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31)
〈 131화 〉D급 모험가 김캇트
https://t.me/LinkMoa
대충 그런 느낌으로 한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혹시 돌아올지 모를 홉고블린 친구들을 기다려 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역시나 폐광 안에 있던 23 마리가 전부였던 것이다.
사냥 나갔던 애새끼들이 한시간 만에 돌아온다는 것도 조금 그렇기는 한데, 당초 계약대로 ‘폐광 안에 있는 20마리 규모의 홉고블린’들을 죄다 쳐죽였으니, 여기서 퀘스트 종료다.
“이쯤 기다렸음 할만큼 했지. 내려가자.”
내 말에 리나가 낑낑거리며 자루를 들쳐 메었다. 자루는 머리통 23개와 곤봉 및 기타 잡다한 농기구와 거적떼기로 가득 들어차 있어서 상당히 부피가 커져 있는 상태였다.
과연 리나는 자신의 나약한 육신으로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바로 그것이 F급 모험가로 살아가는 자들의 삶의 무게란 것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으스러지고 도태가 될 뿐이다.
이 세상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봐준다거나 하는 친절한 세상이 아니다. 가녀린 소녀라고 할지라도 어른 만큼의 일을 해내지 못하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힘내라, 여동생.
“리나야, 무겁진 않니?”
“아, 아뇨. 괜찮아요. 요즘 익숙해져서.”
“그럼 빨리가자.”
그리 우리들은 노도와 같은 기세로 산을 내려왔다.
운이 좋다면 오늘 안에 숙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차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없으면 꼼짝없이 하루를 더 보내는 수 밖에 없다.
곧바로 촌장의 집으로 찾아가 문을 두들겼다.
ㅡ쿵쿵쿵.
“으음?”
세번 정도 두들기고 기다리고 있으니, 촌장을 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들의 모습을 잠깐 관찰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들 아침에 올라가지 않았나? 날이 떨어질때 쯤에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네만…”
“일이 생각보다 쉽게 끝났거든요. 자, 보시지요.”
리나를 시켜서 자루를 마당에 쏟게 했다. 데구르르, 뿜어져 나온 홉고블린들의 머리통이 마당에 흩어졌다.
“오, 오오! 홉고블린!”
그 꼴을 본 촌장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촌장은 발치까지 굴러든 머리통을 잡아 들고는 기쁜얼굴로 이곳저곳을 살폈다.
“총 23 마리가 있더군요. 폐광 안쪽은 전부 쓸어버리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길드에 의뢰를 하길 잘했군! 문제가 이렇게 빨리 해결이 될 줄이야!”
이후로 촌장과 혹시 있을지 모를 잔여 홉고블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것들은 문제가 없는 듯 했다. 그는 곧바로 의뢰의 달성을 확인하는 길드의 문서를 건네주었다.
“자, 수고했네. 아, 그리고 아침에 마차가 한대 왔었다네.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니 돌아갈때는 그걸 타고 가면 될 것이네.”
다행히도 마차가 하나 와 있단다.
오늘은 숙소에 돌아갈 수 있겠구만.
“감사합니다. 아, 근데 혹시 전리품 같은 것들은 매입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농기구 두어개는 쓸만해 보입니다만.”
“약탈 당한 농기구로군. 없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아쉽게도 길드에 의뢰를 하느라 딱히 쓸 수 있는 돈이 남아있지 않으니… 물물교환은 가능한가? ”
노획한 농기구 역시 처분을 하기로 했다. 모양만 보면 잃어버린 물건 되찾아준거랑 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엄연히 전리품인지라 권리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이것도 호의에 대한 답례다. 식료품등을 조금 받고 넘겨주기로 했다.
“근데 곤봉은 안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홉고블린들이 걸치고 있던 가죽이라던가요. 이걸로 자경단원들 무장 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
“유갑스럽게도 그건 별로 필요가 없겠군. 그리고 재미는 있어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네.”
혹시 몰라서 곤봉 같은 것들도 쓸만해 보이는 걸로 엄선해서 가져오긴 했지만, 역시 이딴 것들이 팔릴리가 없었다. 더러운 가죽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이런 쓰레기들을 사주겠는가.
이걸 뭐 어케 처분을 해야하지.
고민하고 있으니 자루에서 쏟아진 물건들을 정리하던 리나가 눈에 들어왔다.
“야, 리나야. 그것들 그냥 니 다 가져라.”
“네, 네?”
“곤봉 그 시팔거랑 가죽들 다 니 가지라고. 아무래도 나한테는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냥 버리는 것도 뭣하니 선심 쓴 김에 리나한테 죄다 줘 버리도록 하자. 당황한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지?” 라고 씨익 웃으며 물으니,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돌려주었다.
역시 사람은 가끔 기부도 하고 그래야 한다.
“이제 돌아가 볼까.”
촌장과 인사를 한 우리들은 마을의 입구로 향했다.
보니까 마차 하나가 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마부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돌아가야 되는 길에 손님이 생겼으니 기뻐하는 것이리라.
“마부님, 이스반트까지 갈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곧바로 30쿠퍼를 지불하고 마차에 탑승했다.
“깜둥아.”
“음? 왜?”
가장 먼저 들어간 위니아가 자리에 앉고는 나를 노려 보았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눈을 찌푸린채로 자기 옆자리를 손으로 두들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기 옆에 앉으라는 신호인 것 같았다.
“허나 거절한다.”
“뭐어?”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위니아.”
“쯧. 아주 그냥 개새끼가 따로 없네.”
곧바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어서 클라우디가 올라와 내 옆에 앉고, 리나가 위니아의 옆에 앉았다. 위니아는 불만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시팔.
“으음, 캇트. 마차에 탄건 좋은데 말이야. 성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갈 수는 있을까?”
“아마 안될걸. 시간이 좀 늦었어.”
옆에 앉은 클라우디가 말했다.
그 말대로 오늘안에 이스반트로 돌아간다고 쳐도 어차피 밤에 도착하면 도시 안에는 못들어 간다. 어제의 교통 시간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해가 다 떨어진 뒤에나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숙소에 돌아가는건 내일 아침이 된다.
아이, 씨벌. 이래서 장거리 퀘스트가 애매하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 때문에 이래저래 발목을 잡히고 만다.
D급 의뢰는 대부분이 다 이런것 같던데, 돈은 많이 줘도 여러모로 불편한 점도 많은 것 같다.
아무튼 마차는 출발했다.
시간은 아직 낮이었지만, 체력을 써서 그런지 피곤하다.
고개를 돌린채로 나를 흘겨보던 위니아도 조금 지나니 아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듣기로는 체인 라이트닝이 조금 쎈 마법이라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다고 한다. 마나가 급격하게 빠져나가면 심각하게 피곤해진다고.
나 역시 피곤했기에 그냥 클라우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 잠들고 일어나ㅡ
“ㅡ벌써 도착했냐?”
정신을 차리니 주변이 어두웠다.
그렇다. 도시에 도착은 했지만, 성문이 닫혀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마부가 도착했다며 내리라고 채근했다. 비몽사몽한 정신을 부여잡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차에서 내렸다.
“세상 모르고 자던걸?”
“어깨가 너무 포근해서.”
하품이 절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시간을 맞추지 못한 모험가들이며 상행 마차들이 이리 저리 늘어서 있었다. 전부 불을 피우고 밤을 보낼 준비를 하는 중이다. 어떤 놈들은 작은 천막을 쳤고, 또 어떤 놈들은 침낭속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일상적인 밤의 성벽 풍경이다.
일이 늦어지는 경우는 항상 있기 때문에 성벽 앞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들어간다. 모여서 불을 피우고 있으니, 딱히 몬스터들이 습격을 해 오는 일도 없다. 주변에 목격자도 많으니 범죄도 그다지 저지르지 않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밤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깜둥아. 가서 나무 같은 것 좀 가져와.”
위니아가 지팡이 끝에 자그마한 불씨를 생성해 놓고는 말했다. 불은 자기가 피울테니 그 밑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곧바로 돌맹이와 나무, 그리고 불쏘시개를 근처에서 모아 모닥불을 만들었다.
위니아가 불을 피운 후에는 아까 물물교환을 했던 식료품들을 꺼내 적당히 구워먹기로 했다. 시골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염장 고기다. 나뭇가지를 찔러 넣고 구워 먹으니 몸이 따뜻해지며 포만감이 들었다.
그리 성벽 앞에서 불을 피운채 밤을 보냈다.
***
아침이 되자마자 경비병들이 성문을 열었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은 긴 행렬이 이어졌다. 눈을 비비며 줄을 따라서 도시로 들어갔다. 그만큼이나 오래 잤음에도 무척이나 피곤했다. 역시 수면의 질이 제일 중요한 법이지.
곧바로 길드에 들러서 첫 D급 퀘스트 성공 보상을 받고, 교통비를 제해서 셋으로 나누었다. 리나에게 임금을 지불하는건 그냥 내가 하기로 했다. 오빠된 도리로서 여동생을 챙겨줘야 했으니까 말이다.
“야, 리니야. 돈 받아라.”
“아…!”
리나한테 5쿠퍼 동전을 던져주니, 좋다며 받아 들고는 꾸벅 감사인사를 해 왔다. 정당한 임금 지불일 뿐이지만 그마저도 해주지 않는 불한당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고마워요, 오빠!”
“이제 꺼져.”
그런 리나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소녀는 자기 몸통만한 자루를 짊어진채 도심 속으로 사라졌다… 산에서 강하게 살아가렴.
“야, 위니아. 쟤 보니까 그거 생각난다.”
“뭐가?”
그 꼴을 보니 문득 과거의 일이 생각났다.
“몇년 전에 너랑 나랑 그 뭔 레난가 뭔가 하던 년이랑 같이 일한적 있었잖아. 나 F급일때. 그때 그게 아마 고블린 토벌 퀘스트였나, 아무튼. 늬들이 내 일당 삥땅처먹고 도망친거.”
분명 위니아랑 크라스하임에서 처음 만났을때의 일이었다. 일당으로 5쿠퍼를 주기로 해놓고 마치 장난처럼 1쿠퍼만 줬던 일이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 악질적인 장난 때문에 밥도 못처먹고 길거리에서 잠을 청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곤 한다.
내 오랜 트라우마 중에 하나다.
위니아는 몰라도 레나 그 씹새는 절대로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언제 한번 만나면 도륙을 내 줄 것이라고 늘상 마음은 먹고 있는데, 이 넓은 세상에서 사람 얼굴 보기가 쉬운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련히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걸 잘도 기억하고 있네. 그럼 그 다음에 깜둥이가 웬 좆같은 칼 들고 찾아온 것도 기억하겠네? 그리고 도망친 것 까지?”
“물론 어제일처럼 생생하지. 그리고 그때 그건 도망친게 아니라 전략적 후퇴였을 뿐이야. 아무튼 그거 생각하면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니, 위니아가 나를 노려 보았다.
“할 말? 깜둥이한테 사과라도 하라고?”
“아니, 꼭 그런건 아니고. 리나를 보니까 그때 생각이 잠깐 난다 이거지. 레나랑 리나랑 이름도 비슷하네. 심지어 둘 다 좆같은 새끼야. 사실상 동일인물인듯.”
사실 위니아에겐 별다른 감정이 없다.
옛날에는 그랬다쳐도 지금은 몸을 한번 섞음으로서 감정이 중화되었다. 대신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전부 레나에게 향했다. 이번 기회에 그년이 어디서 뭐라고 살고 있는지도 한번 물어봐야겠다.
“…안해.”
“엉?”
“미안하다구. 깜둥이 미안해. 이제 됐어?”
“어? 어…”
그냥 한번 찔러본건데 의외로 순순하게 사과를 했다.
뭔가 좀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그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사과만으로 되겠어?”
“조, 존나 충분해.”
“…그렇구나.”
그리 말한 위니아가 몸을 빙글 돌렸다.
“갈게. 또 봐, 깜둥아.”
“어, 그, 그래.”
“나. 저번에 알려준 거기서 계속 지낼테니까.”
그러고는 걸어나갔다.
“…그럴 생각 들면, 언제든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
의미 심장한 말을 남기는 그녀에게 내가 해 줄수 있는 말은 없었다. 어떨떨해진 기분으로 클라우디를 돌아 보았다. 그녀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은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깜둥아?”
가까이 다가가니, 돌연 그런식으로 불려져서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후후후, 왜? 그렇게 부를 수 있는건 저 마법사 아가씨뿐인 걸까?”
“몰라, 제기랄!”
화를 내는 나를 달래듯, 내 허리를 휘감은 클라우디가 내 걸음에 맞춰 움직였다.
“흐응… 개인적으로는 캇트 네가 지금 저 아이를 따라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이런 생각하면 화낼거야?”
“잘. 아네. 우리 클라우디 오늘은 나한테 조금 많이 혼나야겠네.”
혼내준다는 말에 미혹적으로 웃은 클라우디가 내 귀를 깨물며 말했다.
“어머, 무서워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혼내 줄 생각?”
하, 가소롭군.
“당연히 설운도 선생님의 나침반으로 혼내 줘야지.”
“뭣ㅡ!”
숨을 힘껏 들이쉰 나는 전력을 다해 종로로 떠날지, 아니면 명동으로 떠날건지에 대해서 강렬하게 노래했다. 늘 그렇듯 차라리 청량리로 떠나게 되는 것이 결말이었다.
클라우디가 경악을 하며 내 입을 막으려 했지만, 나는 노래를 부를때 만큼은 그 누구와도 타협을 하지 않는 진정한 씽어쏭라이터였다. 거리에 내 노래가 울려 퍼졌다.
클라우디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으로 물들었다.
떨어져서 걸으려고 하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나의 가장 소중한 관객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