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740
739화
99. Green Christmas (4)
ㅁ 1 쿼터 0 : 00
SPURS : ROCKETS
우린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제임스 하든도 그렇고 나 역시도, 마치 서로를 처음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심드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젯밤, 메리크리스마스라며 인사를 주고받은 사이가 맞는지가 과연 궁금할 정도다.
미리 약속한 것이 아님에도, 우린 이것을 전혀 서운해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마이크 브린)
“크리스마스 오후에 펼쳐지는 가장 주목 받는 매치업입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휴스턴 로케츠, 그리고 킴과 제임스 하든입니다. 이 두 사내에겐 많은 스토리라인이 있죠. 같은 아디다스의 일원으로써 함께 중 국 투어를 동참했었고, 벌써 두 차례나 NBA가 선정하는 수상기록을 가지고 맞붙었습니다. 본 메인코스가 시작되기 직전의 에피타이저와도 같았죠. 지금 화면에 두 선수의 기록이 나란히 나오고 있습니다. 매우 뛰어난 숫자들이죠.”
* * *
[ 제임스 하든 ]
: 31G/31GS 36.2분 출전
: 32.5PTS / 9.0AST / 5.1REB / 1.8STL / 0.5BLK
: 45.8 FG%, 39.8 3P%, 86.5 FT%
[ 김민혁 ]
: 32G/32GS 32.2분 출전
: 24.9PTS / 5.5AST / 5.8REB / 1.0STL / 0.5BLK
: 48.3 FG%, 46.1 3P%, 92.7 FT%
* * *
(제프 밴 건디)
“제임스 하든은 이미 리그 최고의 선수입니다. 전 그와 이제 고작 리그 1년 차인 킴 이 비교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워요. 지난 시즌에 살짝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킴은 정말로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포워 드입니다. 그는 현재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가장 핵심적인 퍼즐이에요. 새로 트레이드 가 되어 온 이들과 기존의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렉 포포비치 도 그것을 인정했고요.”
(마이크 브린)
“오늘 경기를 앞두고 그렉 포포비치는 인터뷰를 통해, 킴이 현재의 스퍼스에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그는 킴이 코트 위에 있음으로써, 많은 것들이 수월해 진다고 말을 했는데요. 잠시 뒤에는 그 인터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팁-오프를 준비하는 양 팀의 선수들. 알드리지와 클린트 카펠라가 나란히 섭니다.”
.
.
올 시즌의 휴스턴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특별한 선수가 바로 지금 하프라 인에 선 저 사내다. 시즌 초반 휴스턴의 감 독 마이크 댄토니가 [ ” 클린트 카펠라가 리그 최고의 센터. ” ] 라는 말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 그 이야기를 비웃거나 립 서비스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즌의 40%정도가 흐른 현재, 사람들은 클린트 카펠라가 당장은 최고가 아니더라도 곧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다.
70%에 육박하는 69.4%의 야투율과 14.0득점 11.3 리바운드 1.8 블록.
클린트 카펠라는 정확히 25.5분만 뛰고 이런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 아-아아!”
순간적으로 팁-오프 타이밍을 놓쳐버린 알드리지가 허공에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뱉는 사이, 제대로 순간을 포착한 클린트 카펠라가 선공권을 휴스턴에 안겨줬다.
워낙 앨리-웁 플레이를 많이 해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카펠라는 허공에 떠오른 농구공에 대해서 탁월한 감각을 보 유한 것 같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여기며, 얼른 라이언 앤더슨을 향해 이동한다.
“백-업!! 백-업!! 콜-플레이를 해야 해!!”
아무래도 첫 수비상황이다보니, 우리는 휴스턴의 공격력을 억제시키기 위한 키워드를 다시 한 번 서로 공유했다. 탑에서 농구공을 쥐고 있던 크리스 폴이 제임스 하든에게 패스를 보내고, 템포를 늦춘 하든은 곧바로 클린트 카펠라를 호출했다.
바로 저것이다. 이번 시즌 제임스 하든과 클린트 카펠라를, 더 나아가서는 휴스턴 로 케츠를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팀으로 만든 옵션은 말이다.
마이크 댄토니 특유의 은 제임스 하든이란 리그 최고의 2 : 2 공격수와 스페이싱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줄 수 있는 사령관 크리스 폴을 만나며 정점에 올라섰다.
.
.
(마이크 브린)
“하든. 앤더슨이 아닌 카펠라를 부릅니다. 드리블 인사이드. Harden! He Put’s it in-! 하든의 아주 훌륭한 레이업이었습니다. 크로포드와 알드리지가 카펠라에게 신 경을 쓰느라, 정작 하든의 레이업을 놓쳤어요.”
(제프 밴 건디)
“바로 이거죠. 클린트 카펠라라는 뛰어난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제임스 하든의 공격 이 몇 배나 더 수월해졌습니다. 일단 하이 포스트에서 제대로 차단해내지 못하면, 수비수들은 레이업과 카펠라를 향한 랍-패스를 동시에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
.
어쩔 수 없다. 카펠라의 스크린이 워낙에 좋았던 관계로, 재비어가 제대로 파이트-스 루를 해내지 못했다. 손쉽게 페인트 존 가까이에 하든이 진입하면, 그를 매치업하는 선수는 정말로 많은 옵션을 신경 써야만 한다.
하든은 플로터, 좀 더 파고들어 레이업. 아니면 스텝-백을 해 풀업을 하거나 롤링을 하는 카펠라를 향해 앨리-웁 패스를 띄 워줄 수 있다. 게다가 트레버 아리자와 라 이언 앤더슨이라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캐 치&슈터가 버티고 있으니, 섣불리 도움을 가기도 힘들다.
NBA의 모든 팀들은 로케츠의 주요 공격 루트가 이 뛰어난 캐치&슈터를 양 코너에 세워두고 스페이싱을 넓힌 뒤, 하든과 카펠 라에게 하이포스트에서 게임을 시작하도록 만도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우리도 이를 안다.
그래서 백-업과 콜-플레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안다고 해서 꼭 그것을 잘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Let’s go, let’s go!”
그저, 휴스턴에게 당한 것을 되갚아주기 위해 달려 나갈 뿐이다.
[ ” 일단, 트레버 아리자가 누구에게 달 라붙는 지를 보도록 하지. ” ]
포포비치는 경기 초반의 게임플랜을 나와 폴 조지의 공격으로 삼았다. 일단 트레 버 아리자의 매치업 상대가 누가 될 지가 가장 중요했는데, 썩 수비가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라이언 앤더슨을 집중적으로 공략 하자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나네.’
그리고 댄토니의 선택은 내게 휴스턴의 최고 수비수를 매치업 시키는 것이었다. 사 전 인터뷰에서 내게 전투의식을 불태웠던 아리자였기에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는 매 치업이었지만, 오히려 이를 역이용 해 매치 업 상대를 바꿀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댄토니는 정성적인 방법을 택했다.
과연 그게 옳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
.
(마이크 브린)
“조지. 그의 앞은 라이언 앤더슨이 막아 서고 있습니다.”
.
.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에 하 나는 폴 조지가 커리어 내내 볼륨-슈터 (Volume Shooter)의 성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시즌 전까지 커리어 평균 43%를 살짝 상회하는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폴 조지가 이미 종아리 부상을 당하기 전부터, 경기당 6개가 넘는 3점 슛을 던져왔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과거에는 36% 정도였지만, 종 아리 부상 후에는 조금씩 빈도와 숫자를 높여갔다.
그 결과 현재, 폴 조지는 경기당 7.3개의 3점 슛을 시도하며, 그 중 약 3개 정도를 성공하고 있었다. 성공률은 42.4%. 매우 훌 륭한 숫자다.
.
.
(마이크 브린)
“알드리지의 스크린. 조지. 그대로 뛰어 오릅니다. It’s good-!”
.
.
클린트 카펠라는 아웃사이드에서도 좋은 수비수이지만, 이번에는 알드리지의 스크린이 워낙에 좋았다. 가장 쉬운 편견 중에 하 나는 스크린이 꼭 볼을 쥔 선수의 매치업 수비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에만 목적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사실 스크린은 그보다 더 심오하다.
만약 지금처럼 라이언 앤더슨보다 클린 트 카펠라가 아웃사이드에서 더 좋은 수비수일 경우에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알드리지의 스크린은 아주 살짝 앤더슨의 진로를 방해하는 정도의 스크린을 섰던 것이다.
휴스턴의 오늘 수비전술이 즉각적인 스 위치였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주 평범한 방법으로 본래의 매치업 상대를 찾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폴 조지는 알드리지의 스크린이 선물한 아주 작은 틈을 활용해 즉각적인 3점 풀업을 올라갔던 거다. 이건 결코 준비 된 전략이 아니다. 카펠라와 앤더슨의 수비력을 감안해 스크린을 선 것이나, 이를 느끼고 풀업을 택한 건 전부 저들의 개인 기량이다.
“나이-스. 출발이 좋은데요?”
“하하. 그래.”
각자의 매치업 상대를 찾아 움직이는 과 정에서 만난 폴 조지와 아주 잠깐 교감을 나눠 본다. 다시 또 휴스턴의 공격이 시작 되었고, 이번에는 크리스 폴이 공격을 지휘 한다.
하든에서 크리스 폴. 크리스 폴에서 하든.
어떠한 선수가 공격을 조립하건 간에, 수비하는 입장에선 늘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저런 것도 분명 휴스턴의 장점 중 하나 일 거다. 수비를 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스페이싱에 대한 개 념에 혼란이 오도록 만든다.
왜냐하면 저 둘이 스페이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무 엇보다 저 둘의 공존에는 크리스 폴의 양보와 제임스 하든의 존중이 밑바탕이 되어있어 더 무서웠다.
.
.
(마이크 브린)
“크리스 폴.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그의 앞에 있는 마르커스 스마트. 오우-! 아주 좋은 수비입니다.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어요.”
.
.
그렇지만 나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준 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고 믿었다. 일정부 분 감수하고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멘탈이 흔들리지 않기로 몇 번씩이나 다짐했다. 잊을 만 하면 그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대화했고, 또 고개를 끄덕이며 새겨들었다.
난 크리스 폴이 스마트를 대단히 까다로 워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플랍이라든 가, 어설픈 신경전을 몽땅 봉인하기로 한 스마트는 분명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수비수다.
우린 이 그린 크리스마스 (Green Christmas/작자 주 :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반대의미로 사용 되는 단어이며, 주로 따뜻 한 지역에서의 크리스마스를 표현한다)데 이에, 결코 패배를 경험하길 원치 않는다.
오늘만큼은 서로의 욕심보단,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
흡사 플레이오프와도 같은 느낌일 정도다.
.
.
(마이크 브린)
“폴. 결국 패스를 보내고야 맙니다. 하든. 스텝-백. For 3. No good. 하지만 카펠라가 오펜스 보드를 획득하는군요!! 아리자에게 패스! 이번에는 들어갑니다!!”
.
.
트레버 아리자의 3점 슛이 들어간 순간, 폴 조지가 정수리에 손을 얹으며 괴로워하더니 우릴 향해 손을 들어 올려 미안함을 표시했다. 당연히 수비리바운드를 획득할 것이라 믿었던 것 같은데, 당연한 건 그 어 디에도 없다는 걸 아주 잠깐 깜빡한 것 같다.
폴 조지의 판단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지만, 그 전에 앞서 수비 리바운드를 획득 하지 못한 것이 먼저였기에 아무도 그를 탓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휴스턴이 워낙 3점을 많이 시도하는 팀 인 만큼, 롱-리바운드가 많이 발생하리라는 것을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골밑에 자리했던 알드리지나, 등 뒤에서 뛰 어오르는 카펠라에 대한 콜을 해주지 못한 내게도 이번 실점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난 입맛을 다시는 알드리지를 보 며, 1점씩 서로가 만회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야지.”
이번에는 알드리지가 직접 인바운드 패스를 스마트에게 보냈고, 다시 폴 조지가 윙에 서서 라이언 앤더슨과 1:1을 하려고 했다. 남은 이들은 스페이싱을 확보했는데, 그와 가까운 코너에는 재비어와 하든이 자 리하고 있다.
평소 하든의 성향을 감안하면, 저 둘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만약 이 번 공격에서 도움수비를 온다면 탑에 선 크리스 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라이언 앤더슨도 수비의 중심을 베이스라인으로 두어, 폴 조지가 왼쪽으로 드리블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것이 의도 된 것이라는 걸 분명히 그도 알 고 있을 테지만, 승부사의 자존심은 오히려 그걸 역이용 하는 심리가 들도록 만들었다.
왼쪽으로 폴 조지가 드리블을 시작하고, 기다렸다는 듯 크리스 폴이 도움 수비를 온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이미 예견했다는 듯이 폴 조지가 탑에 선 스마트에게 패스를 보냈다.
여기에서 갑자기 나온 클린트 카펠라의 실수 하나.
‘로테이션? 정말이야?’
바로 31%의 3점 슛 성공률을 지닌 스마트를 향해, 곧장 클로즈-아웃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아무리 30% 초반의 슈터라 하 더라도, 와이드 오픈 상황에서 남겨두는 건 문제가 된다. 다만 그 상대가 스마트라면 조금 다르다.
일단 저 친구는 지독히 리듬을 타는 선수라서, 슈팅이 들어가는 날이면 수비수가 있건 없건 간에 3점 슛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와이드 오픈이라도 집어넣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우릴 상대하는 팀들은 스마트가 한두 개의 와이드오픈을 쏘도 록 내버려둔다. 만약 그것이 들어가면 제대로 수비를 하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스마트를 버리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지기에 타당한 선택이었다.
이 또한 댄토니가 애초부터 세워둔 전략의 일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난 클린트 카펠라가 순간적으로 착각을 한 거 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휴스턴의 벤치에서,
“WHAT THE HELL??”
이라 외치며 댄토니가 벤치에서 달려나 왔기 때문이다.
.
.
(마이크 브린)
“조지. 스마트에게 패스. 카펠라가 앞을 지나칩니다.”
.
.
좀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 스마트의 디 시전 메이킹을 칭찬하지 않았던 그렉 포포비치는 최근, 저 친구가 얼마나 이 부분에서 발전을 했는지를 말하고는 했다. 만약 합류 초반이었다면, 스마트는 곧장 스윙 패스를 보내거나 카펠라를 따돌린 지금 3점을 던지는 걸 택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그는 카펠라를 오른쪽 멀리 떠나보내며 페인트-존을 향해 드리블을 했다. 이미 폴 조지가 두 명의 수비수를 빼나 갔고, 카펠라마저 빠진 현재 휴스턴의 골밑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하기에는,
농구선수로써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거다. 물론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는 중인 제임스 하든만큼은 예외다. 저 사내는 1 쿼터 초반, 수비에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결국, 라이언 앤더슨이 골밑을 향해 커버를 들어갔다.
‘이게 바로 나비효과란 거거든.’
클린트 카펠라의 수비선택 실수 하나가, 바로 지금의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스마트가 슈팅을 쏘게 내버려 뒀더라도 와이드 오픈이었겠지만, 똑같은 상황. 더군다 나 탑보다 훨씬 더 가까운 코너에서 기회를 허락한다는 건 수비에선 늘 나쁜 선택이 된다.
특히나 그것이, 현재까지 와이드 오픈찬 스에서 84.2%의 확률로 3점 슛을 집어넣고 있는 나라면 말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와이드 오픈 기회가 줄었지만, 성공률은 훨씬 높아졌다.
.
.
(제프 밴 건디)
“좋은 패스네요.”
(마이크 브린)
“킴입니다! It’s good-!! 어김없죠. 이 사 내에게 이런 기회를 헌납한다는 건, 실점을 감수해야함을 의미합니다. 6 : 5 샌안토니 오 스퍼스가 리드를 잡습니다.”
.
.
이래서 농구가 재미있는 거다. 하나의 기회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비하는 쪽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공격하는 쪽은 수비의 실수를 만들도록 유도하거나 혹은 실수가 없는 수비를 더 뛰어넘는 좋은 플레이를 하고자 노력한다.
매 포제션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는데, 다양한 의미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 해가며 2시간을 뛰다보면 어떤 날은 경기 직 후 그대로 쓰러지고 싶은 기분이 들 정 도였다.
아마도 오늘이, 그런 경기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돌아간다, 스위치-!!”
“…”
양 코너에 섰던 트레버 아리자와 라이언 앤더슨이 나란히 골밑을 향해 움직였고, 중 간에서 이를 확인한 폴 조지와 나는 콜-플레이를 통해 서로의 매치업 상대를 바꿨다.
하지만 난 이것이 의미 없는 일임을 곧 깨달을 수 있었는데, 로케츠의 공격인 이런 윙-플레이더들의 움직임과는 무관히 탑에서 펼쳐지려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하든은 또 한 번, 클린트 카펠라를 불러들여 2 : 2를 하려고 했다.
스크린 후 움직임. 여의치 않자 다시 스크린 후 움직임. 또 다시 스크린.
이런 반복적인 상황에서 하든은 주춤주춤 공격할 방향을 정하려고 했다. 솔직히 이렇게 보다보면, 그가 어떻게 할는지가 대 충 눈에 들어온다. 막상 눈앞에서 수비를 하면 상황이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드리블. 멈추고. 스텝-백.’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던 것이 끝나기 무섭게, 하든은 실제로 드리블 후에 멈추고 스텝-백을 했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당연 히, 3점을 집어 던지는 것이었다.
팅-!
“아아아—!!”
빗나간 슈팅에 안타까워하는 하든이 손뼉을 부딪치는 일 또한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워낙에 나쁜 셀렉션을 많이 가져가고 이따금은 르브론 제임스를 연상시키는 어이없는 실책도 종종 저지르는 그에게, 슈팅 중 하나가 빗나가는 건 별 것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본인의 리듬이 좋았기 때문일 수 도 있고, 이번 경기에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도 후자겠지.’
말했지만, 오늘 제임스 하든과 나는 서로를 철저히 외면하는 중이었다.
“제이브!! 제이브!! 저리로 가!!”
“…”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공격 기회. 난 윙에서 코너를 향해 천천히 걸으며 반대편에 선 재비어를 구석으로 멀리 보내버렸다. 아 까와 마찬가지로, 그를 코너에 셋-업 시킴으로써 제임스 하든을 수비에서 완전히 제 외시키기 위함이다.
두 번 연속 폴 조지의 공격에서 결과를 얻어냈으니만큼, 이번에도 우린 그에게 볼을 몰아주고 스페이싱을 확보했다. 여전히 그의 앞은 라이언 앤더슨. 경기 초반이기 때문에, 댄토니는 굳이 선수교체를 하거나 매치업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나 후자 쪽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다. 라이언 앤더슨을 투입한 이유는 공격에서 이득을 보기 위함일 텐데, 폴 조지에서 나로 수비수를 바꿔봤자 똑같이 그를 공략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일 거다.
다만 저렇게 외곽에서부터 1:1 수비에 신경을 쓰는 것과 그나마 움직임이 덜 할 수 있는 미드레인지에 서게끔 하는 것 중에 서, 어떠한 것이 더 효율적일지가 궁금하긴 하다.
만약 나였다면 그냥 미드레인지에 서게 했을 것이다. 이는 포포비치였더라도 마찬 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기댓값을 가진다면, 기왕이면 체력 소모가 덜한 쪽이 나았으니까.
‘뭐, 그야 우리의 생각이고.’
댄토니의 농구철학과 전술관이 정확히 어떤 지는 함께해 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
.
(마이크 브린)
“조지. 다시 공격을 진행합니다. 트레이드 이후, 스퍼스가 이렇게 까지 폴 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는 모습 또한 처음인 것 같군요.”
(마크 잭슨)
“당연한 일입니다.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1:1은 반대로 가장 전술적인 배려가 많이 필요한 공격 방식입니다. 동료의 위치를 파 악한다거나, 상대 수비가 도움을 왔을 때 어떠한 식으로 패스를 보낼 지를 고민해야 만 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팀 전술에 충분히 녹아든 상태여야만 해요. 무작정 림만 보고 달려들 수는 없으니까요.”
.
.
삐익-!
“아, 이런.”
휘슬이 울린 직 후에 바라본 리드 주심의 시그널은 폴 조지의 오펜스 파울을 의미하 고 있었다. 주먹을 힘껏 내뻗은 켄 마우어 (Ken Mauer), 리그 32년 차의 베테랑 주심은 능글맞은 얼굴과 친절한 목소리로 항의를 온 사내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나도 몇 번인가 억울함에 어필을 해 본 적이 있지만, 켄 마우어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절로 납득을 하게 되었다. 분명히 지금 폴 조지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나저나.’
저 제임스 하든이 도움 수비를 올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방금 전에 놓친 3점 슛 때문이었을까? 줄곧 수비 상황에서 방관자로 있었던 그는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라이언 앤더슨의 뒷공간을 커버해줬다. 알드리지가 폴 조지의 1 : 1 공격 내내 반대편 윙에 서있기 때문에, 클린트 카펠라가 골밑을 지 키긴 어렵다.
그리고 몇 초 뒤, 이번에는 재비어와 스 위치를 한 폴 조지가 제임스 하든을 상대로 실책을 유도해냈다. 디플렉션을 통해 농구공을 긁어내고 함께 경합을 했는데, 파울을 유도하려고 했던 하든의 다이브는 이번엔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폴 조지가 역으로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허탈한 얼굴로 주저앉은 제임스 하든은 한참을 기다렸다 일으켜주 기 위해 다가온 동료들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툭-
“응?”
아웃오브바운드를 위해 사이드라인에 서서,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슬쩍 왼 팔을 움직여 제임스 하든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감촉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려 날 쳐 다봤고, 살짝 윙크를 보내자 그는 비로소
표정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것으로 우리가 다시 대화를 시작하진 않을 거다. 난 여전히 그럴 생각이 없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번 시합이 끝난 뒤에야 친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의 이런 건, 그냥.
‘휴식시간인 거지.’
팽팽한 분위기에 스트레스가 잔뜩인 오늘과 같은 경기에서, 이런 재미를 즐길 시간조차 없다면 정말로 숨이 막혀 버릴 테니까.
제임스 하든도 분명, 나와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끼고 있을 거다.
“좋아, Let’s Go!!”
이제는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그저 공격 진영을 향해 달려나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