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89
1189화 그건 그 아이가 알아서 하겠지
네가 제일 무서워!
소도의 한 마디에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냉랭해졌다.
언제부턴가 소도는 눈앞에 있는 천도란 여인에 대해 마음 깊숙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천도가 적대적이지 않기에 망정이지, 천도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엽현 역시 뼈도 추리지 못했으리라.
“어쨌거나 내 안위를 위해 조언을 해주어서 고맙군. 기억하도록 하지.”
말을 마친 소도는 마종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응시하며 가볍게 미소를 짓는 천도.
“정말로 돕고 있는 게 맞는 건가?”
문득 천도의 곁에서 울려 퍼진 음성.
이 말에 천도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내가 흑심이라도 품고 있다는 거야?”
“예전에는 분명 그랬었지.”
“…….”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 네 목적이 오유계의 안정이라면 엽현이 저들과 피 터지게 싸우다가 동귀어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나?”
“훗, 물론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양측의 힘의 차이가 너무 심하니 내가 개입하지 않으면 오유계는 큰 피해를 입고 말 거다.”
“그럼 그때 가서 개입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처음부터 나설 필요가…”
이때 천도가 고개를 저으며 상대의 말을 끊었다.
“너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러니까 묻는 것 않느냐!”
천도가 발끈하는 상대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엽현은 오유계의 사람이다. 즉, 오유계를 해할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있지. 바로 이것 때문에 그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해되나?”
“음… 하지만 완전히 같은 편이 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물론 변덕쟁이 인간들을 상대로 완전히 경계를 풀 수는 없지. 다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그 녀석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성깔이 있긴 하지만 심성이 나쁘지는 않거든.”
이때 천도가 문득 고개를 돌려 한쪽 성공을 응시했다.
“그 여자는 앞으로 막강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지라 엽현을 돌봐주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지금, 이 우주는 쉽게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지. 물론 엽현 스스로도 적을 끌어들이는 성향이기도 하고.”
“그를 이곳에서 떠나게 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쉽게 쫓아버릴 순 없지.”
“이상하군.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네가 더 쉽게 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천도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인간들은 내가 무슨 일만 하면 반감을 가지고 거스르려 하는 습성이 있단 말이지. 솔직히 말해 내 힘으로 인간들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포기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인간들이 또 웃긴 게 그렇다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천도가 덕을 잃었느니, 무정하다느니… 이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가서 망치로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뭘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단 말이지!”
“…….”
잠시 숨을 몰아쉬며 분을 삭인 천도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녀석이 있군. 뭐라고 했더라? 천도 따위는 없다고 했던가? 아니, 천도가 나타나면 죽여 버리고 자기가 천도가 되겠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런 시답잖은 소리를 지껄이니까 인간들이 기다렸다는 듯 열광하더군.”
“그래서 어떻게 됐나?”
“뭘 어떻게 돼? 그날로 벼락 하나 떨어뜨려서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지.”
“…….”
“에휴… 인간들 대부분이 이렇다. 지가 잘난 줄 알고 지 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힘이 없으면 가만이나 있던가, 약해 빠진 주제에 무슨 자존심은 그렇게 센지. 나도 나보다 강한 자를 만나면 수그릴 줄 아는데 말이야.”
“그 소복의 여인을 말하는 것이로군. 정말로 그녀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나?”
이 질문에 천도가 눈을 깜빡이며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너 나에 대해서 뭔가 좀 오해 하고 있는 거 아냐? 왜 갑자기 그런 위험한 질문을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에 너도 충분히 강하니까.”
“하하하! 듣기 좋은 말이긴 한데 그래도 그 괴물한테 비빌 순 없지.”
“너 같은 존재조차 쉽지 않다는 말인가?”
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못 이긴다.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육유계에도 없고 도계에도 없다. 혹시… 그녀가 지금 찾고 있는 그 자라면 또 모를까.”
“그자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엽현에게 있는 가장 큰 인과의 주인!”
“그 인과가 그렇게나 엄청난 건가?”
이 말에 천도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거다. 만약 그 여인과 청삼남이 억지로 막아 놓지 않았더라면, 엽현의 운명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물론 두 사람이 버티고 있는 한 죽진 않았겠지만, 지금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었겠지.”
“흠… 무슨 인과인지 꽤나 궁금하군. 혹시 조사해볼 생각은 없는 건가?”
천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물론 나 역시 이에 대해 깊게 파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미리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거지.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사실 선각자의 인과도 간단한 건 아니었다. 분명 엽현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지. 하지만 한 가지 실수가 있었다면, 엽현 뒤에 버티고 있는 소복의 여인과 청삼남의 실력을 간과한 것이었지. 결국, 선각자는 제거되었고 엽현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긴. 제아무리 윤회까지 했다 해서 금수저를 이길 순 없다는 거지.”
“…….”
“뭐, 선각자도 개죽음 당했다고는 볼 수 없지. 그는 사라졌지만, 그 인과는 여전히 엽현의 몸에 붙어 있으니까.”
이때 천도가 뭔가를 느낀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태풍이 오기 전에 어서 몸을 숨겨야겠어!”
이 말을 끝으로 천도가 황급히 어디론가로 걸음을 옮겼다.
“너같이 강한 자가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지?”
등 뒤에서 들려 온 음성에 천도가 웃으며 대꾸했다.
“웬만하면 상대에게 내가 강하다는 걸 숨기는 게 좋아. 이게 바로 내가 지금까지 무수한 적들을 손쉽게 처리한 방법이지. 이제 알겠나?”
“…….”
* * *
허무계로 돌아온 엽현은 곧장 소음을 찾아갔다.
적막한 소음의 방 안, 엽현이 먼저 심각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상황이 또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소?”
“그게 무슨…?”
“새로운 적이 나타났소.”
이 말을 듣자 소음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히 말 해 보시오.”
“그것이…”
엽현은 소음에게 도계에 관한 것과 자신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엽현의 말이 끝나갈 때쯤 소음의 표정은 이미 매우 어두워져 있었다.
“생각보다 심각하구려. 그렇다고 만유서옥을 줘 버리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말이오?”
“그건 절대 내줄 수 없소.”
엽현이 단호하게 대답하자 소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생각했소. 그 물건이 정말로 오유겁을 막아 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내어주는 것은 오유계 전체의 희망을 내다 버리는 것이오. 그대와 나를 포함해서 오유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는 것도 거의 확정적이 될 테고.”
이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도계의 무인들이 오유겁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것이오.”
“그 여인은 어디 있소?”
소음이 말한 그녀라 함은 물론 천녀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엽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아마 도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소. 다만 지금으로써는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우리끼리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오.”
“좋은 생각이라도 있소?”
“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도계의 무인들이 전부 이곳으로 건너오진 못할 것이오. 육유계와 마찬가지로 도계와 이곳 사이에도 우주장벽이 버티고 있으니 말이오. 장벽을 넘어서 이곳에 올 수 있는 자는 극소수, 하지만 그만큼 강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소. 반보 둔일경 정도라면 우리 힘으로 해볼 만하겠지만 문제는 둔일경 강자들이오.”
둔일경!
소음의 표정이 덩달아 어둡게 변했다.
현재 오유계에는 둔일경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 과연 이 정도 전력으로 둔일경 강자를 막아 낼 수 있을까?
“그러니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둔일경 강자를 막을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오. 그런 점에서 내게 한 가지 생각이 있소. 그것은 방어용 진법을 설치하는 것이오. 생각대로만 된다면 이 진법으로 외부인은 물론 오유겁을 어느 정도 방어해 낼 수 있을 것이오.”
“계속해 보시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거대한 진법을 만들어야 하오. 그 안에 오유계 모든 무인들의 힘을 모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말이오. 이 다음이 중요한데… 내가 직접 진법의 핵이 되어서 모아진 힘을 내 육신에 담을 것이오. 그런 다음 도계 강자가 됐든 오유겁이 됐든 내가 나서서 상대하는 것이오.”
엽현의 계획을 들은 소음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소. 그런 진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 힘을 견딜 정도의 육체는……”
이때 소음이 말을 멈추고 엽현을 쳐다보았다.
오유계 전체에서 가장 강한 육신을 가진 자가 누구였던가?
바로 눈앞에 있는 엽현이 아니던가?
그의 육신은 이미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단단해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엽현의 육신이 그 힘을 견딜 수만 있다면 오유계는 이제까지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엄청난 무기를 갖게 되는 것!
엽현이 소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면 오유겁을 막아 낼 수 없을 것 같소. 우리가 만유서옥을 믿고 있긴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도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땐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오? 어차피 반보 둔일경 이하의 무인들은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소. 하지만 방금 전에 말한 방법을 사용하면 그들의 힘을 전부 이용하게 되는 것이니 효율적이고도 강력한 무기를 갖추게 되는 것 아니겠소? 내 생각은 간단하오.어떤 적이 나타나든 오유계 무인들이 단결하여 해치우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오. 그것이 도계든 오유겁이든간에!”
“…….”
잠시 엽현의 표정을 진지하게 살피던 소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오너라!”
그녀의 음성과 함께 대전 문밖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지금부터 오유계에 있는 모든 진법사와 영진사(靈陣師), 혹은 진법과 관련된 재주가 있는 자들은 모두 무성으로 불러들이거라. 참, 이것과는 별개로 오유계 주요 세력들의 지도자를 찾아가서 긴이 상의할 일이 있으니 모여 달라고 전하거라!”
이 명령에 그림자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음은 다시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지금부터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요. 첫째, 어디에 진을 설치할 것인가. 둘째, 진법을 유지할 영기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그대가 원하는 정도의 진법을 유지하려면 필시 영기의 소모도 상당할 터, 이 점을 먼저 고려해 놓아야 하오.”
“음… 진법의 위치는 우주로 하는 것이 좋겠소. 내게 성신지력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성신지력 외에 달리 흡수할 수 있는 힘이 더 있소?”
“그것 말고도 검기나 사기, 불이나 바람 같은 오행에 속하는 기운도 가능하오. 물론 언급한 것 외에도 대부분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소.”
순간 소음이 눈을 크게 뜨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괴물!
“우선은 알겠소. 일단 사람을 시켜 오유계의 오행지력을 최대한 성공에 모아 놓겠소.”
“괜찮겠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건 내게 다 생각이 있소.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고, 어떻게 영기를 충당할 지나 고민하시오.”
“음… 소령이에게 한 번 부탁 해 보겠소. 그 아이에게 노예로 부리는, 아니, 친구로 지내는 영들이 있으니.”
소음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는 택도 없소.”
“그럼 소령이에게 밖에 나가서 다른 영들을 좀 찾아보라고 하겠소.”
“하지만 영이란 존재를 꼬드기는 건 그리 간단치 않을 텐데?”
이에 엽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건 소령이가 알아서 하겠지 말이오. 쥐어박든, 멱살을 잡고 끌고 오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