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360
□ 1쿼터 5 : 09
SPURS 15 : 6 Warrior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36 마르커스 스마트(6-4/1994/2)
PG/SG : No. 11 브린 포브스(6-3/1993/R)
SG/SF : No. 17 조나단 시먼스(6-6/1989/1)
SF/PF : No. 22 김민혁(6-9/1993/R)
PF : No. 45 데이비스 베르탕스(6-10/1992/R)
VS
Golden State Warriors
PG : No. 03 코리 호킨스(6-3/1991/R)
SG/SF : No. 00 패트릭 맥카우(6-7/1995/R)
SF : No. 45 로이스 오닐(6-6/1993/R)
PF/SF : No. 50 대리언 앳킨스(6-8/1992/R)
C : No. 01 오녠 쿠즈미치(7-0/19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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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서머리그 때에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확실히 NBA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은 보통의 선수들 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서 뛰는 것만 같았다.
케이퍼 스카일스(Keifer Skyles)에게 끔찍한 출발을 선물한 마르커스 스마트는 지금까지 단 3득점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워리어스의 진영을 파괴해 버렸다. 지금만 하더라도, 스마트가 안쪽으로 파고들어 만들어낸 공간에서 우리의 득점이 이뤄졌다.
이미 오래전에 교체된 코리 호킨스(Corey Hawkins)로도, NBA 3년차를 맞이하는 이 가드를 제어 할 수는 없어 보인다.
덩달아 나 역시도, 플레이에 편안함을 느끼는 중이다.
“도박을 할 필요는 없어! Don’t Gamble!”
이미 잔뜩 혼쭐이 난 워리어스의 선수들은 스마트의 가까이로 내가 다가가는 것 자체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안정적인 수비를 지시하는 대리언 앳킨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다시 한 번 스마트를 위해 길을 열었다.
스마트의 기준으로 왼쪽 방향에 경로를 열어준 나는 곧장 몸을 돌려 탑으로 빠져나와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 패스는 코너의 포브스에게로 향해 슈팅으로 연결이 된다.
팅-!
“이런!”
비록 빗나가기는 했지만, 우리는 놀랍도록 간단한 방법으로 계속 찬스를 얻어내는 중이었다. 스크린 혹은 핸드오프 패스에 이은 돌파 하나면 어떠한 장소에서든 오픈 혹은 멀리 떨어진 위치의 컨테스트 상황에서 농구공을 쥘 수 있었다.
때로는 스마트 스스로 마무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레이업 두 개는 림을 모두 외면한 상황이다. 만약 그것들까지 들어갔더라면, 점수차는 더 벌어졌을 거다.
“헤에에-이! 파울이잖아!!”
“…….”
리바운드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로이스 오닐(Royce Oneal)이 조금 밀렸던 것 같다. 잔뜩 짜증을 내며 주심에게 항의를 하던 그는 워리어스가 디펜스 보드를 획득했다는 것을 깨닫곤, 곧장 코트를 내달렸다.
고개를 가로젓는 그는 오늘 판정에 매우 큰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자신이 서머리그 한정으로 계약이 된 신분이란 걸 깨달은 것 같다.
며칠 전 케빈 듀란트가 워리어스를 자신의 행선지로 선택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고, 워리어스와 계약 된 선수들은 팀에 남은 자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최소한 연계된 D-리그로 향해 추후 10일 계약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가려면, 판정에 짜증을 내기보다는 플레이 자체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로이스 오닐의 노력은 금세 빛이 바래버리고야 만다.
“Shit!!”
“Let’s go, Let’s go, LET’S GO!!”
중간에 패스를 가로챈 조나단 시먼스가 경합 끝에 농구공을 획득하고, 팔을 빙빙 돌려가며 빠른 공격을 요구하던 배키 해먼은 내가 윙으로 달려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를 이었다.
“KIM! RUN WING!”
“…….”
그래서 난 달려가던 방향을 바꿔 윙으로 이동했다.
워리어스의 빠른 백코트에, 속공의 마무리가 여의치 않았던 시먼스가 우선 바깥으로 패스를 돌린다. 이것은 뒤따라오던 스마트에게로 이어졌고, 그는 재빨리 선택을 해 다시 한 번 내게 농구공을 보냈다.
슈팅을 던지기엔 근처에 수비수가 있어 여의치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슈팅포지션으로 살짝 옮겨가는 페이크를 통해 패트릭 맥카우를 벗겨냈다.
‘비었어-!’
그리고는 곧장 드리블을 하며 안쪽으로 파고든다.
정면에는 오녠 쿠즈미치(Ognjen Kuzmic)가 정신없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그는 곧 나를 발견하곤 오펜스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노차징에어리어 바로 바깥에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어쩌나.’
난 특별히 직접 마무리를 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기회야, 쏴!!”
“…….”
나의 패스는 곧장 코너에 자유롭던 조나단 시먼스에게로 향했고, 자유로운 상황에서 쏘아진 그의 3점 슈팅은 멋진 궤적을 그리며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썩-!
“휴우- 제길. 헤이! 타임-아웃!”
삐이이이이-
결국 1쿼터 6분 만에, 워리어스가 두 번째 타임아웃을 외쳤다.
그들은 분명 NBA 최고의 팀이지만, 최소한 서머리그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강한 것 같았다. 벤치로 돌아가는 길, 자리에서 일어난 모든 선수들이 코트에서 뛴 우리들을 맞아준다.
“Nice Job. Keep work, keep work.”
“멋진 패싱 게임이었어. 그렇지 않아?”
“그러게. 마치 몇 년은 손발을 맞춘 느낌이라니까? 이건 매우 쉬운 일이었어.”
어느덧 12점차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우리의 벤치는 여유가 넘쳤다. 이는 단순히 스코어에서 앞섰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내용 자체도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나는 아직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아직은 조바심을 느끼진 않는다. 어차피 유타 서머리그에서 많은 득점을 가져갔었다. 그냥 지금은 철저한 롤-플레이(Role-Play)를 통해, 스마트와 함께 뛰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실제로도 베키 해먼은 이러한 부분을 칭찬했다.
“아주 잘했다. 우린 완벽한 하나의 팀이었고,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해냈다.”
“…….”
“선수를 바꾸겠다. 마르커스, 조나단, 킴. 너희 셋이 쉬는 동안에 윌과 리비오. 그리고 자넬이 나선다. 벤치에서 지금 투입되는 녀석들은 지금까지 지켜본 플레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건 아주 좋은 게임이고, 그게 망가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항상 머릿속에 엑스트라 패스를 그리고, 스크린. 스크린. 스크린. 그리고 리바운드.”
서머리그의 로스터 제한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린 총 19명의 선수단을 구성해 라스베가스로 향한 상태이다. 10일 동안 최대 6경기를 치르게 되는 빡빡한 일정이기에, 많은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을 안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배키 해먼은 윌 커밍스와 리비오 쟝-샤를. 그리고 자넬 스톡스(Jarnell Stokes)를 투입 해 경기력의 변화를 꾀하려고 했다.
아마도 좀 더 수비적이고, 끈적끈적한 팀이 되지 않을까 했다.
“우린 STS를 사용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좀 더 많은 스크린. 좀 더 많은 스크린. 그게 바로 내가 코트 위에서 보고 싶은 부분이다. 이해했겠지?”
“…….”
“좋아, Let’s Go!”
작전타임 종료 전에 코트로 선수들을 들여보내는 배키 해먼은 STS(Screen The Screener)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격 작업을 전개하려는 것 같았다. 브린 포브스를 제외하면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스크린플레이에 좀 더 힘을 주는 듯 했다.
난 동료들을 향해 목소리를 한 번 높였고, 다시 벤치로 돌아오는 길에 중계석에 앉아있는 R.C 뷰포드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의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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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밴 건디 – ESPN의 코멘테이터)
“저는 조금 다른 것을 물어 보겠어요. 지금 화면에도 나왔지만, 스퍼스는 현재 팀 내부적으로 킴의 리더십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고 하더군요. 유타 서머리그에서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면서요?”
(R.C 뷰포드)
“틀림없는 사실이죠. 우린 그를 사랑해요. 모두가 다 그렇죠. 그는 대학에서의 매우 많은 경험이 있고, 늘 발전하고 성장한 매우 독특한 케이스죠. 킴이 가진 향상심은 주변을 전염시켜요. 물론 NBA에서 그것을 발휘하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우리가 바랐던 바로 그대롭니다.”
(마크 잭슨 – ESPN의 코멘테이터)
“일부에서는 카일 앤더슨을 내보내고, 다른 카일 앤더슨을 추가했다고 하더군요.”
(R.C 뷰포드)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물론 저는 카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가 시카고에서 잘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킴은 카일과는 전혀 다른 유형이에요. 가장 큰 차이점은 슈팅을 던질 줄 안다는 거죠.”
(제프 밴 건디)
“하지만 그는 오늘 슈팅을 전혀 던지지 않았는데요.”
(R.C 뷰포드)
“하하. 그러게 말이요. 그래도 그가 좋은 슈팅을 가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그렇죠?”
(마이크 브린)
“이번엔 제가 질문을 하죠. 킴이 가진 특별함이 뭐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전 킴의 경기를 몇 번 중계했었죠. 만약 제게 묻는다면, 몇 가지를 대답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의 의견이 궁금해요, R.C. 킴이 밀워키를 지나쳤을 때, 어땠나요?”
(R.C 뷰포드)
“사실 패닉이었죠. 우리 모두는 그가 당연히 벅스에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가 밀워키를 지나쳤을 때, 우린 트레이드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리곤 마법과도 같은 놀라운 일이 일어난 거죠.”
(일동)
“하하하.”
(R.C 뷰포드)
“정말이에요. 만약 여러분들이 현장에 있었더라면, 마법이라는 단어 외로는 표현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덕분에 우린 파우를 데려 올 수 있었고, 마르커스 스마트라는 젊고 유능한 가드 역시 추가했죠. 그리고 킴도요.”
(제프 밴 건디)
“저는 사전에 계획 된 트레이드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어요. 정말 그 짧은 시간에 세 팀을 끌어들여서 테이블에 앉혔다는 겁니까? 트레이드의 밸런스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요! 시간이 흐르면 진짜 승리자가 가려지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좋아 보이죠.”
(R.C 뷰포드)
“제가 장담하건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바쁘고 머리가 아팠던 시간이라 말하겠어요. 아무튼 스퍼스는 이로 인해서 더 젊어졌고, 우린 다음(NEXT)을 바라 볼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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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갑자기?”
“아냐, 아무것도.”
살짝 몸을 떨며 귀를 후벼 파기 시작하자, 덩달아 놀란 시먼스가 질문을 던져왔다.
누가 내 욕을 하고 있는 건가?
“오-!”
“파울을 하지 마! ……이런!!”
일방적이었던 경기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자비어 헨리(Xavier Henry)와 랜드리 필즈(Landry Fields)를 투입하면서,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두 남자 모두 NBA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었고, 각자의 이유로 현재는 NBA 무대에 복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자비어 헨리는 2010년 전체 12순위로 멤피스에 지명이 되었고, 랜드리 필즈는 2010년 전체 39번째다.
실패한 로터리의 대명사 중 하나가 되어버린 자비어는 D-리그와 유럽 무대를 전전하는 중이었고, 데뷔시즌 9.7득점과 6.4리바운드. 39.3%의 3점 슛 성공률로 깜짝 활약을 보인 랜드리 필즈는 커리어 엔딩 부상을 입은 상황이다.
하지만 둘 모두, 서머리그에서 어린 선수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한 기량들이었다.
“지금 난 코트위에 있었어야 해.”
“뭐?”
“으, 응? 아냐 아무것도.”
이번에도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는 나를 시먼스가 조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코트의 상황에만 집중했다.
스마트에게 굴욕을 당했던 케이퍼 스카일즈가 분풀이라도 하듯 윌 커밍스를 잔인하게 괴롭히고 있다. 이번에도 그는 볼을 빼앗은 것에 성공했고, 스스로 직접 속공에 참여를 해 레이업을 올려놨다.
18 : 6이었던 스코어가 불과 2분 만에 20 : 16이 되고, 결국 배키 해먼은 타임아웃을 외쳤다.
“…….”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새로운 작전을 지시하는 동안에도, 선수를 교체할 기미는 전혀 없어보였다. 그저 지금은 인사이드에서 우리가 훨씬 더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만큼, 템포를 죽이고 차분하게 공격을 하란 말뿐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나의 로테이션은 철저히 지켜질 것만 같았다. 벤치로 돌아오는 길, 나는 라커룸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사이클 머신이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휴우- 이건 또 나름대로 문제네.’
만약 NBA의 시즌이 시작된다면, 난 얼마만큼의 출전 시간을 얻게 될까?
서머리그에서야 주전으로 뛰지만, NBA에서는 분명 벤치에서 출발을 할 텐데 말이다. 아직 팀의 로스터가 완성이 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정확히 예측을 해 볼 수는 없다. 허나, 내가 팀의 10번째 혹은 11번째 선수가 될 거라는 건 확실했다.
일반적으로 이정도 위치의 선수가 보장받는 시간은 잘 해봐야, 경기당 10분 정도이다. 만약에 팀이 시즌 중 가비지를 많이 만든다면, 이는 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래봐야 기껏 2분 정도이겠지만 말이다.
‘초조해 하지 말자, 민혁아. 초조해 하지 마.’
여기까지 멋대로 생각을 잇고 나니, 자꾸만 초조해져 견딜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침착함을 유지하자고 세뇌를 해보지만, 계속 머릿속에서는 직접 출전을 했을 때 좀 더 많은 슈팅을 가져갔어야만 했는가라는 의문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진 나는 시먼스에게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바닥에 있는 농구공을 하나 주워들어, 통로의 앞으로 걸어가 드리블을 시작했다.
이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러지 않고서는 내가 못 견딜 것만 같았다.
‘본래라면 지금쯤.’
만약에 여기가 WSU였다면, 지금쯤 콜린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곤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는 유익한 대화를 통해, 나의 이런 불필요한 생각을 날려버렸을 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랬을 거다.
그렇지만 여긴 NBA이다. 사이클 머신이 없듯, 콜린 레스터라는 자상한 남자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조금 짜증이 났던 것뿐이다.
투웅-! 투웅-!
드리블을 하는 손에 조금 힘을 주어, 농구공이 바닥에 퉁기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 본다. 그렇게 나는 1쿼터 끝나는 순간까지, 코트사이드에 서서 드리블을 계속 했다,
다시 벤치로 돌아왔을 때, 22 : 22 동점을 허용한 배키 해먼이 말했다.
“로테이션을 조금 앞당기지. 마르커스, 킴? 너희 둘이 일단은 코트에 나선다.”
“…….”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생각했다.
우선은 짜증을 가라앉혀야만 한다고 말이다. 코트에서 분노한 것처럼 뛰어다니는 것보다 바보 같은 일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벽은 언제나 나타났다. 하나를 넘어선다고 해서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숨을 돌릴라치면, 저 멀리에서 더 높고 험한 장벽이 나타나 나를 가로막고 있다는 걸 깨닫곤 했다.
“후우- 후우-”
“헤이, 이봐. 너 괜찮아?”
코트에 다시 들어서기 전, 사이드라인 바깥에서 심호흡을 하던 나의 곁으로 배키 해먼이 다가와 물었다.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전 괜찮아요. 익숙하거든요.”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다녀오죠.”
조나단 시먼스에 이어, 배키 해먼마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은 정작 내가 과거에 만났던 NBA의 사람들처럼, 영문 모를 행동을 남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이 재미있었던 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2쿼터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대리언 앳킨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봐, 대리언.”
“?”
“조심해. 내가 지금 막 변신을 끝냈거든.”
“……무슨 개소리야?”
“기억을 못하는 거야? 그럼 말고.”
대리언 앳킨스는 본인 스스로가 뻔뻔한 모습으로 내게 빌런이라 말했으면서, 변신을 완료했다는 이야기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뭐, 괜찮다.
‘난 슈팅을 좀 던져야 되겠어.’
곧 있으면 그가, 모든 것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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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쿼터 2 : 12
SPURS 28 : 24 Warrior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36 마르커스 스마트(6-4/1994/2)
PG/SG : No. 11 브린 포브스(6-3/1993/R)
SF/PF : No. 28 리비오 쟝-샤를(6-9/1993/R)
SF/PF : No. 22 김민혁(6-9/1993/R)
PF/SF : No. 19 자넬 스톡스(6-7/1994/2)
VS
Golden State Warriors
PG : No. 22 케이퍼 스카일스(6-0/1993/R)
SG/SF : No. 07 자비어 헨리(6-6/1991/5)
SG/PF : No. 02 랜드리 필즈(6-7/1988/5)
PF/SF : No. 50 대리언 앳킨스(6-8/1992/R)
C : No. 15 다미안 존스(7-0/1995/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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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쿼터 2분 만에 첫 득점을 성공한 나였지만, 사실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활활 불타는 의욕으로 시작을 했건만, 리비오와 자넬이 나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리비오는 도와주고 싶지 않아했고, 자넬은 도와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편이 옳다.
“헤이!! 헤이!!!! 헤에에이!!!”
지금도 난 코너에 서서 자유로운 상태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서 포스트업을 취한 리비오 쟝-샤를은 날 못 본 채 하는 중이다. 도저히 못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니, 이렇게 표현을 한 것이다. 나는 그를 동료로 여겼지만, 그는 날 경쟁자로 생각하는 중이다.
어설픈 슈팅이 림을 외면하고, 다미안 존스에게 리바운드를 빼앗기는 모습에 나는 그만 욕설을 내뱉고야 말았다.
“FUCK!!”
그것은 하필 배키 해먼의 바로 앞이었고, 팔짱을 낀 자세로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벤치에 손짓을 해 선수 하나를 코트로 불렀다. 마찬가지로 이번 라스베가스 캠프에 새롭게 합류한 줄리안 와쉬번(Julian Washburn)이다.
어쩌면 다시 내가 벤치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했는데, 스마트의 킥볼 상황에서 코트를 떠난 건 오히려 리비오 쟝-샤를 쪽이었다.
벤치로 향하는 그에게 걸어간 배키 해먼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경기에 집중했다.
“잠깐, 나 기억났어.”
이런, 빌어먹을.
“풉- 변신 완료라고, Huh? 우우- 그거 무서워서 아주 오금이 저리는데?”
“…….”
아아, 젠장. 쪽팔리게 이게 뭐람.
넘쳤었던 의욕은 리비오와 자넬의 이기적인 플레이 몇 번으로 인해 빠르게 식어버린 상태였고, 하필이면 이 때 빌런과 영웅의 이야기를 떠올린 대리언 앳킨스는 쉬지 않고 입을 움직이며 날 비꼬기 시작했다.
“우-! Super Hero! Help me, Help me. 낄낄낄.”
당장이라도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사실상 백기를 들어 올리는 셈이 된다. 지금은 이것을 꾹꾹 눌러 담으며, 참아야만 할 때였다.
문제는 여전히 코트에 리비오와 자넬이 있다는 것이었고 말이다.
지금까지 담아놓은 것들을 폭발 시킬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생길는지 모르겠다.
“저기에 저 여자 보여? 너한테 구해달라고 했는데, 네게 실망해서 아예 빌런의 여자가 되기로 결정을 했다는데? 음-! 아주 맛있어.”
“…….”
“Yup! 슈팅이 들어갔다고, 영웅나리. 하하하.”
정작 워리어스의 공격을 성공시킨 것은 케이퍼 스카일스였는데, 엉뚱한 대리언 앳킨스가 으스대고 있는 모양새였다.
난 잔뜩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베이스라인에 섰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스마트가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경기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유심히 살폈던 것 같다.
“에이, Dude.”
“??”
“저 프랑스 녀석이 널 짜증나게 하는 거야, 그렇지?”
“말해서 뭣하겠어. 우린 동료잖아! 안 그래?”
투웅-
미소와 함께 농구공을 퉁긴 스마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간단한 계획이야. 팝(Pop)을 하자.”
“팝?”
“그래. 넌 오늘 내게 아주 헌신적이었고, 이젠 내가 널 도울 차례야. 저 프랑스 녀석보다는 네가 훨씬 더 좋으니까. 저 빌어먹을 녀석은 오늘 쓸데없이 공과 공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저런 게 제일 싫어!”
“……알아서 모시죠.”
나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리비오에게 실망한 스마트는 자신이 사인을 주겠다고 말했다.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선 나는 로포스트에 자리를 틀었고, 틈틈이 탑을 바라보며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스트업을 하는 자넬 스톡스와 윙에 서서 패스만 기다리는 리비오 쟝-샤를 모두, 자기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인다.
반대쪽을 슬쩍 쳐다봤던 스마트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오고, 자연스레 자넬과 리비오의 자리는 윅-사이드가 되어버렸다.
‘Ay, Dude.’
나는 지금 스마트의 눈빛이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고 생각했다.
대리언 앳킨스를 뿌리치며 오른쪽 30도 지점으로 움직였고, 그가 윙으로 돌아나갈 수 있도록 스크린을 섰다. 그리곤 약속한 움직임대로 팝을 통해 정면 아크라인 밖으로 움직였다.
평소보다 다소 느린 움직임으로 대리언 앳킨스를 유혹한 스마트는 몸을 오른쪽으로 빙그르 돌려 두 명의 수비수 틈을 빠져나와, 탑에 자리 잡은 내게로 정확한 패스를 보내주었다. 비록 매끄럽거나 완벽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
뒤늦게 컨테스트를 시도하려던 대리언 앳킨스는 손만 살짝 들어 올린 채, 공을 쫓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어서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나는 점프를 했던 위치에 가만히 서서 왼팔을 뻗은 채로 기다렸다.
철썩-!
바로 이 소리가 들려오기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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