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Illus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46
144화. 가고시마 드래곤 레이드 (7)
다사다난했던 드래곤 레이드가 끝났다.
나는 도망치듯이 한국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지금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상태지.
“후우.”
일단 일본에서 겪은 일은 던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증거가 없고, 겨우 도망쳐 나왔는데 긁어 부스럼 만들었다간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쪽이 후속 조치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겠나.
나는 그냥 한숨 잤다. 이렇게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찾아온 저녁 시간.
“으음.”
자고 일어나보니 해가 뉘엿뉘엿한데, 나는 머리맡의 휴대폰을 들어 버릇처럼 인터넷을 확인했다.
“콜록!”
그런데 하마터면 깨어나자마자 다시 기절할 뻔했네. 그야 포털 사이트에 상상도 못한 소식이 올라왔으니까.
【일본 포럼 번역】============
ID : wqX5LW
무사망 클리어라니
ID : zsN0gC
이마바리 최강 ! ! !
ID : XG0WaV
할아버지가 규슈 지방에 살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잘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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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일본은 S급 게이트가 처리됐다는 낭보에 축제 분위기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때, 이마바리 길드가 인터뷰에서 놀라운 선언을 했다.
[공략의 성공에는 한국에서 와주신 김기려 헌터님의 기여가 가장 컸습니다.]길드장인 모리타케 이토가 게이트 클리어의 공을 외국의 파견자에게 넘긴 것이다.
[따라서 저희는 그분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결정했습니다.] [어떤 결정입니까?] [훗날 한국에 S랭크의 게이트가 발생할 경우, 저희 이마바리의 모든 최상위 각성자는 해당 레이드에 무보수로 참가할 것이라고. 물론 이는 기사의 맹약으로도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아니! 저것들이 한국은 왜 온다는 거야?
이쯤 되면 내가 자는 사이에 길드 내에서 무슨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할 정도다.
하지만 놀랄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단상에 올라간 이토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곧 말했으니까.
[김 헌터님, 혹시 이 방송을 보고 계십니까?] […] [저와 저희 길드원이 살아 있는 것은 전부 헌터님 덕분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절대 잊지 않을 테니. 부디 저희가 폐를 끼친 점을 너그러이 봐주시길.]그래도 영상을 끝까지 보니 얼추 감이 오는군.
흙빛 안색. 굽은 자세. 거기에 미세하게 떨리는 불안한 눈동자까지.
나는 이토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저 남성은 원래 나를 살짝 자신의 아래로 보는 듯한 여유로운 시선을 보냈었다.
하지만 녹화된 동영상에서 보이는 것은 마치 거북함에 가까운 기색.
나는 저 감정을 전생에서 자주 마주했기에 금방 구분할 수 있었다.
‘공포.’
이토는 현재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으니.
‘잠깐, 공포라고? 아! 서, 설마 내 허세에 당해서……!’
이것으로 나는 일본의 헌터들이 거짓말에 제대로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그렇게 가정하면 확실히 저런 인터뷰가 나올 만도 해.
그야 이쪽은 이마바리의 S급들을 묶어놓고 너희 골통을 깨느니 마느니 했었으니까.
‘뒤늦게 아차 싶겠구나!’
일단 입으로는 용서를 받았지만, 이건 자그마치 미지의 강자를 건든 중대 사건.
그들의 입장에선 정말로 바싹 조아리는 것 말고는 수습법이 없었다.
죄를 저지른 주제에 뻔뻔하게 교섭을 시도할 수도 없으니. 저쪽은 최상급 헌터를 전부 보내준다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제안을 무리하게 꺼내서라도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을 거거든.
‘저렇게 굽실거리는 건 비밀을 지켜달라는 의미도 포함된 거겠고.’
그나저나 공영 방송에 대고 저런 소리를 해도 되나? 이러면 이마바리가 던전에서 협박당했던 게 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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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mXoQj7
덕분에 살았다?
ID : 0HacBY
던전에서 얼마나 활약했길래 저렇게까지 고마워할까
ID : QtF381
모리타케 왠지 저자세가 됐어 w 이러쿵저러쿵해도 한국은 헌터 강국이구나. 남의 나라에 이런 각성자도 빌려주고.
ID : TwKWCl
레이드 중에 위험한 패턴이라도 있었던 거야?
ID : 78Ur7v
아마 몬스터에게서 구해줬거나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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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지는 않는군.
생각해보니 사건의 경위를 모르면 이토의 발언은 그냥 던전 공략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그러니 일본의 국민은 우리의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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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78Ur7v
다들 외면한 S급의 게이트를 흔쾌히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김 헌터님은 우리의 은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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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레전더리가 등장했던 사실이라도 밝혀졌으면 뭔가 다른 추측이 돌았을 텐데.
비장의 수로 남겨놓고 싶은 건지. 아니면 켕기는 게 있어서 숨기기로 한 것인지.
이마바리는 자신들이 레전더리를 습득한 사실만은 공표하지 않았기에 여러모로 상황이 이상해지는 중이었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국외 명성이 높아져 버렸단 뜻이다.
[들었음? 방금 일본 쪽 1위 길드에서 한국에 S급 게이트 생기면 무조건 오겠다고 발표함] [외교 능력 ㅆㅅㅌㅊ] [와~ 이게 국위선양이죠] [ㄹㅇㅋㅋ] [김기려 헌터님 저기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오신 겁니까…….]게다가 이토의 과한 아부성 발언 때문에 한국의 커뮤니티까지 덩달아 뒤집어져 버렸는데.
“…….”
나는 인터넷을 확인하다 휴대폰을 스르륵 바닥에 엎어두었다.
“에라이.”
이젠 될 대로 되라지. 진짜 모르겠다.
배고프니 밥이나 먹자.
***
가고시마 현의 드래곤 레이드 이후.
[한국의 S랭크들 무서워 w] [이런 말하면 안 되겠지만 솔직히 외모는 완전 야쿠자(갱)] [한국인은 다 정하성 군 같은 꽃미남이 아니었던 거야……? (´・ω・`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이웃 나라의 헌터들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정하성이야 원래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했으니 당연히 모두가 알았지만, 새로이 두각을 드러낸 헌터 덕분에 다시금 옆 나라가 재조명된지라.
[서에스더. 이 사람은 한국의 2위래.] [K-POP 아이돌 사진을 잘못 가져온 거 아니고?] [대단한 미인 ! ! !] [한국으로의 이민 절차 좀 알려줘]공공의 적이 생기면 원수와도 뭉치게 되는 법.
일본은 한국의 헌터 업계에 제법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몇몇 사람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 김기려는 소속된 길드도 없다는데 어떻게든 우리나라에 데려올 수 없는 거냐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지.
한데 이러한 흐름은 누군가의 출신 국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공략을 기점으로 한국도 특정 헌터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으니.
단, 각성자들을 가볍게 칭찬하는 풍조인 일본 반응과 달리 이쪽은 보다 무겁고 복합적인 고찰에 빠졌다.
[아니 그래서 강창호는 왜 같이 나갔던 거냐] [일본 공항에서 한 인터뷰 번역본 떴는데 김기려를 보조하는 역할로 갔던 거라고 합니다.] [뭔] [ㅇㅇ그래 스킬 쓰는 데 딜레이가 길어서 팀원이 필요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일을 강창호가 나서서 맡는다고?] [대체 머임?] [혹시 강 헌터님 노름하시나요? 김기려한테 돈 꿨다고 하면 설명됨]하지만 헌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도 없는 일인데 일반인들이 진실을 어찌 알겠는가.
누리꾼들은 강창호가 김기려에게 협력하는 이유를 한참 추측해보다 결국 답이 나오지 않자 다른 주제로 선회했다.
[그나저나 S급 헌터들 이번 공략으로 페이 얼마 받았대요?] [분배금은 잘 모르겠고 일단 에픽급 아이템 받아왔다네요.] [와 에픽급?]던전에서 발생하는 희귀 장비.
굳이 설화 속의 드래곤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으레 화려한 보물에 흥미가 많은 법.
[에픽이라는 게 진짜 뜨기는 하는구나 ㄷㄷ] [위키에 검색하면 효과 나오나요?]┕[나오겠냐?]
┕[제가 현직 감정사라 아는데 에픽급은 워낙 수량이 적고 완전 분석이 가능한 인력도 소수라 정보 공개가 잘 안 되는 편입니다. 분류명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궁금해하는 김기려의 습득품은 무엇일까.
금발의 S급 헌터가 양도받은 길쭉한 도검은 [히드라]라는 명칭을 지닌 에픽급 병기였다.
히드라.
머리가 여럿 달린 뱀.
그 깨끗한 칼날이 어째서 괴물의 이름으로 불리는가 하면.
***
서컹!
서슬진 날붙이가 동물의 살 바탕을 가른다.
좁고 예리한 날이 스쳐 지나가자 벌어진 피부에서 핏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그 상처는 얕은 생채기에 그치지 않고 점차 혈관 속에서 옥빛 파도를 일으키기 시작하여.
“쿠익, 크이이익.”
이윽고 눈앞의 마물이 절명한다.
털썩. 나는 사람의 시체가 넘어질 때와 똑같은 소리를 내며 쓰러진 돼지 모양의 짐승을 내려다봤다.
어디 보자. 일단 아이템 효과는 잘 먹히는 것 같은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곧게 세워 그것의 효과를 다시금 확인했다. 지구의 분석기를 썼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표시됐겠지.
[히드라] [등급 : 에픽] [설명 : 예리한 날을 지닌 서양식 검. 이것에 대미지를 입으면 [불멸을 죽이는 독] 상태에 빠진다.] [추가 설명 : [불멸을 죽이는 독] – 최상급 맹독. C급 이하의 적을 즉사시킵니다.]히드라. 과연 붙여진 이름답게 강한 독 효과를 지닌 검.
이것이 내가 이번 용 사냥에서 얻어온 보상이었다.
‘마법사가 천하게 칼질이라니.’
롱소드라는 원시적인 형태란 점이 참 마음에 안 든다마는.
“-그래도 까짓거 한번 잘 써보겠습니다!”
지금 그딴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 이 [히드라]는 그야말로 헌터의 인생을 뒤바꿔놓을 만큼 어마어마한 성능이었으니까.
C급 이하의 적은 스치기만 해도 즉사.
B급은 중독시켜놓고 3분만 기다리면 비실대다 죽고, 심지어는 A급에게까지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고?
“대박이잖아!”
흐하하하!
부족했던 공격력 문제가 단숨에 해결됐다.
여기에 서형의 강화를 받은 방어구까지 합하면, 앞으로는 장비빨만으로도 B급과 어찌저찌 견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런 무기가 손에 들어오니 이제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냥 이대로 살까?’
솔직히 C급 몬스터만 잡고 다녀도 벌이는 충분하잖아!
최고의 보상이다. 이거면 정말 F급인 몸으로도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흠.’
하지만 그래도 폐는 구해놔야겠지.
지금이야 싱글벙글하지만, 마법이 제한된 상태로 살다간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오긴 할 테니까.
‘강창호와의 계약도 문제고.’
스릉.
나는 사특한 녹색으로 빛나는 히드라의 날을 검집에 집어넣고, 그것을 옆구리에 낀 채로 게이트 밖을 향해 총총 걸어 나갔다.
혼자서 C급 게이트를 클리어하다니.
흡족하고 뿌듯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연회를 열어서 이 성취를 기념해야겠다.
“여보세요? 윤승아, 혹시 오늘 시간 있으면 저녁이나 같이 먹을래? 내가 사줄게.”
물론 연회의 손님은 기껏해야 1명이 전부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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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습니다. 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서울의 한 고깃집.
지난 일들이 새삼 떠오른다. 지구에 막 환생했을 때에는 국밥 한 그릇에도 돈이 없어서 잡혀가고 그랬는데 이제는 1++ 한우도 맘껏 사 먹을 수 있게 되다니.
‘장족의 발전이다.’
이번 드래곤 레이드로 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실이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음식점을 나섰다.
“아 참, 갑자기 생각난 건데 형님은 보통 집에 가면 뭐 하세…….”
띠리링♪ 띠리리링♬
그런데 이때. 윤승의 말소리가 어떠한 알림음에 파묻혔다. 정확히는 내 휴대폰 벨소리에.
“미안, 잠깐만.”
“헙! 죄송하긴요. 통화 편히 하세요.”
나는 검지를 들어 잠시 기다려달라는 손짓을 하고 전화를 받았지.
-여보세요?
수화기를 귀에 대니 들리는 것은 낯선 여자의 목소리.
-혹시 김기려…… 헌터…… 번호 맞나요?
나는 상대의 물음에 평소대로 답한다.
“맞습니다.”
-그럼 지금 전화 받은 사람이 기려니?
“네. 제가 김기려인데요. 누구시죠?”
그나저나 분명 모르는 번호였는데 이 인간은 뭐길래 대뜸 반말을.
“기려 형?”
멈칫.
휴대폰을 들고 있던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 굳어 선다.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기려야, 엄마다.
그야, 곧이어 스피커에서 이런 문장이 흘러나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