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62
□ 전반 15 : 02
WSU 33 : 22 BYU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rt
G : No. 25 듀렐 맥도날드(6-2/Sr.)
G : No. 05 라이언 리차드슨(6-4/Soph.)
G/F : No. 32 재비어 크로포드(6-6/Sr.)
F : No. 22 김민혁(6-8/Jr.RS)
C : No. 55 킹슬리 오코로(7-1/Soph.)
VS
Brigham Young University
G : No. 04 닉 에머리(6-2/Fr.)
G : No. 15 제이크 툴슨(6-5/Soph.)
G/F : No. 05 카일 콜린스워스(6-6/Sr.)
F : No. 21 카일 데이비스(6-8/Jr)
C : No. 44 카일 카우푸시(6-10/So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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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BYU와의 경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쉽게 풀려나가는 중이었다. 우린 상대방의 필드골 성공률을 30%언저리로 억제하고 있었으며, 스탠리도 방금 전의 작전타임에서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다.
체이스 피셔와 닉 에머리에게 3점슛을 간간히 허용하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BYU의 핵심 공격 루트를 제대로 막아내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전반 9분경, 매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라이언! 당장 그 연습복을 벗고 이리로 오도록.” ] [ “에? 저요? 제레미가 아니고요?” ] [ “어서!” ]체이스 피셔가 잠깐 로테이션이 되어 빠져나간 사이, 스탠리는 기튼스도 마찬가지로 벤치에 불러들이기로 결정을 했다. 헌데, 그 교체대상이 되었던 것이 라이언 리차드슨이라는 점이 우릴 매우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렇게 이른 타이밍에 경기에 투입 된 적이 없었다. 모든 경기가 승패가 결정 나고 난 뒤에 투입이 되었었다.
처음엔 그가 제대로 이를 감당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웬 걸.
라이언 리차드슨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철썩-!
“Holy Mother God!!”
지금의 외마디 비명은 지금 내 뒤에 있는 우리의 벤치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코너에 선 내게 제법 좋은 타이밍의 패스가 도착했고, 슈팅 페이크 한 번에 카일 데이비스를 완전히 벗겨낼 수 있었다.
이대로 한 발을 더 움직여 직접 슈팅을 던질까도 생각을 했었지만, 라이언 리차드슨이 워낙에 좋은 방향으로 진입했던 탓에 반사적으로 패스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코빈 카우푸시를 앞에다 두고,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YEEEAAAHH! 바로 이거지!”
왼 손을 사용해 멋진 인유어페이스를 성공시킨 것이다.
패스를 보낸 나조차도 엉덩이가 들썩이고 발바닥이 잠깐 땅바닥에서 떨어질 정도로 깜짝 놀랄만한 것이었고, 벤치에 앉아있던 동료들은 완전히 축제라도 펼쳐진 것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선보였다.
늘씬한 여자가 나체로 눈앞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저보다는 더 기뻐 할 수 없을 것이라 믿을 만큼 말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훗-”
백코트를 하던 길에 난,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스탠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계속 움직였다. 오늘 경기에서 벌써 6번째 득점을 기록한 라이언 리차드슨은 그야말로 복병 중의 복병이었다.
BYU의 입장에서는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남자가 나타나, 경기장을 헤집어 놓고 있는 격이었다. 더더욱 놀라운 점은 라이언 리차드슨이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이었다.
그의 수비는 기튼스의 것과 견주어 특별히 뒤떨어질 것이 없어 보였다.
‘휘이- 이거 참, 놀라운 일이네.’
조엘은 늘 라이언을 안타깝게 여기고는 했었다.
남들 몰래 늘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트 밖의 가벼운 성격과 끊이지 않는 수다가 그의 노력을 빼앗아가고 있다면서 말이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에이, 카이! 저 녀석을 봐! 내가 여길 완전히 잡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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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브! 제이브! 너무 앞서가지 마! 포지션을 지키라고!”
“…….”
원래라면 저건 내가 해야 했을 역할이다.
물론 3-2 지역방어의 앞 선에 있는 그와 뒤에 자리 잡은 내가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긴 하다. 그래서 난 아주 잠깐 지금까지 계속 해오던 콜-플레이를 멈춰야만 할지를 고민해 보았다.
왜냐하면 두 개의 목소리가 코트 위에서 섞일 경우, 남은 이들이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이야기를 믿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면, 차라리 한 쪽이 침묵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에이, 킴! 조심해!”
“응?”
특별히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제법 놀랐다.
라이언이 멀리 떨어진 내 주변의 위치까지 시야에 담아두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난, 그의 노력을 좀 더 재평가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파앙-!
“헤이-! 이번 건 파울이잖아요?!”
“택도 없는 소리.”
“…….”
골밑 슈팅이 저지당한 카일 데이비스는 아무래도 자신이 어필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오늘 경기 3심중에 하나인 릭 뱃셀(Rick Batsell)은 리그에서 가장 까칠한 심판으로 유명했고, 그는 틱틱거리며 어필을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자신의 시도가 무의미했다는 것을 깨달은 카일 데이비스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허탈해 하는 동안, 샷 클락을 확인한 라이언이 목소리를 높였다.
“6초야! 6초라고! 집중력을 유지해!”
“…….”
할 수만 있다면, 라이언에게 다가가 유치한 농담을 하나 던지고 싶었다.
대체 넌 누구야? 진짜 라이언은 대체 어디에 있어?
‘그런데 진짜, 묻고 싶긴 하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급격하게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선 스탠리의 뒷모습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엿보이는 코칭스태프의 표정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체 코트위에 어떠한 마법이 펼쳐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라이언 리차드슨은 단순한 활력소를 넘어서 우리의 에너지 레벨을 몇 단계나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남자가, 또 다시 스틸에 성공했다.
재비어다.
“썅! 어딜 보는 거야!”
“바로 그거야! 달려!”
양 팀 벤치의 표정이 엇갈리는 사이, 재비어는 라이언과 함께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나도 트레일러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달렸다. 이를 내가 자처했기 때문에, 듀렐과 킹슬리는 수비진영에 남는다.
만에 하나라도 모를 실책이나, 상대방의 얼리 오펜스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트레일러는 오픈코트(Open Court)상황에서 언제나 필요하지만, 굳이 그것이 여러 사람일 필요는 없다.
‘오, 이런.’
“헤이! ……”
사실 난 그 뒤에 더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이봐, 라이언! 조심해!
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카일 콜린스워스가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달려 나가, 라이언 리차드슨의 레이업을 저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어설프게 점프를 했다면, 시즌 평균 1.1개의 블록슛을 기록 중인 BYU의 에이스에 저지를 당했을 거다.
‘환상적인 숫자이기는 하네.’
하지만 라이언은 잽싸게 뒤를 돌아 내게 패스를 전달했고, 덕분에 난 정면에서 왼쪽으로 약 20도 정도 틀어진 지점에서 슈팅을 던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점프를 뛰어오른 것이다.
카일 콜린스워스의 시즌 스탯은 다재다능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도 조금 배웠거든.’
내 손을 떠나 날아오른 농구공이 림을 깔끔하게 가르고, 내 8번째 득점이 기록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난 재빨리 뒷걸음질을 치며, 멋진 패스를 보내준 라이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허공에서 짝하고 부딪친 손이 기분 좋은 파열음을 만들어내고, 한층 더 신이 난 우린 BYU의 선수들을 노려보며 수비 자세를 취했다.
섣부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어.’
농구에서 다재다능함이란 분명히 굉장한 무기임이 틀림없다. 다재다능한 선수가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농구라는 스포츠가 놀라울 정도로 많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 다재다능함이 항상 100% 발휘 되어야지만 팀이 승리 할 수 있다면? 난 그에 대한 대답이 작년 NBA 파이널에 있다고 생각했다.
빌 러셀-마이클 조던 이 후, 시대의 지배자가 되고자 했던 르브론 제임스.
그는 분명 위대한 선수이지만, 한 세대를 지배하진 못했다. 심지어 그거 마이애미 히트에서 리핏(Repeat)을 이뤄내던 순간에도 그는 리그의 절대적인 아이콘이 되진 못했다.
물론 2010년대를 전후한 시대는 르브론 제임스의 시대이다.
허나, 그는 지배자는 아니었다.
클리블랜드 1기, 마이애미 히트. 그리고 클리블랜드 2기. 몇몇 이들은 이 세 개의 팀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BIG 3라고 할 수 있는 멤버를 갖추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르브론 제임스가 100%를 다하지 않으면 박빙에서 승리 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난 그에 대해 이렇게 대답을 하고 싶었다.
지나치게 다재다능한 그가 팀의 잠재력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스스로 희생을 강요하기엔 르브론 제임스는 지나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고, 그보다 더 뛰어난 ‘EGO’와 야심을 가진 남자였다.
BYU의 카일 콜린스워스가 아마도 르브론 제임스와 비슷한 입장이 아닐까 한다. 이미 NCAA 트리플-더블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팀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것이 결코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바로 이 점이 중요한 거다.
우린 팀으로써 완벽하다. 각자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흔히들 ‘System Basketball’ 이라 불리는 이것은 피스톤즈와 스퍼스를 거쳐 가며 발전했고, 워리어스를 통해 정점을 이뤘다.
‘결국 결론은 하나네.’
스탠리 헤이버그가 정말로 위대한 남자라는 뜻이다.
그가 이 팀을 만들었고, 날 이러한 시스템에 녹아들도록 했다. 그리고 이런 농구에서 난 어느 때보다도 큰 편안함을 느꼈다. 어쩌면 이것이 날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이 모습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삐익-!
“오펜스 파울! ”
그리고 다시 한 번, 공격권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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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 0 : 16
WSU 41 : 24 BYU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11 카이런 카트롸이트(5-11/Soph.)
G : No. 23 리차우드 기튼스(6-4/Jr.)
F : No. 22 김민혁(6-8/Jr.RS)
F : No. 21 조엘 볼럼보이(6-9/Sr.)
C : No. 12 바카리 코나테(6-11/Soph.)
VS
Brigham Young University
G : No. 01 체이스 피셔(6-3/Sr.)
G : No. 15 제이크 툴슨(6-5/Soph.)
G/F : No. 05 카일 콜린스워스(6-6/Sr.)
F : No. 21 카일 데이비스(6-8/Jr.)
C : No. 44 코빈 카우푸시(6-10/So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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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전개 된 전반전이 끝나고 다시 경기가 시작 되었을 때, 카일이 내 가까이로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그의 도발이라는 것을 가볍게 알아챘다.
전반전이 워낙에 형편없었던 탓에, 카일로써는 반전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평소의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발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 “난 부상 뒤에도 언제나 몸싸움을 꺼리지 않았어.” ] [ “하-! 지금 내가 소프트해졌다고 말하는 거야?” ] [ “난 안 그랬어. 그런데 네가 지금 그렇게 말하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도발에 넘어갈 만큼 어수룩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나는 그에게 조금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BYU는 절대로 듀크가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게임을 제대로 통제 할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난 지금, 엘보우로 진입해 패스를 쥐었다.
“좁혀! 이리로 오라고!”
기다렸다는 듯 나를 에워싸려는 BYU의 수비수들을 보며, 나는 가볍게 외곽으로 패스를 전달해 수비의 공백을 만들어 냈다. 카이런의 멋진 A패스가 골밑으로 향하고, 조엘이 코빈 카우푸시를 상대로 2점을 추가한다.
후반전 뭔가 반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BYU의 관중들이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며, 난 카일에게 대답했다.
“봤지? 난 이걸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어.”
“…….”
쓴 웃음을 지어보이는 카일을 보며 든 생각은, 그가 이런 방식의 경기를 풀어내기엔 지나칠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부상을 당했을 때 받은 메시지들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카일이 보내준 상세한 재활과 식이요법에 관한 부분이었다. 2010-11 시즌에 치른 곤자가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된 그는 10개월 동안 코트를 떠나 있었다.
몰묜교 활동을 위해 2년간 한국과 필리핀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지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분명히 그 치료와 재활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용감히 코트로 돌아와 팀을 이끄는 카일 콜린스워스를 BYU의 팬들이 사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란 샷클락이 움직이는 동안은 언제나 냉정하다.
“내가 지금 엘보우에 섰어, 카일. 너도 그래야지. 안 그래?”
“…….”
이번에는 역으로 내가 그를 도발했고, 카일이 발끈해 이에 말려들기만을 기다렸다. 일단 첫 번째 수비 포제션은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갔고, 우리의 공격이 실패한 뒤에 이어진 두 번째 시도에서 카일이 엘보우에 진입했다.
하지만 그가 절대로 모르고 있었을 사실 하나는 내가 이전 공격 상황에서 카이런에게 귀띔을 해줬다는 점이다.
[ “이봐, 카이. 카일이 엘보우로 올 거야.” ] [ “뭐?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건데?” ] [ “날 믿어. 엘보우야.” ]방금 전 패스가 카일에게 향하기 전만 하더라도, 그는 이런 내 이야기를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런이 좋은 선수인 이유는 깜짝 놀란 상황에서도 반사적으로 손을 뻗을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이었다.
무의식중에 뻗은 것이 분명한 손이 카이런의 등 뒤에서 뻗어 나왔고, 옆구리 근처에서 쥐어져 있던 농구공은 튀어 올라 막 달리기 시작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듯 주저앉은 카일을 뒤로하고, 난 앞서 달리는 기튼스에게 빠른 패스를 뿌렸다.
“으아아아아-!!”
전반전 라이언의 덩크에 잔뜩 영향을 받은 탓일까?
기튼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날카롭게 날아올라 좀처럼 지르지 않는 괴성과 함께 왼팔을 강하게 휘둘렀다. 바닥에 착지한 그가 킹콩처럼 걸으며 잔뜩 팔 근육을 과시한다.
‘이건 끝났어.’
분명 BYU는 하프타임 때, 이러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거다.
후반전 20분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우리가 전반전에 했던 득점과 그들이 당했던 실점을 그대로 되갚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희망’ 이라는 단어로 요약 할 수도 있는 BYU의 게임 플랜을 우리는 고작 1분이 조금 넘어 꺾어버렸다.
21점차로 벌어진 스코어도 스코어였지만, 심리적으로 받은 타격이 그보다 훨씬 더 커다랗게만 보인다.
‘우린 정말로 강해.’
듀크와의 경기 이후, 팀에 대한 내 믿음은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다. 지난 시즌 NCAA 정점에 올랐던 팀이자, 이번 시즌에도 정상을 노리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 있는 팀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몇 단계나 끌어 올린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의지는 미주리에 패배하던 순간에도 빛났었던 것이며, 충분히 회복한 주요 전력이 고스란히 투입 된 오늘 경기에서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조금은 감상적이 된 것만 같은 내 자신을 추스르며, 난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스! 아이스야!”
라이언이 없는 지금은 내가 전반전에 아껴왔던 에너지를 뿜어내야 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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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결과
WSU 83 : 65 BYU
(WSU 8W 1L)
(BYU 5W 3L)
Min-Hyuk Kim : 29Min(15PTS/6AST/5REB/2STL/1TO/2PF)
(6/13 FG , 2/5 3P , 1/2 FT)
(+/-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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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난 뒤, 스탠리는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경기가 우리가 역대 BYU를 상대로 치른 시합들 중에 가장 뛰어났으며, 40분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때 가장 꾸준한 에너지 레벨을 보였다고 말이다.
승리를 하고 난 뒤의 기분 좋은 시간이 지나가고 난 뒤, 우리는 샤워실에서 깜짝 스타가 된 라이언을 놀려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기념(?)으로 우리는 머리를 감고 있는 라이언의 머리에서 샴푸가 마르지 않도록 만들었다.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조엘이. 그리고 그 다음은 바카리가.
결국 짜증을 내며 우리 모두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라이언 덕분에, 한바탕 커다란 웃음이 샤워실 안에 울려 퍼졌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상황에서는 말실수를 한 사람이 최종적인 패배자가 되기 마련이다. 원정팀의 라커룸을 빠져나와 버스에 올라탔을 때, 라이언은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해했고 맥이 빠져버린 것은 오히려 듀렐이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님을 어필하기 위해 열심히 여자들의 사진을 들이밀어야만 했다.
이 모든 것들은 그저, 라커룸 안의 가벼운 장난들일 뿐이다.
“이봐, 제레미. 옆 자리에 잠깐 앉아도 될까?”
“……그래.”
가방을 치워내는 제레미는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며, 코로 긴 한 숨을 내쉬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탠리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최종적인 우리의 가비지 라인업은 듀렐-라이언-제이-다니엘-킹슬리였다.
12명의 로스터 중, 유일하게 제레미가 경기에서 뛰지 못한 것이다.
“뭘 듣는 거야? 랩?”
“프렌치 몬타나. 이번 앨범은 완전 클래식이거든. 네가 이걸 알 턱이 없지만 말이야.”
“하-! 홈에서 너와 함께 춤을 추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
그도 그랬던 것인지, 잠깐 생각하던 제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동양인이 진정한 힙합을 이해할 수는 없다며, 언젠가는 자신이 제대로 한 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난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제레미와 경쟁을 하려고 했다.
“801을 기억하지?”
“그야 물론이지. 내 아이폰에 지금 녀석들의 노래가 전부 들어 있다고.”
“녀석들을 2년 전 졸업식에 데려온 게 누구인지 잊은 거야?”
“아니, 안 되지. 그건 반칙이야. 그런 걸로 힙합을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헤이! 조금만 조용히 해 주면 안 돼?”
“…….”
이곳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의 안이라는 걸 깜빡한 우리는 한 시간 동안의 단잠을 원하는 다니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췄다.
“아무튼. 너무 신경 쓰지 마.”
“…….”
“라이언은 정말로 열심히 해 왔어. 조엘이 이를 직접 인정했지. 오늘은 그저, 그의 노력에 대한 것을 보상받은 날일뿐이야.”
“……나는 잘 모르겠어. 스탠리가 날 완전히 플랜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이거든.”
“아니. 그건 절대로 아냐.”
“네가 어떻게……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순간 목소리가 커지려고 했던 제레미가 다시 잔뜩 낮춰 물었다. 나는 거짓말이나 어설픈 위로로 그의 기분을 달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탠리와 늘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다는 것은 팀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언제나 내게 말했어. 네가 정말로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이야. 재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내가 장담하건데, 그건 정말로 사실이야.”
“…….”
“한국에서 뛰던 때의 난, 더 넓은 무대에서 뛰길 원했어. 왜냐하면, 거기에선 정말로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었거든. 그러니까, 고등학교 리그에서 말이야. 하지만 처음에 미국에 와서 느낀 건, 좆 빠지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거였지.”
피식거리는 제레미를 보며, 난 그의 어깨를 살짝 밀쳤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정말로 멋진 일이야, 제레미. 스탠리는 네가 그걸 올바로 발휘하기 위해 더 농구에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중에 네 스스로 어떠한 미래를 결정할 지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아. 그건 궁금하지도 않고. 다만, 이건 팀이라는 거야. 우린 하나라고. 누군가의 노력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염이 되고, 그것은 곧 하나의 문화가 돼.”
“…….”
“나는 네가 그런 문화에서 어울리지 못한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미안해. 그럼.”
일단은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전부 했다고 생각했다.
처음 계획했던 것 보다는 훨씬 더 순화된 표현들을 할 수 있어서 만족했고, 앞으로는 당분간 시간을 두어 제레미를 천천히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휴우- 이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네.’
진심으로, 주장이 된다는 것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요하는 자리였다.
과연 내가 그것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조금 불안하다.
‘하지만 그걸 표현 할 수는 없겠지.’
다만 오그던으로 돌아가, 좋은 사람들의 곁에서 위로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문 밖의 일들을 안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 기분전환을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내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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