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of-standard grade analyst RAW novel - Chapter 241
240화
-뉴가텀 타자기(2)
투다다다-!
마치 타자기를 미친 듯이 두드리는 듯한 소리를 몇십 배나 뻥 튀겨놓은 것 같은 굉음이 텐더로인의 골목을 울렸다.
연달아 쏟아지는 사격 소리를 처음 들은 패트릭은 몇 명이 동시에 총을 쏘는 줄 알았다.
“달랑 한 놈이라고?!”
하지만 골목 어귀에서 총을 쏘는 오크 마피아는 겨우 한 명이었다.
“저 더러운 오크 놈들이 어디서 저런 무기를 가져온 거야?”
패트릭이 총기의 기적적인 성능에 이를 갈았다.
마치 전쟁에서나 쓰이는 대형 기관총 같은 사격이 한 명이 들고 있는 총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한 명이 능히 수십 명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였다.
저런 무서운 무기가 유포되면 암흑가 전쟁이 차원이 달라질 터였다.
‘흥, 그래 봤자 고블린의 골렘에는 못 당하지!’
골렘은 오로지 고블린들의 전유물이었다.
3m나 되는 거대한 동체를 움직이게 하려면 대형 증기 엔진과 다량의 부품이 필요했다.
때문에, 조종석의 공간이 줄어들었고, 그 공간에 탑승할 만한 체구를 가진 건 고블린뿐이었다.
골렘을 조종할 수 있는 고블린 갱이 뉴가텀 암흑가의 권력을 차지하는 건 당연한 수순에 가까웠다.
총성이 멎자 패트릭이 히죽 미소를 그렸다.
“자, 다 쐈냐? 그럼 이제 내 차례다.”
이제 새로운 총만 믿고 알량하게 나대는 저 시켈리아 오크 촌놈들을 뭉개줄 시간이었다.
“어?”
하지만 패트릭의 마음과 다르게 골렘 모리세이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피시시식-!
강철판으로 보호되고 있던 다리의 구동 파이프에 구멍이 뚫려 증기가 새고 있었다.
총탄 앞에서도 무적을 자랑하던 모리세이의 장갑이 새로운 총, K2의 사격에 뚫려 버린 것이었다.
평소 그들이 쓰는 총알이 납 탄두를 쓰는 무른 것이었다면, K2의 총알은 풀메탈 재킷 타입이었다.
금속으로 납 탄두를 감싸 관통력을 극대화한 현대 지구 문명의 이기였다.
“이게 무슨!!”
움직이지 않는 골렘의 상태에 패트릭이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패트릭! 그동안 건방지게 굴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때다!”
“쥐똥만 하고 허약한 고블린 주제에 골렘만 믿고 나대더니, 꼴좋구나!”
“창백한 피부에 더러운 붉은 머리들은 다 쓸어버려!”
골목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오크들이 더 튀어나왔다.
그들 전부 손에 모리세이의 장갑을 뚫은 K2를 들고 있었다.
“성 고블릭이시여…….”
조종석을 향해 겨눠진 총구들을 보며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패트릭이 성호를 그었다.
‘트롤도 오거도 아니고 오크 손에 죽다니, 제길.’
기껏 던전과 접촉해 세력을 키울 기회가 왔건만.
패트릭은 자신의 운 없음에 한탄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지.”
귀에 익은 목소리에 패트릭이 눈을 떴을 때, 그의 앞에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는 고블린 하나가 뛰어들었다.
“너, 넌?!”
“아직 거래하기 전이잖아?”
매서운 눈을 가진 고블린, 이현이 진한 웃음을 띠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날 들어 올려서 막아! 어서!”
이현의 외침에는 거부할 수 없는 격이 서려 있었다.
패트릭은 망설일 새도 없이 멀쩡한 모리세이의 손을 조종해 그를 들어 올려 조종석 앞으로 가져다 댔다.
투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다!
5명이 갈겨대는 K2의 연발 사격에 텐더로인 전체가 굉음으로 둘러싸였다.
훗날, 이 전쟁을 목격한 이들은 괴물같이 총알을 쏘아대는 저 새로운 총의 위력에 놀라 그것을 ‘뉴가텀 타자기’라고 부르게 된다.
“해치웠나?!”
K2의 탄창은 보통 30발이다. 5명이 탄창을 모두 비워냈으니 총 150발의 총탄이 모리세이와 이현에게로 쏟아진 것이었다.
그러니 살아남았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모리세이의 전신에 난 구멍에서 피를 흘리듯 치솟는 증기가 주변을 자욱하게 메웠다.
쿠당탕!
증기의 연무 속에서 너덜너덜해진 골렘의 팔 한 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걸 본 오크들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됐어! 우리가 패트릭을 죽였다!”
성급한 오크의 함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 총을 준 사람이 ‘해치웠나?’라는 대사는 금지어라고 말 안 해줬어?”
증기 속을 뚫고 들려온 목소리가 오크들의 미소를 지워 버렸다.
“죽었던 적도 되살려내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말이야.”
히죽대는 목소리의 정체는 거대한 원형 방패를 들고 조종석 채로 패트릭을 지켜낸 이현이었다.
“아무리 5.56mm 나토 탄이라도 티타늄 아니, 오레이티토스는 못 뚫는구나.”
이현은 흠집 하나 없이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막아낸 방패를 보고선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의 방패는 따로 강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K2의 총탄 세례를 막아냈다.
그걸 본 오크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턱을 쩍 벌렸다.
“이 괴물 같은 총을 다 막아냈다고?”
“아니, 그것보다 동화 속 기사도 아니고 방패를 왜 들고 있는 거야?”
혼란스러운 건 오크들뿐만이 아니라 패트릭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
분명 이현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대한 방패가 튀어나와 날아오는 총탄을 모두 막아주는 모습은 패트릭으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던전 보스군.”
“뭐야, 안 믿었던 거냐?”
“아니, 이젠 믿는다.”
이현이 피식 웃으면서 건넨 말에 패트릭이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한때 던전과 교류를 해본 적이 있던 도일 가문의 후예답게 그래도 던전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있는 패트릭이었다.
던전의 몬스터, 그리고 보스만이 쓸 수 있다는 마법 같은 능력에 패트릭은 조금 남아 있던 의심도 모두 날려버렸다.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표정을 보고 이현이 피식 웃었다.
“어때, 앞으로 친하게 지낼 사인데 저것들 손 좀 봐줄까?”
이현이 당황해하고 있는 오크들을 가리키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 미소를 보니 패트릭은 마치 뱀 앞의 개구리가 된 듯했다.
고블린 갱의 보스였지만, 눈앞의 던전 보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되겠어?”
“선물이라고 생각해.”
사실 이현으로서는 오크들을 적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현의 던전을 침공한 것도 아니고 고블린 갱과 오크 마피아 간의 전쟁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아니, 아까까진 없었지.’
이현이 패트릭과 고블린 갱을 도우려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증기 엔진 기갑, 골렘을 얻는 것.
그리고 오크들이 사용하는 K2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
‘분명히 저 K2를 건네준 이들이 있을 거다.’
스카라반 행성의 문명은 이제 겨우 증기 엔진을 사용하고 초창기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수준이었다.
지구로 따지면 1900년대의 미국 정도?
그런 곳에서 기관단총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듯 발명될 리 없었다.
그것도 K2와 똑같이 생겼고 똑같은 성능을 가진 돌격소총이 말이다.
이현이 자신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당황한 오크 중 한 명이 품에서 주먹만 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제길, 이거라도 던져!”
“이 멍청이! 그건 쓰지 말랬잖아!”
“그럼 어쩔 건데! 총알도 다 떨어졌다고!”
골렘은 반파되었지만, 자신들의 신형 총을 막아낸 저 괴상한 방패 고블린은 그대로였다.
총알이 떨어진 총으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내나 보자!”
오크가 꺼내든 건 K2를 건네준 이가 최후의 최후에 쓰라고 준 비상 수단이었다.
“미친, 저것까지 가지고 있어?!”
오크의 손에 들린 물건을 확인한 이현의 눈이 커졌다.
한 손안에 쥐어지는 작은 크기였지만, 터지는 순간 지옥을 만들어내는 무기, 세열수류탄이었다.
이현은 그걸 확인하는 순간 소리쳤다.
“이아코스! 저걸 던지기 전에 쏴버려!”
“알겠어, 현!”
리처드의 오토바이 사이드카에 서 있던 이아코스가 서둘러 자그레우스의 활을 꺼내 겨누었다.
아무리 오레이티토스로 만든 방패라고 해도 수류탄이 폭발하는 충격을 온전히 막아내기란 힘들 터였다.
하지만 이현이 조금 늦은 듯, 그의 외침과 동시에 오크 마피아는 손에 든 물건의 안전핀을 뽑아 버렸다.
“받아랏!”
“너나 받아!”
오크의 손에서 수류탄이 던져지는 순간, 이아코스의 손도 시위를 놓았다.
하지만 수류탄을 던진 오크는 자신을 향해 활을 쏘는 이아코스를 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흥, 총도 아닌 그런 구닥다리 무기로 막겠다고?’
자신은 죽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던진 수류탄은 저 빌어먹을 고블린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 터.
오크는 히죽 웃었다.
“패밀리를 위하여!!”
하지만 그는 이아코스의 활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자그레우스의 활에서 쏘아져 나간 화살은 섬전의 속도로 날아와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수류탄을 요격했다.
수류탄이 그의 손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뭐?!”
콰아앙-!
오크가 경악의 외침을 다 터뜨리기도 전에 수류탄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오크들의 전멸이었다.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간 수류탄의 파편들이 오크 마피아들의 육신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세상에, 저건 다이너마이트라도 되나?”
질기디질기기로 유명한 오크의 피부와 근육이었다.
그런 오크들이 온몸에 구멍이 송송 난 채로 모조리 죽어 있는 모습에 패트릭이 경악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것보다는 약해. 하지만 더 끔찍한 무기지.”
세열수류탄은 폭발보다는 파편으로 상대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무기였다.
이현은 피떡이 되어 쓰러진 오크들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러게 감당도 못 할 무기는 어디서 받아 와서는.”
이현은 방패를 내리고 쓰러진 오크들을 향해 다가갔다.
“역시 K2네.”
대한민국에서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이현이었다.
애인처럼 갈고 닦았던 K2 소총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으으…….”
대부분 즉사했지만, 그중 한 명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지 미약한 신음을 내고 있었다.
“너, 이거 누구한테 받은 거야?”
“사, 살려…….”
“대답을 제대로 해준다면 살려주지.”
“인간 여자…….”
이현의 말에 오크가 대답하려는 찰나, 그의 머리통이 퍽하고 터져 나갔다.
* * *
텐더로인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빌딩의 옥상에서 총구를 살아남은 오크에게 겨누고 있는 이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자가 들고 있던 총은 K2가 아닌 한국군 저격 소총 K14였다.
“쉽게 입을 열게 둘 수는 없지.”
막 입을 열려는 오크의 머리가 스코프 사이로 들어오는 순간,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탕! 소리와 함께 오크의 머리에 바람구멍이 뚫렸다.
“총격이다!”
눈앞에서 오크의 머리가 터져 나가자 패트릭이 서둘러 머리를 감싸면서 바닥에 엎드렸다.
“제길, 아직도 남아 있었나?”
이현이 서둘러 방패로 그와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다음엔 누굴 맞춰줄까?”
검은 단발을 바람에 휘날리는 인간 여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총구를 다시 겨누었다.
“누구든 어때. 괴물인 건 마찬가진데.”
그래도 더 눈에 거슬리는 쪽은 있기 마련.
여성의 총구가 방패 너머로 자신을 찾고 있는 고블린에게로 향했다.
K2의 총탄을 막아내는 방패도 방패였지만, 저 작은 몸으로 큼지막한 방패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안, 캡틴 고블린. 너부터 보내 버려야겠다.”
스코프의 조준선이 캡틴 고블린 아니, 이현의 미간에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허공에서 서릿발 같은 음성이 그녀를 향해 쏟아졌다.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네 목이 날아갈 거야.”
총을 겨누던 인간 여성이 천천히 스코프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창날에 검푸른 역천강기를 빛내고 있는 고블린이 허공을 밟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