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490
489화
65. All-Star Weekend (6)
2017년 2월 18일. 뉴올리언스, 루이지애나. 921 캐널 스트리트. 더 리츠-칼튼 뉴올리언스.
오전 조금 늦게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에 불이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데이비드로부터의 연락이었고, 나머지는 대학 친구들과 스퍼스의 동료 혹은 다른 팀 소속의 선수들이 보낸 축하 메시지였다.
정신을 차리기까지 약간 시간이 필요했던 나는 잠들어 있는 스테이시의 어깨위로 이불을 덖어주며 걸음을 옮겼다. 스위트룸의 침실 문을 닫고 나와 미니바가 있는 곳을 향해 걷는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
물병을 꺼내며 확인한 화면에는 데이비드의 이름이 적혀 있다.
대체 뭐가 그리 급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디 귀찮은 일만 아니었으면 싶었다. 나는 우선 전화를 받으며, 곧장 스피커폰으로 모드를 전환했다.
” 여보세요?”
“GOD!! 대체 뭘 한 거야??”
“자고 있었죠. 모처럼의 여행인데 즐기지 도 못하는 거예요?”
“하-! 아마 내 말을 들으면 잠이 번쩍 깰 지도 몰라.”
“어쩐지 그거 저한테는 좋게 들리지 않는 데요.”
“아마 그렇겠지. 다섯 개야.”
이건 또 뜬금없이 무슨 소리람.
“다섯? 뭐가 말이에요?”
“광고. 다섯 개의 회사에서 널 모델로 쓰 고 싶단 연락이 왔어.”
“…”
당연한 말이지만, 농구 외적인 부분의 모든 잡다한 영역을 맡아주는 것이 바로 에이 전시가 하는 일이다. FA시의 계약이라든가 선수 이적과 관련한 부분이 주요 업무라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세 금문제나 필요한 것을 구해다주는 것과 같은 일들이었다.
그 중에는 물론,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광고계약도 포함이 되어있다. 에이전시는 우선 광고주들의 문의를 받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선수가 미리 이야기를 했거나 현재 스폰서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종적 인 답안을 내어 놓는다.
예를 들어 의 후원을 받는 내가 여타 스포츠 의류사와 계약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일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이라는 말은 아 마 더 많은 숫자가 처음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짐은 좀 잤어요?”
“잠? 몬스터 드링크를 세 개 정도 마신 것까지는 기억해.”
“…”
한 숨도 못 잤는가 보다.
“아무튼, 무슨 상관이야. 이건 모두 돈과 관련 된 것이라고!”
“델마가 아주 좋아하겠죠. GMC 시에라 라고 했죠? 원하던 차가 말이에요.”
“그래. 전에 네가 한 번 사주려고 한 걸 말렸었지. 괜히 그런 사이가 되기는 싫었으니까.”
“Come On, 데이비드. 당신은 제 형제라 고요. 친형을 위해 그런 선물도 못해준다는 게 대체 말이나 되요?”
“그건 시즌이 끝나고 수표를 계산할 때 생각을 해보자고.”
라이징 스타 챌린지 우승 팀 상금 4만 달 러와 MVP로 인한 상금 7만 달러. 그리고 3 점 슛 컨테스트 참가로 인한 기본적인 상금 1만 달러 등. 총액 12만 달러 (약 1억 3천만 원)가 이번 올스타 주간 동안 내가 벌어들 인 금액이었다.
하지만 와 계약할 때 내건
인센티브 금액을 추가하게 될 경우, 이 금 액은 단숨에 262만 달러(약 28억 원)까지 상승한다.
라이징 스타 챌린지와 3점 슛 컨테스트 참여로 인한 인센티브가 각각 50만 달러, MVP 수상으로 인한 인센티브가 백만 달러다. 모든 금액은 시즌이 종료 된 후에 계약 서에 명시된 기간에 맞춰 통장으로 지급이 될 예정이다.
“넌 진짜 팀을 잘 고른 거라니까?”
요즘 아메리칸 드림을 일컬어, 텍사스 드 림 (Texas Dream) 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늘 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아메리칸 드림=캘 리포니아 드림 (California Dream)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고 하는데, 1990년대부터
지속 된 텍사스 주(州)의 꾸준한 감세정책 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수많은 부자들이 텍사스 로 향해 터전을 새롭게 마련했고, 기존 세 계 10위 규모의 원유 사업과 2010년대부터 붐을 이룬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오늘날 텍사스는 전에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재산세에 대한 부담은 타주에 비해 상대 적으로 크지만, 주(州)에 납부해야 할 소득 세가 없는 관계로 공통적으로 부담이 되는 연방 세율을 제하면 오히려 이득이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많으면 많을수 록 좋은 게 또 돈인 법이다.
“아무튼, 자세한 건 메일로 보내놨어. 우리 에이전시 직원들도 함께 밤을 새서 의견
을 보태놨다고. 덕분에 다들 녹초지만, 값 어치가 있었어. 그리고 또.”
“또?”
“아디다스에서 올스타 주간이 끝나고 난 뒤에 텍사스에서 광고에 사용할 사진 촬영을 원한다고 해. 네가 내게 알려준 스케줄에 의하면, 딱히 샌안토니오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네. 내일 곧바로 샌안토니오로 돌아 갈 거예요.”
“그리고?”
“화요일까진 스테이시와 시간을 보낼 거 예요.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해요.”
선수단이 재소집 되는 시점은 23일이었
고, 본래 22일에는 AT&T 센터에서 따로 개인 연습을 진행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날 측이 제안하는 촬영 일정을 잡아야만 할 것 같았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긴 해도, 스폰서십을 돈독하게 만드는 것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됐으니까 말이다. 데이비드는 의 조쉬 맥코맥에게 곧장 이야기를 전달 한다 말을 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그 남자를 다시 또 만나야만 하는가보다.
“아차-! 그리고 하나 더.”
“또요?”
“응. 너 혹시 보라스라고 알아?”
“…설마 지금 말하는 게, 에이전트 보라 스를 말하는 거예요? 보라스 코퍼레이션 의?”
“그래. 바로 맞췄어.”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내가 보라스 코퍼레이션(Boras Corporation)을 모른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비록 해당하는 에이전시는 야구계에 집중이 되어 있지만, 어쨌든 스포츠계 에이전트의 의미를 새로 쓴 전설적인 인물이 바로 스콧 보라스 (Scott Boras)다.
뜬금없이 거론되는 그의 이름에 조금의 아해하던 도중, 데이비드는 한국인 출신의 MLB 선수인 추진수 선수가 오늘 전야제를
찾을 거라 알려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티켓을 남겨두길 잘했어. 그의 부인과 두 아이들도 함께 할 거라고 해. 같은 한국인이니까 기념품을 교 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몇 시간 전에 스태프 중 하나가 출발을 했어. 이름은 하비에르야. 이제 1년 정도 스태프로 일을 했는데, 아주 똘똘한 녀석이지. 그가 앞으로 네 가까이서 널 돕게 할 생각이거든.”
“당신은 어쩌고요?”
“나? 나야 여전히 네 형제이자 에이전트 로 남아있을 거야. 그냥, 그는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널 돌봐 줄 거야. 외에도 뭐 샌안토니오에서 할 일이 있고.”
” 일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아무튼, 하비에르 가 너와 관련 된 기념품들을 좀 챙겨갔어. 나중에 추 선수와 꼭 교환하도록 해. 알겠지?”
“네, 고마워요. 끊어요.”
딸깍-
원래는 룸서비스를 통해 아침을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갑자기 할 일이 잔 뜩 쌓여버리고 나니, 입맛이 몽땅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여-보??”
“그래! 나 여기에 있어!”
세수를 막 끝냈을 찰나, 시트로 간신히 몸을 가린 스테에시가 침실 밖으로 걸어 나
왔다.
“밥 먹자. 나 배고파.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정말? 정말 아침부터?”
“응. 섹스를 엄청 하고 난 다음에는 늘, 고기가 땡겼거든.”
“하하. 알아서 모시죠.”
스테이시가 샤워실로 씻으러 들어가고, 난 룸서비스 호출을 위해 스피커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잠깐.’
그럼 섹스 이 후에 늘 아침에 몰래 고기를 먹었던 거야?
‘하-! 이제야 이해가 좀 되네.’
냉동실에 쌓여있던 시즈닝이 된 고깃덩 어리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줄어들었던 것을 이제야 설명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에 관해서 물을 때면, 스테이시는 늘 조금 당황하며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 리고는 했다.
그 때는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Mr. KIM! 도와 드릴 일이 있나요?”
“으, 응? 오-! 크흠. 네. 아침 식사를 좀 주문하려고요.”
이 앙큼한 도둑고양이 같으니라고.
뭐,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만의 섹 시한 도둑고양이지만 말이다.
++++
뉴올리언스, 루이지애나. 1501 데이브 딕 슨 스트리트. 스무디 킹 센터.
x 2017 All-Star Weekend Event x. 3
– Skills Challenge
2000년대 초반 한 때, NBA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러한 말들이 오갔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데이비드 스 턴이 빈스 카터를 위해 총 본사의 앞에 동 상이라도 세워줘야 한다는 것 말이다.
1997년 단연 최악으로 꼽힐만한 덩크 콘 테스트 직 후, NBA 사무국은 이듬해부터 해당하는 이벤트를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2년 연속으로 역대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인 상태였기에, 당시에는 당연하다는 수순이었다.
그렇지만 빈스 카터라는 ‘ NEW HUMAN HIGHUGHT FILM ’ 이 3년 만에 폐지된 제도를 부활 시켰는데, 이 후 부 터였다.
NBA가 본격적으로 또 다른 중흥기를 꿈 꾸게 된 것은 말이다.
“우-! Mr. 킴! Mr. 킴!”
“아-!! 내가 몇 번이나 말해? 그렇게 좀 부르지 말라니까?”
“…그래요. 킴. 당신이 이걸 빠트렸어요.”
데이비드가 보냈다던 하비에르 오도어 (Javier Odor)는 갱단의 멤버라고 해도 믿을 법한 험상궂은 외모와 그에 전혀 어울리 지 않는 시골 소년의 성격과 감성을 지닌 21살의 남자였다.
지금도 사실, 하비에르가 나보다 어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음, 그런데 Mr.”
“킴!!”
“크흠, 킴. 제가 이곳에 있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왜? 넌 내 게스트잖아. 3명 까진 괜찮아. 어차피 사용도 하지 못할 거였는데, 뭐.”
본래는 마이크에게 권유를 할 생각이었
지만, 그는 딸의 건강문제로 샌안토니오에 남아야만 했다.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경우 에는 예외적인 룰을 적용해 6명의 게스트 권한을 받았고, 그 외의 많은 올스타 선수 들도 최소 셋 이상의 게스트를 초대했다.
한 명도 초대하지 않은 세 명의 선수 중 하나가 나였는데 남은 둘도, 루키였다. 바로 머레이와 마퀴스 크리스.
“주위를 온통 돌아봐도 전부 스타들뿐이잖아요. 그리고 당신도요!”
“나? 아, 제발. 난 스타가 아냐.”
“그건 당신이 잘 몰라서 하는 소리죠. Geez. LA 코리아타운에 가면 온통 당신에 관한 것들뿐인 거 알아요? 류(Ryu)는 이제 옛 말이 됐죠.”
“Whatever. 아무튼, 여기서 기다려.”
마치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속한 사람처럼 구는 하비에르를 내버려두고, 코트사이 드에 앉아있는 한 가족을 향해 걷는다. 근 처에 가기도 전에 날 발견한 남성이 환한 미소와 함께 일어나 손을 먼저 내밀어 온다.
바로 오늘 아침 데이비드가 이야기 한 추 진수 선수다. 그리고 그의 뒤를 부인과 자 녀들이 따랐는데, 추 선수는 날 보더니 깜 짝 놀라며 말했다.
“TV로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체격이 크 네요?”
“하하. 자주 듣는 말이네요. 오신다고 고 생 많으셨어요.”
많은 사람들이 TV로만 경기를 보다 실제 로 NBA 선수를 만나면, 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며 이야기를 하곤 했다. 190CM가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하는 세계에 산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210CM가 정작 190CM로 보이는 착각을 안겨다 주는 것 같다.
뒤에 있는 하승미씨와도 인사를 나누며, 미리 준비한 선물들을 가족들에게 건넸다. 부부를 위해서는 사인이 된 저지와 모자가 향했고, 아이들을 위해서는 신발이 각각 준 비되었다.
“야구는 좋아해요?”
자신이 직접 준비했다는 사인볼과 배트를 건네며, 추진수 선수가 질문을 던져온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자주 봤죠. 그런데 요 몇 년 동안은 잘못 봤어요.”
“흠- 그쪽 오프시즌 때 우리는 시즌에 한 창이니까, 티켓을 보내줄게요. 부인하고 같이 보러 와요.”
“네. 그거 좋네요.”
“그럼.”
휴대폰을 꺼내든 추진수 선수와 번호를 주고받곤, 요청에 따라 셀피도 몇 장 촬영을 했다. SNS에 올릴 테니 확인하라는 그의 말에, 난 꼭 그러겠다고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하비에르의 곁으로 다시 걸어오니, 바짝 긴장하고 있던 그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나를 맞이한다. 대체 긴장을 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 친구는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네?”
“왜 자원한 거야? 데이비드가 말하던데, 본래는 다른 사람이 했을 일이라면서? 이렇게 불편해 하면서 대체 왜 자원을 한 거야?”
“음- 그게, 그러니까.”
“하아- 아무렴 어때. 나중에 말 할 마음에 생긴다면, 그 때 이야기 하도록 해.”
“…”
보통 사람이었다면 하비에르의 체격이
큰 위협으로 다가왔겠지만, 말했듯 내게는 6-4(약 192CM)의 신장에 240파운드(약 109KG)의 몸무게란 매일 밤 코트위에서 만나는 귀여운(?) 수준 정도였다.
아까까지는 혼란스러웠던 코트가 정리되고, 난 하비에르에게 정 불편하면 차로 돌아가 TV로 이것을 지켜봐도 된다고 말을 했다.
“고마워요. 전 차에 있을 테니, 필요하면 메시지를 보내요. 알겠죠?”
“그래. 어서 가 봐.”
나를 돕겠다는 사람들은 어째 하나같이 조금 이상한 남자들뿐인 것 같았다. 마이크는 불과 얼마 전까지 날 미워했고, 여전히 난 어째서 그가 이제 와서 친근한 척 구는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보낸 하비에르는 보 다시피, 외모왁 행동이 조금도 매치가 되지 않는 녀석이다. 한 번 더 말하지만, 나보다 어리다는 것도 적응이 안 되고 말이다.
‘하아아- 언젠가는 이 문제들을 꼭 해결 해야 되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바로 이거야! 내놔.”
“하아- 빌어먹을.”
o Skills Challenge Quarter Final
Anthony Davis(NOP) VS Nikola Jokic(DEN)
.
.
아까의 말을 이어가자면, 2003년부터 신설된 이 스킬 챌린지는 빈스 카터로 인해 말미암아 일어난 올스타 주간의 인기를 더 욱 극대화해보고자 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반응은 생각보다는 제법 괜찮았고 말이다.
덩크와 3점 슛에만 치우친 획일화 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드리블과 패스. 그리고 각 종 슈팅 스킬들을 겨룰 수 있는 이것은 선수들에게도 꽤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근래에 와서는 단순히 이런 스킬 챌린지가 포인트 가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심지어 작년 우승자는 미네소타의 빅맨인 칼—앤소니 타운스다.
“더 해볼 거야?”
“당연하지! 벌써 100달러를 잃었다고. 잠깐만 있어봐.”
낄낄대는 애런 고든을 자리에 남겨두고, 가방으로 걸어간 내가 현금 200달러를 추 가로 꺼내들었다. 그와 나는 지금 스킬 챌
린지를 가지고 내기에 한창이었는데, 지금 까지의 성적은 1승 2패로 내가 밀리고 있었다.
본래는 경기장 안에서 이를 구경하다, 우 연히 애런 고든과 내기가 붙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라커룸으로 돌아왔다.
3점 슛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나와 마지 막 행사인 덩크 콘테스트에 출전하는 고든은 긴장을 풀기에 이런 가벼운 내기가 딱 좋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참이다.
“하아- 그럼, 이번 판은 넘기자. 벌써 시작을 했거든.”
“그래. 그냥 재미로 하는 건 어때? 난 요 키치. 그와 한 팀이었으니까.”
“그래? 그럼 난 AD로 하지.”
“…”
초창기의 스킬 챌린지는 단순히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승부의 전부였으나, 현재는 두 사람이 경쟁을 하는 방식으로 바뀐 상태다. 처음엔 드리블을 통해 4개의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하고, 두 번째로는 패스로 좁은 타이어 안을 통과 시켜야만 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NBA에서 뛰는 우리라고 하더 라도, 이런 경쟁의 상황에서는 농구공 하나 보다 약간 큰 공간 안으로 정확히 밀어 넣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오우-! 완전히 큰일 날 뻔 했는데?”
“Damn it!!”
하필이면 내기를 하지 않을 때, 내가 선 택한 쪽이 승리를 따냈다. 체스트 패스 이 후에는 코트를 횡단해 레이업을 올려놓아 야만 하고, 그 공을 그대로 잡아 다시 코트를 넘어와 지정 된 장소에서 3점을 쏘는 것으로 스킬 챌린지가 마무리 된다.
체스트 패스에서부터 쭉쭉 앞서나간 요 키치가 AD를 상대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 둔다. 이제 잠시 정비시간을 가진 뒤, 곧장 4강이다.
“결승전은 크게 가자.”
“크게?”
“300달러는 어때?”
“음- 좋아. 아니면 아예 올-인도 나쁘지 않지.”
“우-! 세게 나오는데? 완전 마음에 들어.”
“하하하.”
애런 고든과 전부터 딱히 친분을 쌓아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WSU 소모포어 때 만 나 한 번 승부를 겨뤘다는 사실과 어제의 여파로 선수들과 조금 더 쉽게 친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괜한 착각일 수도 있으나, 전보다는 좀 더 친근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판돈을 키워가던 우린 아예 4강전에서부터 미리 우승자를 정하는 편이 어떻겠느냐는 답을 내어놨다. 지금까지 내가 잃은 것
과 손에 쥔 것 합쳐 모두 400달러니 만큼, 100달러를 더 보태 각각 500달러. 도합 천 달러짜리 내기를 하자고 고든이 제안을 해 왔다.
스테이시가 이를 안다면 잔뜩 혼이 나겠지만, 다행히도 내게는 비자금이 있었다. 카 드는 마음껏 쓸 수 있는 반면, 현금은 스테이시에게 받는 것이 전부인 사람의 설움이다.
물론 나 외에도 결혼한 많은 선수들이 비 슷한 삶을 살아 조금 놀라기는 했다. 어차 피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라 크게 개의치는 않았지만, 가끔 이렇게 현금이 필요할 때가 조금 난감했다.
20과 100달러 뭉치가 섞인 지폐다발이
의자 위에 놓이고, 애런 고든과 나는 마치 경마를 하는 기분이 되어 신중히 각자의 말 (?)을 선택했다.
“좋아. 난 아이재아 토마스.”
“Come On, Man! 그건 너무 치사하잖아?”
“먼저 고른 사람이 임자지. 그럼 넌 뭐야? 누굴 선택할 건데?”
“이런!”
돈 앞에서 인정사정없는 애런 고든이 내게 질문을 던져오고, 난 신중히 남은 후보 군을 살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친한 고든 헤이워드를 택하고 싶었으나, 그럼 4강전에서 벌써 승부가 가려지는 셈이기에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이들은 크리스탑스 포르 징기스와 니콜랑 요키치다. 하필이면 둘 모 두 어제 한 팀으로 뛰었던 지라, 특정한 선수를 지목할 핑계거리도 없는 실정이다.
내가 계속 망설이는 동안 광고가 끝이 났는데, 매정하게도 는 기다려 줄 생각도 없이 곧장 방송을 진행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
“Tik Tok! 안 그럼 내가 이기는 거야.”
“아, 알았어! 요키치!! 니콜라! 요키치!”
포르징기스에겐 미안하지만, 7-3보다는 7-0을 택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늘의 교훈은 내게,
편견이란 결코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더불어, 치사하게 굴면 반드시 벌을 받는 다는 것도.
“…”
“…”
대략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애런 고든과 나는 서로가 얼마나 형편없는 도박꾼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IT는 고든 헤이워드 에, 요키치는 포르징기스에게 각각 패배를 해버린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두 남자가 결승전에 올랐다.
고스란히 부끄러움을 서로의 몫으로 간 직하게 된 우리가 서로를 돌아보며 멋쩍게
웃는다. 반으로 가르자니 또 그렇고, 어느 한 쪽이 갖기도 우스운 상황이다.
둘이 고른 후보군 중 하나가 결승에 올랐다면 또 모르겠지만, 나란히 4강에서 전부 탈락해버리니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기.”
그런데 바로 그 때, 애런 고든이 멋진 해 결책을 제안해왔다.
“밖에 말이야 뉴올리언스의 아동들을 위한기부함이 있던데…”
“좋은 생각이야.”
고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돈을 낚아 챈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깥으로 나
섰다. 그리고 내 뒤를 따른 고든은 누가 볼 새라 얼른 내 뒤를 따라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모금함을 찾는 동안에도 우리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모금함을 발 견할 수 있었는데, 가진 현금의 전부라는 어설픈 변명을 하며 돈을 집어넣자 엘리시 아라는 여성이 환한 미소로 악수를 청해왔다.
“오오- 뉴올리언스의 어린 아이들에게 꼭 천사 같은 두 분이 다녀갔다고 말을 해 줄게요.”
“…고맙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한
애런 고든과 난, 얼른 자리를 빠져나와 코트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서야 꺼낸 한 마디는 두 번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내기가 아닌, 내기에서 사용 된 돈으로 기부를 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지 말자는 것 이었다. 기껏 좋은 일을 했는데도 꼭 기분은 마치.
“No. 2를 해결하고 뒤를 닦지 않은 기분 이야.”
“Me Too.”
사람이란 본래,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 법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