” ]였다.
그래도 어쨌든 정말 멋진 이야기라는 데에는 틀림이 없다. [ ” 너는 키가 작기 때문에 안 돼. ” ] 라는 이야기를 듣는 어린 아이 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다 주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버슨이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게 무엇이냐면 바로,
파앙-!!
.
.
(로스 테더라인)
“Block! By Turner!!”
.
.
세상의 모든 키가 작은 농구선수가 ‘ 앨런 아이버슨 ’ 일 수는 없다는 것 말이다. 아마 앞으로 그 누구도, 아이버슨처럼 농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저기, 유키 토가시처럼.
그에 대한 내 생각은 틀렸다.
“이제 정신을 좀 차린 거야?”
“글쎄요. 아직 멀었지 않아요?”
“하하. 그거 반가운 말이네.”
유키 토가시는 16살이 되던 해에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그 이유는 세계 최고의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고, 그는 나와 같은 쇼케이스를 통해 메릴 랜드 록빌 (Rockville, MD)의 몬트로즈 크리스찬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허나 나쁘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불구, 그에게 주어진 건 NCAA Division 2에 속한 팀들의 입학제안서 뿐이었다.
Division 1 진출의 꿈이 좌절 된 그는 일 본으로 돌아와 곧장 프로무대에 진출했고, 19살의 나이로 가진 JBL 데뷔시즌에서 14.3득점 6.1 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 일본의 앨런 아이버슨 ’ 이란 별명으로 불 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은 토 가시는 과감히 NBA에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수비!! 수비해!!”
2014년, 댈러스 매버릭스는 서머리그에 참여했던 토가시에게 계약을 제의. 10월 정식 계약을 체결했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그를 웨이브하며 G-리그의 팀인 텍산 레전 즈로 보내버렸다. 당시 토가시는 NBA 무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G-리그에 남았다.
허나 그의 앞에 기다렸던 건 벤치에서의 시간뿐이었고, 25경기. 그것도 거의 가비지 에만 출전을 하여 평균 2.0득점과 1.0어시스트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분명히 빠르고 또 나름대로의 핸들링 기 술을 지녔지만, 수비를 전혀 맡길 수 없는데 다가 공격의 기술 또한 과거 NBA의 키가 작았던 선수들처럼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 토가시가 G-리그에서도 제대로 뛸 수 없었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 ” 정말 높은 무대였고, 일본인(동양인) 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왔다. ” ]는 게, 2015년 다시 일본으로 복귀한 유키 토가시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동양인의 한계가 아니라, 그 자신의 한계였다고.
기술적으로도 토가시는 충분하지 못했다.
“!??”
분명히 릴라드를 따돌렸다고 생각했을 토가시지만, 그의 어설픈 프로텍팅-스킬은 코트에 선 내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대 표팀 가드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었다. 지금도 그는 등 뒤에서 볼을 빼앗겼고, 난 굴 러온 농구공을 집어 들어 재빨리 앞으로 던져 보냈다.
볼을 건드린 후에 속공을 내달리던 릴라드가 가벼운 투핸드 덩크로 공격을 마무리 짓는다. 1쿼터 3분 20초 정도가 지난 현재, 양 팀의 스코어는 14 : 4. 3배 이상의 차이였다.
“차라리 네가 볼을 운반하는 게 낫지, 꼬마야.”
“…”
“내 말은, 진짜라니까. 나랑 1:1을 하재도.”
“…”
나의 말대로, 잔인한 하루를 보내는 중인 루이 하치무라는 말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아마 스스로 꽤나 답답한 상태일 텐데, 난 녀석이 디안드레 에이튼의 고달픔을 수십 배 곱해서 겪는 중이라고 생각을 했다.
셋-업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볼의 운반은, 농구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아이스!! 아이스!!”
일본 대표팀의 감독인 훌리오 라마스(Julio Lamas)는 굉장히 이른 타이밍에 변화를 줬다. 주전 슈팅가드로 나선 유다이 바바를 빠른 시간에 교체를 하며, 토가시의 핸들링을 도울 마코토 하에지마(Makoto Haejima)를 투입한 것이다.
허나 하에지마 역시 핸들링에 있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지금은 두 번의 실 책을 연달아 저지른 뒤에 소극적으로 바뀐 상태였다.
결국 단순하게 바뀌게 된 일본 대표팀의 공격은 하치무라나 파제카스의 포스트-업 과 아크라인 밖에서 볼을 잡은 유타 와타 나베의 1 : 1 로만 전개되는 상태다.
지금도 와타나베가 탑에서 볼을 쥐고 픽 &플레이를 시도하려고 해보았지만, 마일스 터너의 적절한 수비와 케빈 듀란트의 압박 이 더해져 결국 사이드라인에 몰리고야 말았다. 가까스로 볼이 어떻게 바깥으로. 돌았지만, 시간에 쫓겨 던진 슈팅은 림조차 맞지 못했다.
삐이이이이-
24초 바이얼레이션.
1쿼터 벌써 두 번째다.
{ ” 우오오오- ” }
양 팀의 수준 차에서 오는 장면이건만, 관중들은 우리의 수비가 대단한 것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터키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 일본대표팀이 보여준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그럴 수도 있다.
특히 하치무라의 25점 8리바운드와 유키 토가시의 7어시스트 3스틸은 가장 큰 놀라 움을 안겨다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활약이었다.
“휴우우우- 집중. 더 집중해야 해.”
“그럼. 물론이지.”
그렇지만 우리에겐 너무 쉬운 상대였고, 그래서 지금처럼 이렇게 서로서로 도와가 며 집중의 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다시 공격을 위해 움직이고, 난 코너에 서서 기회를 엿보았다. 탑에서 볼을 연결 받은 KD가 와타나베를 상대로 1 : 1을 펼 치는 가운데, 수비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와타나베는 벌써부터 조금 지친 기색
이 엿보인다.
찰나의 순간 벌어진, 탑에서의 돌파.
“「안이야!!』”
일본어로 된 큰 목소리가 코트에 울려 퍼 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움직이는 루이.
너무나도 미숙(Naive)했다.
루키라서 그렇겠지, 아마.
.
.
(로스 테더라인)
“KD. 드라-이브 킴에게 킥아웃. 좋은 패스입니다. 킴. 발사합니다.”
철썩-!
(로스 테더라인)
“8개중 8개입니다, 여러분!! 아직 더 많은 경기가 남았겠지만, 이 남자는 지금까지 3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3개 이상의 3점을 시도한 선수들 중, 대회 유일 한 3점 성공률 100%의 남자입니다. 킴에게는 마치, 3점이 레이업을 얹어두는 것보다 더 쉬워 보일 지경입니다. 또 다른 레이업을 보여줄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요.”
.
.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NBA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내가 코너에 머무를 때면, 차라리 이쪽을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4 : 4 농구를 하는 게 훨씬 더 낫다고 말이다.
나의 지난 시즌 코너 3점 슛 시도비중은 45.4%(389/856)이고, 성공확률은 51.7%(201/389). 수비수가 7피트 이상 떨 어졌을 때의 캐치&슛 확률은 59.7%(71/119)였다. 특히 캐치&슛 부분은 2위인 클레이 톰슨보다 7%가 앞서 있다.
NBA 전체 코너 캐치&슛 평균이 37.9% 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는 20%이상 더 높은 확률로 코너 캐치&슛을 집어넣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대충 산수가 되지 않는가?
“좋은 패스였어요.”
“하나 더 할 수도 있겠어.”
“네. 다음엔 반대편에 있죠.”
“좋아.”
KD와 간단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시 수비에 나선다.
루이는 지금, 분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진정해, 꼬마야. 코트에서 화를 내는 건 좋지 않아.”
“상대팀인 제게 조언을 해주겠다고요?”
“뭐, 그 정도 핸디캡은 있어도 되니까.”
“…동정 따윈 받고 싶지 않아요.”
“동정? 천만에. 이건 순수한 조언이야.”
“전 믿지 않아요.”
“하하. 그럼 그러던지.”
“…”
어떻게든 볼을 받아보려고 열심히 움직 이는 루이였지만, 앞 선에서의 철저한 디나 이(Deny)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 볼은 와타나베에게로 향했고, 하프라 인 바깥에서 1 : 1 스킬이 아직은 부족한 루이는 울분을 다시 삼켜야만 했을 거다.
물론 여기에는 루이가 아크라인 밖에서 볼을 잡고 1 : 1을 한다거나 2 : 2 플레이를 한다는 전술적인 배려가 없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훌리오 라마스, 일본 대표팀의 감독이 선진농구를 적용시키고 또 선수들에게 최대 한 창의적인 플레이를 지시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들이 배워 온 농구는 변하지 않으니까.
그나마 토가시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을 보여주지만, 말을 했었던 것처럼 그는 릴라드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스마트가 지금 토가시를 매치업 했다면, 볼을 잡자마자 괴로움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와타나베가 던진 또 하나의 3점.
티디딩-
“아아아—”
들어갈 것처럼 보였던 농구공이 림의 안쪽을 여러 차례 맞고 튕겨져 오르자, 일본 대표팀 벤치에서 내지르는 안타까운 탄식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터너.
오늘 그는 완벽한 파수꾼이다.
보통 NBA에서는 저런 스타일을 두고, Junk Yard Dog 라고 표현한다. 과거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이런 별명을 가졌었는데, 쉽게 말해 앞마당을 지키는 존재를 의미했다. 보드를 밥상 혹은 안방에 비유하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했으니까.
특히 수비리바운드를 강조할 때에 그랬다.
‘반대편에 있겠다고 했지, 참.’
습관적으로 스크린을 서려고 했었던 나는, 듀란트와의 약속이 생각나 코너로 발걸 음을 가져갔다. 스윙을 통해 패스를 넘겨받은 KD가 1 : 1을 시도하고, 터너의 좋은 스크린을 받아 파고든 그에게 또 한 번 수비가 몰린다.
약속대로 이어진 킥아웃.
그렇지만 루이는 이번엔, 멀리 가지 않았다.
제법이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
“!”
슈팅페이크 한번과 오른쪽으로 깊숙이 발을 집어넣는 페이크 한 번. 연달아 이어진 이 두 번의 플레이에, 하치무라와 나의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중요한 건, 내 왼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단 거다.
‘See Ya.’
마음속으로 금세 재회할 것이 분명한 작 별인사를 보내며, 난 가볍게 뛰어 올라 슈팅을 집어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는 농구공의 궤적은 내게 매우 익숙한 방향으로 움직였고, 결과물을 확인한 나는 몸을 돌리면서 러스의 셀레브레이션을 따라했다.
‘Holstering Smoking Treys ’ 라 불리는 그 유명한 것 말이다. 대표팀 명단이 확 정되고 러스와 통화를 할 때 하겠다고 약 속을 했었는데, 지금 막 그게 떠올랐다.
사실 조아킴 노아도 이것과 비슷한 셀레 브레이션을 펼치는데, 그는 자신의 동작은 영화 ‘ 해피 길모어 ’에 나오는 슈터 맥개 빈(Shooter McGavin)의 것을 따라한 것이 라고 말했었다.
아담 샌들러를 현재의 위치까지 올려놓는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영화니만큼, 악 역으로 출연한 슈터 맥개빈의 인기도 상당 했다.
아무튼,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좋아, 이 녀석들아! 조기 퇴근이다!”
일본대표팀의 두 번째 타임아웃이 있었고, 벤치로 들어선 우리를 향해 포포비치는 이른 선수교체를 예고했다. 로테이션을 지 키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점수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집중력이라는 측면에서 도 교체가 필요했다.
허나, 내내 조역이었던 하든은 예외다.
“젠장할. 하품이 나올 정도야.”
“하하. 이젠 좀 다를걸요?”
“당연히 그래야지.”
콘리-스마트-테이텀-D그린과 함께 뛰게 될 하든은 좀 더 많이 볼을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이가 눈에 띄게 낮아지긴 하지만, 앞 선에서의 수비력과 D그린의 능력이라면 일본대표팀이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별로 걱정할 것은 없다는 거다.
“그렇지, 윌슨?”
하루가 멀다 하고 요란하게 바뀌는 농구공을 옆구리에 끌어안으면서, 난 주어진 휴 식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로 결정했다. 어차 피 오늘은 이런 시간이 많을 것 같았으니까.
* * *
□ 경기결과
U.S.A 117 : 49 Japan
Min-Hyuk Kim : 20PTS, 6/6 3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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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이번 대회 최다득점/최소득점/ 최다득점차의 기록이 오늘 한 경기에서 나왔다. 현역 NBA 선수가 둘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무자비하게 일본대 표팀을 깔아뭉갰다.
그리고 지금은 FIBA가 정한 인터뷰 시간이다.
로테이션에 따라 정해진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게 되면, 지정된 프레스라인의 앞으로 가 미디어에게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져 야만 했다. 오늘은 나와 콘리, 드러먼드가 인터뷰를 하는 날이었고, 우린 적당한 거리를 잡고 기자들의 앞에 섰다.
등 뒤에서는 버스에 올라타는 선수들이 장난을 걸어오고 있었다. 복에 겨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나도 어서 빨리 인터뷰를 마치 고 버스에 오르고 싶었다.
“대승이었죠. 어땠나요?”
“저희의 입장에서 잘 풀린 시합이었죠.”
“…”
대놓고 쉬운 경기라 표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난 ‘ 외교적 ’ 발언에 가까운 문장들을 토해내야만 했는데, 마음 같아서야 대한독립만세라도 외치고 싶었지만 미국인이 된 것과 같은 현실적인 장벽이 문제였다.
뭐,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대표팀의 단장인 제리 콜란젤로는 인터뷰에 있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워뒀고, 그걸 어길 경우에는 벌금을 비롯한 대가를 치러 야만 했다.
그래서 되도록 우리들은 교과서적인 대 답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 ” 미국대 표팀의 인터뷰는 재미없다. ” ]는 말이 나 돌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제리 콜란젤로를 비롯한 대표팀 스태프가 원하는 것이었다.
기왕이면 대화 내내, 우리 인터뷰가 재미 없길 바라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하든과 KD가 으뜸이긴 하다.
애초부터 기자들에 벽을 치는 유형이었으니까.
러스까지 가세했더라면 아마 대단했을 거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게, 이번 시합에 영향을 미쳤나요?”
“흐음- 당신은 어디 사람이죠?”
“일본이요…”
“일단, 영어 참 잘하시네요.”
“…고맙…”
“네. 그리고 다음은, 어쩌면요. 귀화를 했지만 전 20년이 넘는 시간을 한국인으로 살았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일전은 늘 특별 하니까요. 하지만 크게 중요하진 않았어요. 다음은요?”
“잠깐만요. 질문을 좀 더…”
“…”
다소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곁의 제리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지금 드러먼드의 인터뷰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나는 잠깐 고민하다 일본기 자의 질문을 하나 더 받았다. 헌데 그는 갑 자기, 쓸데없는 부분을 끌어 들였다.
그건 나의 귀화과정에서 빚어진 한국대표팀과의 갈등에 관한 것으로, 이번 시합은 물론이거니와 대회 전체에 비추어 봐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기자에게 날을 세웠다.
… 처음은 아닌가? 뭐, 어쨌든.
“전 그거를 되게 멍청한 질문으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멍청하다고요?”
“네. 그게 오늘 시합 또 이번 대회와 무슨 상관이 있죠? 당신은 마치 지금 불필요 한 내용을 끼어 들여서 자위하려는 사람처럼 보여요. 오늘 경기에만 대해서 이야기를 하죠. 우린 일본대표팀을 ‘ 68점 ’ 차이로 꺾었고, 루이 하치무라는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겁니다. 외의 부분에 대 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어요. 왠 줄 알아요?”
“…”
너무 쉬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켜 올랐지만, 가까스로 그걸 집어 삼켰다.
“숙제로 맡겨두죠. 다음에 풀어서 제게 제출하세요.”
“하하하하.”
익살로 풀어낸 나의 대답에 다른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약간의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 일본 기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준 숙제를 이미 풀었기 때문 일 것이다.
정말로 오늘의 시합은 너무나도 쉬웠다.
“이제 본선에 진출하게 됐죠, 킴. 그리스를 9일에 만나게 될 텐데, 거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음. 우선, 좋은 질문 감사해요.”
“하하. 고마워요.”
“그리스는 강팀이죠. 1차 예선에 만났던 상대들 보다는 분명히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결국엔 우리가 더 강하다는 걸 증명할 겁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우선, 7일에 있을 경기를 먼저 신경 쓰고 싶네요. 어디가 올랐죠? 아직 확인을 못했어요.”
“브라질이요. 몬테네그로를 꺾었죠.”
“그렇군요. 일단 그 경기에 신경을 쓴다고 해둘게요.”
“네. 저도 그렇게 적죠.”
“하하. 또 다음은요?”
“…”
“좋아요. 그럼 다들 좋은 밤 되세요.”
1차 조별예선의 마지막 날. 제법 남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일전은 약간의 다른 기분을 전해주었지만, 결국은 평범했던 하루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 지정된 좌석에 자리를 잡고 커튼을 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버스가 출발하기까지 대략 10분. 호텔에 도착하기 까지는 대략 20분 정도가 더 걸릴 것이다.
내일은 상하이를 떠나, 광둥의 선전으로 향해야만 한다.
“…”
드림팀으로서, 우린 상하이의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줬을까?
우릴 보는 그 자체로 좋았을 것이란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오만한 말이었으니까.
‘좀 더 잘해야 되겠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끌어내야 하는 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2차 조별예선에 만날 브라질이나 그리스는 좀 다를까?
기왕이면 그래줬으면 하는데 말이다.
이건 정말, 진솔한 나의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