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54
2015년 11월 29일. 더럼, 노스캐롤라이나. 115 화이트포드 드라이브. 카메론 인도어 스타디움(Durham, NC. 115 Whiteford Dr. Cameron Indoor Stadium).
□ 경기시작 전
WSU : Duke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11 카이런 카트롸이트(5-11/Soph.)
G : No. 30 리차우드 기튼스(6-4/Jr.)
F : No. 22 김민혁(6-8/Jr.RS)
F : No. 21 조엘 볼럼보이(6-9/Sr.)
C : No. 12 바카리 코나테(6-11/Soph.)
VS
Duke University
G : No. 03 그레이슨 알렌(6-4/Soph.)
G : No. 13 맷 존스(6-5/Jr.)
G/F : No. 14 브랜든 잉그램(6-9/Fr.)
F : No. 21 아밀 제퍼슨(6-9/Sr.)
C : No. 40 마샬 플럼리(7-0/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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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건 매우 뜻 깊은 일이었다.
미국에서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특별한 장소’를 찾은 농구인들의 감상을 담은 기사나 칼럼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읽어왔다. 대부분은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소회를 담았는데, 일부는 바로 이곳 인도어 스타디움을 가리키기도 했다.
“…….”
“이건 정말 놀랍다. 그렇지 않아?”
조엘이 내 곁을 떠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듀크인 거야.’
우리의 홈 경기장인 디 이벤츠 센터도 정말로 멋진 곳이긴 하다.
그리스의 신화와 이탈리아 콜로세움에서 모티브를 얻어, 언덕 위에 지어진 경기장의 느낌을 전해주는 디 이벤츠 센터는 유타 주(州)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 구장들 중에서 첫 손가락에 드는 홈구장으로 손꼽힌다.
최근의 리모델링을 통해 45년의 역사가 가진 고풍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절묘하게 현대의 미적 아름다움을 결합했다는 평도 받았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려 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정말로 멋지지 않나?”
“네, 정말 굉장해요.”
잠깐, 누구?
“하하하. 오랜만이구나.”
깜짝 놀라 곁을 돌아보니, 듀크의 감독인 코치 K가 있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도 내가 올려다보았던 천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주머니에 손을 얹고 말을 이어갔다.
바로 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자신의 리쿠르팅에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듀크를 포함한 여러 개의 대학들을 후보군에 올려두고 커밋을 고민하던 이들도, 경기장을 찾은 순간 마음을 바꾸고는 한다고 했다.
다시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코치 K의 곁에 서서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나가 코치 K 코트에서 뛴다면 행복해 할 테니까요.”
“하하하. 대체 그건 또 어떻게 안 거냐?”
“그건 너무 쉽잖아요. 노스캐롤라이나에 산다면, 4살짜리 꼬마아이도 알아야 할 상식이라고 하던데요?”
“하-! 하여간 인터넷이란.”
스스로를 아날로그라 말하는 코치 K는 SNS의 세대를 가리켜, ‘자신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꼬마들’ 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SNS를 즐겨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뭐랄까, 코치 K에겐 스승에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인 제자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칭찬을 들으면, 그 날 하루는 정말로 보람차고 뿌듯했다고 여기게끔 말이다.
“그건 좋은 습관이란다. 앞으로도 계속 그 태도를 유지하렴.”
“예, 써.”
실제로 코치 K가 칭찬을 해줬을 때,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번져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이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 코치 K 코트로 불리는 활엽수로 짜인 나무 바닥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듀크에는 아주 재미있는 애칭들이 몇 가지 존재하고 있다.
경기장의 이름과는 별개로, 코트 자체에 이름을 지은 것도 그런 재미있는 애칭들 중에 하나이다. 밖으로 나가 출입구의 옆쪽으로 조금만 돌아가면, ‘Krzyzewskiville’ 로 불리는 마을(?)도 존재한다.
슈셉스키 빌리지의 약어인데, 라이벌팀과 맞붙는 날이면 경기가 펼쳐지기 한 달도 훨씬 전부터 아예 텐트를 펴고 생활하는 이들이 모여들었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오래된 시설답게 관중석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대학 농구를 관전하기 위해 일반적인 삶을 포기하는 ‘Cameron Crazies’의 열정이 잘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듀크의 팬덤인 ‘Cameron Crazies’는 겨우(?) 9500명의 만원 관중으로, NCAA 남자농구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데시벨을 만들어 낼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정말로 뜻 깊은 일이네.’
나는 오늘 슈셉스키 빌리에서 생활하는 카메론 크레이지스로 가득한 이곳 카메론 인도어 스타디움의 코치 K 코트에서, 를 통해 전국으로 송출 될 듀크와의 일전을 치르게 된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미국에서 가졌던 경기들 중, 가장 특별하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분위기에 취한 것일 수도 있을 테지만, 어쩐지 그럴 거라는 강한 예감으로 가득차 있는 상황이다.
“이봐, 저길 좀 봐.”
“응?”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던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놓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 있는 곳으로 눈을 두었다.
거기에는 왼 손에 앙증맞게 보이는 스프라이트 캔을 하나 손에 쥔, 듀크의 영구결번자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과 몸에 딱 맞는 푸른색 계열의 수트를 걸친 그랜트 힐(Grant Hill)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와-우. 나 진짜 저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했었는데.”
“…….”
“사인을 좀 받을 수 있으려나?”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조엘이 어린아이처럼 들떠 걸어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겐 그랜트 힐의 등장보다, 조엘의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보는 일이 더 재미있었다.
다시 감상에 젖어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려보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흐름이 깨어진 탓이다.
‘이러면 뭐, 몸이나 풀어야지.’
그래서 나는 매트를 하나 끌고 와 바닥에 드러눕기로 결정했다.
지금 이 순간, 그랜트 힐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아주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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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2 : 38
WSU 0 : 6 Duke
철썩-!
‘휴우-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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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다섯 번의 공격 시도 끝에, 드디어 오늘 경기 우리의 첫 번째 득점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에 짓눌려 다소 몸이 무거워보였던 동료들의 얼굴에서도 부담감이 조금은 사라진 것이 느껴졌다.
카메론 크레이지스의 일방적인 응원은 거의 반칙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들은 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또 열광했다.
“좀 더 집중해야 할 거야, 리치. 넌 지금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
“…….”
고개를 끄덕이는 기튼스는 질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다시 수비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오늘 스탠리가 제레미를 투입하지 않은 이유는 최근 들어, 그레이슨 앨런(Grayson Allen)이 보여주는 폭발적인 득점력 때문이었다.
최근 2 경기에서 62점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득점을 25점대로 끌어올린 그레이슨 앨런은 오늘도 여지없이 우리의 림을 두들기고 있었다.
‘이런, 젠장!’
기튼스에게 경고를 한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그는 마샬 플럼리의 스크린 한 번에 그레이슨 앨런에게 완벽한 오픈찬스를 내어주고야 말았다. 근처에 서있었던 내가 재빨리 손을 뻗어 접근해보지만, 이미 농구공은 그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완벽한 픽&롤 플레이에 우리의 수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플럼리는 힘껏 뛰어올라 가볍게 투핸드 덩크를 성공시켰다.
[ “!@x@x$$x%!”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커다란 함성소리가 다시 한 번 카메론 인도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다.
오늘도 듀크는 우리를 상대로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치는 중이었고, 그러기 위해 굳이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평소 공격적인 부분에서 재능을 드러내던 브랜든 잉그램이 그 기다란 기럭지로 날 집요하게 괴롭히는 중이다.
‘이거 정말 귀찮네.’
최근 나의 드래프트 랭킹이 제법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딱히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아직은 드래프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얼리엔트리 확정되고 해외 드래프티가 참여하면 현재 순위는 자연스레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LSU와 듀크의 신입생 포워드, 벤 시몬스와 브랜든 잉그램의 입지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6-9.5(약 206CM)의 신장에, 무려 7-3(약 221CM)의 윙스팬을 자랑하는 브랜든 잉그램의 신체조건은 내가 편하게 슈팅을 던지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팅-
“Shit!!”
내가 코트를 향해 욕지기를 내뱉는다는 건, 정말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나 하는 행동이다. ‘정말로’ 라는 기준이 제법 엄격하다고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내 모습에 놀란 이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밀 제퍼슨이 조엘을 밖으로 몰아내는 사이, 박스아웃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먀살 플럼리가 가볍게 리바운드를 거머쥔다.
“너무 신경 쓰지 마.”
“…….”
조엘이 나를 위로하고 있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브랜든 잉그램을 파훼하기 위한 생각들로 가득 차있다.
[ “그는 쉐인 베티에 이 후, 내가 가져 본 가장 뛰어난 포워드 중 하나다.” ]코치 K는 지난 22일 조지타운과의 경기에서 86-84로 신승을 거둔 뒤, 막판 클러치 상황에서 세 번 연속으로 수비를 성공한 브랜든 잉그램에 대해 이렇게 표현을 했었다. 그가 가진 다재다능함이 정말로 특별하다며 말이다.
실제로 브랜든 잉그램은 코트의 모든 부분에서 팀에 영향을 미쳤고, 공격적인 본능을 놀랍도록 잘 억누르는 나이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노골적으로 날 배재하고 있어.’
보통 한 선수의 에너지 레벨은 경기 초반에는 잔잔하게 요동치는 물결로 비유되곤 한다. 수위의 높낮이만 있을 뿐, 플레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파문을 일으켜 결국에는 상대방을 집어 삼키는 파도로 이어진다.
하지만 코치 K는 공격에서는 브랜든 잉그램을 통해 이를 억제시켰고, 수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없는 곳에서의 플레이에 중점을 두었다.
이것은 내 수비가 좋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수비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코트의 넓은 곳에서 수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에 내린 선택이라고 하는 편이 옳았다.
‘놓쳤어.’
또.
철썩-!
“…….”
삐이이이이-
그레이슨 알렌이 이번에도 미들레인지를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이제 2 : 10 까지 벌어져 버렸다. 초반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버렸고, 카메론 크레이지스는 우리를 조롱하고 일부는 동정의 시선을 보내어 더욱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원정의 어려움이라 생각해 삼켜버릴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지금의 흐름 때문일 것이다.
“너희도 모두 알고 있었겠지만, 이건 어려운 경기이다.”
“…….”
“난 정확히 지금의 격차만큼 듀크와의 거리가 벌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8점. 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세 번의 포제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정도의 격차라면, 변수를 통해 얼마든지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고 믿는다.”
“…….”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하는 중인 우리를 돌아보며, 스탠리는 미소를 짓고 박수를 보냈다.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결코 억지로 하는 표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진심이었고, 그것은 우리를 조금 가벼워지도록 만들었다.
이곳의 모든 분위기가 전해주던 무게를 한 꺼풀 벗겨낸 기분이 들었다.
“바로 지금의 그 표정을 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만큼은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이다. 바로 마지막 버저가 울렸을 때, 너희가 어떠한 모습으로 이 곳에 서 있을 것인가이다.”
“…….”
“이건 시즌 중에 펼쳐지는 아무것도 아닌 하나의 경기일 뿐이지만, 얼마든지 너희를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상상해 보도록. 그 특별한 기회를 잡은 스스로의 모습을 말이다. 다른 변화는 없다. 경기는 계속 이 멤버로 치른다.”
아직 작전타임이 끝나기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지만, 스탠리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눈을 통해 많은 것들을 공유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미리 계획해 두었던 플랜들을 아무것도 코트 위에서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듀크라는 이름이 억눌렸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자신감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에 겪은 잔인한 시간들이 빼앗아간 그것이, 부상 이 후 수많은 질문에 대답하느라 미처 챙길 시간조차 없었던 그것이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우린 하나의 팀으로써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했다.
[ ‘정말로 3월의 중심에 서길 바라나?’ ]‘그렇고말고. 그 무엇보다 원하는 일이야.’
오그던에서의 마지막을 이대로 무기력하게 흘려보내는 것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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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5 : 58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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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아민 – ESPN U의 캐스터)
“코치 K가 손짓을 보내는 군요. 저건 틀림없이 브랜든 잉그램을 향한 것입니다. 처음 세 개의 슈팅을 모두 실패한 킴이 작전타임 후 두 개의 슈팅을 전부 림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와 동시에, 웨버 스테이트도 추격을 시작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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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U 8 : 12 D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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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조 엘리스 – ESPN U의 코멘테이터)
“사실 이 꼬마를 알게 된 건 지난 2014년 3월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코트위에서 보게 되어 반갑군요. 브랜든 잉그램을 두 번이나 완전히 떨쳐 냈어요. 완벽한 오프-더-볼 움직임이었죠.”
(아담 아민)
“방금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웨버 스테이트의 이 동양인 포워드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었죠. 그리고 오늘 제 곁에는 그랜트 힐이 자리하고 있군요. 미안해요.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니 용서해 주세요.”
(그랜트 힐 – ESPN U의 게스트 코멘테이터)
“하하. 괜찮아요. 폴 조지와 킴은 제게 매우 깊은 인상을 안겨다 주었죠. 끔찍한 부상에서 단순히 돌아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강해져서 돌아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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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이 녀석이 걸었어! 완전히 걸었다고!”
“그래, 네가 맞다. 트레블링! 웨버 스테이트 볼!”
“좋았어!!”
오늘 경기 이 후 처음으로, 기튼스가 자신이 선발로 출전한 이유를 모두의 앞에서 보여주었다. 볼을 쥐고 드리블을 하던 그레이슨 알렌을 집요하게 추적해 그의 실책을 유도해낸 것이다.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레이슨 알렌이 주심에게 농구공을 건네고, 확실히 몇 분 전보다 부쩍 바빠진 코치 K가 코트 사이드로 걸어 나와 목소리를 높인다.
“흐름에 말려들지 마! 계속 페이스를 유지해!”
그리고 난 그런 그의 앞을 스쳐지나가며 생각했다.
‘한 포제션하고도 절반을 좁혔어.’
매 순간이 마찬가지였지만, 작전타임이 끝난 직 후의 우린 엄청난 노력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한 듀크를 차갑게 식혀놓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의 3점 슛으로부터 시작 되어 기튼스의 좋은 수비로까지 이어진 지금, 나는 좀 더 이 흐름을 이어가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날 떼어놓지 않으려는 브랜든 잉그램의 노력은 계속되었는데, 아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두 배는 넘게 더 코트를 뛰어다닌다는 것이었다.
농구공이 하프코트를 넘어 선 순간부터, 난 절대로 양 발을 땅바닥에 붙이려고 하지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단 하나,
철썩-!
슈팅을 던지기 바로 직전에 스텝을 맞출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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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아민)
“Oh! My! 세 개 연속입니다! 이건 정말로 놀라운 장면이에요!”
(라퐁조 엘리스)
“바로 이거죠. 웨버 스테이트의 사람들이 작년에 가장 그리워했던 게 바로 이거에요. 그는 완벽한 게임 체인저에요. 이건 매우 유니크한 재능이죠. 오로지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진 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아담 아민)
“타임아웃을 부를 법도 하지만, 코치 K는 선수들을 좀 더 믿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컨퍼런스 경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이유이겠죠. 양 팀 모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을 점검하는 시간이니까요.”
(그랜트 힐)
“코치 K의 놀라움은 그가 내뱉는 모든 단어 하나와 모든 제스처에서 나타나요. 하지만 지금의 결정은 다소 놀랐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네요.”
(아담 아민)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거죠?”
(그랜트 힐)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예요. 아무튼 그래도, 솔직히 놀랍네요. 게임 체인저라고 했나요? 라퐁조의 말이 옳아요. 전 NBA에서 수많은 선수들을 상대했고, 수많은 동료들을 가져봤죠. 저런 유형의 선수들이 가진 특별한 힘이란, 이렇게 생각해요. 그들은 농구로써 대화하는 방법을 타고나는 것 같아요.”
(아담 아민)
“아밀 제퍼슨이 코치 K의 신뢰에 보답을 하는군요. 멋진 스핀무브와 멋진 마무리였습니다. 다시 점수는 3점 차로 벌어지네요.”
(그랜트 힐)
“예를 들면 바로 이런 거예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선수들은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러니까, 방금 전에 말한 코치 K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이것은 배워서 가능한 것이 아니에요.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재능이라고 해야 옳을 겁니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죠.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면,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만 합니다. 그 흐름에 몸을 싣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옳은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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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듀크라는 팀에 유능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를 말이다. 아밀 제퍼슨은 농구공을 많이 점유하지 않고서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남자였고, 그것도 매우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남자이기도 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각각 64.4, 63.1%의 확률로 슈팅을 성공 시켰는데, 주전으로 발돋움한 이번 시즌에는 무려 71%의 확률로 슈팅을 얹어놓는 중이었다.
경기당 평균 슈팅 시도가 7개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두자리수 평균득점을 가볍게 넘긴 이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조엘.”
“그래. 나도 알아.”
“다시 득점을 하면 되는 일이야.”
“…….”
나는 조엘에게서 농구공을 받아들며, 듀크의 진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웃 오브 바운드를 위해 걸음을 옮겼을 때, 미소와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공동주장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왜 그런 것이냐고 묻자, 조엘은 이렇게 대답했다.
“너 지금 듀크를 상대로 득점하는 걸 마치, 앞 집 할머니의 파이를 먹고 오는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는 걸 알고 있지?”
“뭐?! 왜 하필 할머니인데?”
“그게 중요한 거야?”
“……좋은 지적이야.”
“하하하.”
정말로 몰랐는데, 조엘의 지적은 매우 옳았다.
전반 4분까지의 부진을 어느새 완벽하게 털어버릴 정도로 단순하게 바뀐 스스로를 보며, 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복잡함을 버리고 단순하게 농구를 바라볼수록, 플레이에 집중하긴 더 쉬워진다.
카이런에게 농구공을 건네며, 다시 공격 진영을 향해 움직인다. 하프라인을 넘어서기 무섭게 바짝 달라붙는 브랜든 잉그램은 복잡한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금 당황한 것 같기도 하다.
‘잊고 있었네.’
지나치게 복잡했던 탓에, 중요한 사실 중 하나를 또 잊어버리고 있었다.
브랜든 잉그램이 신입생이라는 걸 말이다. 그는 분명히 나보다 더 뛰어난 농구선수로 성장을 할 것이고, 지금도 나보다 더 좋은 선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NCAA에서 내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에이! 조엘!”
그래서 난 생각을 해 보았다.
전반 4분까지 날 완벽하게 틀어막았던 브랜든 잉그램은 이 후로도 분명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자신을 했을 거다. 그리고 지금 관중석 어딘가에 앉아있을 수많은 NBA의 스카우트들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는 아마도 이런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렸을 거다. 이대로 경기를 마무리 해 자신이 왜 2016 드래프트 클래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지를 증명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꼬여버리기 시작한 지금, 브랜든 잉그램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처음보다는 훨씬 더 높겠지. 그렇지 않아?’
조엘의 스크린을 받아 또 한 번 나는 코트를 넓게 뛰어다녔다. 왼쪽 윙에서 반대편 코너로 한 번 이동을 했고, 다시 바카리와 조엘의 도움을 받아 인사이드를 거쳐 왼쪽 코너로 다시 움직였다.
그렇게 공격 코트를 달려다닌 후에 패스를 손에 쥐었을 때, 내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다급해하며 달려오는 브랜든 잉그램의 표정이었다.
뛰어난 농구선수로만 보였던 그의 얼굴이 지금은 어리게만 비춰진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고 난 슈팅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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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조 엘리스)
“Brilliant! 제가 자주 이런 표현을 쓰던가요? 오, 이런. 이 꼬마가 정말로 오늘 절 놀라게 하네요.”
(아담 아민)
“킴이 슈팅의 타이밍을 한 번 늦춘 순간, 브랜든 잉그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한 번 떠오른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죠. 그는 계속해서 날아다녔고, 그것을 향해 킴은 뛰어 올랐습니다. 그 결과는? 바로 자유투 세 개였죠. 슈팅은 비록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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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를 던지기 위해 움직이던 순간, 나는 보았다.
코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브랜든 잉그램의 모습과 그를 대신해 등장한 루크 케나드의 모습을 말이다. 처음엔 잉그램이 나보다 더 뛰어났지만, 결국 먼저 벤치로 들어가게 된 것은 내가 아닌 그였다.
‘오, 이런. 이 얼마나 재미있는 순간이야. 안 그래?’
난 이 볼-게임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것을 느끼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철썩-!
전반 7분 30초.
승부는 다시 14 : 14 원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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