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468
467화
62. Deep Breath (5)
오늘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WSU에서 뛰던 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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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랜드)
“Aldridge Again!! Oh- Mamma!! 스퍼스가 12-0 Run을 기록하며 차이를 더욱 벌립니다! 이 패스를 좀 보세요! 한 손으로 강하게 안쪽으로 뿌렸습니다. 멋진 타이밍 이었고, 매우 빠르고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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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3쿼터 7 : 06
SPURS 79 : 60 MAV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05 디죤테 머레이(6-5)
SG : No. 20 마누 지노빌리 (6-6)
SF : No. 02 카와이 레너드(6-7)
SF/PF : No. 22 김민혁 (6-9)
PF/C : No. 12 라마커스 알드리지(6-11)
VS
Dallas Mavericks
PG : No. 05 J.J 바레아(6-0)
PG/SG : No. 30 세스 커리(6-2)
SF : No. 40 해리슨 반즈(6-8)
SF : No. 10 도리안 피니-스미스(6-8)
PF/C : No. 07 드와이트 파웰(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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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원을 얻어낸 알드리지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댈러스는 오늘 엘보우에서 뛰는 날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고, 3쿼터에는 피니-스미스와 드와이트 파 웰, 제로드 우소프와 같은 이들이 번갈아 투입 되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오늘 만큼은 내가 핸들러가 되도록 양보 한 카와이와 알드리지를 가장 첫 번째로 보 기 시작한 것도 경기가 수월하게 풀려간 이유였던 것 같다.
지금처럼 직접적인 어시스트 패스로 이어 지던 아니면 엑스트라 패스로 다른 곳에서 찬스가 나던 간에 상관없이, 3쿼터에 우리가 전개하는 대부분의 공격은 엘보우에서의 날 거쳐서 이뤄지는 중이었다.
는 물론이고 다양한 컷(Cut) 과 핸드-오프 패스, 스크린 등을 통해 언제 어떠한 곳에서고 기회를 만들었다.
어떤 날 유독 잘 풀리는 시합이 있는데, 오늘이 아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매번 오늘 같을 수는 없을 거다.
“빌어먹을……
거칠게 이마를 문지르는 릭 칼라일이 고개를 들어 올려 전광판에 적힌 숫자를 슬쩍 확인했다. 2쿼터 종료 때만 하더라도 추격 권에 있었던 스코어는 3쿼터에 접어들면서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기운 상태다,
이제는 어느새 80 : 60, 양 팀의 차이는 20점까지 멀어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진행이 되면 4쿼터가 통째로 가비지가 될 수도 있다. 암만 원정이라도 그런 방식의 패배는 팀 사기와 케미스트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댈러스의 입장에서는 가장 원하지 않는 장면이겠지만, 반대로 말해 우리가 가장 바 라는 일은 3쿼터에 좀 더 힘을 내고 4쿼터를 통째로 쉬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이들이 많으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도 이득이다.
“What the fu – 헤-이!!!”
1쿼터 혜성처럼 코트에 나타난 요기 페 럴은 어느새 잠잠해져 지금은 벤치로 물러난지 시간이 제법 되었다. 마르커스 스마트와 대니 그린이 강한 압박으로 그에게서
여러 개의 실책을 유도해냈고, NBA 데뷔 전을 치르는 루키 가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기왕이면 전후관계가 바뀌었다면 좋았겠지만, 그에겐 불행히도 하프타임 전이 천국 이었다. 로테이션이 망가진 댈러스가 계속 해서 변화를 주곤 있으나, 우리의 수비 집중력은 현재 시즌 후 가장 좋은 느낌이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해리슨 반즈에게로 향 하던 농구공을 카와이가 가로채버렸다. 재 빨리 속공이 전개되고 아크라인 바깥에서 내가 패스를 받아 슈팅을 던져보지만, 밸런 스가 좋지 못했다.
슈팅이 떠나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골밑에 우리 선수가 더 많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본다. 많이 짧았던 농구공은 림의 앞부분을 스치듯 맞으며 그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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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랜드)
“킴- For 3! 아니네요. 그렇지만 카와-이!! 풋백 득점으로 멋지게 마무리를 합니다! 이제 15-0 Run으로 더욱 달아나는 스퍼스! 이 소리를 좀 들어 보시죠! AT&T 센터가 거의 폭발할 것 같습니다!”
(션 엘리엇)
“최소한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만 두고 본 다면, 오늘 시합이 스퍼스의 시즌 최고 경기
입니다. 역할 분배가 완벽하고, 무엇보다 수비가 엄청나요. 바로 이러한 모습을 우리 모두는 그동안 보고 싶었죠. 사실, 아주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백코트의 수비는 스퍼스가 지난 10년 동안 가져 온 문제였죠. 경기 초반에는 좋지 못했지만,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스마트-머레이. 이 두 명의 젊은 가드가 중심을 제대로 잡았죠. 멋집니다!”
(빌 랜드)
“레너드와 알드리지가 각각 16점. 그리고 킴이 12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9어시스트가 더 마음에 드네요! 저희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Fox Sports Southwest, 여 긴 AT&T 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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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칼라일의 의중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그들은 마지막 희망을 남은 4 분여에 한 번 더 걸어볼 것 같았다. 벌써 경기를 포기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르니까 말이다. 다만, 그 방법을 찾으려면 꽤나 머리를 써야 할 거다.
반면에 우린 천천히 경기를 마무리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포포비치는 벤치로 걸어와 내게 휴식을 줬고, 로테이션과 휴식에 대해 배우고 있는 난 이를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 대신해 베르탕스가 코트에 투입이 되었는데, 그가 뛰는 우리 스퍼스는 또 다를 것이다. 카와이와 알드리지의 1: 1이 늘어 나고, 마누가 이젠 리딩을 전담할 거다.
“…우린 아주 잘하고 있어! 댈러스를 완 전히 무장해제 시키기 까진, 계속해서 이런 수비를 봤으면 좋겠군. 가 봐! 정말로 아주 잘 하고 있어.”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감독이 딱히 할 일 이 없다. 코트 위에서 패스가 돌아가는 것 이라든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수준 모두 마음에 딱 들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폽의 지금 지시는 대부분 사기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작전타임 종료를 20초 이상 남겨 둔 상 황에서 코트로 먼저 내보나자, 벤치의 앞에서 마누가 다른 이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나눴다. 전형적인 마누의 모습이다.
타월을 받아들어 어깨에 두르고, 비타민 워터 하나를 손에 든 채로 자리에 앉아 스마트와 잡담을 나눈다. 토니의 돌발적인 행 동으로 한 때 긴장감이 가득했던 벤치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풀어져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어진 댈러스의 공격에서 세스 커리가 롱 2를 성공시켰지만, 우린 곧 카와이의 3 점으로 응수를 했다. 결과적으론 우리가 1 점 더 이득이다.
“예아-!! 바로 그거라고!!”
아마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 벤치는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이렇게 열정적인 호응을 보여줄 거다. 갑자기 추격을 허용한다거나 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 라면, 오늘 댈러스 경기는 축제나 다름없다.
그리고 다시 수비에서 카와이의 멋진 수비가 해리슨 반즈의 레이업을 블록 해내자, 괜히 과장해 액션을 취해보이던 우린 잠깐 행동을 멈추고 이후의 상황을 주목했다.
페인트 존 안에서 치열했던 상황 뒤에 가장 작은 J,J 바레아가 리바운드를 획득해 골밑슛을 집어 던졌는데, 이번에는 알드리지가 이를 막아냈다.
들썩이는 관중석 이상으로 벤치에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서 있던 우린 흥분했고, 바 깥으로 튀어나온 볼을 손에 쥔 마누가 어느 새 전방을 달리던 머레이에게 이를 연결했을 때에는 한 목소리가 되어 외쳤다.
“레이업은 안 돼-!!”
“덩크 하라고!!!”
이건 순전히 우리가 즐기고 싶었기 때문 이었고, 만약 레이업을 했다면 두고두고 놀 림을 받았을 머레이는 이런 외침을 들었는 지 제 자리서 뛰어 올라 투핸드를 꽂아 넣었다.
이젠 난리도 아니다.
25점차로 벌어진 스코어도 스코어이지만, 수건을 휘두르고 마치 클럽의 한복판처럼 서로를 밀치며 즐기고 있는 우린 확실히 이곳의 에너지를 코트로 내보내고 있었다.
농구는 때로, 이렇게 쉽고 재미나가 바뀌 기도 하는 법이다.
‘뭐 그러다가도.’
끔찍한 악몽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마치 오늘, 요기 페럴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마 그럴 거다.
++++
□ 경기 결과
SPURS 109 : 88 MAVS
Min-Hyuk Kim / 23분 32초
: 12PTS/9AST/4REB/2TO/3PF
: 5/12 FG, 1/5 3P, 1/1 FT
: +/-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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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Post Game Interview
1. 그렉 포포비치
On 대승
“사실 조금 걱정했어. 그러니까, 1쿼터에 말이야. 요기라는 녀석이 우리를 압도했지. 사실 그 때 분위기가 좋지 못했어. 뉴올리 언즈와의 경기가 떠올랐지. 하지만 모두가 힘을 모았고, 이를 잘 극복했어. 첫 3분 이 후 보여준 수비에 매우 만족해.”
On 토니 파커
“응? 부상은 아냐.”
On 토니 파커
“일단 벤치에서 쉬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지. 그러고 나서 녀석이 멋대로 머리를 식히 러 가더라고. 그리고는 돌아와 다음부터는 달라질 거라고 말했어. 난 휴식을 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지. 아마 다음 경기는 잘 할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니고, 토니잖아?”
On 김민혁의 9어시스트
“이번 시즌 트리플-더블도 한 녀석이야. 언제든 그런 패스를 보여 줄 수 있다고. 그것이 딱히 새삼스럽지는 않아. 그래도 분명 멋진 경기였지. 엄청난 녀석이야. 가끔 녀석 이 경기를 이해하는 수준을 보면, 내가 얼마나 큰 행운을 거머쥐었는지를 깨닫게 돼. 그러니까, 우리 스퍼스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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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이 잘 들어가지 않아 100%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에게 80점은 줄 수 있던 시합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제 우리는 모레, 오클라호마 씨티 썬더를 이곳 AT&T 센터로 불러들여 시즌 48번째 시합을 치른다.
NBA의 첫 번째 시즌도 어느덧 절반에서 좀 더 지나갔고, 이 상황에 되기까지 고작 3개월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한국에서는 늘, 아마추어 농구의 일정이 터프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정작 NBA에 오고 나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응? 뭘 하는 거야? 집에 안 가?”
“난 오늘 조금 남으려고. 먼저 가도록 해.”
“Man, 폽이 뭐라고 하지 않겠어?”
“하하. 그럼 그 때 돌아가야지. 좋은 시합 이었어, Buddy. 잘 자.”
“그래, 너도. 운전 조심하고. 알겠지? 벨 트를 꼭 매라고!”
스마트도 오늘은 스스루에게 만족스러운 하루였을 거다. 모처럼 야투율이 60%를 넘었고, 아크라인 밖에서 던진 3개의 3점 슛 모두도 통과시켰다. 거기에 언제나처럼 백 코트에서 보여주는 수비기여는 빼놓을 수 없다.
매번 이렇게만 뛸 수 있다면, 폽도 조금은 더 쉽게 스마트의 선발을 결정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시즌 36%의 야투율을 지닌 가드는 선발로 뛰기엔 많은 하자를 담고 있다.
아무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농담을 던지고 떠난 스마트를 보며, 난 가방을 둘러매고 걸음을 옮겼다. 방향은 주차장이 아닌, 연습장이 있는 쪽이었다.
“응? 퇴근을 하는 게 아니었어요?”
“조금만 더 움직이고 가려고요. 오늘 얼 마 안 뛰었잖아요?”
“오, 그럼. 당장 준비를 시켜 놓을게요.
천천히 와요. 알겠죠?”
“고마워요, 짐.”
야간 시간 관리인 중 하나인 짐 색스(Jim Sachs)가 허둥지둥 달려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괜히 스태프들을 귀찮게 만드는 건가 싶어 조금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도 좀 아쉬웠다.
스테이시에게는 먼저 자고 있으라며 이야기를 해두었고, 오늘 경기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친구들과 TV를 통해 시청한 그녀는 너무 늦지 말라며 답장을 보내왔다.
분명 불이 꺼져있었을 것이 분명했던 체 육관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고, 농구공이 가득 담긴 바구니도 두 개나 준비되어 한쪽 코트에 세워져 있었다.
‘자, 어디 그럼.’
현재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은 상태였고, 자정 무렵까지만 슈팅을 던지다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내일 오전 슈팅 어라운드는 취소가 된 상황이고, 오후나 되 어야 팀이 모여 훈련을 하고 비디오 세션을 진행하게 될 거다.
개인적으로 슈팅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이기에, 지금 내겐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OKC와의 경기도 분명 어려울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토니가 어떻게 러스를 막아낼는지가 궁금했다.
아니, 아마도 둘은 매치업 되지 않을 거다.
‘대니겠지.’
아니면 카와이거나 말이다.
토니는 아마 높은 확률로 안드레 로버슨 (Andre Roberson)을 막게 될 거다. 공격력이 0에 수렴하는 이 포워드는 미스매치 상황에서도 1 : 1을 전개할 능력이 없었다. 대니 그린과 카와이가 번갈아가며 러스와 올라디포를 막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내 상대는 같은 드래프트 동기 인 도만타스 사보니스다. 그리고 그에게는 약간 갚아줘야 할 빚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 여기에서 뭘 하나?”
” 이크-!”
첫 번째 슈팅을 막 쏘아 올리던 찰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삐끗해버린 난 슈팅을 흘리듯 떠나보냈는데, 포물선은 예 정 된 거리의 절반밖에 가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해 버리고야 말았다.
착지 후에 몸을 돌려보니, 퇴근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보이는 포포비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 칩의 말이 맞았군.”
“…그가 뭐라고 했는데요?”
“종료 전에 자신에게 슈팅에 관한 것들을 물었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칩은 폽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 ” 남을 기세던데요? ” ]
예리한 것을 떠나, 확실히 이곳 스태프들은 포포비치에게 비밀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보니, 괜히 내가 방정맞았다는 생각도 든다.
“넌 불과 이틀 전엔 환자였어. 그리고 다시 첫 경기를 했지.”
“…누가 보면 한참을 쉰 줄 알겠어요.”
“꼬마! 넌 루키야. 이 곳에 적응하려면 아직 많이 남았다고.”
“네, 전 루키죠.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거예요. 더 나아질 수 있다 믿으니까요.”
“네가 대학교 4학년이었다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포포비치의 농담에 난 고개를 떨어트리
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천장을 뜻하는 실링(Ceiling), 잠재력이란 뜻 그 자체의 포텐셜(Potential), 위를 뜻하는 업사이드 (Up-Side). 이 모두 드래프트에서 많이 활 용되는 용어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늘 젊고 어린 선수들에게 달라붙는데, NBA의 풍조 자체가 이런 세 단어를 워낙에 좋아하다보니 보통 대학에서 오래 뛴 선수들은 크게 인기를 끌지 못 한다.
대학에서 보여준 모습이 선수의 최대치 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 그보다는 제가 여전히 23살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은데요. 그리고 최소 12 년은 NBA에서 더 뛸 수 있을 거란 사실도요.”
“12년? 고작 꿈이 그것밖에 안 되나?”
“Damn, 폽. 전 티미나 마누처럼 노예가 되는 건 딱 질색이라고요.”
“허-! 건방진 꼬맹이로고. 내일 당장 R.C에게 트레이드를 알아봐 달라 해야겠어.”
“우-! 기왕이면 따뜻한 동네로 알아봐 줘요.”
“…”
입을 떡하고 벌린 채로 날 쳐다보던 포포비치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 숨을 푹 내 쉬더니,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흘끗 확인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잠깐 밖으로 빼내어 누군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난 당연히 그가 혼자서 퇴근을 하는 것이 라 생각을 했었는데, 잠시 뒤에 폽과 함께 연습장으로 들어선 남자는 다름 아닌 RC 뷰포드였다.
“음, 제가 지금 혼나는 건가요?”
“혼나? 그 반대야. 상을 주지. 뭘 먹을 텐가?”
“…죄송한데 뭐라고요?”
경기가 끝났으니 어차피 애프터 밀 (After Meal)을 먹어야 하지 않느냐는 게 포포비치의 말이었다. 그야 맞는 말이다. 경기를 치르고 나서 생기는 근육과 에너지의 손실을 막기 위해, 우리는 끝난 시간이 언 제가 되건 많은 양의 식사를 섭취한다.
그래서 우린 밤 8시 30분이나 10시가 넘 어서 치러지는 시합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면 대부분 자정이거나 그 보다 더 늦은 시간이 되는데, 뭔가를 먹기 엔 매우 애매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홈경기에나 이런 고민을 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고, 원정을 떠나는 날 이면 대부분 버거나 주문한 도시릭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어쨌든 나는 보통, 경기 뒤엔 붉은 고기와 포도 주스. 그리고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을 보충할 수 있는 사이드메뉴를 선호했다. 가장 좋아하는 건 구운 감자와 약간의 밥이다.
“좋아, R.C? 내 메뉴는 알겠지?”
“물론이죠, 폽. 오랜만에 배달을 시켜서 여기에서 먹겠는데요?”
“그것도 나쁠 건 없지.”
전화기를 꺼내든 R.C 뷰포드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포포보치는 스태프 중에 하나가 로부터 음식을 포 장해 가져 올 거라 알려 주었다. 이 시간에 마리아의 음식을 맛보는 건, 정말로 큰 축 복 중에 하나였다.
상이라는 포포비치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에, 난 미소를 지어보이며 농담을 몇 마디 더 던졌다.
“자넨 가면 갈수록, 티미를 닮아가는군. 이 말도 내가 지겹게 하지 않았나?”
“전 좋은데요, 뭐. 전 티미가 좋아요.”
“흥-! 부인에게 꼭 그 말을 전해주지.”
밖으로 나갔던 R.C 뷰포드가 다시 돌아 오고, 난 훈련을 계속 해야하는 지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게 되었다.
“계속 하게. 우린 저쪽에서 잠깐 이야기를 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뭘, 내가 오히려 고맙지.”
R.C 뷰포드와 포포비치가 연습장에 마련 된 벤치로 걸어가고, 다른 쪽 복도로 향하는 문이 열리더니 야간 관리인 몇 명이 비 어있는 코트의 한 쪽에 간이 테이블을 차리 기 시작했다. 저런 것도 있나 싶었는데, 오
랜만이라던 뷰포드의 말이 순간 떠올랐다.
아마도 이 둘은 때때로 이곳에서 저 간이 테이블을 펴놓고 늦은 식사를 해왔던 것이 틀림없다. 스퍼스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은 두 남자의 일상에 내가 숟가락을 얹는 다는 게 어쩐지 감동으로 다가와 벅찬 기분 도 들었다.
이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슈팅을 던져도 된다는 생각에, 난 바구니에 담긴 농구공을 빠르게 하나 집어 들었다.
식사를 하게 될 테니, 연습 시간은 그만큼 더 부족했다.
‘휴우- 칩은 밸런스가 문제랬어.’
오늘 경기에서 난 상당히 많은 야투를 놓쳤다. 대부분이 풀업이나 퍼리미터 상황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하면, 슈팅 대부분은 내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것들로 채워진 셈이다.
컨테스트의 유무야 뭐 늘 있는 일이라, 딱히 중요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수비수를 달고 뛰어오르는 슈팅의 정확 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스스로의 리 듬과 밸런스만 평소처럼 가져가면 그건 때 때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다시 되찾고자 하는 게 바로 그거다.
‘ 길어.’
팅-!
그렇게까지 절망스럽지 않은 이유는 내 스스로가 슈팅의 경로를 충분히 예측가능 했다는 점이었다. 슈팅이 긴지 짧은지조차 가늠하지 못할 때가, 진짜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이다.
슈팅을 던질 때마다 방향과 거리를 예상 하는 작업을 이어가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내가 바라던 곳으로 농구공을 밀어 올릴 수 있게 된다.
내가 오늘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감각이다.
그런 감각을 유지한 채로 던질 100개에서 200개의 슈팅.
그거면 충분하다.
몇 개인지도 모를 슈팅을 던졌을 때, 비 로소 제대로 된 감각이 왔다. 이 후에 난 무 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바구니에 손을 넣었다고 슈팅으로 가져가는 동작을 계속 해서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새 바구니가 비 워진 것을 깨달았을 때,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린, 그제야 R.C와 폽이 한쪽에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정말 멋져. 내가 매 경기마다 보는 것이 긴 하지만, 정말 좋군. 그런 스트로크를 눈 앞에서 보는 건 말이야.”
“하하. 아직 멀었어요.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데요.”
“멋지군. 그런 생각이 말이야. 식사가 왔네. 어서 가지.”
“…”
정말로 어느새, 테이블 한 쪽에서 접시가 차려지고 있었다. 조금 더 슈팅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아쉬움에 바닥에 널브러진 농구공을 한 번 쳐다보았지만, 난 요즘 적당히 모자라다는 부분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약간 모자란 게 나쁠 것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련을 남겨두는 것은 나쁘지만, 이 또한 언젠간 익숙해 질 거다. 그때는 전혀 미련이라 느 껴지지도 않을 거고 말이다.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몸을 닦으며, 천천히 테이블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와-우. 이거 냄새만 맡아도 못 참겠는데요?”
“하하. 자네 거는 특별히 큰 놈으로 부탁 했지. 우린 늦은 시간엔 소식을 해야 해서.”
“감사드려요. 정말 멋진 시간인 것 같아요.”
“자네가 오늘 우리에게 안겨 준 것에 대 한 보답이라 생각하게.”
얼른 포크를 들라는 RC의 말에 난 즉각 스테이크에 달려들었다 . 그레이비소스가 듬뿍 끼얹어진 감자와 상큼한 샐러드도 정말 일품이었다.
“잘 먹는군. 이보게, 꼬마.”
“??”
주스로 목을 축이고 있을 무렵, 폽이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표정이 아주 좋아 보여. 전에도 말했지만, 뭔가를 배웠나?”
“…”
이제야 느끼게 된 것인데, 아마도 포포비치는 내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마누가 폽과 비슷하다고 생각 하게 된다. 이 두 사람에게서 뭔가 비밀을 간직한다는 건, 어쩌면 평생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난 이번에도 감출 것 없이 대답했다.
“지금은 그냥 큰 숨을 쉬어가는 중이죠.”
“…그리고?”
“그게, 그러니까. 아마도 이 시기가 끝나면 대답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루키 시즌, 나의 One Game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좋군. 그 날을 기다리도록 하지.”
“네.”
달그락거리는 식기의 소리를 들으며 가지는 오늘의 이 대화를 나는 아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