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54
19화
도시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제외하 고본다면.
이 도시 출입 금지는 빛 기둥을 파괴 시킨 후에 버려진 도시로 보였다.
도시 안으로 보이는 건물들도 저 멀 리 시청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게 없었 다.
9천밖에 안 되는 생존자 수.
자신이 여기의 길드장이라고 해도 다른 세력들의 침공에 대비하여 한 도 시로 병력과 물자를 집중시켰을 것 같 았다.
“둘러보는 게 좋겠습니다.”
베일의 측근이 말했다.
베일도 같은 생각이 었다.
버려진 도시지만,시청 내부를 뒤지 다 보면 문건 같은 게 남아 있을 수 있 었다. 길드 레볼루치온(12)에 접촉하 기 전에 그들의 내부 사정을 알 수 있 는 기 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베일이 공격대를 이끌고 도시로 진 입하던 바로 그 찰나였다.
광!
가공할 속도의 인형(人形)이 베일의 진행 방향으로 착지했다.
어디서 어떻게 날아왔는지는 보지 못했다. 착지 시점에 바닥이 음푹 파 여 버렸고,거기서 터져 나온 충격파 가 베일과 그의 공격대를 단번에 밀쳐 내버렸다.
베일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앞을 노 려보았다. 동시에 뛰쳐나가려던 그의 공대원들을 저지시키려 양팔을 좌우 로 뻗 었다.
그는 불곰 같은 인상의 아시안이었 다.
직전에 보였던 능력이나 그의 무장 상태는,그가 강력한 각성자인 걸 증 명하고 있었다.
도시에 거주민이 한 명 머물고 있다 는 것은 알고 있었어도 이 정도의 인 사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자신은 레볼루치온(12)를 평화적으 로 합병시키러 온 거다.
레볼루치온(12)의 지도층일 인사와 벌써부터 충돌해선 안 됐다.
베일은 영어로 말했다.
아시안에게 영어가 통하길 바라면서 짧고 쉬운 문장으로만.
“버 려진 도시 인 줄로만 알았다. 우리
는 중앙 무대에서 왔다. 길드 지도부 와 만나고 싶다.”
하지만 아시안 남자가 험악하게 굳 힌 인상으로 내뱉기 시작한 말은 영어 가 아니었다.
그의 모국어인 것 같았는데,베일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한국어 입니다.”
베일의 공대원 중 하나가 말했다.
“엿 같은.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없 지?”
베일의 말투에 가시가 돋아 나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그에게 좋은 인 상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다 떠나 모국 프랑스의 생 태계를 교란시키고,자신에게도 탈모 가 진행될 만큼 막대한 스트레스를 입 혔던 그룹이 한국에서 발원했었다.
전일 그룹의 역외 독립 법인,제이미 코퍼레이션.
그것들이 골드슈타인 그룹이 몰락한 틈을 타서 모국에 진입한 다음부터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일거리야 넘쳐나기는 했다.
그 일로 자신과 회계사 동료들은 돈 좀 만졌던 시기 였지만,유색인종 중에 서도 아시안 따위들에게 침탈당한 모 국의 경제 상황은 심각했다.
전일 그룹부터가 아시아 자본이라고 확인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며 당시 상 황을 즐긴 녀석들도 물론 있었다. 자신은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아시안 자 본이 라고 가정하고 봐야 하는 거 였다. 한국의 전일 그룹과 거기서 보내온 침략자,제이미 코퍼레이션은!
“한국 사람인가?”
베일이 물었다.
“안 돼. 영어. 안 돼. 영어.”
느낌이란 게 있다. 그 뒤로 주절주절 붙은 말들은 한국의 욕이 분명했다. 아시안이 짓고 있는 표정에도 적개
감이 진하게 번져 있었다.
그가 요구하는 바는 분명 했다.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너희들 다부숴 버릴 거라고!
아시안은 혼자인 걸 두려워하지 않 았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을 자신하는 건 그렇다 쳐도,어떤 상황인지는 제 대로 알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2막 1장까지 헤쳐 온 인사라면 더더 욱이,그렇게 현명하게 처신할 줄 알 아야 하는 법 이다.
아시안의 태도는 위험했다. 포섭할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게 아니 었다면, 이 자리에서 아시안의 목을 당장 베어
버렸을 것이다.
수하들과는 전리품을 나누고.
“어떻게 할까요.”
공대원이 베일의 서늘한 시선을 읽 어 내며 말했다.
“싸우려고 온게 아니다.”
베일은 충돌을 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건 그만의 결정일 뿐.
불곰 같은 아시안은 허락 없이 들어 온 외부인들을 그대로 돌려보낼 마음 이 없었다.
베일이 그의 공대원들과 함께 등을 돌렸을 때 아시안이 그 앞을 막섰다.
얼마 만인가.
저런 재수 없는 눈빛은?
사람을 아래에 두고 보는 그 눈빛은 하도급 주는 양복쟁이들에게서나 봤 던 것이었다.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했다.
오딘에게 합류한 이후부터는 낯 뜨 거워질 정도의 시선만 느껴 왔던 성일 이었기에,베일의 눈빛을 어렵지 않게 읽어 냈다.
“사람 열 불나게 해 놓고 느그들만
끝내면 다여? 여기가 느그들 안방이 여?”
코쟁이의 입에선 뭐라고 또 주절주 절 꼬부라진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영어 쓰지 말라 혔다. 한국말 못 하 몬 닥치고 있든가. 쓰벌 것들. 들어올 땐 느그들 맘이었어도 나갈 땐 아닌 것이여. 그 정도는 감수하고 들어왔다 고 보는디. 맞잖어.”
두두둑.
성일의 손길이 닿은 제 주먹에서 뼈 소리가 끊겨 나왔다.
“이 정도면 깜박이는 킨 거다. 선빵 맞았다고 질질 짜지 마.”
성일은 그때에도 영어를 내뱉는 베 일의 얼굴에 일격을 먹였다.
퍼억!
베일은 전신의 감각을 끌어올려 경 계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피하질 못했 다. 그의 고개가 뒤로 꺾이면서 보호 막이 일렁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성일이 베일의 발 목을 낚아채 올리며 외쳤다.
“다 뎀벼 봐! 여그가 뉘 집 안방인지 똑똑히 가르쳐 줄 탱게 !”
세계 각성자 협회(3)은 명성을 멋대 로 빌린 가짜일 가능성이 높았다.
레볼루치온과 투모로우가 크게 세계 각성자 협회에 속하지만,그들이 사용 할 길드명은 그들의 직속 조직으로 정 해져 있었다.
오로지 조슈아만 세계 각성자 협회 를 사용하도록 약속됐었다.
그리고 조슈아와 녀석이 여기서 꾸 렸을 세력은…….
상위 무대로 지정되어 둠 카오스의 마지막 장난질에 휩쓸렸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거기서 살아남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막연한 기대만 가져
볼 뿐이다. 본 시대 이선(그善)의 진 짜 능력에 눈을 떠,열세인 병력으로 도 2막 1장을 관통하기를.
그래서 언제가 됐든 내게 합류하여 3 막 최종장을 도와주기를.
이태한과 지애 누나를 만나고 내 도 시로 돌아왔을 때.
거리의 흥건한 핏자국이 나를 기다 리고 있었다. 도시 입구를 시작으로 시체를 질질 끌고 간 흔적이 이어져 있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 뒤쪽으로였 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중앙 무대,프랑
크라는 녀석들이 들어온 것 같았다.
성일의 기척을 제외하고 나면 남은 기척이라고는 하나뿐.
그들이 성일에게 죽어 나가며 남긴 흔적들은,한 개 공격대로 구성되었음 을 알려 주고 있었다.
운이 지지라도 나쁜 녀석들이라고 해야 할까.
“템발만 믿고 까불지 뭐여.”
복강은 과다 출혈로 부풀어 있었고 늑골도 다 분질러진 듯 보였다.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어서 꺽꺽대 고 있는 녀석을 향해 성일이 태연하게 말했다.
반면에 성일은 어디 하나 멍든 것도 없이 멀껑한 얼굴.
“오딘이 떠난 뒤로 얼마 안 있어서 들어왔으.”
“살…… 살려…… 후…… 후회
성일이 거기에 대고 뇌까렸다.
“거봐. 끝까지 영어 쓴당게. 한국 땅 에 왔음 한국말 써야 하는 건디, 기본 적인 걸 몰러”
“저건 뭐냐?”
한쪽에는 녀석들의 아이템이 무질서 하게 쌓여 있었다.
살아남은 녀석의 것도 물론이다. 녀
석은 속옷만 덜렁 남은 상태 였다.
“이것들이 가지고 들어온 거지.”
세 개였다.
결계 4층 구역,5층 구역,6층 구역, 7층 구역에서 마스터 박스 하나씩을 획득.
총 네 개의 마스터 박스 중 하나는 스킬로 띄우고 다른 세 개는 아이템으 로 띄운 듯한데, 그만큼이나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녀석의 신분을 증명 한다.
구역의 최초들을 차지할 신분은 딱 하나밖에 없다.
그 구역을 담당하고 있던 도시의 시
장급.
즉,한 개 군단의 군단장급이다.
“A급 아이템을 저렇게 버려두면 써?”
“오딘 먼저 골라야지. 내가 꼽사리 끼고 있는 것 인디……
성일은 콧등을 긁으며 사춘기 소녀 처럼 말꼬리를 흐렸다.
다 죽어 가는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 렸다. 그때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중앙 무대의 군단장급이군.”
한 줌의 빛을 만난 둣,부풀어 오른 눈두덩이 속으로 눈깔 하나가 이채를 발산했다.
“한국인이 있나?”
“없…… 인드라……
“뭐?”
“인……인드라께 용서를 구……
“계속 저 소리여. 이젠 외워 버리겄 으. 대체 뭐라는 거여?”
성일이 물었다.
“인드라께 용서를 구하면,아마도 우 리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거라는 뜻 인 것 같군.”
성일은 피식 웃으며 말끝을 높였다. “인드라?”
“이것들의 길드장이 쓰는 이름이겠 지.”
녀석에게 다시 물었다.
어차피 세계 각성자 협회(3)을 시작 으로 한 바퀴 쭉 돌아볼 예정이다만.
“너희 도시들에 한국인이 있냐고 물 었다.”
“없…… 다……
“레볼루치온과 투모로우에 대해선 들어 본 적이 있나?”
“없…… 다…… 늦…… 지…… 않았 다. 원한을…… 품지…… 않겠다…… 날 살려……
녀석은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이어 붙였다.
“날 살려 주는 것이…… 너희들의 목
숨을…… 보존하는 길이다. 인드라께 서……
“귀에 딱지 생기겄구만. 그놈의 인드 라는 어지간히 찾으.”
성일은 무릎을 탁 집고 몸을 일으켰 다.
그러고는 내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 다.
“왜?”
“살려 둔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아아. 처음으로 다른 세력 놈들과 마주친 거잖어. 오딘의 처분을 기다리 고 있었던 거지,그거 말고는 딱히 없 었는디…… 끝낼까?”
“다음부턴 기다릴 것 없다. 내 도시 에 멋대로 들어온 것들은.”
[ 데비의 칼날을 시전 하였습니다. ]뎅강!
붉은 실선이 쭉 그어진 다음,녀석의 잘린 대가리가 옆으로 굴러갔다. 도시는 성일에게 맡겨도 충분하다. 전 무대의 각성자들이 급속도로 성장 해 왔다고는 해도,마스터 구간에 들 어간 녀석이 벌써 나올 수는 없다.
내게 적들의 물량이 소용없어진 것 처럼 마스터 구간에 진입한 성일에게
도 마찬가지다.
마스터 구간 미만은 마스터 구간에 대적할 수 없다. 첼린저 구간 미만은 첼린저 구간에 대적할 수 없다. 잔인 할 만큼 심플한 진리.
그 진리를 파훼하려면 인장이 필요 하다.
일회성이지만 그래서 강력한.
그래서 잘 볼 수 없는.
“도시 이름 보고 느낀 게 있었어야 지. 머리가 멍청하믄 몸이 고생하는 거여. 쯧
성일이 녀석의 시신을 수습하며 한 마디 던졌다.
“그럼 다녀오지.”
“오자마자? 어디로?”
“세계 각성자 협회⑶
“옛 얼굴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 겄네? 마리 누님일지도……
“가짜겠지.”
“가짜라몬……
성일이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 게 입술을 뗐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가 보믄 안될 까? 오딘도 좀 쉬는 시간을 가지고. ” “넌 말이 안 통하잖아.”
“다른 말이 무슨 필요 있겄어. 오딘? 오딘. 오딘! 으로 안 통하믄 오딘 말
짝으로 다 사이비일 텐디. 흐흐. 크롱 이가 바람 쐬자고 성화여.”
“같이 가지.”
“여기는?”
“이름 바꿔.”
[ 길드: 길드원 권성일이 도시(출입 금 지)를 ‘무단 점거 시 사망’이라 명명 하였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