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479)
〈 1479화 〉 천마 김캇트
결계속에 녹아들어 간 세계수는 소멸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조각난 외신들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힘을 내게 넘겨준 것에 반해, 나름대로 힘을 온존하고 있었던 세계수는 그냥 내게 존재를 바쳤을 뿐이다.
그 말은 그냥 간단하다.
놈의 집이 이 세계수의 권역이 아니라.
내 결계 안으로 바뀌었다는 것.
말하자면 비인간적인 몬스터볼 안에 들어간 치코리타 신세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원할 때 꺼내서 쓸 수 있는 그런 치코리타. 물론 치코리타는 아무도 꺼내지 않는다. 영원히 볼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저주받은 존재.
하지만 세계수는 치코리타보다 쓸모가 있을 터였다. 그러니 뭐 필요해지면 꺼내서 쓰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이런 권역 안에서 혼자 노는 거나 내 결계 안에서 잠들어 있는 거나 별반 차이는 없다.
ㅡ츠팟.
세계수를 완전히 받아들인 뒤에 결계를 다시 축소시켰다. 진짜 몬스터볼만한 크기의 새하얀 구체가 된 결계가 내 손아귀 위에 얹어졌다.
“어. 응답하라 세계수.”
“…여기는.”
“내 결계 안이지. 어때? 무슨 느낌이냐?”
솔직히 이런 존재를 넣은 것은 처음이기에 나로서도 어떻게 될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근데 말하는 거 보면 잘됐나 보다.
“…거스를 수가 없군.”
“그럴 수밖에 없지. 힘차이가 얼마나 큰데.”
“…”
대충 느껴보니까 그다지 탐탁지 않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근데 어쩌겠나.
“야. 원래 니는 소멸이었어, 임마. 근데 그냥 살려주기로 한 거지.”
“…”
“내가 있는데 닐 풀어줘 봤자 영혼포식자 밖에 더 되겠냐? 니가 엘프를 수호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수호하는 게 더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그런 거다.
어찌 됐든 내가 있는 세상에서 놈이 존재하는 이상 그저 영혼을 처먹는 영혼 포식자일 뿐이다. 그러니 이렇게 내 결계 안에 가두는 건 아주 좋은 처사다.
“이해하고 있다.”
“그래.”
이렇게 보니까 약간 안드로말리우스랑 비슷하게 느껴져서 나름대로 정이 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걸 풀어두지는 않는다.
아무튼.
“흠.”
세계수의 권역이 붕괴하고 있었다.
본인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가.
“천마워프게이트.”
ㅡ스르륵.
바로 게이트를 만들어서 최초 들어왔던 지점으로 돌아간다. 존나 커다란 나무의 안쪽. 근데 가만 있어 봐.
“야. 근데 너 없으면 이 나무 어떻게 되냐?”
이거 나무 시들어 버리는 건가?
그건 안 되는데.
엘프들은 이 나무를 숭배한다. 뭐가 됐든 이게 시들어버린다면 다들 절망할 것이다. 이제 엘프들도 내가 관리하게 될 텐데, 그들을 절망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이 세계수를 시들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엘프들의 행복 증진에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시들 것이다.”
“그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지?”
“내 힘을 흘려 넣어야 한다.”
이해했다.
“어. 그럼 괜찮네.”
세계수의 힘 역시 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딱히 문제는 없다.
“이건 앞으로 잘 관리해야겠군.”
일정 시간마다 정기적으로 와서 힘을 주입해 주면 될 것이다. 뭐 간단한 일이지.
“…관리해주는 것인가.”
“뭔 당연한 소리를.”
그리 묻는 세계수는 살짝 의외라는 듯했지만.
“내가 엘프들 책임진다고 했잖아? 그럼 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이 나무도 잘 가꾸어 줘야지.”
이것이 바로 퓨전유교다.
아무도 이 그냥 큰 나무를 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한번 해볼까.”
적당한 곳에 손을 댄 뒤에 결계 안에 있는 세계수에게 힘을 보낸다. 그렇게 세계수를 거쳐 변화된 내 힘이. 손바닥에서 분출된다.
ㅡ우우우웅.
분출된 세계수의 힘이 나무에 깃들었다. 더 넣을까? 아니. 일단 처음이니까 무리하게 하면 나무에 안 좋을 영향을 끼칠지도 몰라.
“일단 조금 넣어봤는데. 이 정도면 얼마쯤 버틸 거 같냐?”
“몇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군. 하지만 성급하게 많은 힘을 주입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이거로군.”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마지막으로 이것만 좀 물어보자.
“아무튼 세계수야. 궁금한 게 좀 있는데.”
“무엇이지?”
“넌 엘프들 어떻게 생각하냐?”
“…”
갑작스런 물음이라 그런가.
놈이 잠시 침묵했다.
“…내게는 소중한 존재다. 그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그렇군.
“그럼 샤흐란은? 니 무녀 있잖아.”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할 수 있는 존재. 샤흐란을 말하는가.”
“그래.”
“…”
순간 세계수의 감정이 요동친다.
“…그녀 역시 소중하다.”
“그러냐?”
놈의 감정이 묻어나왔다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래. 엘프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느냐. 그렇기는 하겠지. 아무튼 샤흐란한테 해 줄 말은 생겼다.
ㅡ츠팟.
바로 결계를 꺼뜨렸다.
“…”
그러자 세계수가 침묵했다. 잠든 것이다. 다음에 내가 결계를 열고. 다시 불러낼 때까지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이걸로 중요한 일은 다 해치웠군.”
이것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들과의 교통정리를 완료했다. 나름대로 달성감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신들이 없어졌다는 것은. 앞으로는 내가 신으로서 모든 책임 다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것은 당연한 일.”
실로 당연한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나무의 내부에서 나왔다.
“퓨전유교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행한다는 사상이다.”
앞으로는 엘프들도 내가 수호하도록 하겠다.
* * *
“아. 나오셨군요.”
“오. 샤흐란이.”
바깥으로 나가니 샤흐란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으응?”
나를 본 샤흐란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좀…?”
“왜.”
“그게… 뭔가 세계수님의 기운이 느껴진 것 같아서요.”
“당연하지. 직접 만나고 왔으니까.”
“역시.”
샤흐란에겐 이 충격적인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물론 생각 자체는 다 해놓은 상태다.
“어땠습니까? 세계수님은?”
“나보다 약했어.”
“네?”
“신으로서의 격은 내가 더 높다. 그래서 세계수는 앞으로 나와 협조하기로 했지.”
“혀, 협조!!!”
그 말이 굉장히 놀라웠던 것인지 샤흐란이 입을 가리면서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말은…! 앞으로는 당신과 우리 세계수님이 같이 일을 한다는. 그런 뜻인가요?!”
“거의 그렇지.”
“세상에…! 이런 축복과도 같은 일이!”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건가?
그렇다면 나쁠 것은 없다.
“아. 근데 샤흐란이. 너희 엘프들은 사후 어떻게 되는 거지?”
“네? 당연히 세계수님의 곁으로 가지요.”
“흠.”
역시 그렇게 생각하나.
엘프들이 상상하길 자신들은 죽으면 어머니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먹이가 될 뿐이었다.
마치… 아파트에서 키우던 커다란 개. 아이는 좋아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던 잔혹한 부모님들은 아이에게서 개를 빼앗았다.
`이, 이럴 수는 없어요! 엄마! 왜 돌돌이를!`
`돌돌이는 아파트에서 키울 수가 없단다.`
`하지만!!!`
아이는 슬픔에 차서 항의한다.
자신의 친구인 돌돌이를 빼앗긴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부모님은 말한다.
`하지만 돌돌이는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댁에서 잘살게 될 거야. 돌돌이도 이런 도시에서 사는 것보단 자연에서 사는 게 더 좋겠지?`
`그, 그건…!`
논리적인 답변과 마치 돌돌이를 위하는 것 같은 대답에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흐, 흐윽…! 슬프지만 돌돌이가 그편을 더 좋아한다면…`
그저 납득을 하는 것뿐.
`옳지. 옳지. 그럼 오늘은 돈까스 먹을까?`
`흐윽…! 네…!`
큰 개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우는 것 또한 힘든 일인 법이다.
`울지마렴. 돌돌이는 할아버지 곁에서 잘살게 될 테니까.`
아이를 다독이기 위해서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고.
“흑, 흐윽… 정말이죠…?”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확인차 물었다.
`그럼.`
어머니는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준다.
사실.
돌돌이가 할아버지 곁에서 사는 것은 맞다. 단지 시골의 할아버지가 잡아먹었을 뿐이지. 먹어서 피와 살이 되었으니 곁에 있다고 한다면 곁에 있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돌돌이는 그런 꼴이 되었지만.
`돌돌아…! 할아버지 곁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개가. 할아버지의 결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시골의 대자연에서 재미있게 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엘프들의 믿음은 그런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울커어어어억!!!”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나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예? 예? 뭐, 뭐라고 하셨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신 김캇트.
감정 따위는 바로 숨길 수 있지.
“아… 예. 아무튼. 그것을 왜 물어보셨는지요?”
“그냥 궁금해서.”
“그렇군요. 그런데.”
“아까 부탁했던 거?”
“아. 예.”
샤흐란이가 아까 부탁했던 것이 있지.
엘프와 자신에 대해서 물어봐 달라는 것.
“내가 직접 물어보고 들었는데, 엘프들은 자기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래. 그래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아, 아아!”
“그리고 너에 대해서도 물어보니까 니 이름 말하면서 소중하다는데?”
“그, 그 말은!!!”
“니 이름은 알고 있다는 거지.”
“크, 크흑…!”
결국 샤흐란은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녀를 조금 위로해줬다. 뭐가 됐든 나는 엘프들을 속이고 있다. 근데. 그게 문제인가. 내가 앞으로 잘 책임질 것인데.
“아무튼 그래서 앞으로는 한 번씩 와야 할 것 같은데. 세계수 만나러.”
“네, 네…! 언제나 환영이에요!”
“아. 근데 마지막으로 이건 좀 들어둬라.”
“무슨?”
나는 샤흐란에게 적당히 말을 꺼냈다.
세계수는 지금 많이 약체화된 상태라고. 이번에 리치의 대공세로 인해서 힘을 많이 소모했다고. 그래서 남겨둔 힘이 거의 없다고 그렇게 설명을 했다.
이걸 설명해두지 않으면 세계수의 부재를 어떻게 여길지 모르니까.
“그럴수가…!”
“그래도 걱정 마라. 세계수가 그런 상태긴 해도 내가 있으니까.”
“당신께서는…!”
샤흐란은 잠깐 절망한 듯보였지만, 내 말에 정신을 차렸다.
“엘프들도 앞으로는 내가 지켜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