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din of the Dead God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역병신(疫病神) (4)
지힐렛은 태연하게 자신의 진명을 언급하는 아이작을 보며 흠칫했다.
[네놈…… 어떻게 내 이름을…….]“뭐가?”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지?]‘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아이작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지힐렛이 거대한 배를 꿈틀거리며 소리 질렀다.
[모르는 척하지 마라! 내 마지막 신도가 죽은 것이 백 년이 넘은 일인데 내 진명(眞名)을 언급하다니! 대체 누구의 명령을 듣고 있는 것이냐!]“이건 또 무슨 설정인지 모르겠는데…….”
파르르르르!
지힐렛이 포효를 토해내자 로브가 거칠게 펄럭였다. 동시에 아이작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촉수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공포나 긴장 때문이 아니라, 촉수들이 언짢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자기 손바닥 위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언짢음.
‘그냥 머리 위에 뜨던 이름을 알고 있을 뿐인데?’
솔직히 아이작에게는 알 바 아닌 일이다. 지힐렛이라는 이름보다는 쥐돼지라고 더 많이 부르고 다녔으니까. 그리고 지힐렛이 나오는 이 던전을 자주 방문했던 것은, 녀석이 ‘신성’을 가진 적들 중 상대적으로 가장 잡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그뿐이었다.
[이래도 모습을 안 드러내? 그러면 네 놈의 피조물을 갈가리 찢어서 드러나게 해주마!]지힐렛은 포효에도 불구하고 아이작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격렬한 피기침을 터뜨렸다.
피기침들은 저마다 끈적한 슬라임의 형태가 되어서 아이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블러드 슬라임이라고 부르는 몬스터 군체였다.
아이작은 역겨운 모습에 반사적으로 촉수를 꺼내 들었다. 촉수는 단숨에 허공에서 블러드 슬라임을 꿰뚫어 갈라버렸다. 퍽. 블러드 슬라임 두 마리가 터지면서 지힐렛의 뚱뚱한 몸에 체액이 튀었다. 놈의 작은 눈이 커졌다.
[이건 무슨…… 네놈 대체 무슨 신의 권능을 빌려 쓰고 있느냐……!]그제야 지힐렛은 뭔가 깨달은 듯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네필림! 네필림이구나! 천상의 피를 훔쳐 쓰는 더러운 족속! 아니, 그러면 대체 네 놈은, 네 놈의 어미는 대체 무슨 족속과 몸을 섞은 거냐!]“갑자기 패드립을? 점점 더 용서가 안 되는데.”
아이작은 이 더러운 환경에서 더 이상 지힐렛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놈과 같은 방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오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었다.
수년간 쌓인 역병 저항 능력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고 있을 뿐, 수도사들이라면 진작에 피를 토해 내며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촉수는 블러드 슬라임을 차례대로 꿰뚫고 지힐렛을 노렸다. 지힐렛은 꿈틀거리며 쥐 떼들을 출산하기 시작했다. 대모쥐라는 이름에 걸맞게 녀석은 무수한 숫자의 쥐 떼들을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갓 태어난 쥐들은 아직 피가 마르지 않았는데도 촉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쥐들은 아이작이 상대했던 쥐들과 달리 특별한 것인지, 덩치도 크고 기세도 사나웠다.
콰득, 콱.
놈들은 가차 없이 촉수를 향해 이빨을 박아 넣었다.
[대답하지 않겠다면, 널 낱낱이 해부해서 알아내 주마!]아이작은 생각보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아이작은 촉수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다만 이때까지 촉수가 상대해왔던 것들은 멧돼지나 늑대, 곰 같은 야생동물일 뿐, 진짜 몬스터는 없었다.
어지간한 짐승들은 촉수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지만, 대모쥐 지힐렛이 만들어낸 쥐들은 달랐다. 평범한 몬스터 수준을 넘어서서 희박하게나마 신수(神獸)의 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촉수가 팡팡 몸을 바닥에 내려칠 때마다 대모쥐의 쥐들은 피떡이 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쥐를 포식하여 체력을 보충했다. 하지만 여기서 싸움이 길어지면 평범한 인간인 아이작 쪽이 불리했다.
모자란 놈이라도 ‘신’으로 모셔졌던 놈이다. 완전히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지치지도 않을 테니까.
다행히 지힐렛은 아이작의 촉수를 경계하는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소환수만을 움직여 공격하고 있었다.
아이작은 지힐렛을 응시했다.
[어리석다, 어리석어! 이곳은 나의 성역이다! 감히 남의 성역을 침범하고도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냐! 나는 천년의 숭배를 받았던 역병신이다! 네깟 놈 따위는…….]‘저 녀석, 피조물이니 어쩌니 하면서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군.’
교만함.
아이작은 지힐렛의 감정을 읽었다.
***
지힐렛은 신으로서의 자신이 너무 대단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 나머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작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배후의 존재’ 어쩌구 타령만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배후의 존재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여기까지 온 것은 온전히 내 의지지.’
이름 없는 혼돈은 오히려 그 과정에 사용된 도구에 불과하다. 이름 없는 혼돈이 포상을 주든 말든, 아이작은 이 성역을 파괴할 생각이었다.
주된 공격은 촉수가 하고 있었지만, 아이작은 지힐렛의 소환수와 역겨운 가래, 아니, 블러드 슬라임을 피하느라 정신없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게끔 움직였다.
그 사이 아이작은 서서히 심판의 검을 쥐고 지힐렛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놈은 쉴 새 없이 블러드 슬라임과 쥐들을 출산하며 촉수를 몰아붙였다. 아이작은 천천히 지힐렛의 좌측으로 돌아섰다.
이대로 본체를 노리면 소모전을 벌일 필요도 사라진다.
그 순간, 지힐렛의 옆에서 무언가가 일어섰다. 낡고 헤진 로브를 입은 사람이었다. 몸에 착용한 장신구나 무늬로 볼 때 사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로브 안쪽에는 새하얀 백골이 드러나 있었다.
못해도 백 년 이상 이곳에서 썩은 듯한 해골이었다.
아이작은 고개를 기울였다.
“언데드?”
하지만 해골 사제는 대답 대신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아이작은 지힐렛이 폐허 아래 묻히지 않고 보존되어왔던 것이 이 해골 덕분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데드를 보자마자 아이작은 배후를 직감했다.
“설마 배후에 불사교단이 있었나?”
언데드는 불사교단의 권능이다. 다른 신앙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불사교단의 사제가 어째서 다른 신의 시중을 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해골 사제는 대답 대신 잔뜩 녹슨 검을 치켜들었다. 아이작은 이 해골이 사제인 동시에 이곳을 지키기 위해 놓인 파수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성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지힐렛의 시중을 들고, 뒷바라지를 하면서 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끔 해놓은 장치에 불과해.’
하지만 한쪽 손으로 지힐렛을 상대해야 하는 이상, 아이작은 남은 한 손으로만 검을 써야 했다.
당연히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해골 사제는 관절을 비정상적으로 비틀며 아이작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이작에게는 현재 ‘약점 추적’과 ‘괴력’ 축복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성기사는 아니지만 성기사단 검술을 배웠다.
쩌억.
검과 검이 맞부딪친 순간, 아이작은 도저히 한 손으로 휘둘렀다고 믿기지 않는 괴력으로 해골 사제의 검을 튕겨냈다. 해골 사제의 얼굴을 박살 난 검의 파편이 꿰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언데드 답게, 개의치 않고 아이작을 공격하려 했다.
아이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베기 동작을 이어 나갔다.
수없이 반복해 왔던 베기 동작.
그 순간 아이작의 몸에 무언가 다른 것이 깃들었다.
하나의 흐름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폭발하듯 터져 나와 쇄도하는 촉수의 물결이었다.
아이작은 단 한 번의 호흡에 촉수가 해골의 검을 튕겨내고, 파고들어서 그 몸을 박살 내고, 지힐렛의 저 뚱뚱한 배를 아래서 위로 갈랐다가, 다시 사선으로 그어서 십자 모양의 상처를 입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단지 상상했을 뿐이었다.
퍼어어억!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아아아악!]지힐렛이 찢어지는 비명을 토해 냈다.
아이작은 처음부터 이 해골 사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해골을 베는 동시에 지힐렛의 몸통을 아래서 위로 찢어 버렸다.
아이작의 키만큼이나 커다란 상처를 입은 지힐렛은 울컥울컥 체액을 토해 냈다.
아이작은 무심코 자신이 상급 검술을 사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짧은 거리를 자각조차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며 사이에 있던 것들을 베어 낼 뿐이었으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아발란체 상급 검술을 사용할 때보다 격통이나 부상이 훨씬 덜했다.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체력 회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대신 아이작은 묘한 공복감을 느꼈다.
‘이건…… 체력 대신 살점 저장고에 있는 고기들을 대신 소모한 건가?’
그런 것 같았다. 며칠 전에 먹었던 늑대들이 전부 다 순식간에 소화된 상태였다. 얼마 안 남아 있긴 했지만 어마어마한 소화량이었다.
마치 체력 대신 ‘포만감’을 대가로 가져간 것처럼.
아니, 정확히는 부상을 당하기는 했으나 인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어째서 아발란체 검술을 쓸 때에는 이런 효과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검술의 형태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군.’
아이작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움직인 궤적을 따라 여덟 갈래의 나선형 흔적이 땅과 지힐렛에게 처참한 상처를 만들어 냈다.
마치 여덟 개의 촉수로 잡아 뜯은 듯한 거대한 상처는 신성을 지닌 지힐렛에게조차 치명상이었다.
[하급 성기사 검술 상승 조건이 완성되었습니다.] [상급 성기사 검술 숙련도(Lv 1)] [조합된 상급 검술의 이름을 정해주세요.]메시지가 연달아 무어라 떠올랐으나 아이작은 그걸 다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갸아아아아아악!]지힐렛이 포효를 토해내며 몸을 비틀었다. 아이작의 촉수가 빈틈을 노리고 지힐렛의 배를 꿰뚫은 것이다. 동시에 아이작이 입힌 상처에서 무언가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해골의 머리통을 덮쳐 으깨 버렸다.
퍼석.
도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해골이 뭉개져 버렸다.
찍, 찌익, 찌이이이익!
지힐렛의 배에서 튀어나온 것들은 다름 아닌 아직 어린 쥐들이었다. 제대로 된 형태도 갖추지 못한 것들부터, 심지어 막 착상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까지.
더럽고 역겨운 모습에 아이작은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왜! 어째서, 네가!]지힐렛은 피 끓는 외침을 토해내며 외쳤다. 상처를 치료하려는 듯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심판의 검에 깃든 ‘부정한 것을 태우는 힘’ 때문에 아물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해골 사제가 박살 난 뒤로 지힐렛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심한 상처도 금방 재생하던 육신이, 이제는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수복할수록 더 많은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아무래도 해골 사제가 놈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촉매였던 것 같았다.
‘임시라고는 해도 하나뿐인 신도이자 하나뿐인 사제. 그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인가?’
[너도 나와 같은…… 신일 것이다! 네게서 분명 신성이 느껴진다! 심지어 나와 같은, 어둡고 혼란스러운 영역에 속한…… 그런데 왜!]이름 없는 혼돈이니까 그야 그렇겠지.
아이작은 모처럼 지힐렛과 의견이 맞는 부분이 생겼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 없는 혼돈이 왜 지힐렛을 경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름 없는 혼돈은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다.
[살려다오! 신성을 가진 존재가 이대로 죽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않느냐! 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영역에서 영원히…….]그때 지힐렛은 가래 끓는 소리로 뭔가 웅얼거리다가 숨을 헐떡였다. 자기가 내뱉은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너! 너! 설마 세상에 섞여선 안 될 피가 흘러 들어온 건가!]“불결한 쥐돼지 따위한테 듣기에는 좀 뭐한 말인데…….”
아이작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렸지만 지힐렛은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죽어!]지힐렛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소리 지르자 놈이 쏟아낸 태막 속에서 쥐들이 들끓으며 태어나기 시작했다.
부글거리며 막을 찢고 태어나는 쥐들의 모습은 기괴했지만, 제대로 된 형상도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난 쥐들은 나오자마자 죽거나, 바닥을 빌빌거리며 기어 다닐 뿐이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공격이 아니었다.
그저 고양이를 눈앞에 둔 쥐가 겁에 질려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이제 지힐렛은 그 격조차 짐승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병의 짐승들아, 앓고 고통받는 자들아! 저놈을 죽여라!]스스스스슥.
아이작은 주변의 벽들을 타고 혼란스럽게 기어 다니는 소리들을 들었다. 수도원과 온 산에 흩어져있던 쥐 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작은 지힐렛이 온 산의 모든 쥐들을 불러 모았음을 깨달았다. 아이작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압사시켜서 죽여 버릴 생각이라는 것도.
아무리 아이작이라도 그 많은 쥐들을 전부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벽 너머 긁어대는 섬뜩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긴장하지 않았다.
이미 그에게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쥐, 포식, 흡수.] [영양, 포식.] [머리, 몸통, 꼬리, 전부.]이내 지힐렛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건지 입을 다물었다.
퍽, 퍼억.
이내 벽에서 무언가 튕기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힐렛이 그토록 기다리던 쥐 떼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힐렛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구원을 청하기 위해,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쥐 떼들의 뒤를 따라 혼돈의 자손들이 버글거리며 쫓아왔다.
이미 수많은 쥐 떼들을 흡수하고 포식한 덕분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놈들이었다.
지힐렛의 경악 속에 아이작은 느슨하게 촉수를 꿈틀거렸다.
“위생점수는 빵점이지만, 간만에 뷔페식이군.”
***
콰드득, 콰득, 콱, 우드드득.
아이작은 촉수가 긴 시간에 걸쳐 대모쥐를 포식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대 곰은 제대로 포식하지 못했지만, 대모쥐는 눈치 볼 사람도 없겠다 마음껏 먹게 해 두었다. 그리고 다른 혼돈의 자손들도 함께 그 식사를 즐겼다.
별로 식욕이 돋는 장면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작은 다른 곳을 살펴보았다.
이 신전은 확실히 오래된 곳이었다.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찾아왔을 장소. 아마 지힐렛은 많은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 신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신앙이 몰락하고, 빛의 법전이 들어왔을 것이다.
‘그 신전 위에 수도원이 엉덩이로 깔아뭉갰으니, 당연히 원한도 깊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름도 없는 촉수의 먹잇감이다.
야생동물이 사람을 해치려고 했으니 구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이작은 지힐렛이 앉아있던 제단을 살펴보았다. 제물을 바칠 때 쓰이는 것처럼 보이는 긴 상에는 대모쥐가 수많은 쥐들을 낳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이작은 그 음각을 천천히 스다듬어 보았다.
그 순간 그에게 메시지가 들려왔다.
[오염된 성역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이 성역을 ‘이름 없는 혼돈’에게 바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