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47
□ 전반 9 : 58
WSU 29 : 16 U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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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U 29 : 18 UVU
홈에서 패배 할 수 없다는 유타 밸리의 저항이 시작됐다.
작심이라도 한 듯, 집요하게 돌파를 시도하는 홀튼 헌새커와 장대들 사이로 뛰어올라 오펜스 리바운드를 꺼내오는 밋치 브루닐이 계속해서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쉽사리 주도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UVU가 계속해서 점프슛을 쏘도록 유도했고, 의도되었던 것이 아닌 점퍼는 상당수 림을 외면했다. 리바운드의 열세를 확인한 리온이 본격적으로 수비 리바운드에만 초점을 맞추자, 밋치 브루닐의 기세도 다소 시들해진 상태다.
다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카일의 체력적인 부분이었다.
“하아- 하아-”
“…….”
나는 잔뜩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카일을 쳐다보다, 벤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코트로부터 등을 돌린 스탠리가 벤치를 향해 손짓을 보내는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엘과 재비어가 유니폼을 갖춰 입으며 경기 진행석으로 걸어 나온다. 반면 아직까지 유타 밸리는 교체할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11점차로 점수를 좁히기는 했지만, 딕 헌새커의 입장에서는 내용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도 근심어린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봐, B.”
“나도 알아. 카일이 지쳤어. 셑(SET)을 하자.”
“좋은 판단이야.”
블레이클리는 경기 초반부터 10분이 지난 지금까지, 줄곧 템포를 빠르게 높여왔다.
특히나 6분 이 후에는 14초 이내에 공격을 전개하는 극단적인 업템포 농구를 펼쳤다. 스탠리는 이를 전혀 통제할 생각이 없었고, 마음껏 코트를 휘저은 블레이클리는 전반 절반도 채 지나기 전에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되었다.
“3! 3!”
하지만 그에 따른 반작용은 빅맨의 빠른 체력 고갈이었다.
카일은 이미 지쳐버린 지 오래고, 리온도 버티고는 있지만 힘겨워하는 것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흥건히 젖어있는 유니폼은 마치 후반전 막바지를 소화했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자말과 나는 블레이클리의 이런 빠른 공격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경기 내내 제법 좋은 슈팅 컨디션을 유지했고, 빠른 공격은 영점이 잡힌 우리가 계속해서 림을 조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나와 자말이 각각 기록한 득점(9, 7)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에이!”
“스크린-!”
블레이클리의 신호에 맞춰, 내가 그를 위해 스크린을 걸어주러 탑으로 나아갔다. 지역방어 상황에서 너무나도 많은 허점을 허락한 UVU는 현재 맨투맨으로 전환을 한 상황이다.
홀튼 헌새커가 내 스크린에 가로막힌 사이, 밋치 브루닐이 헷지와 스위치의 상황에서 고민한다. 난 잠깐 팝(POP)을 통해 외곽으로 빠졌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다시 한 번 블레이클리를 위해 스크린을 섰다.
그러자 왼쪽 윙으로 빠져나갈 듯 보였던 블레이클리가 다시 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사이, 윅사이드에서 움직인 자말 펄츠가 오픈 상황을 만들어 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로, 슈터가 상상할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에 블레이클리의 패스가 나아간다.
이를 받아든 자말이 곧장 날아올라, 14점차로 벌리는 득점을 성공시킨다.
철썩-!
-> 블레이클리(1)를 위해 민혁(22)이 스크린을 거는 것으로 공격이 시작된다.
-> 픽&팝을 활용해 외곽으로 빠져나온 민혁이 다시 스크린을 걸어 블레이클리를 탑으로 이동시키고, 그 사이 스트롱사이드 코너에서 올라온 자말 펄츠(06)가 스트롱과 윅사이드를 바꾸어 버린다.
-> 만약 첫 번째 자말의 움직임에서 찬스가 났다면, 블레이클리에게서 패스가 나갈 수 있다.
-> 다만, 찬스를 잡을 수 없었기에, 자말이 다시 윅사이드로 돌아나와 카일(44)과 리온(13)의 스크린을 받아 아크라인 밖에서 찬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
자말의 3점 슛이 들어간 순간, 나는 양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새끼에서부터 손가락 세 개를 나란히 펴들었다. 공격 시간을 충분히 활용함과 동시에, UVU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유기적으로 돌아간 패턴이었다.
오늘 나의 득점력이 괜찮았기에, 홀튼 헌새커나 밋치 브루닐이 제대로 된 픽&플레이 수비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블레이클리가 수월하게 코트비전을 활용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타적인 롤에 충실한 리온은 기꺼이 미끼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그가 내가 있는 곳 가까이로 다가왔기 때문에, 윅사이드에서 벌어지고 있던 자말의 움직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키위 에노스가 필사적으로 자말을 쫓았지만, 리온의 두 번째 스크린이 왔을 때에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삑-!
이어진 수비 상황에서 슈팅 파울을 범한 카일이 손을 들어 올리고, 곧바로 버저가 울리며 카일과 자말이 코트를 떠났다.
그러자 블레이클리가 다시 우리를 불러 모아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좋아. 이제 다시 템포를 높일 거야. 계속해서 스크린을 해줘. 언제나 준비를 하라고. 알겠지?”
“접수했어.”
“좋아, 1!2!3!”
“와일드 캣!”
자연스럽게 우리를 리드하기 시작한 블레이클리는 야전지휘관 그 자체였다.
오늘만큼은 그를 CP3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그가 기분이 좋을 수 있게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다만 이제는 조금씩 리딩에 참여해볼까 싶었다.
블레이클리에 대한 견제가 전보다 심해지고 있었고, 자유투 뒤에 살핀 UVU의 코트쪽에는 헤이즈 개리티(Hayes Garrity)와 채드 로스(Chad Ross)가 투입되어 있었다.
대신 홀튼 헌새커와 밋치 브루닐이 잠깐 벤치로 물러났다.
맨투맨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지만, 대신 기존에 자말을 마크하던 키위 에노스가 블레이클리에게 붙였다. UVU 백코트 내 최고의 수비수를 자말에게서 떨어트렸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딕 헌새커가 지금까지 흐름을 주도한 이가 누구인지 파악했다는 뜻과도 같았다. 아마도 그는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 할 것이다.
만약 블레이클리의 리딩을 막을 수만 있다면,
콰앙-!
“호우우우-!!”
우리의 기세를 억누를 수도 있다고 말이다.
-> 현재 NBA 파이널을 치르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전술로, 본래는 캔자스의 감독인 빌 셀프가 2000년대 최초로 고안,발전시킨 형태이다.
-> 두 명의 스크리너를 통해 볼 핸들러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핸들러가 움직인 방향으로 1차적인 픽&롤이 이어진다.
-> 보통은 여기에서 점퍼나 돌파가 올라가지만, 상대 수비의 대응이 좋을 경우에는 신경스지 않던 두 번째 스크리너가 인사이드로 곧장 돌진하고, 패스를 받은 1차 픽&롤 플레이어가 인사이드로 패스를 보내게 된다.
++++++++++++
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블레이클리가 현재 팀을 리딩하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를 억누른다고 해서 우리의 기세를 빼앗아 갈 수는 없다.
삐이이이이-
[ “타임-아웃. 홈.” ]결국 잔뜩 우울한 표정으로 돌아온 딕 헌새커가 타임아웃을 외치고, 마찬가지로 맥이 빠져버린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시합이 잠깐 중단됨을 알렸다.
평소와 같은 분위기였다면 전혀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작은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곳 UCCU 센터는 아주 작은 소리도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이내 UVU의 치어리딩 팀의 무대로 인해 소란스러워지기는 했지만, 우리는 전반전 지금까지 UVU를 완전히 찍어 눌렀다.
나는 우리 팀이 얼마나 환상적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 모든 것은 스탠리를 포함한 스태프 전원의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낸 것이며, 우리는 단지 그것에 숟가락만 얹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물론 시합은 선수들이 치르는 거라고 하지만, 때론 그것만으론 부족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팀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한 단계를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렇다. 누구나 재능의 한계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 재능의 크기를 가늠하고 성장시키는 것이야 말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 ‘난 단 한 번도 유타에서 뛸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처음 그들이 날 지명했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무작정 기뻤지만 곧 인디애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쉬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내 오만이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한 프랜차이즈를 사랑하게 된다면, NBA의 팀이 하나의 유기체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반인들은 겉으로만 보이는 것을 전부로 여길 수밖에는 없지만, 그 속에서 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상을 맛보게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NBA에서 뛸 기회를 얻게 된다면, 절대로 그걸 허투루 날려 보내지 마라. 농구를 사랑하는 당신이, 틀림없이 좋아 할 만 한 곳이니까.’ ]농구란 정말이지, 욕 나올 만큼 복잡하고 또 어려운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항상, 꼭꼭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었다.
++++++++++++
□ 경기 결과
WSU 86 : 69 UVU
(WSU 4W 1L)
(UVU 3W 6L)
Min-Hyuk Kim : 30Min(23PTS/4AST/3REB/1STL/1BLK/2PF)
(8/14 FG, 3/6 3P , 4/4FT)
(+/- : +22)
[ 주목할 만한 팀 : UCLA, Cal Poly SLO, Dayton, Tennessee ] [ 반드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팀 : WSU, Kentucky ] [ By ESPN ] [ 딕 헌새커, “우리는 강해졌지만, 웨버 스테이트는 그보다 더 강한 팀이다. 그들에게 당한 패배가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는 걸, 곧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 – UVU 홈페이지 ]++++++++++++
2013년 12월 12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웨버 주립 대학교.
시험을 치는 내내 쏟아지는 잠을 쫓아내려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만 했다.
하필이면 시험의 한복판에 경기를 치른 터라, 어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 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몰두했다. 덕분에 지금 붉게 충혈이 된 내 두 눈은 스테이시를 매우 걱정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자기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자야 해.”
“하하. 내일 푹 자면 돼.”
“…….”
볼을 어루만지는 스테이시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따뜻한 히터가 쏟아지는 강의실 안에 있으니, 당장이라도 잠이 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난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길게 하품을 해보였다. 그러는 사이 품에 안긴 스테이시는 가슴팍을 부둥켜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녀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이브-크리스마스 이틀간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짧은 이틀 밤을 보내고 돌아 올 예정이다.
“그나저나, 아침에 귀찮은 일이 있다고 안했어?”
가슴팍에다 대고 이야기를 하니, 몸이 울리는 기분이 든다.
하품을 하느라 길게 뻗었던 손으로 스테이시를 품에 안으며, 난 오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의 방송국과 기자들이 줄지어 연락을 해 취재를 요청해 왔다.
나는 곧장 데이비드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전화를 끊었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몇몇 기자들 때문에 번호를 바꿀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해도 돼?”
“뭐, 어차피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까.”
“그럼 그렇게 해.”
“그래.”
들리는 이야기로는 한국 내에서 나의 경기를 중계하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된 방송사가 WSU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메이저 컨퍼런스의 방송을 주관하는 나 이라면 모르겠지만, 와 같은 경우에는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국내팬들의 눈 높이를 채워주지 못할 것이다.
NCAA측에서 500만 달러가량의 중계권료를 요청했다던데, 사실 내 경기를 중계하는 것으로 그 이상의 이익을 올릴 지도 장담 할 수 없다.
간간히 를 통해 내 경기를 시청한 이들이 유명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알다시피 한국에는 아예 눈을 두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마치 박찬호 선수가 마이너리그 시절 그러했던 것처럼, NBA에서 성공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폭풍 2어시!’ 와 같은 걸로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르는 걸 보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 때 까지 나는 철저히 언론을 외면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내 결심이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
이미영 기자를 비롯해, 한국 내에는 나를 고깝게 보는 시선이 여럿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유명학 감독님과도 요즘은 이메일 정도만 간간히 주고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사실상 연락을 하는 이도 가족 외에는 없다시피 하다.
서운하다는 운동부 시절 친구들과 대표팀 때 한 솥밥을 먹었던 선배들 몇몇은 내가 변했다거나, 건방져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걸로 안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 서글퍼지기에, 난 더더욱 미국 생활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 멘탈이 약하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
“자기?”
“응?”
“자?”
“아니. 그냥 생각 중.”
“거짓말.”
“하하하.”
사실 거의 잠들 뻔 했다.
스테이시는 더 이상 안 되겠는지 나를 그만 괴롭히겠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내가 좀 더 고집을 피워보기로 했다. 30분 뒤에 마지막 시험이 있는 그녀를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기가 날 재워줘. 자기 없이 혼자 집에 가고 싶진 않아.”
“어어~”
감동했다는 듯 양 손을 가슴팍에 다소곳이 모으는 스테이시는 지금 잠깐 자두라며, 그 때까지 가만히 안겨있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강의실 책상 위에 다리를 뻗은 자세로, 그녀를 안았다.
‘그나저나. 내년엔 한국에 가긴 가야 할 건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유명학 감독님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고 계셨고, 나를 무조건 대표팀에 포함시키고자 하셨다. 다행히 일정 자체가 시즌과는 겹치지 않는데다, 여름학기가 끝난 뒤 대표팀에 합류해 한 달 정도 손발을 맞춰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생활 만큼이나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제발, 계속 이곳에서 있을 수 있기를.’
그리고 품에 안겨있는 이 사랑스러운 사람과도 계속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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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7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웨버 주립 대학교. 디 이벤츠 센터.
□ 경기시작 전
WSU : SKC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01 블레이클리 모하메드(6-1)
G : No. 30 제레미 센글린(6-3)
F : No. 22 김민혁(6-8)
F : No. 13 리온 베이커(6-11)
C : No. 44 카일 트레스낙(7-0)
VS
Saint Katherine College
G : No. 25 웨이드 슈그루(5-11)
G : No. 01 단테 밀러(5-10)
F : No. 22 조슈아 화이트(6-4)
F : No. 13 알렉스 페레즈(6-5)
C : No.01 조나단 우드(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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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제발.”
“…….”
“오오오오오오-!!!!!! 통과했어!! 통과 했다고오오-!!”
라커룸의 분위기는 대략 이러했다.
성 캐서린 칼리지와의 경기를 20분 앞뒀지만, 우리의 관심은 시합 자체보다는 오늘 온라인을 통해 공개가 된 시험 성적에 있었다. 절대로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는 게,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것보다 어렵다.
SKC는 전체 학생 수가 200명이 조금 넘는 아주 작은 규모의 대학교이고, 대부분은 학부과정을 밟기 위해 진학을 결정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농구부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인원이 부족해 연습 경기만 치렀고 가까스로 NCAA가 내세운 규정을 맞춰 대학 리그에 참여하게 되었다. 물론 수준은 거의 아마추어에 가까웠고, 그들이 속한 NCCAA는 급을 나누기도 애매한 곳이다.
크리스찬들만이 모이는 리그이기에, 성격도 거의 그들만의 리그에 가깝다.
스탠리가 오늘 경기를 받아들인 것도, 열정을 가진 그들의 모습에서 무언가 배울 것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작, 이 후에는 후회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비디오를 통해 전력 분석을 하던 날, 스탠리도 SKC의 경기를 처음으로 본 것 같았다.
[ “그냥, 훈련이나 하지.” ]DVD를 튼 지 5분 만에, 스탠리는 비디오 분석을 중단시켰었다.
뭐, 그런 수준의 팀과 붙는다는 뜻이다.
“난 패스했어! 응? 헤이, 킴! 넌 어때?”
“…….”
“Dude?”
리온이 허리를 숙여 내 랩탑의 화면을 바라보고, 잠시 뒤에 그는 경악에 찬 표정이 되어 주변 동료들을 가까이로 이끌었다.
“믿을 수 없어…….”
“이거 실화야?”
“Damn! 어떻게 하면 이럴 수 있는 거야?!”
난 APR의 커트라인을 가볍게 통과한 것으로도 모자라, 전체 평균 A-의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는 커트라인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운동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는 상황으로, 다음 순위에 있는 학생이 대신 혜택을 받게 된다.
명예와 자신감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지만,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하단 게 포인트였다.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나는 의자에 올라 양 팔을 들어 올렸다.
마치 예수 혹은 모세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동료들이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양팔을 들어 올려 아래위로 휘젓는다. 존경한다는 뜻을 가진 미국식의 제스처였는데, 나는 좀 더 해보라는 식으로 양 손목을 까닥였다.
그러자 곧 야유가 쏟아진다.
“너무 심했지?”
“너무 심했어, Dude. 1절만 하면 좋았잖아?”
“그냥, 믿기지가 않아서.”
“Damn, Man! 아무튼 축하해.”
과목이 비교적 쉬웠다고는 하지만, 장학금의 커트라인에 들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다. 헤더와 공부를 할 때도 나름 열심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확실히 그녀와 떨어진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헤더에게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조금 서먹했고, 난 집안에서도 되도록 둘만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다들 성적표로 기뻐하고 있을 때쯤, 스탠리가 밝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도 이번 APR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운동부원들의 성적은 NCAA로 보고가 되는데다, 이로 인해 대학의 값어치가 올라가고 또한 NCAA로부터 많은 예산을 분배받게 된다.
이렇게 생긴 예산은 장학금의 보유수를 늘리거나, 아니면 원정 때 비행기 티켓을 끊도록 만든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더 좋은 시설을 만들어 준다.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너희가 며칠 전 유타 밸리에 승리했을 때보다, 오늘이 더 자랑스럽다.”
“휘이이익-!”
“우리도 그래요, 스탠리!!”
학교생활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정 때문에 수업을 빠지게 되면 어김없이 보충수업을 들으러, 휴일에도 학교를 찾아야만 하는 건 약과이다. 경기 시간이 보통 저녁 7시나 9시에 잡히는 편인데,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빨라도 11시 정도가 된다.
기절하듯 잠이 들어 아침 8시 수업에 참여하는 건 매우 괴로웠는데, 그마저도 시험기간엔 공부를 하느라 더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어야만 했다.
교수님들 중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운동부원들이 잠드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편이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실제로는 평범한 학생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난 한국도 언젠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꿈이겠지만.
“그 기분 그대로, 오늘 경기를 즐기고 오도록!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상을 당하는 것! 다른 하나는 성 캐서린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 일이다. 너희가 학업에 힘든 것만큼이나, 저들도 힘든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는 걸 기억하도록! 그들에겐 우리가 듀크이고 UNC일 거다. 그러니, 품위를 유지하도록!”
“써! 예, 써!!”
“좋아. 그럼 이제 게임 시작이다.”
박수와 함께 스탠리가 라커룸 미팅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다가온 콜린이 우리를 가운데로 모았다. 우렁차게 외친 와일드 캣과 함께, 쏜살처럼 라커룸을 튀어나간 우리들은 가득 찬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몸과 마음을 느끼며, 우리는 그렇게 멋진 경기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
스탠리의 말처럼, 품위와 체통을 지키는 멋진 시합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경기 결과
WSU 117 : 36 SKC
(WSU 5W 1L)
(SKC 2W 8L)
Min-Hyuk Kim : 21Min(20PTS/8AST/6REB/2STL/1PF)
(7/10 FG , 3/3 3P , 3/4 FT)
(+/-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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