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015)
〈 1015화 〉귀족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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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푹 쉬고 일찍 일어나 출정 준비를 마친 우리들은 쿠샤트 산맥으로 들어갔다. 대충 알아보니 이거 상상 이상으로 존나 커다란 산맥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리가 있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지.
애초에 이런 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위협할 만한 괴물이 있는 것도 아닐 테니 사실상 산책과도 별 차이가 없는 일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이게 살인 산책이라는 것 정도겠지.
아무튼 날씨는 선선했다.
“시원하구만.”
산맥의 초입에 닿자 아리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요정처럼 손을 뻗었는데, 순간 하늘을 가리던 나뭇가지들이 저절로 비켜주더니, 그 손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동시에 화려한 나비들이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와.”
보고 있으니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알라우네는 알라우네지.
“완전히 그냥 숲의 요정이구만, 요정.”
이세계의 살인귀같은 미친 씹쓰레기 요정들 말고 지구 민담에 나오는 귀엽고 착한 요정 같다.
“아리야. 좀 어때?”
“아아…”
내 부름에 아리가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나름 상쾌한 공간이에요. 모두가 저를 환영하고 있어요. 힘이 늘어나서 그런 건지… 그것들이 아주 명확하게 느껴져요. 제 감각 자체가 확장된 듯한 느낌이랄까요.”
“오. 역시 숲에 들어오니까 능력이 좀 강화된 것인가?”
“확실히. 그렇게 느껴지고 있어요.”
ㅡ스르륵.
순간, 아리의 옷이 사라지더니 사방에 펼쳐져 있던 잎사귀들이 아리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잎사귀들이 연두색과 녹색으로 이루어진 숏 드레스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것은 몹시 고급스러운 의복이었다.
즉석에서 옷을 만들어 내다니.
이미 한 번 본 적은 있었지만 정말 놀랍다.
“…”
환복을 마친 아리가 훤히 드러난 자신의 풍만한 가슴골을 강조하면서 한쪽 다리를 뒤로 빼고는 양손으로 치맛자락을 잡아 들어 올리고, 허리를 숙여 내게 인사했다.
“어때요?”
“이거 완전 숲의 공주님인데?”
“여왕이지만.”
진짜 느낌이 좋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제게 말을 걸어 오고 있는데, 정확히는 복종의 뜻을 내비치고 있어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그리고 나무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가온 아리가 내 팔을 끌어안고는 보고를 하는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의지나 이성 따위는 없는 식물들이지만, 그러한 것들을 분명히 느끼고 있으며 아리에게 충성하기 위해 소리를 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진짜 존나 신기하다.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기뻐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숲의 사랑을 받고 있구만.”
“사랑을 넘어서… 그야말로 제게 복종하는 것을 삶의 의미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요.”
어딘지 꿈을 꾸는 듯한 아리의 어조.
“가련하게도.”
가련하다고?
“저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아.”
“이렇게 관심을 줘도 솔직히 곤란할 뿐이에요. 명령을 들어주겠다는 것은 좋지만, 솔직한 감상으로는 감히? 정도밖에 없달까요. 제게 이런 마음을 품다니, 좋지 않아요.”
아리는 무슨 모든 것을 하등하다고 느끼는 여왕 같은 어조로 말했다.
이건 좋지 않아!
“아이고! 아리야! 무슨 천성 여왕님도 아니고 그런 못된 말 할래! 다 식물 친구들이 우리 아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친구가 아니라 하등한 노예 이하…”
“우리 아리 성격이 변해버렸다!!! 착한 아리 돌아와!!”
“전혀요. 저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리 말한 아리가 내 팔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단지 제 생각과 마음이 명확해졌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는 여전히도 착한걸요?”
“두려워서 살 수가 없다.”
내가 봤을 때 너무 커다란 산맥에 들어온 나머지 아리의 그릇 자체가 커져 버려서 보는 시선이 좀 변해버린 모양이었다. 이 광활한 산맥이 복종을 하겠다고 하고 있으면 당연히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아버님?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이 산맥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서 말해주세요.”
“그럼 그 인간들 모여있는 곳 위치 좀 알려달라고 부탁 좀 해주라.”
이교도도 결국 인간이다.
“네. 그렇게 할게요.”
여기 안에 있다면 아리한테 무조건 들키게 된다.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몹시 간단해요.”
그리 말한 아리가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냥 이렇게.”
그대로 가장 가까운 고목으로 다가가서 껍질에 손을 대고는.
“실망시키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불어넣으면.”
ㅡ부르르!
아리의 눈이 감겼고, 모종의 힘 같은 것이 느껴지더니 고목이 가지를 부르르 떨었다. 나는 그냥 놀라울 뿐이었다. 실망시키면 용서하지 않는다고? 아리가 살면서 저런 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나?
설마 나 내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하게 된 건가?
여러모로 그런 생각이 든다.
“…네. 인간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와.”
“이렇게 알아서 알려주는걸요. 전혀 어렵지 않죠.”
싱긋 웃은 아리가 재차 손을 뻗어 나무껍질을 쓰다듬었다.
“그야말로 숲의 여왕…! 아리가 성장한다면 정말 엄청날 것이 분명해요!!!”
그 모습을 본 힐데가 주먹을 꽉 쥐면서 감탄했다. 아리는 그저 그런 힐데에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캇트. 그렇지 않아?”
“나 입 벌어진 것 좀 봐라.”
ㅡ터억.
내 턱에 손가락을 얹은 클라우디가 그대로 내 입을 닫아줬다.
“저런 아리를 그런 식으로 꾸짖다니. 캇트. 옛날에 왜 그랬던 거야.”
그래놓고 상당히 즐거워졌는지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한 그녀가 웃으면서 내 어깨를 자신의 손목으로 살살 두들겨줬다.
“그건 진짜 생각할 때마다 너무 부끄러워서 몸이 막 뒤틀려. 아 시발 등 뜨거워지는 거 봐라. 이거.”
아리가 막 부활했을 때는 그저 알라우네에 불과한 존재였다. 나는 그렇게 여기고 아리를 박대했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이때,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
“괜찮아요, 아버님.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거였어요. 솔직히 이제 막 피어난 알라우네라니, 경계하는 게 당연한 걸요. 그래도 당시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젠 막 내 생각까지 다 읽네.
“미안해, 아리야!!!”
“후훗, 장난이에요. 아무튼 정리해보자면 인간 집단은 상당히 멀리 있는 것 같아요. 정확한 위치를 특정해줬다기보다는 방향을 알려주고 있달까, 이거는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확실해질 거에요.”
말하자면 이 숲 네트워크가 건너건너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 중이라 여기서는 대략적인 방향밖에 알지 못하고,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확실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거는 뭐 그냥 씹쌍타취다.
더 바랄 게 없다.
“그럼 출발해요. 방향은 제가 잡을게요.”
“저도 뭐 느끼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렇게 우리들은 산맥의 내부로 진입했다.
아리를 맨 앞에 세워둔 채 주변을 살피면서 산책을 하듯이 걷는다. 딱히 덥지도 않고 쾌적해서 움직이는 것도 문제가 없었고 말이다.
“아버님. 보세요. 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아리가 맨발로 걷자 그 발자국에서 꽃과 풀들이 피어났다. 그렇게 한 다섯 보 걸으니 그야말로 작은 화단이 만들어질 지경이었다.
진짜 놀랍기 그지없군.
“세상에.”
뭣보다 저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 들어 올린 채 의도적으로 허벅지를 노출하면서 움직이는 게 참 요사스럽다. 저건 일부러 나 보여주려고 저러고 있는 거다.
“사막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걸까?”
클라우디가 그것을 묻자, 아리가 잠시 생각하려는 듯 멈춰 서더니.
“아마 그냥 모래뿐인 공간이라면 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근처에 식물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퍼트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도 수원지가 있어야겠지만.”
“정말 보물 같은 능력이야.”
그야말로 보배다.
아무튼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걸었다.
어차피 나야 전혀 지치지 않으니 말할 것도 없고, 아리는 숲에 있어서 그런지 철인이 된 상태였다. 클라우디랑 힐데는 원래 강했으니 산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 번씩 힘들다고 하면 내 어깨에 태워준 채로 이동하면 될 뿐이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밥 먹을 때쯤이 되어서 식사를 하려고 하니 근처 나무에서 온갖 열매를 피워낸 아리가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생각해보니 이런 것도 가능하네.
“이건 밥걱정도 없겠네.”
“어느 산맥에 들어가도 저와 함께라면 왕처럼 살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아리 최고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달콤한 열매들을 껍질째로 베어 먹으면서 체력을 회복했다.
“근데 몬스터가 전혀 없네요!”
힐데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말하자 아리가 바로 대답했다.
“제가 다 쫓아내고 있어요.”
“허억!”
힐데는 물론이고 클라우디까지 놀란 눈치다.
“어머,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정말 엄청난 능력이야.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 같아.”
“이런 곳이라면 뭐든 가능해요.”
아리만 있다면 그 어떤 산맥이나 정글이든 전부 제집 안방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알라우네에게는 그게 당연한 것일 테니까. 알라우네에게 있어서 숲은 자신의 궁전이자 성체, 도시이자 왕국이나 다름 없다.
이런 알라우네가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산맥을 지배했던 시대가 있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살인적이다. 분명 그린 드래곤과 영역 다툼을 할 정도라고 했었던가.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저기 어딘가에서부터 기척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아리가 다 차단했다고 했는데 뭐지.
“아리야? 뭐 오고 있는 것 같은데?”
그리 묻자 아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손을 뻗었다.
“다들 저쪽을 보세요.”
“저쪽?”
아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ㅡ사라락.
가만히 보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뭔가 오고 있는 건가? 보아하니 아리가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냥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던 그때.
ㅡ스륵.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고.
“아닛!!!!!!!!!!!!!”
ㅡ풀쩍!
“저것은!!!!!!!!!!”
나는 앉은 자리에서 7미터 높이로 풀쩍 뛰어오를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즉시 그 상태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공중실장권법을 펼치며 착지했다.
나타난 것은 드라이어드였다!!!
“드라이어드!!”
어미 씨러랄럼의 드라이어드!!
ㅡ스스슥.
ㅡ스륵.
ㅡ스스슷.
“그것도 한 새끼가 아니라 여러 마리야!!!!!”
수풀의 사이에서 나온 것은 잎사귀로 만든 의복으로 주요 부위를 가리고 있는 드라이어드 씹년들이었다…! 예쁘장한 외모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두색과 초록빛 계통의 피부색을 지닌 저주받은 괴물들!!!
아무리 예뻐 봤자 피부색이 저래서야 슈렉의 부인인 피오나 소리밖에 듣지 못해!!!! 그리고 나는 저것들의 풍만한 젖가슴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드라이어드들은 죽이는 순간 잎사귀로 화해 흩어지는 정령적인 존재들이다!
“미친! 씹 새끼들!”
승급전의 악몽이 떠오른 나는 즉시 드라이어드들을 도륙하려고 했다. 옛날이야 막상막하였지만 지금의 나는 저딴 새끼들쯤은 새끼손가락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남자다.
“아버님, 진정하세요. 저한테 오고 싶어 하길래 불러온 것들이에요.”
“뭐?”
아리가 내 앞에 섰고.
ㅡ스읏.
모여든 드라이어드들이 제각기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리가 불렀다고?”
“보세요. 제게 복종하고 있어요. 드라이어드들은 알라우네에게 거역하지 못해요.”
“아.”
생각해보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와, 근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또 신기하네.
“…”
“…”
“…”
드라이어드들은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을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보니까 힐데랑 클라우디 역시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여자 몬스터에요…! 그것도 괜찮게 생긴!”
어째서인지 힐데가 내게 귓속말을 해왔다.
“저정도면 나름 합격점이니 납치해서 캇트님 자위 기구로 사용해도 괜찮…”
“야, 야! 뭔 소리 하는 거야 임마!!!”
이 무슨 미친!
“아악! 장난! 아악! 캇트님! 장난! 장난이에요! 아악! 장난장난! 그냥 평소 같은 음란한 농담!”
“아오, 힐데야! 그런 말 하지 말기!”
“네엣!!!!!”
힐데가 영역표시를 하려는 것처럼 내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면서 호들갑을 떨어댔다. 지금 사고친 고양이마냥 급하게 애교 부리는 것으로 무마하려고 하는데 이게 먹히네.
“아리가 이것들을 전부 부릴 수 있는 거야?”
“네. 보시다시피.”
클라우디의 물음에 아리가 도열한 채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드라이어드들의 머리맡을 걸으면서 대답했다. 그것은 마치 사단장 방문 직전, 대대원들의 제식 연습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는 대대장 같은 태도였다.
“드라이어드도 숲의 일부이니, 제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어요.”
그리 말한 아리가 드라이어드들의 머리칼을 어루만지거나 턱을 쓸어주거나 하면서 그녀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야말로 여왕 같은 시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