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233)
〈 233화 〉성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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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에 비가 그쳤다.
며칠 동안 먹구름 속에 숨어있던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내려앉은 햇빛의 파편들이 세상을 고루 밝혔다.
그 존나 푸르러진 하늘의 아래에서 온갖 금속들이 반짝였다.
ㅡ우오오오오오!!!
ㅡ와아아아아아!!!!!!!
ㅡ크오오오!!!!
마을은 그야말로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모여든 성전군들이 전부 이교도들의 점령지로 진격하기를 갈망한 것이다. 세 군데의 교회에서 모여든 성전군들은 기껏해야 한 개 중대를 조금 넘는 규모였으나, 내가 봤을 때 저 정도만 있어도 지옥까지 정벌할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광경입니다… 기쁨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말릴 수 없는 충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엘리제가 양손을 모으고 광장에 도열한 성전군들을 감격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목소리 역시 환희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그렇긴 하네. 멋지구만.”
“드디어 고대하던 나날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곧 정의의 실현을 목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에자쓰고 나발이고 후장까지 털리겠, 아니 그게 아니라 죄다 박살이 나고 말겠지.”
“바로 그렇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미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여 비료가 된다는 결말 말고는 없습니다.”
너까지 비료 타령이니?
아가리를 잘못 놀린 것이 극도로 후회가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먼치킨적인 현대인의 지식을 발휘해서 이세계 농업혁명을 일으킨 것일지도 모른다. 이교도들의 시체에 화학 비료를 능가하는 힘이 있다면 말이다.
“머, 비료 좋지. 거따 농작물을 심으면 그 농작물조차도 이교도들의 시체를 빨아먹고 자랄 테니 그만한 형벌이 또 없을거야.”
“농작물이… 시체를 빨아먹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오, 오오…! 저는 그러한 발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더욱더 정의롭게 느껴집니다!”
“…더 저스티스 농작물이지.”
“그야말로 성스러운 작물 재배입니다!”
…더 얘기하면 끝이 없겠구만.
멘탈 데미지가 누적되기 전에 이야기를 중단하도록 하자.
아무튼 제법 멋진 광경이긴 했다.
ㅡ도열한 성전군들.
놋쇠성천사회의 성기사들은 하나같이 갑옷의 표면을 전부 황동으로 도금한 상태였다. 저것이 바로 저들의 아이덴티티다. 그리고 천사의 날개를 형상화한 장식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천칭의 신 베르데의 축복을 받아 강림한 황동의 성천사들을 보는 것만 같은 간지가 느껴졌다.
이들에게선 굳건함이 느껴졌다.
황동색으로 반짝이는 기사들은 그야말로 종교적인 수호자 같은 느낌이 났다.
구세천국회의 성기사들은 그야말로 스탠다드하다. 순백색인 갑옷의 테두리를 푸른색으로 칠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 깨끗한 색의 배합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마 이들이 가장 고전적인 타입의 성기사들이겠지.
이들에게선 상식이 느껴졌다.
모난 부분 하나 없이, 하나같이 진정으로 신께 봉사하는 성기사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광명성십자회는 그런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궤를 달리했다.
“진짜 쟤들은 존나 무섭게 생겼네. 깜둥아, 나 너무 무서워.”
“나도 너무 무섭다.”
충격적인 성전사들의 모습을 본 위니아가 내 허리에 달라붙었다. 클라우디가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캇트도 굳이 따지자면 저런 스타일인데 말이지.”
“내가 저런 스타일이라고?”
“응. 투기장에서 용사니 뭐니 떠들 때 저런 느낌이었잖아?”
저들의 패션은 이미 브루탈 엔젤 김캇트를 초월했다.
현대인의 감각을 지닌 나조차도 저들의 패션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의 경의 담아서 한 수를 접어주기로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클라우디. 아무리 그대로 내가 저 정도는 아니지.”
“아니, 맞아. 괜찮아, 그때도 멋졌으니까.”
“멋졌다고? 흐, 흐흐흐… 그래?”
“응. 캇트는 언제나 멋있어.”
“너도 언제나 예뻐.”
“후후후…”
“흐흐흐…”
나는 멋지다.
동시에 클라우디도 아름답다.
실실거리고 있으니 인상을 찌푸린 위니아가 내 허리를 찔렀다.
“투기장? 그건 또 뭔 소리?”
“아, 저번에 투기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거든.”
“깜둥이가 투기장에서 일을 해?”
“나름 인기 검투사였지.”
“존나 믿겨지지가 않네.”
위니아는 모르는 이야기다.
얘기해 봐야 욕만 먹을 테니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자.
아무튼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듯한 광명성십자회 성전사들의 모습은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함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몸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그저 삐죽 솟아 나온 가시들과 불쾌해 보이는 철판들로 갑옷을 대체했을 뿐이다. 통일성도 없고 제멋대로에 중구난방인 장비들. 무기 역시 저들 취향에 따라 마구잡이로 골라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세라의 알 수 없는 폭력적인 연설에 투구의 틈 사이로 가쁜 숨을 토해내며 침을 뚝뚝 흘리는 꼴을 보면 진짜로 위험하게 느껴졌다.
“성전을!”
“위하여!”
각각 종교인들인 자신들의 구호를 외치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 광장의 중심에 임시 지휘관이 서서 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보니까 마을 방어 병력을 제외하고 자신들도 성전군에 합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규모 행렬이 될 것 같다.
따라가면 분면 콩고물이 떨어지겠지.
“결국 머리는 이곳에서 다 팔아버렸구만.”
당장 이스반트로 돌아갈 것도 아니라서 가지고 있던 이교도들의 머리통들을 전부 상금으로 바꾸었다. 조금 아쉽지만, 성전군을 따라가면 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수가 많네. 사막 캐러밴을 보는 것 같아.”
“사막 캐러밴? 걔네들도 뭐 이렇게 단체로 몰려다니나?”
“응.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니까. 거의 이 정도 규모로 움직여.”
성전군들과 마을에 있던 병사들. 그리고 모험가들과 용병까지 끼니까 거의 한 개 대대급의 병력이 나왔다. 정말 엄청난 숫자였다.
성기사들은 사실상 거의 다 초인들이나 다름없으니, 현대로 따지면 그냥 뭐 전차중대급 전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보급을 위한 마차들도 다수 따라갈 것이고, 이 군대를 따라가서 발품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마을 주민들까지 대거 가세할 것이다. 행군하는 군대에는 잡다한 일이 많으니까 말이다.
규모는 점점 더 불어났다.
아예 마을 젊은이들까지 검 하나를 사 들고 무리를 만들어 합류할 정도였다. 심지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씹창 내버린 비적들을 계도하고자 몸소 농기구를 들고 합류한 늙은이들도 있었다.
거기에 잡일을 해주고 돈을 받을 생각으로 따라나선 아줌마… 할머니… 정말 전쟁이 하나의 사업처럼 느껴질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진군이 내일로 결정되었다.
출발 준비를 하느라 바빠진 도시.
우리 역시 내일 성전군을 따라가기 위해, 장기 행군 준비를 시작했다. 물품을 사고, 계획을 짜고 뭐 그런 것 말이다. 야영도 해야 될 테니 조금 웃돈을 얹어 주고 그런 것들도 전부 챙겼다.
그리고 푹 쉬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드디어 성전군들이 이교도들을 정벌하기 위해 마을 바깥으로 나섰다.
그야말로 엄청난 광경이다.
수많은 갑옷들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반짝였다. 이 찬란한 빛줄기가 마치 그들이 신의 군대임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 땅도 거의 다 마른 상태라 행군에는 거침이 없었다.
본격적인 성전군들의 출발이었다.
“성도님. 이대로 이교도들이 점거한 마을까지 진군한다는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정보를 들어온 엘리제가 상황을 알렸다.
현재 점령당한 마을은 약 다섯 개 정도란다. 그중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서 그곳 주민들을 구출하고 이교도들을 때려 부술 생각인 듯했다.
도덴스 남작은 패퇴했으나, 이들은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교회 성전군 말고도 영주들의 토벌대도 다른 방향에서 진격하고 있다니, 전쟁은 승리로 끝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근데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지.”
“이 속도로 가면 내일모레 정도면 도착하겠네. 아, 진짜 거기까지 걸어가야 돼? 미친 거 아냐?”
지도를 본 위니아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앞으로 이틀은 밖에서 자야 된다는 소리였으니 짜증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차를 제외하고는 진짜 다 통짜 알보병들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순례길이라서 걸어가야 한단다.
과연 성전군.
첫째 날은 그저 바닥을 보고 걷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한창 마나로 물이 오른 육체는 별다른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스트랭스 마법으로 체력을 조절하고 있는 위니아도 지친 기색은 없었고, 클라우디는 말할 것조차 없었다.
날이 저물자 군대가 정지했다.
적당히 야영지로 쓸만한 곳을 찾고는 지들끼리 간단한 천막을 세우고 불을 피웠다. 우리 역시 가져온 야영 세트를 이용해서 비좁고 작은 텐트를 만든 다음 셋이 들어가서 불편하게 잤다.
“깜둥아 옆으로 좀 꺼져 봐. 존나 좁잖아.”
“그럼 클라우디가 불편하잖아. 이게 딱 적절한 공간 분배라고.”
“난 괜찮아. 더 붙을까?”
그리하여 둘째 날.
광명성십자회가 선두에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옆에 붙어서 걷게 되었다. 엘리제가 그곳에 있던 탓이다. 유감스럽게도 엘리제가 파티를 탈퇴하고 말았다.
뭐, 본대가 왔는데 어쩌겠나.
엘리제가 교회 쪽에 붙었다.
그래도 엘리제랑 있으면 여러모로 사정을 들을 수가 있으니까 옆에서 붙어 가고 있는 중이다.
“내일이면 도착인가.”
“그렇습니다. 가슴이 뛰는군요… 속도를 더 높이지 못하는 것이 불만스러울 뿐입니다.”
“그래, 한시라도 더 빨리 마을을 구원하러…”
한창 이야기를 하던 때였다.
순간 앞 열이 정지했다.
“음? 머야? 갑자기 멈췄네?”
뭔가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는 것을 감지한 우리들은 무기를 뽑아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설마 이교도들의 군대와 조우하게 된 것인가?
엘리제도 살벌해진 눈빛으로 철퇴를 빼들었다.
ㅡ우오오오오오!!!!!!!
ㅡ크아아아아아!!!!!!!!!!!!
ㅡ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그때 맨 앞쪽 선두 쪽에서 믿을 수 없는 분노의 함성들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적들이 나타난 것인가! 옆에 있던 성전사들이 빠르게 전투 대형을 만들었고, 우리는 살짝 뒤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비상! 비상! 전투준비!”
한 성전사가 뒤쪽을 향해 외쳤다.
그것이 전달되고 전달되어 행군 대열이 순식간에 전투 대형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극도로 훈련된 성기사들의 움직임. 물론 저 뒤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잡스런 무리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적어도 성기사와 성전사들은 단 몇 초만에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
그런데 전투의 낌새가 보이질 않았다.
“무슨 일일까?”
“뭐, 뭐지? 엘리제 뭔 상황인지 알겠어?”
“저도 모르겠습니다. 영락없이 전투가 벌어진 줄로만…”
그러는 와중에도 앞쪽에서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괴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머지?
맨발의 성전사가 떨어져 있던 레고라도 밟았나?
“가보든가.”
위니아의 말에 우리 넷은 행렬에서 떨어져 나와 조심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ㅡ그런 우리들의 보게 된 것은.
“이… 이럴 수가! 이게 대체 머야! 이런 일이!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것은 대체…!”
“흐응, 악취미적이네. 악의적인 창의성이 보인달까.”
“못 볼 거 봤네, 씨팔 진짜. 미친거 아냐?”
그것은 사람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기괴한 구조물이었다.
마치 이곳부터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과시하듯이 만들어 놓은 더없이 사악한 오브제였다. 인간의 유골로 뼈대를 만들고, 토막 난 팔다리와 머리통을 쌓아올려 장식한 지옥의 육탑이었다!
ㅡ크오오오오오!!!
ㅡ으아아아아아!!!!!!
ㅡ신이시여! 신이시여!!!
성전사들이 오열을 하면서 지면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그러고는 양쪽 귀를 쥐어뜯으면서 혀를 내밀고 괴성을 질러댔다.
…그렇다.
비적들이 점령한 마을에서 대학살을 벌인 뒤에,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사람들의 시체로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행렬이 멈춘 것은 가장 선두에 있던 성전사들이 이것을 보고 분노를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
이런, 이런 잔인한 짓을 하다니…!
저번에 심문한 비적 놈의 말대로 점령당한 마을에선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식인은 물론이고 시체로 장난질까지 쳤다!
“으, 으어, 으어어어어…!!!! 이건!!! 이건 말도 안 돼애애애!!!!!! 이것이! 이것이 현실에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나도 육탑을 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댔다. 이것 명백한 과시였다. 이곳으로 오는 자, 저렇게 뒤질 준비를 하고 오라는 비적들의 압박!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신이시여! 신이시여!!!”
하지만 역효과였다.
성전사들이 완전한 광기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갈퀴손을 휘두르면서 마치 원숭이처럼 방방 뛰고는 잠시 쉬었다가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들겨대는 근육질 팬티 성전사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을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