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48
2013년 12월 19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까페 빌벨라.
딸랑딸랑-
“헤에-이! 너희들이구나?”
꽉 채운 4시간의 훈련이 모두 끝난 뒤, 나는 제레미와 함께 까페 빌벨라를 찾았다. 배가 잔뜩 고팠던 우린 곧장 음식을 주문했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며 음료수를 마셨다.
UCLA와의 경기를 맞아 우리는 몇 가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스티브 알포드(Steve Alford)의 밑에서 한층 더 강화 된 UCLA의 공격력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특히, Pac-12를 통틀어 공수 가장 완벽한 가드인 조던 아담스(Jordan Adams)를 상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블레이클리를 보조해 줄 유능한 스크리너가 필요했는데, 결과적으로 자말 펄츠가 제레미를 대신해 선발로 낙점을 받은 상태다.
그리고 리온과 카일. 내가 평소처럼 선발로 출전을 할 예정이다.
연습 후 함께 기숙사로 향한 리온과 카일은 경기 전까지 위어 형제의 비디오를 계속해서 시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기, Dude.”
“응?”
“헤일리를 알지?”
“헤일리? 물론.”
헤일리 젠킨스(Hailey Jenkins)는 새롭게 치어리딩 팀에 입단한 신입생 여자아이다. 길을 걸어 갈 때마다 남자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였는데, 제레미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나와 조금 놀라기는 했다.
아무래도 제레미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헤일리의 이름을 말한 순간,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연신 뒷덜미를 문질러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한 눈에 보아도 얼굴이 벌겋다는 게 느껴졌다.
“소개해 줄까?”
“무, 뭐?”
“스테이시가 그러던데,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던데?”
“정말?!”
너무나도 쉽게 미끼에 걸려버린 제레미를 보며, 나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아차싶었는지, 그런 거 아니라며 둘러대는 것이 귀엽기만 하다.
타미카가 가져다준 접시를 비우는 동안 UCLA와 경기가 끝난 뒤, 적당한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잡담을 계속해서 이어가던 중, 제레미가 요즘 신입생들 사이에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은 바로 마리화나에 관련 된 것이었다.
“KJ가? 진짜?”
“그래.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어.”
“넌 대체 누구한테 들었는데?”
“JJ.”
“…….”
미국 내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이나 처벌은 매우 관대한 편이다.
물론 연방법상으로는 엄연한 범죄에 속했지만, 구입하는 경로 자체도 술보다 훨씬 더 쉬운데다가 처벌의 수위도 엄청나게 낮다. 예를 들어, 지난 봄 마리화나를 피우다 경찰에 검거 된 JJ는 곧바로 풀려났다.
실제 처벌도 학교의 자체적인 것만 있었을 뿐, 경찰이 특별한 범죄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참고로 우리 유타 주(州)는 미국 내에서 가장 미라화나 사용에 보수적인 곳이다.
의료용 마리화나조차 지극히 제한적으로 취급하는 15개의 주(州) 중에 하나일 정도이다.
그런 유타 내에서의 마리화나 처벌이 이러한 정도이니, 한국의 정서와는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평범한 사람들도 마리화나를 피우는 게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KJ가 마리화나를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였다.
장학금을 받는 운동선수가 마리화나를 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동요가 일어날 수도 있고, 자제력이 부족한 몇몇 이들은 함께 마리화나에 손을 댈 소지도 있었다.
제레미는 이를 스탠리에게 말하는 것과 모르는 척 하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쓸데없이 내부 고발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그래, 이해해. 귀찮은 일이니까.”
“휴우우-”
접시를 모두 비우고 양 손을 머리위에 얹은 제레미는 뭔가 더 할 말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고, 잠시 뒤에 내 시선을 눈치 챈 그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몇 번을 입을 열려고 고민하던 제레미가 안되겠다는 듯 몸을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덩달아 나 역시도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KJ가 훈련 때에도 마리화나에 취한 상태였던 것 같아.”
“……정말?”
“그래.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중학교 때 몇 번 피워봤거든. 다른 애들도 경험이 있고. 독특한 냄새가 나거든.”
“그 땐 어떻게 했는데?”
“그냥 뭐. 모르는 척 했지.”
약에 취한(High)상태에서 훈련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내겐 분명 충격적인 일이었다. 내가 심각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달리, 제레미는 그저 약간의 걱정을 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 같기는 했다.
가끔 이럴 때면, 내가 정말로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한국이었다면, 뉴스의 헤드라인에 올랐을 거다.
“그리고, Dude.”
“응?”
“마리화나를 판매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
“??”
고개를 까닥인 제레미가 창밖을 가리키고, 난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저기는?’
며칠 전 프레디가 출입했던 2층 자리 건물.
바로 그곳이 제레미가 말하는 마리화나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이렇게나 과감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대범한 위치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다. 허술하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영리하다 싶기도 했다.
기숙사에 머무는 대학생들보다, 마리화나를 더 좋아하는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그래.”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타미카에게 다가선다.
문득 든 생각인데, 난 프레디가 마리화나를 판매하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되었다. 를 운영할 수 없는 그가 베네사의 병원비를 어떠한 식으로 마련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보험시스템을 고려하면, 백혈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분명 막대한 돈이 필요했을 거다. 그리고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여기까지 결론을 맺은 난 되도록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타미카.”
“응?”
“요즘 프레디는 어떻게 지내요?”
“그냥 평소와 같지. 왜?”
“뭔가 다른 점은 없어요? 그러니까…….”
딸랑딸랑-
“우-! 손님이 왔네. 잠깐만 있어.”
“휴우우-”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내가 쓸데없는 일에 발을 담그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했다. 그래서 다시 타미카가 돌아 왔을 때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다시 테이블로 돌아섰다.
일단은 KJ의 일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만약에 프레디. 당신이 이번에도 문제의 원인이라면.’
나는 절대로 그를 용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그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자꾸만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2013년 12월 21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웨버 주립 대학교. 디 이벤츠 센터.
제레미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일단 못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이것을 비밀로 하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선은 눈앞에 있는 경기가 너무나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기존, 로 되어있던 것이 로 바뀐 게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벌써부터, 수많은 NBA 팀의 스카우트들이 해당 경기를 지켜보러 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이는 물론 NBA 팀들이 탐내는 자원들이 많은 UCLA 경기라는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 우리 WSU를 반드시 지켜봐야 하는 팀으로 선택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조금 부끄럽지만, 랜달 노박의 블로그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거다.
그는 19일 저녁,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언급했다.
[ ‘이 꼬마(Kid)는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녀석이야. 당장 NBA에 진출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미드-메이저에서 자신이 충분히 수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면, 즉각 NBA팀의 레이더에 오르게 될 걸? 이미 몇몇 팀은 이 꼬마를 픽-리스트(Pick-List)에 올려 두었어.’ ]고든 헤이워드의 회고록을 통해 읽었던 것처럼, NBA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이 많이 오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나는 여느 ‘잠재적인’ 유망주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기는 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분명히 달라진 것을 체감하게 된다.
“내일 몇 시였지?”
“아침 8시.”
“하아- 일찍 자야 되겠는데? 이봐, KJ!”
리온이 KJ의 이름을 크게 외치자, 반사적으로 나 역시도 그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대하고는 있지만, 그가 동료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불안해서 흘끗거리고는 했다. 신뢰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인 법이다.
“오늘은 늦게까지 산책하지 말라고, 알겠지?”
“접수했어!”
“…….”
“뭐해? 가자.”
“응? 어, 그래.”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저어 복잡한 생각을 털어낸다.
당장에 있을 UCLA와의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곤, 평소와 다름없이 샤워를 한 뒤 가방을 정리해 밖으로 나섰다. 스테이시는 한참 전에 집에 돌아간 상태이고, 오후에 훈련을 한 우린 저녁 무렵이 되어 각자의 쉴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도로를 따라 올라가던 중, 익숙한 차 한 대가 빵빵거리며 옆에 멈춰 섰다. 한참 전에 먼저 출발한 것으로 생각했던 스탠리가 근처에 차를 세워두곤 아무 말 없이 손짓하며 나를 인근의 까페로 이끌었다.
“…….”
특별히 잘 못을 한 것도 없었지만, 괜히 심장이 덜컹해 조심스럽게 그를 뒤따른다.
“휴우- 내가 누구를 만났을 것 같니.”
“네?”
자리에 앉자마자, 스탠리가 음료를 주문하며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최근에 프레디를 본 적이 있니?”
“…….”
“아무래도 그런가 보군.”
내가 약간 망설이는 것을 보고, 스탠리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코로 길게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파묻은 그의 시선이 창밖을 향한다.
“방금 프레디를 만났단다.”
“뭐라고요?”
“깜짝 놀랐지. 그의 모습이 뭐랄까. 너무나도 초췌했거든.”
“…….”
“네가 프레디를 만난 건 언제이지?”
스탠리가 두 번째로 물었을 때, 나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밖에는 없었다. 물론 KJ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나 또한 내부고발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하아- 그가 내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더구나. 팀 그레이트가 해체되었다고 하더군. 그것도 알고 있니?”
“네.”
“그것도 프레디에게 들언 거야?”
“아뇨. 그게, 그러니까. 트레이닝 센터에서 아티를 만났어요.”
“아티머스?”
“네.”
이야기는 또 다시, 아티머스를 만나 들었던 이야기로 이어졌다.
프레디가 삼합회 소속의 남자에게 큰 사기를 당했으며, 그로 인해 임금을 지불 할 수 없어 가 해체되었다는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이 된 스탠리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데 전, 프레디가 베네사를 어떻게 계속 후원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
“그러니까, 그는 파산했어요. 완전히 망했다고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베네사의 병원비를 지불하고 있죠.”
난 이쯤에서 제레미가 말한 이야기를 할까 싶었다.
그런데 스탠리가 먼저, 놀라운 말을 꺼내들었다.
“그건 틀렸어.”
“네?”
“베네사의 병원비를 지불하고 있는 건 바로 나야. 프레디가 아니고.”
“……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스탠리는 꾸준히 베네사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받았다고 말해왔다. 클레어의 친구가 베네사가 입원한 병원에서 근무를 하기에, 병원비가 밀렸을 때 가장 먼저 클레어에게 연락이 왔다면서 말이다.
스탠리는 프레디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베네사의 밀린 병원비를 대신 지불했던 것 같았다.
프레디가 내게 또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가 내게 찾아온 건, 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처음엔 병원 사람들에게 그냥 후원이 들어왔다는 식으로 말해 달랬거든. 프레디는 자신을 도와준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던 거야.”
“많이 놀랐겠어요?”
나도 그렇지만, 프레디도 아마 스탠리가 자신을 미워한다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베네사에 관한 것은 생명에 관한 일이고, 전혀 다른 문제이긴 했었지만 말이다. 사람이란 뜻밖의 이에게 도움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의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휴우- 프레디는 뭐랄까. 불쌍한 남자이지. 그는 좋은 의도를 가졌지만, 그걸 올바른 방법으로 펼칠 줄 몰라. 내가 왜 팀 그레이트의 일을 그동안 눈감아 줬다고 생각하니?”
“…….”
“난 우리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을 때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어떤 이는 계속해서 농구를 하고, 어떤 이는 일찌감치 공부를 통해 새로운 직업을 알아보지. 하지만 개 중에는 이도저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는 법이야.”
스탠리는 아주 작은 둔턱에 걸려 넘어진 뒤에 일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선수들을 보아왔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예시로 든 것은 KJ였다.
처음에는 그가 조엘과 더불어 팀의 골밑을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무대의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이 내가 LA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할 거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더 이상 농구를 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때 느껴지는 자괴감은 상상이상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바뀌곤 한다.
그리고 그 부담감은 점점 나를 억눌러,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만든다.
KJ는 거기에 그대로 무너져버린 것이다.
“KJ와 같은 녀석들에겐 팀 그레이트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 최소한 프레디는 자신의 선수들이 빗나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으니까.”
“그야 그렇죠.”
가 가진 모순이란, 불법적인 일을 통해 거둔 수익을 통해 구성원이 올바른 남자로 성장하게 돕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프레디의 행동들이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아무튼. 프레디가 처음으로 내게 고개를 숙였지. 그는 진심으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어. 그러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소용이 없더군.”
“…….”
“흐음- 아마도 넌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뭘요?”
“지금 내가 이야기 할 것 말이야. 들어도 넌 놀라지 않겠지, 아마.”
난 예상하고 있었다.
“프레디가 말하길, KJ가 마리화나를 했다더군. 훈련이 있던 날에도, 심지어 훈련이 시작되기 몇 십 분 전에도 말이야.”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프레디는 친구가 많지.”
정리하자면 이렇다.
프레디가 베네사를 후원하는 사람이 스탠리와 클레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제법 오래 된 일이었다. 그리고 프레디는 자신의 친구를 통해, 마리화나가 거래되는 장소에 우리 웨버 스테이트의 선수가 드나든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건물로 찾아갔고, KJ를 만나 마리화나를 그만두라고 권유를 했단다. 문제는 KJ는 프레디가 누군지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자신에게 훈계를 하는 늙은이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KJ가 프레디를 밀쳤고, 계단에서 구른 그는 앞니가 부러지고 무릎을 다치게 되었다.
“이런 세상에!”
그리고 KJ는 그 길로 곧장 도망쳤다.
스탠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내 이름이 언급되었기 때문에, 날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스테이시와 함께 있던 그날, 프레디도 우리를 보고도 못 본 척 했던 것 같았다.
“휴우- 넌 이 일을 듣지 못한 거야. 알겠지?”
“네, 물론이죠.”
“좋아, 그럼. 갈까?”
음료에 전혀 손도대지 않은 상황에서 스탠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난 밖으로 나서 그의 차 앞에서 질문을 던졌다.
“KJ는 어떻게 되는 거죠?”
“…….”
운전석의 문을 열려던 스탠리가 오른손을 위에다 올려두곤 손가락을 움직여댔다. 아주 잠깐 침묵하던 그는 원칙대로 모든 일들이 처리가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번 일은 학교와 NCAA에 보고가 될 것이며, KJ는 그에 따라 징계를 받게 될 예정이란다. 이전의 사례를 비추었을 때, 3주 정도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마찬가지의 기간 동안 경기에서 제외가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내가 보기엔 겨우 그 정도? 였지만, 스탠리의 입장에선 굉장히 큰 중징계 인 것 같았다. 그리고 스탠리는 내년 KJ가 팀을 떠날 것이라고 확언했다.
“우리 모두 실패를 하는 법이란다.”
“…….”
스탠리, KJ, 프레디. 그리고 나.
우리 모두 실패를 했던 사람이다. 누구나가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실패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사느냐이지. 넌 아주 잘 하고 있어. 프레디도 내게 이런 말을 했지.”
“뭐라고요?”
“나를 물 먹인 동양에서 온 꼬마가, 조금씩 용기를 주고 있다고.”
용기라고? 대체 무슨?
“베네사는 곧 수술을 할 예정이란다. 클레어가 뉴욕에 있는 병원을 알아봤고, 그녀는 거기에서 좀 더 좋은 치료를 받게 될 거야. 그리고 나면.”
“…….”
“프레디는 자수를 할 거란다. 법은 잘 모르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을 여러 개의 주(州)에서 했으니 제법 큰 처벌을 받게 되겠지.”
최소 25년, 많게는 30년의 형이 구형이 될 지도 모른단다.
먼저 가겠다고 말한 스탠리가 다시 차를 몰고 떠나고, 거리에 홀로 남은 나는 멍하니 서서 까페 빌벨라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눈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한 저녁 하늘에서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중이다.
‘내가 용기를 준다고?’
난 프레디의 말을 조금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저, 난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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