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81
5 화
성일은 전투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에도 마음이 쓰였다.
최종장에서 합류한 마리 누님은 얼 핏 보면 사람이 밝아진 것 같지만 이 내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미소 속에는 여전히 무자비한 면 모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리 누님은 바클란 군단의
총 군단장으로 나타난 이수아와 마주 치면 그녀를 살려 두지 않을 사람이었 다.
하지만 거기에 개입할 방법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은 오시 리스의 군단으로 배속되 었다.
또 군단과 군단 사이에는 혼자서는 결코 뚫지 못할 몬스터 떼들이 들끓고 있었다.
게다가 설사 그것이 가능할지라도 오딘께서 내린 밀명이 있었다.
오시 리스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바르바 군단의 총 군단장, 네크로맨
서 샤이마르가 가지고 있는 [죽음의 서 1권]을확보하라는 명령이었다.
아마도 오시 리스에게 똑같은 명령을 내리셨겠지만,정작 오딘께서는 오시 리스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자신을 태한 동생이나 마 리 누님의 진영이 아닌,오시리스의 군단으로 배속시키고 오시리스를 유 심히 지켜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최종장까지 도달하면서 별의별 인간 잡종들을 다 만나 봤었다.
하지만 만나 본 것 중 가장 기분 나 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바로 오시리 스였다.
본 이름은 조슈아 폰 카르얀.
반원의 다섯 주인 중 한 명이자 시작 의 장 이전부터 오딘의 밑에서 큰일을 해 왔던 외국인.
듣자 하니 구(■) 레볼루치온의 설립 자였고 바깥 세계에서는 유명한 인사 였다고 했다.
시작의 장을 최초로 예견하였던 기 자 회견도 그의 작품이 었다고 한다.
기 억나지는 않지만.
쓰읍.
성일은 버릇처럼 코밑을 훔치며 오 시 리스를 쳐 다보았다.
오시리스는 전투에 돌아오고 나서도
또 혼자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타인의 접근 을 용납하지 않는다.
고독하게 앉아서 땅만 쳐다보고 있 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고통스러 운 절규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 모 습은 전투를 치르고 있던 당시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하물며 오시리스의 직속 공대원들까 지도 그처럼 위험으로 똘똘 뭉쳐 있지 않은가.
그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으며 작게 속삭이는 광경은 악령의 회합을 보는 듯했다.
실제로 오시 리스와 함께 최종장까지 올라온 각성자들은 그와 그들을 악마 처럼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막을 수 있을까?’
만일 오시리스가 오딘의 명령을 어 기고 [죽음의 서 1권]을 차지해 버리 기로 한다면…….
성일은 그걸 막을 자신이 들지 않았 다.
시도는 해 보겠지만 오시리스는 마 리 누님 다음으로 강한 서열 3번째의 강자이기도 했다.
최종장에 이르러 강자들이 대거 합 류했다.
하지만 오시리스는 독보적이었다. 물론 오딘과 마리 누님을 제외한 다음 에.
그때 진영 간부들 중에 하나가 성일 에게 다가왔다.
“칼리버 님.”
본시 오시리스의 밑에 있던 자였고, 한국인 각성자를 통역으로 달고 왔다.
둘에게도 오시리스의 시선이 미치는 자리를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성일은 즉각 파악하고 무거운 엉덩 이를 뗐다.
그들은 오시리스가 시야에 걸리지 않는 자리로 슬그머니 이동했다.
“파악은 끝난 거여?”
“그렇다고 합니다.”
통역이 간부의 말을 옮겼다.
“1층 결계는 어떻고?”
“현재까지 이상 없다고 합니다.”
“그람 읊어 봐.”
“2막 1장을 기 억하냐고 묻습니다.”
“하다마다.”
“놈들과 우리의 처지가 바뀌었다고 보시면 이해하기 쉽다고 합니다.”
“다 아는 야기 씨부리지 말고.” 성일은 빛기둥을 돌아보며 대답했 다.
오딘께서 일으켰던 벼락처럼 그것도
천공과 대지를 잇고 있었다. 빛이 무 척 밝다.
때문에 한구석의 알림 창을 확인하 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부셨다.
[ 1차 약화까지 : 6일 14시간 32분 51초 ]“내가 궁금한 건 뭘 파괴해야 놈들을 바로 약화시킬 수 있냐는 거여. 제한 시간까지 버티는 거 말고 하나 더 있 잖어. 후딱 최대한으로 약화시켜서 쓸 어버려야지. 안 그려?”
“소규모 제단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것들인 것 같다고 합니다.”
“같다는 거여. 뭐라는 거여?”
“제단이 확실할 거랍니다. 그 건으로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합니 다.”
“쥐새끼 놈들이 허벌나게 많은디? 것보다 역병은 어떻게 커버칠 거여? 추정만 가지고 희생자 늘리믄 우리만 엿 되는 거여. 너그들도 직전 장에서 겪어 봤잖으. 아그들이 시부랄 구울 새끼들로 미쳐 돌아 블믄 어떻게 되는 지. 몰러?”
간부의 대답이 늦어지고 있었다. 성 일은 간부의 의중을 눈치채고 얼굴을 구겨트렸다.
“아니. 저짝,원래 오리시스 밑에 있 었다 하지 않았으? 내 알기론 그런 디.”
“예.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칼 리버 님께서 전해 주신다면 오시리스 님께서도 귀를 기울이실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만만하고 오시리스 님은 무섭 다 그거지? 압삽쟁이들 하고는. 내가 왜 칼리버라고 불리는지 모르는가 본 디. 어디 한번 가르쳐 주? 그냥 칼리 버가 아니여. 인간 칼리버여. 존 만한 게 어디서 누구한테 미뤄.”
오시리스와 말을 섞는 건 성일로서
도 꺼림칙한 일이었다.
크게는 한 무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 러나 네 진영에서 빛기둥이 사용된 이 후부터는 각각 격리되어 독립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오시리스가 절대 자다.
오시리스가 돌발 행동을 한다면 막 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지만 갑자기 공격해 오기라도 한다면?
“말이 잘못 전해진 것 같다고 하는 데,아닙니다. 전 정확히 전해 드렸습 니다.”
통역도 간부와 함께 쩔쩔댔다.
“너 나 알지. 사람 만만하게 봤다가 뒤져 븐 것들이 한둘이 아녀. 꼭 뚝배 기 깨져 봐야 알아 처먹나. 쓰읍. 처음 이라 봐주는디 앞으로는 알아서 하라 고 전혀. 그리고 통역만 하지 말고,내 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도 전해 놔 야할 거아녀.”
“죄송합니다.”
통역이 즉각 허리를 숙였다.
“중간이 원래 힘든 거 왜 모르겄어. 근디 니가 중간에서 잘못하믄 피바람 나는 거 한순간이여. 눈치껏 잘하자 잉
“예. 칼리버 님.”
성일이 그런 통역의 어깨를 툭툭 치 며 일어선 직후.
“확!”
간부를 때릴 듯이 주먹을 치켜들었 다. 간부에게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 다.
하지만 이미 한번 간부의 코앞까지 갔다가 돌아온 주먹 이 었다. 강한 풍압 이 얼굴을 짓누르고 와서야 간부는 무 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때 성일은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 가 멍하니 서 있는 통역에게 말을 뱉 었다.
“뭐 혀. 오시리스 님께 가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통역은 독일어도 영어도 능한 인텔 리였다.
하지만 오시리스 앞에서는 떠듬떠듬 느릿한 금벵이와 다를 바 없어졌다. 오시리스의 후드 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짧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성일의 시선은 통역에게로 옮겨졌 다.
“시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길게 말한 것 같지 않은디. 지금에라도 외국말을 배우든지 해야 지 답답해 미치겄네. 전해 드려. 나도 참가하겠다고.”
“역병 저항력이 얼마냐고 묻습니 다.”
“힐러 안 붙여 줘도 될 만큼이라고 혀. 내 알아서 한다고. 야. 야. 고대로 전하지 말고. 좋게좋게 알아서 잘 전 해야 한다잉
“예. 염려치 마십시오.”
통역의 말이 전해졌을 때였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시리스의 눈만큼은 웃고 있었다.
영혼까지 비웃는 듯한 섬뜩한 눈빛 이었다. 시큼하고 역겨운 냄새는 또 어떻고?
이래서 바로 마주하는 게 꺼려졌던 것이다.
오시리스의 폭넓은 소맷자락 속에서 나온 긴 손톱이 그의 직속 공대원들을 불러들이고 있을 때였다. 성일은 오시 리스가 오딘의 통제하에 있는 걸 다행 이라 생각했다.
최종장이 끝나면 이런 자들까지도 전부 바깥으로 나가는 거다.
하나뿐인 아들 기철이가 있는 거기 로,몬스터보다 더한 괴물들이 쏟아져 버리는 거다.
‘오딘께서 안 계셨다면 다 난장판이 되어 부러. 여기보다 더 지랄맞아질지
도.’
성일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오시 리스와 그의 공대원들이 속삭이던 소리가 멎었다. 오시리스가 성일을 바라보면서 했던 말은 통역을 거쳐 전달되었다.
“참가해도 좋다 하십니다.”
별동대가 조직된 건 그 이후였다.
빛기둥이 설치된 7층 결계에서 전열 을 다듬고 있던 이들이 중심이었고, 오시리스와 그의 공격대가 선봉을 맡 았다.
2층 결계까지 내려오는 동안.
성일은 마법 함정을 설치하는 작업 들을 많이 목격했다. 추가로 식량과 물을 확보하는 작업도 그만큼 진행되 고 있었다.
1층 결계까지 내려왔을 때였다. 이상 없다는 보고는 1층 결계를 지켜 내고 있다는 뜻일 뿐 희생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밟히는 것마다 시체고,미끄러지는
것마다 핏물과 내장물이 었다.
최초 전투 때 성일이 죽여 놓은 것도 상당했다. 하지만 성일이 빠져 있는 동안에 벌어졌던 전투의 결과물들이 더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결계의 보호 아래 에서는 고위 역병술사도 그렇지만,네 크로맨서도 진정한 힘을 쓰지 못하는 데 있었다.
죽음을 다스리는 힘.
희생자들을 구울로 만들어 버리는 그 힘이 결계 안에서 사용된다면 전황 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될 터 였다.
성일은 오시 리스에게 접근하는 사내 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케이론. 윌리엄 스펜서라는 이름보 다 그 별칭으로 알려진 사내였다.
‘원거리 딜러이면서 힐러이기도 했 댔지? 재주는 좋아.’
최종장 준비 기간에 레볼루치온(30) 의 리더로 합류한 자였다. 자신과 똑 같이 병렬의 다섯 주인 중 하나이기도 하면서.
성 일은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 다. 케이론은 부하들을 윽박지를 때에 도,선해 보이게 처진 눈꼬리가 변함 없던 자였다.
차라리 오시리스는 대놓고 위험한 분위 기를 풍기 기 라도 하지 .
저런 자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정말 로 화병이 도질 것이다.
‘조심해야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쓰벌 것.’
마리 누님이나 태한 동생의 진영에 배속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날 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성일은 적진에 홀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뿌리칠 수 없었다.
아무래도 각성자와 몬스터의 시체가 즐비한 곳은 결계의 끝자락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를 넘기 위해선 겹겹이 포개져 있는 시체들을 치워야 했다.
이미 죽어 버린 것들은 음식 쓰레기 만도 못한 것들이다. 성일뿐만 아니라 근력이 높은 자들은 방해물들을 걷어 차 댔다.
그렇게 별동대 전체가 결계를 뚫고 나왔을 때.
‘B급 게이트가 이 정도믄 A급 게이 트는 뭐 어떻게 된다는 거여. S급은?’
그의 눈앞에 끝없는 바르바 군단의
군세가 펼쳐졌다.
대지 전체는 거무튀튀한 빛깔로 물 들어 있었다. 오염의 정도는 C급 던전 에서나 겪어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았 다.
‘힐러 더 추가하고…… 아니 안 되겄 어. 저걸 어떻게 뚫는디야. 네크로맨 서까지 가담해 버리몬.’
막상 바르바 군단의 군세를 확인하 고 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은 오딘이 아니다.
위험한 오시리스도 오딘께는 비교될 수가 없다.
어차피 제한 시간을 버티면 놈들은
단계적으로 약화되게 되어 있지 않은 가.
그게 오딘께서 준비해 주신 승리의 열쇠였다.
성일은 오시리스의 목소리가 끝난 지점을 쳐다보며 물었다.
“뭐라시냐?”
통역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시간을 끌면 놈들의 공세가 더욱 심 해질 거라 하십니다. 그러기 전에 피 해를 감수하고라도,1차 약화까지는 단기간 안에 진행시켜 두어야 한다는 것이…… 오시리스 님의 결단입니 다.”
“그려? 그럼 어쩔 수 없지. 준비해 보드라고.”
“칼,칼리버 님?”
“왜.”
“안됩니다. 다 죽습니다. 두,두…… 고 보실 겁니까? 막을 수 있는 분은 칼리버 님밖에 없으십니다. 이렇게까 지 하지 않아도 버티다 보면. 설사 버 티지 못해도 오딘께서 저희들을
빠직.
성일의 관자놀이 힘줄이 곧 뛰쳐나 올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흡!
성 일은 찰나를 포착했지만 반응하기 엔 늦었다.
그보다도 성일부터가 주제를 넘어 버린 통역을 살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 다.
통역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검은 소환물들은 오시 리스의 능력 이 었다.
그것들은 통역에게 달려들어 양팔을 잘라 놓았다. 남은 대가리는 순간에 날아든 오시리스의 손짓에 의해서 잘 려나갔다.
통역의 대가리가 주인을 잃고 바닥 으로 떨어졌다.
성일은 거기서 부릅떠진 눈을 보고
도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멍청하긴.
“문.제. 있. 는. 가?”
다시 들어도 기괴한 목소리였다. 오 시리스가 성일의 얼굴에 대고 묻고 있 었다.
그러나 성일이 놀란 바는 오시리스 가 사용한 언어가 한국어라는 사실에 있었다.
“없수다. 근디 우리말 할 줄 아셨수? 그런 것도 모르고 번잡하게 굴었구만. 진즉 알려 주셨으믄 이런 꼴 안 보여
드렸을텐디.”
성 일은 오시 리스의 살의가 자신에게 쏠리는 걸 느꼈다.
“쫄짜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한 거 정 말로 죄송허요.”
성일의 시선은 모든 그림자로 향했 다.
자신의 그림자일지라도 얼마든지 거 기에서 오시리스가 부리는 망령들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성일이 노려보던 오시리스의 그림자는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성 일은 멋쩍게 콧등을 긁었다.
그러고는 잘려진 통역의 대가리며
몸뚱이를 한쪽으로 밀어 찼다. 그 과 정에서 피가 상당히 뿌려졌다.
비록 몬스터 피는 아니지만,끌어올 려진 감각 층으로 신선한 피 냄새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전의를 돋우기에는 나쁘지 않은 냄 새.
성일을 포함해 별동대 전원이 돌격 준비를 끝마친 그때였다.
바닥에서 펴져 온 울림이 먼저였다. 그다음에 세상 전체를 진동시 키는 괴 성이 시작됐다. 괴수의 울음소리라기 엔 소름 끼치는 느낌이 차원을 달리하 는 것이었다.
성일은 이 느낌을 알고 있었다. 바클 란 군단의 본토에서 둠 아루쿠다의 시 선과 맞닥트렸을 때 이와 비슷했지 않 았던가!
[ 경고: 둠 데지르가 진입 하였습니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 경고: 둠 데지르가 진입 하였습니다. ] [ 경고: 둠 데지르가 진입 하였습니다. ] [ 경고: 둠 데지르가.. ]사라지고 띄워지며 끊임없이 번뜩거 려 댔다.
모두의 고개는 그쪽으로 향했다.
소리가나는 쪽.
구원자 오딘이 홀로 빛기둥 결계의 보호 없이 데클란 군단을 상대하고 있 는 쪽.
거기에 칠마제 중 하나가 모습을 드 러낸 것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치밀었는지 모 르겠다.
아마도 오딘 홀로 데클란 군단뿐만 아니라 둠 데지르까지 상대하고 있는 데,고작 쥐새끼들과 파충류 인간 따 위에 겁을 먹었던 것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성일은 오시리스의 등을 향해 열기 를 토해 냈다.
우아아악,하고.
“오시리스 님! 우리도 우리 할 일 합 시다! 저짝은 오딘께서 계시니께. 우 리는! 우리는!”
다만 오시리스의 명령은 조용하게 일어났다.
그의 직속 공대원들을 불러들였을 때처럼 소맷자락이 느릿하게 움직였 다.
거기에서 다시금 빠져나온 집게손가 락은 전방을 가리 키고 있었다.
역병 번진 땅 위,쥐새끼 바르바 군
단들이 바글거리는 저기로.
즉시 성일이 달려 나갔다.
그가 본래 서 있던 자리에는 거친 잔 영이 흩뜨려지고 있었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아아아! 비켜 어엇! 칼리버 님 나가신다아악一”
그 뒤로 따라붙는 별동대는 인종과 성별이 다 달랐지만 내뱉는 외침은 동 일했다.
“칼리버 ! 칼리버 !”
“칼리버! 칼리버!”
빠른 템포의 외침이었다. 또한 전투 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그때도 둠 데지르가 일으킨 파멸의
울음소리는 소름 끼치게 흘러들어 오 고 있었다.
성일은 그것이 둠 데지르의 비명 소 리이길 바라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칠마제?
우주를 떠도는 신이라는 둥 별소리 가 많은데,그에게 그딴 건 알 바가 아 니었다.
진짜 정체 같은 건 잘난 체하기 좋아 하는 떠벌이들이나 떠들라고 내버려 두자.
복잡스러운 그것,알고 싶지도 않았 다.
오딘께선 더 강해지셨다.
그러니까 그냥! 지금껏 오딘 앞에서 갈가리 찢겨져 온 것들처럼 칠마제든 뭐든 다 뒈져 버려라!
성일은 빠르게 거리가 좁혀지는 바 르바 군단을 향해 곱씹 었다.
‘기철아. 쯤만 기다려. 아빠,거의 다 왔으!’
6 화
[ 바르바 역병이 2 제거 되었습니다. (역병 저항력) ] [ 바르바 역병: 55]성일은 정신이 들자마자 팔을 휘저 었다. 이제는 본능이 되고 만 행동이 었다.
그러나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온몸만 미치도록 간지러울 뿐이다.
허공을 휘젓던 성일의 손은 이내 몸 곳곳으로 향했다.
성일도 긁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 르지 않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손톱을 세워서 긁어 댈 때마다 살점 이 끌려 나왔다.
더 심하게 살을 후벼 팠으나 해소되 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도리어 더 심 해지고 있었다.
“칼……칼리……버……님……
꽤 먼 거리에서 나오는 소리였고,겨 우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였 다.
“자성이 냐?”
“예.”
성일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렇게 땅을 짚던 손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 고 나서야 성일은 온몸이 망신창이인 걸 깨달았다.
간지러음이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때문에 어지간한 통증 따위는 느껴지 지도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된 거여?”
완전히 설 수 없고 큰대자로 뻗을 수 도 없는 비좁은 굴이다. 공기는 몇백 년 동안 갇혀 있었던 것처럼 퀴퀴하고 시큼했다.
성 일은 주위를 확인하며 물었다.
물론 자성에게는 전음이 미치지 않 기에 소리를 최대한으로 죽여서였다.
“기억…… 안…… 나십니까?”
그 반문이 시작이었다.
기억들이 시간상의 순차적인 배열 없이 뒤죽박죽으로 떠올랐다.
이명처럼 비명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환각처럼 별동대원들이 죽어 가던 광경이 보이는 것 같았다.
모두와 함께 격렬하게 싸우던 광경 도 고립돼서 혼자 발버둥 치던 당시의 광경도 모두.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순간적인 판 단이 어려웠다.
어쨌거나 방어력을 소진하고 역병 저항력마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 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분명했 다.
성일은 알림 창을 노려보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 몸을 긁으면 서였다.
아니,살갗을 찢어 대면서였다.
[ 당신에게 풍사(風師)의 가호가 적용 되 어 있습니다.] [ 남은 시간 (풍사의 가호) : 2시간 12분 29초]아차 싶었다.
찰나에 가려음이 인식되지 않을 만 큼 뇌리를 때려 오는 사실이 있었다.
성일은 바닥을 기어갔다.
그의 예상대로 자성이 역병에 삼켜 져 있었다.
평소에 아들 기철이를 대입시켜 온 녀석이었다. 1막 1장부터 여기까지 함 께 올라온 유일한 녀석. 그래서 애정 도 각별했다.
죽고 사는 문제는 다 제 팔자고 제 능력에 달렸다지만,녀석이 죽어 가는 모습은 성일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 었다.
성일은 쓰러지다시피 자성의 가슴에 머리를 박았다.
“이런 미련한 놈아. 너부터 살아야 지. 너부터. 너부터……
풍사의 가호는 자성의 주력 중 하나 다.
아이템 재사용 시간에 14일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려 있지만 그 효과 만큼은 수차례에 걸쳐 증명된 바였다.
그런데 그것이 자성이 아니라 성일 에게 적용되어 있었다.
“아…… 아재.”
“이제 와서 아재냐? 진즉 그렇게 부 르라니까,왜 이제 와서.”
“얼마…… 쳐 줄 겁니까? 제 목숨 값…… 제 목숨값은……
“쓰벌아. 죽으면 그게 대체 뭔 소용 이여.”
눈물도 있었다.
후벼 판 상처에서 떨어지는 핏물도 있었다.
“아재…… 믿습니다.”
“거의 다 왔잖어. 여기서 죽으면 분 해서 눈도 못 감으. 잘 아는 놈이 이게 뭔 짓이여.”
“공오일공……
“뭐?”
“공오일공이삼…… 삼사팔이사일
일…… 강…… 자성. 아버지 강…… 일 구……어머니……조수…… 연……
당장으로선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땅이 역병으로 물들어 있는 걸 보면 전장의 한구석일 가능성이 높았 다.
그래서 성일은 소리도 울음도 최대 한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재…… 알죠? 나 비쌉니다…… 공오일공이삼…… 삼사팔이사일 일.”
자성은 죽어 가면서도 그 숫자만 힘 겹게 내뱉고 있었다.
성일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힐러도 아니고 남은 인 장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성을 향 해 똑바로 말소리를 들려주는 것밖에 없었다.
한 글자씩 똑바로.
자성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있게. “051023-3482411. 아버지 강일구. 어머니 조수연.”
“백억..
“니 목숨값이 그것밖에 안 될 것 같 으? 되지도 않는 소리 말어.”
“무서워요…… 살려 주세요. 아 재……
“내 앞에서 죽도록 내버려 둘 것 같 으? 내가 누군디. 나 칼리버여. 권성 일이여.”
그게 희망 사항에 그친다는 걸,성일 도 자성도 모르지 않았다.
[ 남은 시간 (풍사의 가호) : 1시간 30분 1초]성일은 몸이 회복되고 역병 수치가 일정 수치로 줄어들 때까지 꼼짝할 수 없었다.
자성의 최후 모습은끔찍했다.
어지간한 부위는 피부와 근육이 다
녹아서 골격을 드러냈다.
쭈글쭈글해진 머리통은 주먹만큼 쪼 그라들었다. 검붉은 점액질의 액체들 을 홀러 대고 있었다. 손톱과 이빨이 야 진즉에 다 떨어져 나갔다.
전반적으로 몸이 축소되었던 까닭에 방어구와 몸을 밀착하고 있던 공간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성일이 침음을 흘리며 자성을 내려 놓았을 때.
자성의 남아 있는 손가락 하나에서 반지가 떨어져 나왔다.
[ 풍사(風師)의 보호 반지 (아이템)아이템 등급 : A 아이템 레벨 : 480
효과: 사용 시, 대상에게 풍사의 가호가 적용됩니다.
물리 방어력 : 0/5000 마법 방어 력 : 0 / 10000 재사용 시간: 14일 ] [ 풍사(風師)의 가호 (축복)
효과: 부상과 부정 효과가 중폭 회복 됩 니다. 적용 된 부정 효과에 대해서 저항력 이 대폭 상승 합니다. 적용자의 체력 수치 에 비례하여 재생 속도가 대폭 상승 합니 다.
지속 시간: 4시간 ]
자성의 시체는 생명이 꺼졌어도 수 축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역병으로 죽은 각성자가 구 울로 다시 나타나는 걸 수도 없이 봐 왔었다.
성일은 끝내 자성의 대가리를 짓밟 을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구간의 구울이 나타나는 건 골치 아픈 일이니까.
성일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참혹 해졌다.
38]
성일이 굴 밖으로 나온 때는 역병 수 치가 40선 아래로 떨어진 후였다.
여전히 온몸이 가려웠어도 이를 악 물고 손에 피가 나도록 주먹을 움켜쥐 는 것으로 어 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
성일의 첫 계획은 오시리스 군단으 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깨달았다. 그 방향 으로 들끓고 있는 군세를 혼자서 헤치 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얼핏 계산할 때에도 풍사의 가 호가 남은 시간 동안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성일의 관심은 북쪽 방향으 로 돌아섰다.
그쪽에는 오딘의 중앙 무대가 있었 다.
[ 길드 : 길드장오딘이 퀘스트 ‘불굴의 전사들’을완료하였습니다.] [ 길드 : 길드장 오딘이 최고위 제사장, 차우버러(데클란 군단)를 처치 하였습니 다.]일찍이 떴던 메시지들을 생각했을 때,데클란 군단은 오딘의 선에서 어 느 정도 정리되었을 터!
하지만 뇌리를 스쳐 가는 또 다른 메 시 지가 있었다.
[경고: 둠 데지르가 진입 하였습니다. ]거기는 오딘께서 칠마제 중 하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일은 고통스러운 계산을 마쳤다. 자신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쥐새끼 들이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처음부터 선택지는 없는 것이었다.
오딘의 지시에서 어긋나게 되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살 수 있는 길은 그뿐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오딘께 자신이 도움이 될지도?
바르바 군단이 장악하고 있는 땅을 벗어나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 다.
그것들이 빛기둥 1층 결계를 중심으 로 밀집되어 있는 건 맞지만,살 냄새 를 쫓아오는 것도 상당하고 곳곳에 포 진되어 있는 것들을 피해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찰나의 판단에 생사가 결정되었다.
성 일은 그게 불길했다.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다만 언제나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 은가.
수많은 갈림길을 계속 맞이하다 보 면 한 번은 잘못된 길에 들어설 테고 결국에는 자성의 희생을 욕보이는 결 과와 맞닥트릴 수 있었다.
어쨌거나 총 군단장 샤이마르 및 다 른 네크로맨서들을 마주치는 일만큼 은피해야 했다.
간혹 추격대들을 끊어 두는 과정에 서 부상이 늘어난 시점이다.
20선까지 떨어졌던 역병 수치는 어
느덧 지금의 역병 저항력을 초과할 수 있는 선인,50선까지 올라갔다.
풍사의 가호도 일찍이 떨어져 나갔 다.
[ 바르바 역병: 51]이럴 때 네크로맨서와 마주치면 해 야 할 일은 다른 게 아니 었다.
구울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뇌를 파 괴해 버릴 것!
많은 각성자들이 그 짓을 못 해서 구 울로 도래하는 일이 많았으나,성일은 제 주먹을 미간 속으로 틀어박을 마음
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쓰벌. 쓰벌. 쓰버어어얼……
역병이 번져 있는 땅에서 탈출했다 고 해서 끝난 게 아니 었다.
끊어 두지 못한 추격대 중 일부가 계 속 따라붙고 있었다.
언제인지 모를 일이었다.
분명한 건 수많은 선택 중 결국 잘못 된 선택이 있었던 모양이다.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어느덧 능선에 걸려 있 을 때에도 성일은 눈에 띄게 느려진 속도로 온몸을 긁으며 걸음을 재촉하 고 있었다.
[ 바르바 역병: 61]아슬아슬하게 눈앞에서 손을 멈췄 다.
조금만 정신의 끈을 놓았다면 눈알 을 후벼 파 버렸을 것이다. 성일은 신 경질적으로 눈가를 비볐다.
그렇게 시야는 침침해졌다가 본래의 빛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역병 도진 땅에서 겨우 벗어났나 싶 더니,이번에는 늪지대였다.
마루카 일족의 서식지란 말이다.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것들은 바람 에 흔들거 리는 갈대가 아니라 마루카 일족의 촉수고,툭툭 터져 대는 기포 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건 마루카 귀족의 사생아들이란 말이다.
앞으로는 마루카의 서식지.
뒤로는 바르바 군단의 추격대.
그리고 중앙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 은 역병과 부상에 시달리는 신세.
성일은 그 완벽함에 미소를 지어 버 렸다.
보호막이 슬슬 충전되고 있기는 하 지만 그것만으로는 완벽하게 조합된 죽음의 손아귀에서 자신을 구제할 방
법이 없어 보였다.
성일은 마루카의 서식지에서 걸어 나오는 인영(人影)을 보고 걸음을 멈 췄다.
마루카에서 두 다리로 걷는 것들은 높은 확률로 귀족이다.
“이럼 뒈지는 건디……
자성이에게 참말로 미안허고.
오딘께도 면목 없고.
무엇보다 전 여편네를 홀린 노친네 가 기철이를 제 아들처럼 아껴 줄 일 이 없기에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노친네 그 나이에 방망이가 제대로 서는 일은 없을 테니,노친네
와 여편네 사이에 자식이 태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돈은 그럭저럭 잘 쓴다니까 대학까 지는 보내 주지 않겠는가.
그 전에 노환으로 뒈져 블믄 그 돈이 여편네에게 갈 테고 기철이 팔자도 피 게 되는 건가?
여편네 기빨이 보통 수준이 아니니 까 가능한 이야기 겠다.
“나보다 났구만. 흐흐.”
곧 웃음을 지운 성일의 두 눈에서 사 생결단의 빛이 일렁였다.
그것도 잠시,빠르게 흔들리다 꺼져 버렸다.
다가오는 마루카 귀족은 성일도 아 는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인社 아니 오딘께 붙어 버린 놈. 오르까.
바르바 추격대가 오르까의 서식지에 서 발이 묶여 있는 동안.
성일은 오르까의 촉수에 묶여 어딘 가로 옮겨 지고 있었다.
오르까의 로브 속에서 자라 나온 그 것은 처음부터 공격적이지도 않았다. 촉수가 옭아매는 힘은 느슨했고 하
고자 한다면 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 았다.
그러나 바르바 쥐새끼들처럼 성일의 살 냄새를 맡고 몰려든 오르까의 사생 아들이 꽤 많았다.
성일은 오르까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역병 수치가 올라가던 것도 멈춰 있 었다.
대신 상처 부위에서 기형 촉수들이 돋아나 흉측스럽게 꿈틀거려 대지만 미친 듯이 간지러운 것보단 나은 상황 이었다.
그래서 성일은 저항 없이 숨을 고르
고 있던 것이다.
성일이 보아하니,오르까는 어떤 결 계로 향하고 있었다.
빛기둥이 생성하는 결계는 아니었 다.
안과 밖이 훤히 비치지 않고 은은한 황금빛으로 차단되어 있는 게 그러했 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두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오딘! 둠 데지르!’
둠 데지르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 는 이제 멎어 있었다.
그러나 거기로 가까워질 때마다 엄
습해 오는 기운이 있었다. 성일은 이 가 악물렸다.
오르까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힘 들어하는 게 역력해졌다.
성일을 쫓아 따라붙던 오르까의 사 생아들은 사라져 있었다.
오르까가 성일을 내려놓았다. 결계 에 틈이 벌어져 있는 곳에서였다.
결계의 힘이 분명한 빛무리가 벌어 진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거기를 틈이라 부를 수 있는 까닭은 분명히 있었다.
거기에서만큼은 결계 안의 광경이 보였던 것이다.
성 일은 그 안부터 들여 다보았다.
결계에 막혀 여기서는 느껴지지 않 지만,저 안에서는 실로 강력한 소용 돌이가 휩쓸고 있는 게 분명했다.
벼락 줄기들이 난잡하게 튀어 대고 굉장한 양의 핏물들이 원형으로 크게 둘러져 회전하고 있었다.
살점 같이 유들유들한 것이나 일반 해골들이라면 진즉에 갈려져 나갔을 판이었다.
그럼에도 다 갈려지지 않고 마디마 디 쪼개져서 돌고 있는 큰 뼈다귀들은 해골 용의 파편이다.
실제로 반으로 쪼개진 해골 용의 대 가리가 거기에서 포착되었다.
그 외 아이템이었을 것으로 판단되 는 다른 파편들도 팽이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아주 격렬하게.
그때.
성일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순간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끌어올릴 수 있는 감각을 최고조까지 폭발시킨 직후였다.
순간에 나타났다가 터져 버린 것은 틀림없었다.
오딘의 잘려진 한쪽 팔이 었다.
또 분리 되어 나온 몸통이 었다. “오디이이인 一!”
마지막 순간에 성일의 목소리를 들 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빨려 들어 가다시 피 한 곳은 어느 칠흑의 공간이 었다.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나와 어디선 가 나오는 메시지들뿐이었다.
[ 둠 데지르를 처치 하였습니다. ] [ 레벨 업 하였습니다. ] [ 레벨 업 하였습니다. ] [ 레벨 업 하였습니다. ] [ 경고: 퀘스트 ‘권능 추출’이 제거 되었 습니다.] [ 경고: 퀘스트 ‘이심전심,인도관’이 제 거되었습니다.] [ 퀘스트 ‘둠 맨의 탄생⑴’을 완료 하였 습니다.] [ 퀘스트 ‘둠 맨의 탄생(2)’이 발생 하였 습니다.] [ 추종자: lOOOOAOOOO ] [ 퀘스트 완료 조건을 충족 하였습니 다. ] [ 퀘스트 ‘둠 맨의 탄생(2)’를 완료 하였 습니다.] [ 퀘스트 ‘둠 맨의 탄생⑶’이 발생 하였 습니다.] [ 둠 카소,둠 데지르, 둠 마운 중 택일 처 치 : 둠 데지르 처치 성공 ] [ 퀘스트 완료 조건을 충족 하였습니다.] [ 퀘스트 ‘둠 맨의 탄생(3)’을 완료 하였 습니다.]들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가 컸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머니의 자궁 안 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다 그 소리들이 연희의 심장 소 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도 메시지 는 계속 솟구치고 있었다.
[ 축하합니다! 연계 퀘스트,‘둠 맨의 탄 생’을 최종 완료 하였습니다. ]7 화
첫 번째 퀘스트를 완료하자마자 나 머지 연계 퀘스트들이 자동 완료되었 다.
예정되어 있던 조건들이 이미 충족 되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최종 완료된 ‘둠 맨의 탄생’ 은 애초부터 강제로 진행되고 있던 퀘 스트였다.
내게 채워진 족쇄이자 최후의 카드 였다.
그것이 메시지로 확정된 순간이었 다.
팟-!
온갖 감정과 생각들을 뚫고 나왔다. 바로 앞에서 뻘건 빛이 번졌다.
이제는 몸이란 게 없었다.
그러니 내 영혼마저 불태울 것 같은 겁화(却火)의 열기가 거기서부터 뻗 치고 있었다.
뻘건 원형의 형상이 정면을 가득 채 우고 있는 것이 었다.
실로 거대했다. 무서웠다.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이 그것의 뻘건 빛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러다 다시 어두컴컴해졌다. 또다 시 뻘건 빛이 번졌을 때 눈동자를 봤 다.
둠 카오스!
그것이 둠 카오스의 시선이라는 것 을 깨닫고야 말았다.
예전에 봉인되기 직전 마주쳤을 때 와는 차원이 달랐다.
실제로 여긴 라이프 베슬 안이다. 하 지만 놈에게 가둬진 것 같은 느낌을 뿌리칠 수 없었다.
중압이 아니었다.
그 순간에 느낀 진짜 감정은 극에 이 른 공포였다.
빌어먹을.
정신이 조작되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을지경이다.
적당한 공포는 언제고 필요한 것이 지만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얼어붙고 마는 건,죽음을 초래하는 짓이다.
도망칠 수 있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 이 전에 놈에게 무릎 꿇려져 있을지도 모 를 일이지만…….
그런데 놈의 시선으로부터 뭔가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인류의 단어로 형언하기는 어려운 것.
하고자 한다면 의념(意念) 혹은 의식 의 집약체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이었 다.
그것은 한 가지 진실로 점철되어 있 었다.
시스템.
진짜 이름으론 올드 원이라 불리는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올드 원은 우리 차원의 오래된 존재 가 아니었다.
올드 원은 일찍이 차원을 옮겨 다니 며 둠 카오스와 맞서 왔던 존재였다.
둠 카오스가 어떤 차원을 노리면 거기 에는 어김 없이 올드 원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 지 판단하지 않겠다.
인류의 사고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두 존재가 벌이는 우주적 전쟁에서, 내 생각 따윈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 겠지.
이분법적인 논리에 따라 둠 카오스 가 악이고 올드 원이 선이라 할지라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중요한 건 우리 가족의 삶. 더 나아가 인류의 안전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역행해 온 이후 그것만 보고
달려왔었다.
그것만 이룰 수 있다면 올드 원이든 둠 카오스든 알 바 아니 다.
그래서였다.
나는 소리쳤다.
한가지만보장해라. 인류의 안전. 우 리 차원에 대한 공격을 멈추겠다고. 그럼 진심으로 네 놈의 부하가 되어 을드 원과싸워 주겠다.
생명력도,영혼도,대지도. 원하는 대 로 다 공격해 바치겠다는 것이다.
찍어! 어딜 공격하면 되면 되지?
칠마제 군단의 본토들은 땅과 제 문 명이 원활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듯 우리 인류의 본토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나는 영혼이라 도 바칠 각오가 항시 되어 있었다.
의식으로만 돌아가는 세계인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팔다리가 있다면 언젠가 조슈아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을 것이 다.
놈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마스터 (Master).
메시지가 떴다.
그걸 놈과의 계약이라 받아들였다.
[둠 카소는 당신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놈이 사라졌다.
세상을 가득 채웠던 뻘건 빛이 꺼졌 다.
다시 어둠뿐이다.
의외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직은 부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 문일 것이다.
부활까지 얼마나 걸릴까? 어떤 식으 로 진행되는 것일까? 또 내게 깃들어 있던 올드원의 힘은 어떻게 되는 것일 까?
그걸 생각하던 찰나에 스며들 듯이 나타났다.
[ 남은 시간 (부활) : 29일 23시 59분 49 초]진하게 표시되는 메시지들은 둠 카 오스가 보내오는 것 같았다.
또한 내가 놈의 진영으로 편입되었 어도 놈은 이 체계를 고수할 생각인 것같았다.
하긴 나부터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 다 놈의 시선과 맞닥트리는 일은 피하 고 싶었다.
한편 연희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갑자기 시야가 트여 버린 순 간은 그 소리에 한참을 집중하고 있던 어느 때였다.
화악-!
세상이 밝아졌다.
당연하겠지만 연희의 시야가 틀림없 었다.
가느다랗고 작은 여자의 팔로 그렇 게나 바클란 전사들을 도륙하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연희밖에 없었다.
멀리서는 연희의 애완물인 크시포스 군드락 왕의 괴성도 들려오고 있었다.
연희에게 지배된 바클란 고위 전사 하나는 제 동족에게 목이 잘려 나갔 다.
그리고 그것을 죽인 바클란은 다시 연희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가,비슷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연희야. 우연희! 들려?
연희에게선 어떤 반응도 없었다. 내 가 죽어 라이프 베슬 자체인,본인에 게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 했다.
어쨌거나 나는 둠 카오스의 진영에 편입되었다.
그랬어도 칠마제 군단의 공격이 중 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난전 중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 각성자나 제 군단병 따 윈 둠 카오스에게 별 가치가 없는 것 일까.
무엇이든 속단하기 엔 일렀다.
[ 길드: 마리 군단이 1층 결계 방어에 성 공하였습니다.] [ 1차 약화까지 : 6일 4시간 1분 3초 ]연희가 애완물을 불러들였다.
그것을 품에 안고 지나치는 곳마다 바클란의 시체로 그득해졌다.
바클란 시체들 사이로 각성자들의 시체가늘기 시작했다.
연희의 시선은 시체들을 꼼꼼히 훑 었다.
좋은 장비를 착용한 것들에게는 시 선이 머무는 시간이 조금 길었다. 아이템을 수거할 때마다 나도 똑같
이 그녀가 보고 있는 아이템 정보 창 을볼수 있었다.
부피가 있는 장비들은 한쪽으로 치 워졌다. B 등급 이상의 장신구들이 주 룰이뤘다.
그때 멀리서 포착되는 소리가 있었 다.
녀석들은 연희를 감히,마녀라고 지 칭했다.
수군거리고 있는 그 대화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스스슷 –
연희가 즉각 음직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속도
감 다음에 도망치고 있는 자들의 뒷모 습이 펼쳐졌다.
거기서 의아한 점은 녀석들이 연희 의 추격을 어떻게 파악해서,도망치고 있었냐는 거다.
연희가 기척을 내는 것으로 녀석들 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감탄했다.
나는 연희가 녀석들 도륙할 거라 확 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희는 밝은 목소리를 내며 묻고 있었다. 본인을 마녀라고 지칭하 며 작당하는 말을 듣고도 태연했던 것 이다.
“날 봤으면 나오는 게 있어야지 않겠 어?”
연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연희는 한 사내를 특 정했다.
그는 귀신과 마주하고 만 듯 얼어붙 었다.
직전,둠 카오스의 시선과 마주했을 때 내가 바로 저랬다.
“누구?”
“디,디에고 공격대원 라파엘입니다. 3중대,디에고 로드리게스 휘하에 있 습니다.”
“마리 군단 3중대의.”
“예. 마,마리 님 군단 3중대의 디에 고 로드리게스 휘하에 있습니다.”
“말해 보렴. 라파엘. 무슨 일이니?”
주변으로 넷이 더 있었다.
그들의 중심은 여전히 틀어져 있었 다.
언제고 다시 도망칠 수 있게 준비되 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희 앞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는 없다.
이미 연희의 시선부터가 녀석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순간 녀석 들의 목은 날아가거나,동료라고 생각 했던 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때도 나오는 대답이 없었다.
[“보관함] [광대의 단검이 제거 되었습니다. ]연희의 주먹이 단검을 말아 감았다. 그대로 녀석의 얼굴에 꽂힐 것만 같았 다.
그러나 뻗쳐지는 중에 칼끝의 진행 방향이 녀석의 턱 밑으로 바뀌었다. 연희가 조금만 힘을 가해도 방어력 이 하나 없는 녀석으로선 당장 턱 밑 에서부터 뇌까지 수직으로 꿰뚫릴 참 이었다.
“오딘께서 그러셨지. 이거 좋은 거라 고. 최종 강화까지는 멀었지만 지금대 로도 뭐,나도 그렇게 생각해. 강화 인 장 가진 사람 없지?”
“마…… 마리 님……
“있으면 봐주려고 했는데,없나 보 네.”
“제발.”
“마녀는 정신만 빼앗지 않는단다. 저 주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장난 같지만 짙은 살의가 묻어 나오 는음성이었다.
“선택해. 정신이야. 저주야?”
“저,저희는 조금도 마음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그저……
“이제 제대로 말할 생각이 드니?”
“의논한 것뿐입니다. 오딘께서 시스 템의 악의적인 부분을 다 감당하셨다 했는데,왜 이런 퀘스트가 뜬 것인 지…… 정말로 그것뿐입니다. 믿어 주 십시오. 시스템이 마리 님을 죽이라 하고 있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마,마리 님.”
연희의 시선으로 대상의 기억을 끄 집어내는 광경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 이었다.
둠 데지르에는 비견되지 않을지라 도,대상의 최근 기억을 중심으로 훑
어 내려가는 속도는 찰나와 같았다. 그러다 꽂혀 들어왔다.
[ 암살 (퀘스트)모두의 위험으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그녀의 존재는 최악 중에 최악 입니다.
임무: 마리를 죽여라 제한 시간: 30일 (남은 시간: 29일 21시 30분 2초 )
등급: S
보상: 첼린저 박스 * 50, 퀘스트 ‘수호 자’ 시작 아이템,퀘스트 ‘정체 불명의 검 은 파편’ 시작 아이템,퀘스트 ‘해골 용의 주인’ 시작 아이템,특전 ‘급속 성장’,특전
‘회수’.
* 퀘스트 아이템(위치 탐색기)가 지급 됩니다.
* 안심하십시오. 마리에게는 암살 퀘스 트가 발생 하지 않습니다.
* 막대한 경험치가 예정 되어 있는 퀘스 트입니다.]
올드 원은 원래부터 날 그렇게 써먹 기로 계획했던 것인가.
둠 하나 죽이고 토사구팽시 키기로? 어쨌거나 빌어먹을 올드 원은 이 녀
석들에게만 퀘스트를 주지 않았을 것 이다.
모두에게 연희를 던져서 종국에는 나를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하겠다는 거다.
퀘스트 시작 아이템과 특전의 이름 들에 휘황찬란한 미사여구가 붙어 있 지 않아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 었다.
그 이름들 속에 굉장한 공능이 깃들 어 있음을.
첼린저 박스의 개수부터 나를 향한 올드 원의 살의가 묻어 나왔다.
연희는 거기서 시선을 뗐다.
자신의 퀘스트 창을 뒤지기 시작했 다.
본시 쌍방향으로 동시 진행되는 암 살 퀘스트였으나 이 번은 달랐다.
녀석이 받은 퀘스트에 고지되어 있 던 대로였다. 연희에게 추가로 들어와 있는 암살 퀘스트는 따로 없었다.
“……오랜만이네. 더 심해졌지만.”
“예?”
“별거 아냐. 어쨌든 나도 날 죽이고 싶은데 너희들은 오죽하겠니.”
“살,살려 주십시오. 저희들은 정말 무슨 일인가,의논만 했을 뿐입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 봐.”
녀석은 여전히 자신의 턱 끝에 닿아 있는 칼끝을 쳐다보다가 동료들에게 로 눈알을 돌렸다.
그때도 연희 시이는 녀석의 얼굴에 만 향해 있었다. 그래서 그 아래인 크 시포스를 쓰다듬는 광경은 보이지 않 았다.
그래도 그걸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연희가 쓰다듬을 때 내는 크시포스의 작은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 었다.
고르르르,하는 작은 울음소리.
곧 연희의 칼끝이 빠르게 거둬졌다.
광대의 단검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연희의 손아귀 안에서 재주 부려졌다. 그러 더 니 보관함 속으로 사라졌다.
예상과는 달리 연희는 겁에 질려 있 는 녀석들을 내버려 두고 떠났다.
그때부터 연희의 시선은 제 애완물 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희가 제 애완물을 열심히 쓰다듬 는 광경에서,그녀가 자신을 진정시키 는 데 상당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7층 결계.
전투를 끝내고 온 간부급 인사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이 연희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대개 같았다.
갈증 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었다.
애써 그것을 티 내지 않으려는 느낌, 역으로 연희를 두려워하는 느낌,위험 한 계산이 바쁜 다양한 느낌들이 혼재 되어 있었다.
“자자. 여기 집중해 줄래?”
연희는 시선을 더 집중시켰다. 중학 교사 때처 럼이었다.
“퀘스트 뜬 것들은 손 들어 보자.”
연희의 태연스럽고 장난스러운 어투 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자는 거기에 아무도 없었다.
전부였다.
손을 드는 자들 모두 눈빛을 교환했 다. 언제고 촉발할 수 있는 사태를 준 비하는 듯 보였다.
연희가 고개를 끄덕임에 따라 보이 는 시야도 위아래로 흔들렸다.
[감응이 개방되었습니다.]“다 짜증스럽긴 한데. 너희 둘은 진 짜 안되겠다.”
그렇게 일은 일어났다.
[ 이지스의 시선을 시전 하였습니다. ] [대상: 진짜안되는놈 1]갑자기 간부 중 하나가 일어났다. 곧 장 다른 간부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가 쥐고 있던 둔기에 한기가 머금 어 졌다.
상대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쳐질 때 에도 빙결의 꼬리가 궤적을 그렸다.
다들 전투를 마치고 방어력이 소진 되어 있던 때였다.
또한 애초부터 연희가 골랐던 간부 는 다른 간부들에 비해 강력한 자였 다.
그의 얼음 둔기는 피격자의 머리를 강타했다.
파괴력도 파괴력이다. 하지만 상대 를 옭아멜 수 있는 빙결 효과가 피격 부위부터 아래로 빠르게 번져 내려갔 다.
그는 피격자를 발로 밀어 차서 넘어 트렸다.
양발 사이로 피격자의 상체를 두고, 양손으로 치켜 올려진 둔기는 피격자 의 안면을 향해 정확히 내 리꽂아졌다.
그러고는 광분한 눈길로 나를,아니 연희를 쳐다보았다.
연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걸로 보였다.
“한마디만 할게.”
연희가 자신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 을 향해 뇌까렸다.
“죽기 싫으면 구경만 해. 나라고 다 망치고 싶진 않으니까.”
연희의 시야가 지배된 간부를 향해 위아래로 짧게 한번 흔들거 렸다. 그러자 멈춰 있던 둔기질이 시작됐 다.
퍼억! 퍼억! 퍼억!
피가 튀고 살점이 날아들었다.
연희의 눈앞까지도.
8 화
“누구 특전에 대해 아는 사람 없어?” “……오시리스와 그의 공대원들을 본 적 있나?”
“죽었으면 죽었지. 난 그런 꼴로는 못 살아. 못 돌아가. 높으신 양반들에 게 듣자니 오시리스도 그렇게 일그러 져 있다던데.”
“들리지 않는 곳이라고 맘대로 지껄
이긴. 그들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인정해 주마.”
“흐홋. 계속해 봐. 오시리스는 왜 튀 어나온 거지?”
“2막 1장의 레볼루치온(12)와 세계 각성자 협회(1) 출신들은 우리가 겪지 못한 걸 겪었었다. 이런. 아무도 모르 는 건가? 이거 실망스럽군.”
“존나게 옛날 얘기잖아. 우리가 겪지 못한 걸 그쪽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 지? 당신을 못 믿어서 하는 말이 아니 야. 신중해야지. 헛소문에 깔려 죽은 놈들이 어디 한 둘이야?”
“들었다.”
“그들 중 하나에게?”
“그렇다.”
“오시리스 쪽?”
“다른 쪽.”
“구원자의 도시민?”
“그래.”
“잠깐만.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지. 당신도 광신도……?”
“모르겠군. 그들이 했던 말들은 하나 틀린 게 없었다. 이젠 우리 모두가 그 걸 알고 있지.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 한가?”
“당신도 광신도냐고.”
“아니다.”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거야. 광신도 면 꺼지고 아니면 다시 앉아. 단 꺼질 거면 하나는 알고 꺼져. 이미 여기에 한번 발을 담갔다는 걸.”
“이 짓거리 계속해야 되나? 날 믿지 못하면 나도 너희들을 믿어야 할 이유 가 없다.”
“쏘리.”
“너희들은 구원자의 도시민들을 경 멸하는 것 같지만……
“소름 끼쳐 하는 걸로 해 두지.”
“어쨌든 구원자의 도시민들은 그분 과 가장 밀접하게 닿았던 자들이다. 많은 비밀들이 그들로부터 풀려져 왔
었다. 시스템의 악의가 증발된 까닭부 터 칠마제의 존재까지.”
“그러니까 왜.”
“끝까지 들어. 너희들도 2막 1장이 중요한 분기점 이 었단 걸 알고 있겠지. 거기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의외긴 하군. 너희 같은 강자 들이 그 시절의 참혹함을 모르고 있다 니.”
“2막 1장에서 속칭 ‘상위 무대’라고 찍힌 무대들이 갈려져 나간 일이 일어 났었다. 계산이 능한 자들에 따르면 그때 전체 무대의 20%가 증발되었을
거라더군. 단 하나의 퀘스트에 의해 서.”
“퀘스트?”
“세 명이 한 그룹이 되어 그중에 한 명만 살아 나오는 퀘스트였다.”
“다른 때도 아니고 2막 1장에서? 결 계에 나이트 습격에,아주 좇같았던 땐데? 이젠 그 좇같음을 몬스터들이 겪게 될 테지만. 히헛.”
“그랬으니 그 뒤야 뻔하지 않은가? 살아남은 자들끼리 뭉쳤어도 도시들 을 지킬 수가 없었을 것이다. 빛기둥 은 고사하고 결계 하나 뚫을 수 없었 겠지. 그렇게 당시의 앞서 있던 그룹
들은 전부 몰살당했다.”
“흐흐흐. ‘상위 무대’로 찍힌 강자들 이 그때 다 죽었다고? 대박이네.”
“너희들이나 나나 여기까지 올 수 있 었던 것 역시,그것들이 치워졌기 때 문이었을 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1/3 로 줄어든 병력으로 2막 1장을 완료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2막 1장의 레 볼루치온(12)와 세계 각성자 협회(1) 은 그때 낙오됐어야 할 무대 였다.”
“살아 나왔다며?”
“7만 명으로 시작했던 그분의 레볼 루치온(12)는 9천 명만. 오시리스의 세계 각성자 협회(1)은 90명만 살아
나왔다.”
“이야. 애초부터 반원의 주인들은 우 리와는 종(種)이 달라. 종(種)이. 오시 리스,마리……
“일단 그분에 대해선 논외로 치겠다. 그분에 대해선 어떤 말이든 하고 싶지 않군. 하지만 오시 리스,그자가 2막 1 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까? 반드시 죽었어야만 하는 상황에 서?”
“그 얘기 였어? 특전?”
“운명을 거부할 수 있는 힘. 기적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 난 특전을 그 렇게 정의하고 싶다. 첼린저 박스 50
개? 퀘스트 시작 아이템들? 막대한 경험치……특전만할까.”
“특전 급속성장,이름부터가 죽여주 잖아. 경험치 빨고 급속 성장 보태면 첼린저 구간까지 한순간일 것 같지 않 아? 그나저나 그분의 행방이 관건인 데……
속닥속닥.
「공대장님께서도 직접 보셨지 않습 니까.」
「그때는 나도 보상만 생각하고 있
었다. 마리의 모가지를 노려보고 있었 다. 하지만 마리는 로드리게스만 죽여 놓았지.」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끼어들 수 없는 자리라. 하지만 공대 장님 안심하셔서는 안 됩니다. 마리는 일벌백계로 다스리려는 겁니다. 그리 고 생각해 보십시오. 마리의 정신 지 배 스킬은 쿨 타임이 거의 없는 것 같 습니다. 마리에게는 물량이 통하지 않 습니다. 바클란들에게 그랬듯이,우리 끼리 죽이며 마리를 위해 싸우게 될 겁니다. 사실 이런 의논을 하는 것 자 체가 몹시 위험한 일입니다.」
「메이가 어떻게 죽었지? 하물며 마 리의 감응 능력은 더욱 뛰어날 것이 다.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까 모르 겠군. 그것이 결국에는 마리에게 치명 적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정신계들 이 미쳐 버리면?」
「살육을 일으컵니다.」
「마리가 일으킬 살육은 더욱 참혹 할 테고. 그때 기회가 보일 것이다. 성 공하면 첼린저 박스 50개 중 반을 너 희들에게 배분해 줄 생각이다. 아이템 으로. 나 혼자 독차지 하지 않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언제 공대장님의 뜻을 짚고 넘어간 적이 있
습니까?」
「나도 마리가 두렵다. 미칠 듯이 두 렵지. 그만큼 원하고.」
「해도 멈추셨으면 합니다. 이럴 때 일 수록 마리에게 충성을 보여야 공대 장님의 앞길이 트일 것입니다. 공대장 님. 마리는 그분의 여자라 알려져 있 습니다. 또한 반원의 주인들은 이 일 을 묵과하겠습니까?」
「때문에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상 황이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상을 차지하기 전에. 1차 약화가 지 난 다음이 되겠군.」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분의 눈치
를 보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겁니 다. 그분과 둠 데지르의 전투 결과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어떤 낌새도 보이 셔서는 안 됩니다. 물론 감정을 숨길 방법은 없지만 어차피 그건 마리에게 는 줄곧 있어 왔을 일이라…….」
「나도 마리가 살육을 일으키기 전 까지는 섣불리 움직일 생각이 없다.」 「아닙니다. 공대장님. 그런 일이 발 생하더라도 생존에만 목적을 두고 퀘 스트는 생각하지 마셔야 합니다. 공대 장님께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반원 의 주인들은 유대 관계가 강력합니 다.」
「간혹 착각하는 놈들이 있었지. 자 신이 더 잘났다고 말이다. 한데 나보 다 더 잘났으면 왜 내 손에 죽었을까. 왜 내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 다.」
「그분께서 둠 카오스의 악의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는 걸 믿나?」
「예.」
「시스템이 이 시점에 암살 퀘스트 를 띄우는 이유가 뭐겠는가. 그분께서 둠 데지르와 맞서고 계신 때에? ‘구원 자의 도시민’들의 논리에 따르면 그분 께선 죽었다.」
「오딘께서 둠 데지르에게 패하셨다 면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제가 또…… 죄송합니다. 주변 상황을 좀 더 알아 오겠습니다.」
「이게 조용한가? 조만간 알게 될 것 이다. 오딘이시든 둠 데지르든 무엇 하나 나타나지 않는다면,오딘께선 죽 은 것이다.」
「예. 맞습니다.」
「하면 누가 그분의 권좌를 이을까? 마리? 오시리스? 염마왕? 이태한? 단 언할 수 있겠군. 마리를 죽이고 보상 을 차지하는 자가 잇는다. 이는 그들 반원의 주인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
기가 아니다. 병렬의 다섯 주인,우리 30인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 만한 양의 첼린저 박스라면 가능하지. 설사 너희들에게 반을 떼어 주어도.」
「그렇습니다.」
「모든 군단의 강자들이 마리를 죽 이러 올 것이다. 1차 약화 시간을 앞 당기는 순서대로. 혹은 1차 약화가 끝 난 후 몬스터들을 뚫고.」
「예.」
「마리가 끝까지 살아 그분의 권좌 를 차지하는 일은 없냐,반문하고 싶 겠지.」
「아닙니다. 공공의 적이 된 마리에
게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해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일이 다. 정확히 5일 18시간 22분 40초. 1 차 약화에 성공하는 그 시간까지가 우 리에게 주어진 시간인 것이지.」
「예.」
「하지만 그 시간 안에 마리가 살육 을 일으키지 않을 경우도 가정해 놔야 겠군. 오딘께서 진정 패하셨는지도 의 문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분부만 내려 주십시오.」
「1차 약화까지 별일이 없다면 너는 누구보다 빨리 중앙 구역까지 뚫고 가 서 그분의 생사를 확인하라.」
「둠 데지르와 전투가 지속 중이거 나,그렇지 않더라도 무슨 이유에서든 거기에 계시다면 조속히 돌아와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A급 순간 이동의 인장 및 필 요한 자원을 모두 가져다 써도 좋다. 아무리 마리라고 해도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올리겠습니 다. 오딘께서 죽임을 당하셨다면,또 어떤 이유로든 둠 데지르가 우리에게 간섭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상황이 급 격하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부터 나는 그걸 준비할 것이
다. 하나 인정할 것은 그땐 다른 그룹 들에 비해 열세 중에 열세다. 하지만 여기에서 준비할 수 있는 이점들을 백 분 살리면,우리에게도 기회가 온 다.」
「예.」
「믿어라. 내가 마리를 먹고 반원의 중심에 앉을 것이다.」
화르륵!
연희가 본보기로 간부 하나를 작살 내 놓은 밤.
그래도 온갖 모략들이 많다 못해 홀 러넘 쳤다.
빌어먹을 새끼들.
첼린저 구간의 감각이 어디까지 미 치는지 귀동냥으로만 들은 녀석들이 라도,최절정의 감각에 대해선 몰랐 다.
그것들 같은 경우엔 할 수 있는 최대 로 소리를 죽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 다.
하지만 서필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 지 않았다.
숙숙거리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난 잡했다.
그러다 모든 소리가 꺼져 버리는 순 간이 있었다.
연희가 감각을 끝까지 짓누르면서 발생한 일인데,이는 무척 위험한 일 이었다.
[ 감응를 차단 하였습니다. ]특성도 죽여 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시간이 길지 않 았다.
연희라고,감각을 민간인 수준으로 떨어트려 버리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 래할지 모르지 않기 때문이 었다.
그간 연희는 새롭지만 어떻게든 밝 은 성향을 되찾아 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다시 꺼져버릴까 우려 되었다.
“안 되겠어. 확인해 볼 수밖에. 뭐? 중앙 지역으로 가면 안 된다고?”
물론 크시포스의 말이 진짜 들려서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여기 있다간 정신줄 놔 버리는 순간이 올 거야. 다시 또…… 안 돼. 죽어도 될 놈들이라고 해도 그런 식으론 정말 싫 어. 싫다고.”
연희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튿날부터 연희의 지시에 의해 수 거되어져 오는 위치 탐색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희도 그 많은 수를 모조리 회수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 다.
죽은 자들의 것은 알아서 파괴된다. 퀘스트 기간이 지나도 파괴된다.
그러나 위에 보고 올리기론 전사로 처리해 놓고 중간에서 빼돌리는 위치 탐색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이었다.
연희의 군단에서만 자그마치 10만 개다.
그중에서 회수되지 못한 탐색기가 돌아다니며 연희의 등을 노려보고 있 었다.
표면적으론 아무런 일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듯했다.
순간순간 1층 결계로 부딪쳐 오는 바 클란들의 절박함이나,그것들로부터 결계를 지켜 내려는 각성자들의 투혼 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언제고 그녀를 향한 수만 개의 시선이 쫓아다니며, 그 아래의 주둥아리에서 나오는 소리 들로 시끄러웠다.
연희는 메말라 가고 있었다.
감각과 감응을 조율하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입맛을 잃기 시작한 시점부터 조짐이 있었던 것이다.
1차 약화를 하루 남겨 두고 일이 일 어났다.
소리 때문만이 아니었다.
차마 닫을 수 없었던 감응에 의해, 연희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부딪쳐 오고 있을 것이다.
온갖 살의(殺意)들 말이다.
연희는 그러한 것들로 만들어진 감 옥에 갇혀 있었다.
그날도 술렁거림이 심했다.
“오 딘 덕분에 시스 템의 악의가 사라 졌다고 가•정하1 보자. 그러면 지금의 퀘스트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시 스템 그 자체에서지. ‘모두의 위험으 로 그치는 게 아닙니다. 그녀의 존재 는 최악 중에 최악입니다.; 이건 진실 이란 말이다.”
“오딘이 죽어서 시스템의 악의가 부 활했다는 소리도 많아. 그렇다면 이 건,몬스터들에게 힘을보태려는 칠마 제의 계략이 된다. 우리 사이에 내분 을 일으키려는 장난질. 기억나지?”
“하지만 장난질 치고는 보상이……. ”
“끝내주지. 그런데 우리가 넘볼 수 없는 거잖아. 전투는 또 어떻게 하 고?”
“윗선에서는 결계 한두 개쯤 내주더 라도 상관없다고 판단할 거다. 그러니 까그 난리들이지. 우리도 들어가자. ”
“나도 같은 생각인데,어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