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I Am a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8
108
39) 의정부, 악마 정벌 – 1
던전 공략 완료 몇 분 전······.
악마 진영 측은 여전히 제2장에서 헤매고 있었다. 같은 장소를 전전하고 있는 천사 진영과 몇 차례 무력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맵 전역에 넓게 포진해 있는 악마 진영 전략상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았다.
“괜찮아. 지금은 참고 넘어간다. 다른 무엇보다 네크로맨서를 따라잡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쟁탈전에 모든 걸 내걸었으니, 절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찾았다! 11시 방향 2마리!”
네크로맨서가 거의 모든 말벌집을 불태워버렸지만, 진행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말벌집을 떠나 있던 개체들이 있었으며, 외곽 지역에는 네크로맨서가 미처 제거하지 못한 벌집이 있기도 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말벌집들이 하나둘 리스폰되고 있었다.
– 맹독 거대 말벌 사냥 (99/100)
“한 마리! 드디어 한 마리만 찾으면 된다!”
“좋아! 모두 눈 똑바로 떠! 빨리 잡고, 당장 달려가서 네크로맨서 새끼 뒤통수를 후리자고!”
그들은 끝까지 차오른 수치 앞에 다시 한번 사기를 불태웠다. 비록 뒤처졌지만,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셈 솟고 있었다.
다음은 보스 스테이지일 테고, 제아무리 네크로맨서라도 빠르게 클리어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놈이 보스 몬스터와 박 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그때를 노리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다.’
범열 역시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단 1마리만을 남겨둔 바로 그 순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는 악마 진영 전체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 ‘이무기 굴’ 던전이 공략되었습니다.
* 잠시 후, 던전이 사라집니다.
짧은 메시지와 함께 거대한 나무들이 가지를 거두며, 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찬란한 빛이 그들의 머리 위 쏟아졌지만······.
“아, 아······.”
“이런 시발!”
“네크로맨서! 그 개자식 때문에!”
악마 진영은 들끓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무려 741명이 들어왔다. 악마 진영의 총력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211명이 죽었다. 적지 않은 수였다.
그런데도······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잔뜩 잃었을 뿐이었다. 일방적이고도 굴욕적인 패배였다.
“대, 대장님, 그럼 이대로 끝인 겁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뇨! 우린 저도 계속 일어나서 결국 산맥을 평정하지 않았습니까?”
태백산맥의 전사들은 허망에 빠진 채, 범열에게 물었다. 그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다짐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시작이다. 너희 말대로 우리는 저도 일어섰다. 지금이 바로 다시 일어설 순간이다! 여기 북한산을 네크로맨서의 무덤으로 만든다. 전원 전투 준비!”
“예! 전투 준비!”
“다시 준비하라! 우리는 지고 지되 끝내 승리한다!”
그들은 쟁탈전을 이대로 끝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퀘스트가 끝났으니 ‘PK 금지 구역’이 풀리게 될 테고, 그렇다면 숫자가 많은 쪽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해서 어르신이 외곽 지역에 320명의 추가 병력을 준비해둔다고 하셨다.”
한편, 던전 공략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재건 동맹의 의장, 이영환이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서 ‘플랜B’를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이름하여 작전명 ‘구마(驅魔)’ 네크로맨서라는 악마를 잡기 위한 계획이었다.
악마 진영은 이곳에 모든 걸 걸었으며, 반드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네크로맨서를 잡아 죽이자!”
“가자!”
자칭 산맥의 전사들이 진짜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드, 드디어 끝났습니다! 북한산을 뒤덮었던 거대한 던전이 저절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 기자의 카메라가 산등성이를 비추고 있었다. 서로 마구잡이로 뒤엉켜 산을 돔처럼 뒤덮었던 나무들이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었다.
“아! 그리고 말씀드리는 순간, 우승자! 역시나! 영원불멸의 우승자! 네크로맨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메라 앵글이 어지럽게 돌아가더니 숲길 한쪽을 비추었다. 그곳에서, 네크로맨서 팀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성우와 지수, 한호 그리고 민석까지 보였다.
“누가 그를 의심했습니까? 놀랍게도 제3 진영이, 다른 두 절대 종족을 누르고 당당하게 한국 서버의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입니다!”
사실 네크로맨서가 등장했을 때 인터뷰를 무시당한 이후, 네크로맨서를 증오하게 된 안 기자였지만, 이 순간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스릉―
네크로맨서의 옆에 서 있던 빨간 옷의 여자, 지수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더니 다자꼬자 앞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그 동작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빨라서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했다.
“어?”
“뭐, 뭐야?”
안 기자와 조수들은 그 돌발 장면에 깜짝 놀라며 경직됐다. 그녀는 온몸으로 네크로맨서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서 허공을 노려보며 칼을 휘둘렀다.
쩡! 쩌―엉!
그 순간, 그녀의 칼날이 무언가와 부딪치며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총 두 번이었다. 직후, 바닥에 떨어진 건 반 토막 난 은색 화살이었다.
파직! 파지지!
그건 보통 화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반으로 잘려나갔음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해댔다.
“어? 기습? 가, 갑자기 누군가 네크로맨서를 공격했습니다!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
제대로 중계할 틈도 없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쉬―쉬―쉬―쉬―쉭!
다음 순간, 숲속에서부터 수백 발의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습격자들의 신분이 드러났다. 재건 동맹이 자랑하는 ‘스콜 부대’였다. 놈들이 수십 개의 연노(連弩)를 뿜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성우 씨, 놈들이 다시 저격을 준비하고 있어요. 가서 휘젓고 나올게요. 준비하고 계세요.”
지수가 말했다. 다음 저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적진을 흔들어 저격을 방해하는 게 답일 수 있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뼈 방패 두 개를 만들어내, 하나를 한호에게 던졌다. 민석은 본래 들고 있던 방패를 들어 올렸다.
반면 지수는 목까지 늘어져 있던 ‘귀면갑(鬼面甲)’을 올려 쓰더니,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챙! 챙! 챙! 챙! 챙! 채―앵!
그리고 머리 위로 날아드는 모든 것들을 쳐내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갔다. 그녀가 스쳐 지나가는 길 뒤로, 부서진 화살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악귀가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보, 보이십니까? 저걸 인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3 진영은 한 명, 한 명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림자 추적’ 스킬을 이용하여 단숨에 습격자 무리의 앞에 도달했다.
촤아―악!
눈 깜짝할 사이, 도끼 든 플레이어 4명이 풀썩 쓰러졌다. 2명은 그녀의 칼날에, 그 뒤의 2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검기에 맞았다.
“헉!”
“마, 막아! 억!”
그리고 그건 도미노 현상의 시작점이었다. 그 뒤로, 그녀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차례차례 쓰러지기 시작했다.
촤악!
섣불리 움직인 손가락이 풀숲으로 흩어져 나가고, 손목이 통째로 분리되어 허공을 떠돌았다.
“으악!”
“악!”
“······억!”
사지가 절단된 전사들이 나무에 기대고 바닥 위에 나동그라져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몸통과 분리된 머리가 내리막길로 굴러떨어졌다.
그 모든 걸 배경 삼아, 단말마 같은 비명을 온몸에 매단 채, 붉은 피를 뒤집어쓴 악귀 한 마리가 날뛰었다. 그녀의 돌격은 온 진영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마, 막아! 힉!”
“스콜 부대 후퇴!”
“마법사들 뒤로 빠져!”
이렇듯, 그녀에게 온 신경이 빨려 들어가며 감히 네크로맨서를 노릴 수가 없었다.
잠깐 정신을 다른 곳에 두었다가는, 그녀의 칼날이 언제 목을 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지옥 같은 태백산맥에서 살아남았다는 전사들이, 깊은 두려움에 잠겨버렸다.
범열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젠장! 저 미친년 대체 뭐야! 대, 대체 그걸 어떻게 막은 거지?”
네크로맨서를 죽이기 위한 아이템 ‘신성한 피의 화살’을 놈의 심장을 향해 쐈다. 그것도 2발을 동시에 말이다. 단단히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었다.
그런데 저 귀신 같은 여 무사가 모두 쳐내버릴 거라고는······ 범열을 비롯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범열은 이를 갈았다.
“어르신이 저 계집부터 처리하라고 한 이유가 있었군.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이대로 실패한 게 아니었다.
‘아직이다. 아직 2발이나 남았다. 여자를 처리하고 다시 정확한 타이밍을 노린다.’
범열은 계획을 수정함과 동시에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두꺼운 목을 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역시 저 괴물 같은 여자와 직접 맞설 생각은 없었다.
“의진아!”
“예, 대장!”
“그림을 써라! 일단 저년을 멀리 날려 버린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의진이라고 불린 남자가 등 뒤의 배낭에서 무언가 꺼내 들었다. 그건 돌돌 말린 종이였는데, 그 재질이 한지처럼 보였다.
“그래, 더 깊이, 어서 와라. 귀찮은 훼방꾼을 처리할 만한 아이템 역시 준비해뒀다.”
의진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 그림을 풀었다. 돌돌 말린 종이가 스르르 내려가며 먹으로 그린 산맥의 풍경이 드러났다.
– ‘신령의 진경산수화’가 발동됩니다!
그 순간, 그림에서 먹물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더니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지수를 향해 뻗어 나갔다.
“뭐, 뭐야?”
지수가 반응했지만, ‘확정 판정’인 건지, 피해낼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다.
“윽!”
이내 온몸에 뒤엉켰다. 그녀가 칼을 휘둘렀지만, 물을 베는 것처럼 허무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녀는 결국, 그대로 먹물에 끌려가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 그림만이 펄럭이고 있었다.
“됐다!”
“좋아!”
죽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특정 대상을 먼 공간, 정확히는 태백산맥 어딘가로 보내버릴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네크로맨서의 전력을 확연하게 약화할 수 있었다. 하물며 호위무사나 다름없는 존재를 전장 이탈시켰으니 저격에 성공할 확률이 배로 늘어났다.
“지고 지되, 끝내 승리한다! 전투를 준비하라!”
범열의 외침에, 나무 사이에 포진 중이던 전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무기를 고쳐잡고 정면의 적, 네크로맨서를 노려보았다.
“네크로맨서를 쳐라!”
“가자!”
“놈을 죽여!”
태백산맥의 전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네크로맨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성우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수십 발의 화살이 박힌 뼈 방패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의 얼굴에는 어렴풋한 분노가 어려 있었다.
“내가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눈가에서부터 피어난 녹색 불꽃이 그의 몸을 잠식해나갔다. 그리고 거대한 흑색 낫이 나타났다. 그걸 집는 순간, 검은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 알 수 없는 기운이 일대를 잠식합니다.
검은 늑대의 형상, 아누비스가 등장했다.
–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신체 기능이 위축됩니다.
*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1)
성우에게 신격이 부여되자, 이 자리에 서 있는 모든 플레이어의 눈앞에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큭!”
“이, 이건······.”
태백산맥의 전사들 역시 속도를 움찔거리며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쪼, 쫄지 마!”
“기다려라! 놈이 언데드를 소환할 때까지 기다려!”
그들은 네크로맨서의 전투 방식을 여러 차례 봐왔다. 놈은 언제, 어디서든 검은 연기와 함께 언데드 부대를 소환할 수 있었다.
“함부로 들어가면 위험하다!”
“서서히 조여!”
그렇기에 막무가내로 부딪치지 않고 넓게 퍼지며 네크로맨서를 포위하려고 했다.
어차피 치명적인 한 방은 저격수들이 날릴 테고, 자신들은 시선만 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네크로맨서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말한다.”
구구구구―
동시에 숲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나무들이 꺾이며 새 떼가 날아올랐다.
심상치 않은 현상이었다.
“······.”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심지어 카메라마저 그곳을 찍기 시작했다.
분명 무언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쩍! 쩌―적!
이내 나무가 갈리며 그 정체가 드러났다.
“으아아!”
“저, 저게 뭐야!”
그건, 그 누구도 보지 못한 북한산 던전의 주인, 이무기였다.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영물이 숲을 헤집고 튀어나온 것이다.
수십 미터의 긴 몸뚱이가 악마 진영을 덮쳤다.
“······오늘부터 한국 서버에는 악마 진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