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719)
〈 719화 〉팔라딘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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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흐윽…!”
만티코어는 뱃가죽이 터진 채 내장을 죄다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는` 있었다. 정말 경이로운 생명력이다.
나름대로 강한 몬스터였겠지.
단지 리샤가 너무 강했을 뿐이다.
“흐흐흐, 응보의 맛이 어떻느냐.”
나는 옅게 신음하고 있는 놈의 얼굴 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서 물었다.
“큭… 가학! 카하아악…!”
얼굴도 모르는 성기사지만, 그분은 나의 동료이자 친구나 다름없었다. 이왕이면 내 손으로 직접 썰고 싶었는데, 리샤가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줬으니 됐다.
나는 녀석에게 선고했다.
“너 같은 괴물 새끼들은 결코 우리 인간들을 이길 수 없다. 네 녀석의 운명을 저주하고, 약속된 패배에 절망하라. 너는 비참한 최후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다.”
ㅡ따악!
나는 내력을 실어서 놈의 코에 딱밤을 날렸다.
“케헥!”
기다란 코의 뼈가 부러지더니, 그대로 추욱 늘어진다.
“이것이 바로 성기사님을 잡아먹은 니 새끼에게 내리는 응보니까.”
“그하욱…! 쿨럭! 이, 인가아안…!”
만티코어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 귀까지 찢어진 입에서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놈은 그저 신음하면서 피를 토해낼 뿐이었으니까.
인간이라는 말도 겨우 완성했다.
“깜둥아, 폼 잡지 말구 빨리 내장부터 정리해. 리샤 언니. 여기서 필요한 것 좀 알려주세요.”
“어디 보자꾸나.”
그러고 있으니, 위니아가 스태프의 고리를 이용해서 피바다가 된 지면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내장을 끌어내면서 말했다.
“깜둥이 빨리 와.”
“아니, 누가 폼을 잡았다고 그래.”
“방금 있어 보이는 말 주절거렸잖아. 그런거 존나 좋아해, 진짜.”
있어 보이는 말 아니라고…!
“에잉… 알았어. 바로 갈게.”
일단 내장 정리를 해야 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챙겨가야 하니까.
대충 정리할 도구를 찾고 있으니, 카린이 리샤에게 말했다.
“우리 마녀님? 만티코어라고 했지? 이거 기념으로 머리를 좀 챙겨가고 싶은데, 그냥 잘라도 되나?”
“뇌를 적출해 줄 수 있겠느냐? 가능하면 원형을 남겼으면 좋겠구나. 뇌만 챙긴다면 머리는 아무래도 좋느니라.”
“존나 쉽지. 남편아, 그거 정리하기 전에 와서 구경 좀 해봐라.”
“위니아 잠만 기다려.”
바로 카린의 옆으로 다가갔다.
“뭐 보여주게?”
“머리치기.”
머리치기?
ㅡ타악.
자신의 레어메탈 소드를 가볍게 잡아 쥔 카린이 만티코어의 머리 앞에 섰다. 그녀의 실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왕국에서도 상대를 거의 찾을 수 없는 진정한 강자.
그 기술의 발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ㅡ파앗!
잠시 자세를 잡은 카린이 급작스럽게 칼을 휘둘렀고, 그로서 만티코어의 머릿가죽과 두개골이 마치 뚜껑이 열리는 것처럼 깨끗하게 절단되었다.
통조림의 뚜껑을 따도 이렇게 깔끔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미.”
두개골의 절반이 절단되었음에도 뇌는 멀쩡했다. 주륵, 흘러내린 만티코어의 뇌가 이제는 뚜껑이 되어버린 윗두개골 그릇에 담겼다.
“이것도 기술이지.”
“아니, 누나. 이거 너무 비인간적으로 잔인한 기술인데? 마치 연쇄살인마들이 쓰는 기술 같어.”
“연쇄살인마들이 쓰는 기술 맞아.”
맞는 거군.
“전장에서는 잔인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이런 기교도 부릴 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어때, 따라 할 수 있겠냐?”
“존나 몇 번 해봐도 잘 안될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한 거지.
옆으로 누워있는 만티코어의 두개골을 깔끔하게 절단한 것으로도 모자라, 뇌에 전혀 손상을 가하지 않았다.
“이게 다 기술의 차이란다. 리즈년이 알려준 것만 수련하지 말고 칼질도 더 열심히 하면 남편도 할 수 있어.”
“단련 시간 늘어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별수 있나, 만티코어는 그것으로 눈을 까뒤집은 채 죽어버렸다.
아무튼 그 다음에는 클라우디가 손수 가죽을 벗겨줬다. 존나 큰 괴물이었지만, 클라우디가 칼을 박아넣고 슥삭하니까 금세 다 벗겨지고 말았다.
“이런 대형 몬스터도 오랫동안 잡아왔으니까. 그럼 내장은 이 안에 담으면 될 거야.”
“좋아!”
그렇게 난장판이 된 현장을 정리했다.
적당하게 잘라낸 가죽을 평평하게 펴서, 그 위에 내장을 올려놓는다. 이건 힐데가 부양 마법으로 아주 깔끔하게 내장을 다 옮겨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 다 옮긴 다음에는, 마치 만두를 만드는 것처럼 가죽의 끝 부분을 엮어서 포댓자루처럼 된 가죽 안에 내장을 보관한다.
이대로 집까지 들고 가면 된다.
사지랑 꼬리. 그리고 머리도 따로 챙기면 될 거고.
이로써 이번 임무는 달성했다.
ㅡ성기사의 행방을 알아냈으니까.
만티코어가 날 놀리겠답시고 `베르데`를 언급한 시점에서 증거는 끝이었다.
“그런데.”
일이 하나 더 남아있지.
“마을 주민 이 새끼들 다 끌고 나와야지.”
만티코어는 분명 마을의 인간들을 노예로 삼아서, 먹잇감이 될 사람들을 속였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 마을의 주민들이 이 일련의 살인 행각에 협조했다는 뜻이 된다.
그것도 오랫동안.
“…”
마을에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런 소란이 일어났는데도 아무도 나와서 확인하려 하지 않은 상태다. 마치…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정리 끝났지? 일단 저기 가서 앉아 있어. 지금부터 여기 있는 새끼들 싹 다 취조해야 하니까.”
“못 도망치게 막고 있으면 될까?”
클라우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렇게 해주라. 고마워.”
그렇게 내 여자들이 조를 이루어서 마을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ㅡ콰앙! 나는 마을에 있는 모든 건물들의 문을 발로 차면서 안쪽을 확인했다.
전부 비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촌장의 집이다.
ㅡ콰앙!
그의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가니, 역시나 안쪽은 비어 있었다. 단지 지하로 내려가는 문만이 수줍게 나를 반겨주고 있을 뿐이었다. 전부 저곳에 내려가서 숨어있는 상태인 것 같다.
ㅡ끼익.
조잡스럽게 만들어진 문을 치우고, 흙계단을 밟아 지하로 내려간다. 마치 코볼트의 던전 같은 느낌이었다. 어둡고, 작다. 단지 저 아래에 있는 방에서 옅은 불빛만이 흘러나올 뿐이다.
그리 지하실에 닿았다.
그 지하실의 안에, 마을 주민들이 전부 모여 앉아 있었다.
“…”
작은 불 하나에만 의지한 수십의 주민들이, 빽빽하게 모여 앉은 채 불청객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지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을 뿐.
“나와.”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다.
“…”
“…”
ㅡ침묵.
“만티코어는…”
칼을 뽑으려던 찰나, 아까 봤던 촌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말하는 꼴을 보니까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감히 우리 성기사님을 속여?
“내가 죽였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전부 기어 나와. 협조하지 않으면 놋쇠성천사회 팔라딘의 이름을 걸고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알겠습니다.”
체념을 한듯한 촌장이 대답했고.
“다들 일어나라.”
그가 지시하자 주민들이 일어났다.
“…”
“…”
그렇게 나는 지하에 숨어 있던 주민들을 전부 끌고 바깥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수십 명이나 되는 주민들을 마을 중앙, 그러니까 만티코어가 죽은 곳 바로 앞으로 끌고 가니, 그들이 눈을 크게 뜨고는 작게 소리내어 울었다.
“흐윽…!”
“저, 저것이 드디어…!”
“크흐으윽…!”
노예라고 했던가.
“질질 짜지 말고. 전부 무릎 꿇고 앉아라.”
내 지시에 인간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는 촌장을 내 앞으로 오게 했다.
“촌장. 길게 말 안 한다. 만티코어랑 협력해서 여행객들을 살해한 혐의를 인정하나? 구라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이미 저 괴물 새끼를 썰어버리고 다 들었거든.”
“…”
잠시 입술을 깨문 촌장이 역시나 체념을 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습니다.”
“순순히 인정하는군.”
“…”
촌장은 거의 울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삼키면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만티코어는… 몇 년 전에 처음 나타났습니다.”
몇 년 전?
“대뜸 마을에 침입한 저 괴물이 저희 마을 주민들 절반을 순식간에 도륙한 뒤에 말했지요. 앞으로는 자신의 노예가 되어서 먹이를 바치라고.”
촌장은 자기 마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흔해빠진 이야기였다.
만티코어가 나타났고, 어지간한 성기사도 당해낼 수 없는 괴물을 격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굴복을 하고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괴물은 이런 식으로 편하게 사냥을 한다면, 귀찮은 일. 그러니까… 군대가 쫓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잔인하게 웃었습니다. 그러니 너희 노예들이 열심히 하라고 했었지요.”
마을 근처에 자리를 잡고, 노예로 삼은 주민들의 협력을 받으면서 여행객들에게 약이 든 음식을 먹여 아주 편하게 잡아먹도록 한다.
물론 모든 여행객이 대상인 것은 아니다. 딱 봐도 각이 나오는 새끼들만. 강하거나, 흔적이 들킬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면 넘어간다.
아무튼 타겟을 정했다면, 마을에서 묵어가는 것을 허락한 뒤에, 청년을 시켜서 만티코어의 은신처로 소식을 알리러 간다.
그럼 만티코어는 밤에 슬금슬금 내려와서 묵고 있는 인간을 아주 편하게 잡아먹는다. 약을 먹였다면 다칠 일 없이 꿀꺽하는 것이고, 약을 안 먹었다면 그냥 제압해서 먹으면 된다.
외진 마을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일이기에 어디로 소식이 흘러갈 일도 없다. 만티코어는 그런 식으로 여기에 눌러앉아서, 아주 편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만티코어는 저희들의 신으로 군림했습니다. 반항을 하거나…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몰래 도망치려고 하는 자를 잡아 죽였고, 그 체벌로서 다른 주민 두 명을 죽였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들은 저희끼리 도망을 칠 수 없도록 서로를 감시하며 단속을 했습니다. 수렁이었지요. 빠져가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놈이 저희를 몰살하는 것은… 아주 쉬웠을 테니까요.”
이것이 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래서 저희들은 수년 동안 만티코어의 노예로 살아가면서, 여행객들을 제물로 바쳤던 겁니다.”
…잠깐.
그런데 수년이라고?
그럼 만티코어는 성기사가 쫓던 괴물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것을 추격하다가 애꿎은 마을에 걸려서 만티코어에게 잡혀먹힌 것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성기사도 그렇게 바친 것인가?”
“…예.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약을 먹였나?”
“처음에는 안 먹었지만… 어떤 괴물을 추적한다고 이 마을에서 며칠 동안 지냈습니다. 만티코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약을 먹이라고 지시했고, 저희들은 그가 지내는 며칠 동안 친분을 쌓으면서… 결국 약이 든 수프를 먹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촌장은 아예 체념을 한 것인지 전부 술술 불었다.
“성기사에게 약을 먹이지 않으면 저희들을 전부 죽인다고 했습니다.”
“…”
“전부 제가 자처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부디… 저만 처벌해 주십시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죽여왔으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ㅡ넙죽.
그리 말한 촌장이 내게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사정은 알겠군, 촌장.”
이번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ㅡ화르륵!
퓨전 유교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천마 김캇트는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하는가.
“촌장 혼자 죽는 것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그런!!”
“너 뿐만이 아니다.”
성기사가 죽었는데, 과연 총대를 맨 한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이 날까.
“이 일에 연루된 모두가 죽을 것이다.”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전부 제가!!! 제가 나서서 시킨 일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그저 제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습니다!!!”
내 말에 촌장이 무릎으로 서면서 소리쳤다.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다고 했나? 고작 그런 말로 여행객들과 성기사를 만티코어에게 팔아넘긴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할 수 있겠군.”
“그럼, 그럼…! 그럼 대체! 저희들은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우리도 살고 싶었습니다!!! 만티코어가 처음 나타난 그 날, 우리는 다 죽어야 했다는 겁니까!!!”
ㅡ쿠웅!
촌장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당신이 팔라딘이라면 말을 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어떻게! 우리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 겁니까!!!”
“나는 너희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ㅡ스릉.
성검 뷔갈을 뽑는다.
“단지 결과와 현상을 말할 뿐. 내게 그런 얄팍한 변명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만티코어가 지시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저희들은 전부 죽는 거였습니다!!! 도망칠 수도 없었고!!! 힘이 없어서, 죽기 싫어서 굴복했다는 게, 저희들 전부가 죽어야 할 일이었다고 하시는 겁니까!!”
촌장은 울면서 절규했다.
ㅡ흐윽, 흐으윽…!
ㅡ흐윽!
ㅡ크흐흑…!
마을 주민들 역시 손에 얼굴을 묻으면서 비참하게 울었다.
“살고 싶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을 팔아넘기면서 제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저희를 구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저 체념하고, 포기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티코어는 이 마을의 신이었고, 반항하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항하면 전부 다 죽인다고 하는데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땅을 기어온 촌장이 내 발목을 끌어안으면서 울부짖었다.
“그런데 어찌…! 우리들은… 어째서…! 제발…! 제 목을 바칠 테니, 제가 지키고 싶었던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팔라딘님! 제발! 처벌을 해도 좋으나, 목숨만큼은 제발…!”
퓨전 유교의 혼이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