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98)
〈 198화 〉무도(無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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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면서 리샤와 잡담을 조금 했다. 별거 아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라던가, 최근 빈민가의 동향. 그리고 나의 근황 및 마나를 각성한 것에 대한 축하를 겸해서.
“그건 그렇고…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있구나.”
“신경 말입니까?”
ㅡ타악.
컵을 내려놓은 리샤가 창문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햇살이 새하얀 피부에 닿았다. 모노톤의 고딕 드레스 패션과 어두운 실내. 그리고 그녀를 비추는 햇살이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상한 동향이랄까, 여태까지 네가 가져와 준 검은 마력을 지닌 물품들이 있잖니?”
“검은 마력이라구요?”
으음… 아.
설마 내가 노획해 온 이교도들의 사악한 물품들을 말하는 것인가? 완드나 오브. 그리고 코볼트 퀸의 왕관이랑… 조금 오래전 일인 스켈레톤 메이지의 스태프.
죄다 네크로맨서와 관련이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래, 그거란다.”
생각을 읽혔다.
“그것들과 비슷한 기운을 지닌 존재들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더구나.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엔 여러모로 무시할 수가 없게 되어버려서 말이지… 혹시 시간이 된다면 조사를 해 줄 수 있겠니?”
말을 하는 리샤의 눈이 가늘어졌다. 짜증, 분노? 어쩐지 화가 난 것으로 보였다. 불길할 정도로 붉게 물든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사를 말입니까?”
이야기를 대충 정리해 보자면, 검은 마력을 지닌 존재들이 빈민가 주변을 돌아댕기고 있다는 것 같다.
그렇다는 것은 이교도들이 도시까지 들어와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다. 지하수로에 둥지를 틀 정도의 놈들이 빈민가에서 사이비 종교를 만들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닐 테니까.
조금 흥미가 생겼지만, 조사라.
“강요는 아니란다. 그냥 부탁일 뿐이야. 간단히 그들의 물건을 탈취해 오거나, 목격한 진실. 아니면 관계자의 머리 같은 것을 구해 와 주면 좋겠는데… 안 되겠니?”
“잠깐 생각 좀 해 보고요.”
조사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난이도도 낮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건 그냥 교회 쪽에 신고를 하면 될 것 같은데.
리샤가 아무리 흑마법사라고 해도 결국 가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다. 교회에서도 막 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기는 조금 곤란하구나. 그렇다고 직접 조사를 할 수는 없으니, 누군가에게 의뢰를 해야 할 진데… 믿을 만한 아이가 너밖에 없구나.”
“으음…”
“부담되니?”
리샤가 고개를 꺾었다.
부담 되는 건 아닌데.
“…아뇨.”
마음을 결정했다.
“뭐. 보상만 충분하다면 못할 것도 없죠. 이쪽 빈민가 주변에 수상한 놈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이거죠?”
리샤는 보상을 두둑하게 해 주는 사람이다. 일단 해보고, 하다가 정 안되면 포기하겠다는 조건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거니?”
“못할 것도 아니고, 그러죠. 서클렛으로 도움받은 것도 있잖습니까… 그래도 조사 일이라는 게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라 정 안되면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후훗, 그거면 된단다.”
싱긋 웃은 리샤가 다시 찻잡을 집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그때의 일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구나.”
“계속 끙끙대봐야 변하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진정한 나의 내면과 마주하고 쌉마초가 됨으로서 그때의 일은 완전히 잊기로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다. 리샤와의 관계는 그냥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둘 말고는 모르는 일이니까.”
클라우디와 위니아에게는 너무나 미안하지만, 사실 내 잘못은 아닌 것이다. 그냥 외로운 어르신 한번 위로해 드렸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어르신이라.
리샤는 과연 몇 살일까. 클라우디보다 연상?
저번에 봤었던 그 고압적인 말투의 누님 모드를 보면 그럴 것 가기도 하다. 귀가 저렇게 긴 것을 보면 당연히 엘프일 테고. 그렇다면 나이가 많아도 이상할 것은 없다.
한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리샤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
“…설마 지금 것도 읽으신?”
눈을 가늘게 뜬 그녀가 일어났다. ㅡ스륵. 곧바로 시야가 암전했다… 설마! 놀란 나는 경악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불이 다시 켜진 그때!
“여자의 앞에서 나이를 가늠하려 하는 건 조금 실례되는 일이 아니겠느냐?”
“어억!”
긴 다리.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 무엇보다 어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몸매와 변화한 인상. 리샤가 다시 누님 모드로 변신해 있었다!
그녀는 거만한 태도로 그 긴 다리를 쭉 뻗어 한쪽 발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는 내게 얼굴을 들이대었다. 검은색 하이힐이다!
“자꾸 어르신이라고 하지 말거라. 많이 불편하구나. 그러다가 잡아먹히는 게다. 생각이 읽히는 것을 알면, 늘상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니라.”
중력에 의해 늘어진 가슴이 깊은 가슴골을 만들었다.
모노톤의 소녀적인 고딕 드레스 또한 어른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극단적으로 짧아진 치마와 윗가슴을 전부 드러내는 가슴 패임! 리샤는 소녀에서 어른이 되었다!
허리의 손을 집으며, 그렇게 말했다.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흔들리는 것이 내 시야를 어지럽게 했다.
“그, 그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라고나 할까…”
“자제하거라. 생각을 읽히는 것을 안다면 마땅히 조심해야 해야 하느니라. 그러는 편이 도움이 될 게다.”
아니, 그래도 그걸 제 탓을 하면 안 되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흔들리는 가슴과 깊은 가슴골이 나를 유혹했다. 그 끄트머리로 얼핏 보이는 것은 유두인가, 아니면 프릴의 끈 부분인가…!
“흐음, 역시 가슴을 좋아하는 게로구나. 예의 바른 모습도 좋지만, 그렇게 내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저열한 모습도 괜찮겠지. 어디, 다시 한번 볼테냐? 네가 원한다면 다시 해 줄 수 있느니라.”
가슴께에 손을 갖다 대고 말하는 리샤…
“아! 됐습니다! 놀리지 마세요! 저 갑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산전수전 다 겪은 천마 김캇트가 고작 이따위 일에 흔들릴 줄 아는가. 리샤에게 인사를 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기다리거라.”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째서 이 모습을 더 좋아하는 주제에 그렇게 차가워지는 것이냐? 남성의 흥미라곤 전혀 끌지 못하는 어린 모습에는 그리 친절하게 대하면서 말이다. 가만 보니 이해를 할 수가 없구나.”
“…”
“사실은 소녀를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더냐?”
이건 김근태와 나의 내면을 걸고 맹세하는 건데, 결코 그런 일은 없다. 물론 누님 모습이 내 취향이긴 하지만, 싫다는데 노골적으로 다가오니 거부감이 들 뿐이다.
“그건 절대 아니고요, 자꾸 하지 말라는데 그러시니까 그러는 겁니다. 그리고 인격도 바뀐 것 같잖아요. 어서 원래대로 돌아오시죠.”
“세워놓은 주제에 말은 잘하는구나. 뭐, 좋다. 하지만 이건 네가 먼저 어르신이라고 한 탓이다. 네가 먼저 놀린 셈이니, 나도 놀린 것이지.”
그게 그렇게 되냐?
“그렇고말고.”
“빠르네요.”
리샤가 다시 소녀 모드로 돌아왔다.
진짜 변신 한번 할 때마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네.
“아무튼 보상은 기대해도 좋단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을테니, 조만간 다시 보자꾸나.”
그리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골목길을 한번 슥ㅡ 훑어보았다.
이곳을 조사한다라…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니지만, 바깥으로 나돌아 다니는 것보단 도시 안에서 일하는 쪽이 괜찮겠지. 일단 오늘은 아니고 내일부터 한 번 깔짝여볼까.
이교도들이 도시에 숨어들어 왔다라…
근데 그 새끼들 얼굴 문신이 워낙 흉악해서 눈에 존나 잘 띌 텐데.
일단 빈민가를 빠져나왔다.
카린한테도 성취를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나의 진정한 스승이니 당연한 일이다. 모험가 길드에도 한번 들러서 콥슨도 찾아보고 말이다. 찾으면 오지게 자랑질을 해 줄 것이다.
엘리제도 만나면 좋을 텐데.
주변에서 밥 한끼를 간단히 사 먹고 검술 길드로 향했다.
“오. 바로 왔네? 한 달 더 끊으려고?”
사무실을 찾으니, 카린이 신문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과감한 차림이 아니라 평범하게 움직이기 좋은 차림이었다. 은근히 자꾸 야한 옷을 입으면서 어필하던데, 오늘은 내 교습 기간이 끝났으니 원래 차림으로 돌아온 것 같다.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알려드릴 일이 있어서.”
“뭐를?”
즉석에서 마나를 운용하여 카린에게도 나의 성취를 보여줬다. 일단 내 스승인 만큼 비전절기인 실장베기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피곤해지니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새끼… 재능 있는 건 알았는데 벌써? 존나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체내에서 요동치는 마나를 보고 있는지, 카린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면서 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제 재능이 엄청나긴 하죠.”
“과도한 자신감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가 없네. 아무튼 잘했다. 이제 앞으로 누구 죽일 때마다 나한테 배웠다고 아가리 좀 털고 다녀. 그쯤 한거 보니까 이제 그래도 되겠어.”
카린도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끼는지 풀어진 얼굴이었다. 나름대로의 살인적인 요소가 뒤섞인 농담을 건네오다가 돌연 내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 올라가자.”
“예? 왜요?”
뭐?
“아, 따라와.”
“지랄! 이상한 거 할 생각이지!”
“안 하거든!”
그렇게 2층으로 끌려갔다.
저번에 카린과 함께 맞자위를 했던 방. 그때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으나, 맞딸을 쳤다는 사실은 진실로서 남아 있었다. 가구배치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현장감을 더했다.
나를 방에 밀어 넣은 카린이 문을 잠갔다.
“아, 이상한 짓 안 한다니까. 내가 무슨 강간범이야? 나 처녀라고, 처녀. 처녀… 노처녀! 이 씨발! 노처녀라고! 이 나이 처먹도록 남자 하나 없는 노처녀!”
“아니아니! 이 누나 갑자기 왜 이래! 진정해! 진정하라고!”
카린이 급작스럽게 히스테리를 동반한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며 날뛰는 것을 어찌어찌 간신히 진정을 시켰다.
완전히 지쳐서 소파에 주저앉았다.
“후우… 미안. 요즘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 이러다 완전히 늦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런 위기감, 기사단에 있을 때도 느껴본 적 없어.”
“그… 그렇군요. 유감입니다.”
“그래서 네 도움을 받아볼까 해.”
“예? 뭐를요?”
“조금 부끄럽지만, 이런 걸 부탁할만한 녀석이 너밖에 없어. 무엇보다… 이미 서로 그런 모습을 보여버렸으니까 말이야. 일단 거기 앉아 있어 봐.”
카린이 얼굴을 붉히며 ‘부탁’에 대해서 언급했다. 대체 무슨 부탁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그대로 방 구석에 있는 파티션으로 가려진 곳으로 들어갔다. ㅡ뒤적뒤적. 뭔가 소리가 났다.
실루엣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옷을 벗는 것으로 보였다.
좋다.
도망치자.
“어디 가?”
“뭐, 뭣?! 보여?”
파티션의 너머에서 카린이 말했다.
가슴의 실루엣…
“당연히 보이지. 어디 가지 말고 잠깐 거기 앉아 있어.”
“…”
도주는 불가능. 그리 소파에 앉아 잠시 카린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가 나타났다.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어떠냐?”
“와.”
그것은 카린이되, 카린이 아닌 여성이었다.
꽃무늬가 수 놓아져 나풀거리는, 프릴로 포인트를 낸 원피스 차림. 워낙 큰 가슴 때문에 흉부가 튀어나와 있었으나, 유혹적인 디자인은 아니라서 가슴골은 보이지 않았다.
꽃무늬 존나 촌스럽다고 하면 맞겠지?
그래도 원판이 워낙 예뻐서 어울리긴 했다.
청순한 느낌이 드네.
“옷 어떠냐고. 일단 좀 여성스러운 걸로 골라 봤거든?”
부탁이란 게 패션 품평해 주는 거였구만.
“맨날 입던 야한 옷보다는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뭐랄까…”
아줌마 같아.
“좀 얌전한 여자 같네요. 칼도 없으니 딱 좋습니다.”
“그래…? 그렇지? 역시 그렇지! 야, 야! 다른 거 더 보여줄게! 기다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이건 어떠냐!”
텐션이 높아진 카린이 즉석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차례차례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카린에 대해서 냉혹하게 평가를 해 줘야 했다. 이 사람 이거 가진 돈 전부 털어서 옷 사는 거 아니야?
“이건?!”
어느샌가 포즈까지 취하기 시작했다.
“이거는! 아, 평가 존나 대충이잖아! 제대로 해!”
제 딴에는 섹시한, 하지만 남이 보이겐 살인적인.
“우후~♡”
그러면서 윙크를 하며 키스를 날려왔다.
조금 과감한 차림으로.
“아, 이건 개오반데.”
“씨발이.”
아무튼 그런 식으로 조금 옷을 봐주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카린의 기분이 급속도로 좋아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 정도 칭찬이면 충분히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겠지.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벼워진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였다.
“…”
실실거리며 웃던 나는 멈춰 서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것은.
ㅡ도복 차림의.
익숙한,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어두운 감정.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러한 존재였다.
ㅡ머리가 주황색인 여자.
저 앞에서 정돈된 차림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은 주황색의 긴 머리에 도복을 입은 여자였다. 머릿속에서 수수께끼의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승급전.
승급전.
저것의 정체는 승급전에 우리 파티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세르카였다.
ㅡ파앗.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전력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몸은 가벼웠고, 동시에 다리에 무거운 힘이 실렸다.
“세르카아아아아아아ㅡ!!!!!!!!”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으응? 무슨… 꺄아아악!!!”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말리 수 없는 충동을 그 자체를 터트리며 유성처럼 쏘아진 나.
“김캇트 드롭키이이이익!!!!”
육중한 무게를 담은 드롭킥이 적중했다.
ㅡ뻐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