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2
11 화
광!
아군 진영에 폭탄이 떨어졌다. 모스크바 연방회관에서 열린 러시아 국채 판매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것이 다.
기존의 역사에서도 대성공이었지만 이번의 성과는 당시보다 배 이상 커져 있었다.
본래는 삼십 분도 되지 않아서 약 12 억 달러치의 러시아 국채가 팔렸었다. 반면에 이번에는 30억 달러 분량이 같은 시 간 안에 동나 버 렸다.
거 기에는 조나단도 크게 기 여했다.
그의 등장이 투자 기관들에게 영향 을 준 것도 있겠으나, 조나단부터가 뉴욕 회사 명의로 1〇억 달러치를 구 입한 것이다.
그때.
승무원들을 향해 자리를 비켜 달라 는 조나단의 목소리가 자그닿게 흘러 나왔다.
조나단이 소리를 부쩍 낮춰 말했다.
< 이번 일로 맨 섬에 타격이 있었을 것 같은데. 네가 시키는 대로는 했지만,이건
명백한 팀 킬이 될 수 있어. 썬.〉
< 네 걱정이나 해. 10억 달러짜리 폭탄을 안고 있는 녀석이 남 걱정은.〉
〈어려운과제야.〉
〈 잊고 있는 건 아니지? DP 크럼프를 비 롯한 유럽계 은행들,우리라면 치를 떨고 있다고. 그 녀석들뿐일까. 업계에선 다 알 아. 홍콩 이자를 두고 한판 벌였던 내기를 말이다. >
< 그러니까 가능한 많이. 장담하는데 내 일이면 러시아 당국에서 샴페인을 터트릴 거다.〉
< 국채를 더 발행하겠지?〉
< 그래. 최소 60억 달러의 유로본드와 15억 달러 이상의 국채를 발행할 거라고 본다. 떨어내는 명분으로 좋지 않아? 계산 착오라고 둘러대면 되니까.〉
< 그 정도라면…… 괜찮겠군. 그렇지 않 아도,오늘 더 못 사서 환장한 녀석들을 외 워 두긴 했는데. 쳇. 수수료가 너무 아깝 네. 실버만 녀석들에게 준 수수료만 5천만 달러야. 떨어내는 데에는 그만큼 더 쓰이 겠지. 1억 달러 버리고 들어가는 거야.〉
〈그렇겠지.〉
< 자그마치 1억 달러를 불쏘시개로 써 버리다니, 언제쯤 익숙해질는지. 내게는 평생 불가능할 인이지도 모르지.〉
시장의 불씨를 화마(火魔)로 키우는 데 쓰인 기름 값.
1억 달러.
그 정도면 싸게 먹힌 거다.
러시아는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적 진영 의 사기가 드높아졌다.
비단 사기뿐인가.
적 진영으로 응원군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돈.
더 많은 돈들.
그것들을 짊어진 세계 각국의 투기 세력들이 러시아로 모여들고 있는 중 이며, 다름 아닌 적진의 동맹으로 집
합 중이다.
내가 말했다.
그 때쯤 화제를 바꿨다.
〈러시아 행정실장은?〉
〈그래서?〉
< 달러로 이백만. 그런데 이 관료도 바로 눈치 첼 수밖에 없었을 거야. 뇌물이란 걸 모르면 머저리겠지. 어떤 헤지 펀드가 원 금을 보장하겠어?〉
조나단은 세상 누가 불쏘시개로 1억 달러를 쓰겠냐고 혀를 내둘렀지만,단 언컨대 원금을 보장하는 헤지 펀드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관료에게 분명히 제
시했다.
원금을 보장해 줄 테니 맡기고 싶은 만큼의 투자금을 달라고, 그럼 매년 꾸준히 수익금을 보내 주겠노라고.
〈그렇게 되겠지.〉
〈다물갈이되는 거다.〉
러시아의 전임 대통령은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주의를 끌어안으려 고 했으나, 현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는 사회주의의 완전한 해체 위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이 려 했다.
그 결과 그는 러시아에는 수많은 정 적(政敵)을 낳았다. 그리고 그의 정적 들은 러시아가 파산할 경우 그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과거처럼 맹렬하게.
< 불쌍하게도 썬에게 사형 선고를 받고 말았군. 나라를 파산시키고 나면 못 버티 겠지.〉
조나단이 즐겁다는 듯 떠들었다.
연락을 해 왔던 시점부터 그는 시종 일관 기분 좋은 목소리 였다.
국채 판매 행사장에서의 시간들.
모니터 속의 숫자 대신 세계를 이끌 어 가고 있는 주역들을 직접 만났던 순간들이 그에게는 환상적인 경험이 었을 것이다.
< 뉴욕 회사는 어디까지 진행 중이지?〉
< 오나이더 어소시에이츠에서 다루고 있 던 세 개 펀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따 로 손댈 필요가 없더라고.〉
< ANC와 블루 록에서 들어온 고객 예치
금 1000억 달러는?〉
< 각 구성은?〉
< A 펀드에 300억. B 펀드에 500억,C 펀드에 200억.〉
거기에 대고 대꾸했다.
덧붙여 설명했다.
조나단이 A, B, C라고 설명한 펀드 들은 엘리트 매니저들에게 방향성만 제시해 주겠지만.
미 정부의 연기금과 우리의 실 재산 그리고 러시아 관료의 재산이 한데 묶 여 있는 펀드는,내가 짠 투자 시 안에
제대로 기초하여 공격적인 투자를 감 행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 운용 책임자는? 썬,너는 역외 자금만 으로도 정 신없다 하지 않았어?〉
< 지금쯤이면 뉴욕 회사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군. 회사에 연락해 둬.〉
〈누굴 보냈어?〉
< 이름은 브라이언 김. 그자에게 일임해. 영락없는 패배자 행색일 거라 내부 불만 이 크겠지만 뉴욕 회사의 오너는 너야. 임 원들과 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해. 어차 피 길어야 두 달이야. 그 뒤에 성과가 나 와.〉
< 성과를 보여 주기만 한다면 불만은 알
아서 누그러지겠지. 그런데 운용 자금이 200억 달러를 넘어. 그만한 인물이야? 그 렇다면 나도 알 텐데.〉
김청수는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김청수 본인조차도 자신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던 시절 이다.
< 출신도 이력도 보잘것없다는 투인데. 우리…… 아니, 내 또래야?〉
< 30대 중반의 한국인. 한 가지 알아 둬
야 할 건, 투자 시안은 네가 쓴 거다. 조나 단.〉
김청수는 기분이 묘했다.
오나이더 어소시예이츠의 창립자는 그의 롤모델 중 하나였다.
골드오브아메리카 재직 시절에 발군 의 실력을 증명하였고, 오나이더 어소 시에이츠를 창립한 이후에는 불과 2 년 만에 직원 수 40명에서 1300명에
이르도록 확장시켰고, 그 해 많은 상 을 휩쓸었다.
그랬던 롤모델이 본인이 창립한 회 사를 매각하고,개인 재산만을 운용하 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그것은 은퇴 선언이 었다.
그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김청수 는 별 감흥이 없었다.
여러 롤모델들이 똑같은 전철을 밟 아 왔다.
무릇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자본이 모였을 때는 운용 자금을 축소해야 한 다.
방법은 흔했다.
회사를 매각하고, 그동안 벌어들인 개인 순 재산으로만 펀드를 구성하는 거다.
즉,명예로운 은퇴라는 것이다.
김청수는 오나이더 어소시에이츠에 서 조나단 인베스트먼트로 간판이 바 뀐 옛 오나이더의 본사 빌딩으로 들어 서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한때나마 조나단을 억세게 운이 넘 쳐 났던 투기가라고만 생각했던 자신 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생각이 바뀐 건 그의 저서를 읽으면서 부터 였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메일이 들어왔던
날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조나단에게 붙은 ‘투자의 신’ 이라는 별명은 가히 틀린 말이 아니 었다.
‘그의 예견대로 러시아는 파산하고 말겠지. 그럼 조나단은 얼마나 더 부 자가 될까.’
어쩌면 말이다.
김청수는 몇 세기동안 회자될 역사 적인 인물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는 생각까지 들었다.
감히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까닭에는 정체불명의 메일 속에 첨부되어 있던 파일 하나가 있었다.
천재적이었던 혜안(■眼)의 투자 시
안.
“브라이언 김 입니다.”
“조나단 대표 이사님과 선약이 되어 있으시군요. 최상층의 비서실에 응접 공간이 있습니다. 곧 들어오신다고 하 니 거기서 기다리고 계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김청수는 조나단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가슴은 뛰어도 머리는 냉철해야 했 다.
자신을 어떻게 알았고 자신에게 무 엇을 봤는지는 모르겠다만.
여긴 면접 자리가분명했다.
7월 말, 러시아 파산 선언을 기초로 한 220억 규모의 투자 포트폴리오.
김청수는 작성해 온 서류들을 복습 하면서,스스로 돌발 질문들도 예상해 보곤 했다.
이윽고 인기척이 났다.
구둣발 소리와 함께 자신의 이름 소 리가 들렸다.
비서의 안내에 따라 대표 이사실로 들어갔다.
조나단의 저서와 언론 매체에서 봤 던 똑같은 얼굴이,김청수 본인을 향 해 미소 짓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래도 러시아에
서 도착하는 대로 바로 달려왔습니 다. 선약 시간에서 늦은 점,양해해 주셨 으면 합니다.”
김청수도 어제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행사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의미가 큰 행사였다.
“지금쯤이면 뉴스가 떴을 법한데요. 확인해 보셨습니까?”
조나단이 물었다.
그래서 김 청수는 아차 싶 었다.
“제가 뭘 묻고 있는지는 알고는 계신 겁니까?”
“모스크바 연방회관에서 실버만 삭 스가 주최한 러시아 국채 판매 행사
말씀이시죠. 죄송합니다. 오늘 만남을 준비하느라,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습 니다.”
첫 면접 질문은 틀림없이 매니저로 서의 소양을 확인하는 것이 었다.
그런데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패착이 었다.
김청수는 입맛이 몹시 썼다.
잠시 후 조나단이 모니터에 기사 하 나를 띄워 김청수 도 볼 수 있게끔 돌 려 주었다.
행사는 대성황으로 끝나 있었다. 자 그마치 30억 달러 규모의 국채가 하 루 만에 팔렸다.
김청수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갔다.
러시아 외환 보유고로 들어간 30억 달러가 투자 시안의 예측 결과에 얼마 나 영향을 줄까?
‘미미해. 오히려 이건 더 불을 지피 는 격이야. 아!’
김청수가 감탄 어린 눈을 부릅뜨며 조나단을 쳐 다보았다.
“혹시 조나단도 러시아 국채를 사셨 습니까?”
조만간 러시아가 파산한다고 예견한 당사자가,러시아 국채를 삿:다?
정말 그렇다면…….
“10억 달러 분량을 매입하고 오는
길입니다. 제가 손해를 볼까요,이익 을 볼까요?”
그 순간.
김청수는 등 뒷줄기가 찌 릿했다. 등골을 타고 올라온 전율은 삽시간 에 전신으로 퍼졌다.
‘판돈을 키우고 있어!’
눈앞의 백인 청년은 최고의 전력가 이기까지 했다.
“미 리 축하드립니다. 조나단. 아시아 에서의 대활약을 재현하시겠군요.” 그런데 거기에 나온 대답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김청수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
다.
“예?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번에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브라 이언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아시 아 금융 위기에서 수확한 전리품, 브 라이언에게 맡겨 보고 싶다는 겁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