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5
14화
「속보: 모라토리움 선언. 러시아,“外 價(외채) 못 갚겠다.”
러시아가 모니토리움을 선언했다.
대외 채무에 대해 90일간 지불을 중지하 고 루블화의 환율 상항선을 종전보다 53% 오른 달러당 9.5루블로 상향 조정했 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
아 정부와 조속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표로 러시아 주가와 은행 간 거래의 루블화 공식 가치가 폭락했으며 유럽 주 요국의 주가와 화폐 가치도 동반 하락했 다.
또 아시아의 주요 통화 가치와 원유 가치 를 포함한 원자재 가치도 일제히 떨어졌 으며 미국의…….〈하략〉」
「수익률 : + 512%」 「수익률 : + 22%」 「수익률: + 620%」
厂 수익률: + 43%」
「수익률: + 2%」
「수익률: + 125%」
「수익률: + 34%」
「수익률: + 310%」
손실이었던 계좌들이 전부 수익으로 돌아섰다.
수익률만 놓고 볼 때가 아니 었다. 가 시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들은 대개 가 도박성 자금으로,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 계좌 합산 수익률 과 수익금을 계산 할 때도 아니 었다. 그동안의 인내에 대한 보상을 누적 시켜야 할 때였다.
배치해 둔 병력들이 전리품을 꾸준 히 수거하고 있었다.
“끝났다…… 뉴욕과 맨 섬에서도 난 리가 났겠군.”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비명 같은 탄 성이 터졌다.
월가의 주 거리를 따라 즐비해 있는
금융 기관들에서는 실제로 비명 소리 가 났다.
유독 한 곳.
오나이더 어소시에이츠의 본사였던, 현(現) 조나단 인베스트먼트의 빌딩 에서만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총 13층,그중 세 개 층에서 일제히 폭발한 것이다.
“브一 라이언!”
“브一 라이언!”
“브_ 라이언!”
딱 그랬다.
9회 말 만루에 끝내기 역전 홈런 한 방을 터트린 타자에게 보내는 것만 같
은환호.
차마 장 중이라 우승 행가래 같은 것 은 없었으나, 트레이더 모두가 자리에 서 일어나 김청수의 이름을 외치고 있 었다.
김청수의 두 눈엔 이 모든 상황이 한 없이 느릿하게 다가왔다.
누구보다 놀라 버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러시아 파산 선언이 속보로 떴을 때, 김청수는 오히려 본인의 사망 통보를 받은 것만 같이 심장이 저 밑바닥까지 꺼져 버리는 기분에 휩싸였다.
분명 기뻐하고 환호를 질러야 하는
순간이지만.
그럼에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 으며 축 처져 버린 것은, 그동안 김청 수가 감당해 왔던 중압감이 실로 엄청 났기 때문이었다.
김청수는 그의 부하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았다.
개중에는 이름이 잘 알려진 유명 트 레이더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사설 뉴스 레터를 운용하고 있는 자들이었 고 김청수 본인도 구독자 중 한 명이 었다.
그뿐일까.
모두의 학력이 아이비리그 급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그의 컴퓨터가 놓인 층에만 그러한 엘리트들이 거진 삼십 명이 넘었다.
똑같은 환호에 시끄러운 위,아래층.
거기에도 똑같은 수의 엘리트들이 포진해 있었다.
총 일백이 넘는 엘리트 트레이더들 의 수장이 되었을 때. 그리고 이백억 가량의 그룹 자금이 실제로 들어왔을 때.
김청수는 기쁘기보다는 비로소 실감 이 들었다.
그것은 엄청난 공포였다.
그로부터 한동안은 부하 직원이라는
엘리트들의 뱀 같은 시선들에 시달렸 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뱀들에 온몸이 뜯어 먹히는 똑같은 꿈을 계속 꾸었 다.
당연했다.
투자 시안의 천재성에 놀라 얼떨결 에 승낙하고는 말았지만.
200억 달러라니!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하지만 해냈다.
해내 버렸다.
이윽고 김청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도 몰랐다.
김청수가 입을 열려고 하자 직원들 모두 소리를 죽였다.
그래서 김청수의 혼란 가득한 작은 목소리가 끝까지 퍼질 수 있었다.
“사실,여러분들과 같은 뛰어난 전문 가 아래에서 수습 과정을 밟길 오랫동 안 고대해 왔었습니 다. 그러한 마음으 로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말을 하고 나서야 본인의 젖은 목소 리에서.
김청수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 을 깨달았다.
기쁨의 눈물?
아니다.
안도의 눈물이 었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들의 공로이 고,본사의 대표이사이자 메인 디렉터 인 조나단의 공로입니다. 그는 이 시 대 최고의 전력가이며 여러분들은 최 고의 영웅들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격스 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서구에서는 겸양의 미덕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걸,김청수라고 왜 모를 까.
그가 뉴욕의 패스트푸드점을 전전긍 긍한 세월만 5년이 었다.
“축하합니다! 브라이언!”
조나단이었다.
그가 제일 위층의 사무실에서 속보 가 뜨자마자 내 려왔다.
이번에는 조나단의 이름이 가득 채 워질 차례였다.
“조- 나단.”
“조- 나단.”
조나단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직 원들을 향해 기꺼이 손을 흔들어 보였 다.
조나단은 김청수의 첫인상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선후의 말대로 패배자 몰골이 었다.
믿음이 가지 않는 자였다.
이런 자가 이백억 달러 규모의 포트 폴리오를 구상하고, 백여 명에 달하는 엘리트 트레이더들을 선두 지휘할 수 있다고?
학력도 경력도 초라하기 그지없었 다.
조나단은 선후가 대체 이자의 뭘 보 고 선봉에 세우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첫 인상만 보면 그랬다는 것 이다.
“나는 브라이언이 해낼 거란 확고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번 러시아발 금 융 전쟁에서 가장 큰 수확은, 다름 아 닌 우리의 브라이언 김입니다. 브一라 이언! 브一라이언! 브一 라이언!”
조나단이 그의 직원들을 향해 김청 수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사무실은 다시 김청수의 이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리듬에 맞춰서.
오늘은 이렇게 굴어도 되는 날이었 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머쥔 날이 아닌 가!
오랫동안 오늘이 회자될 거다.
경제학 교수들은 이번 전쟁을 기초 로 논문을 쓰고 그들의 제자들을 가르 칠 것이며, 또 그 제자들은 교수가 되 어서 똑같은 걸 그들의 제자들에게 가 르칠 것이다.
조나단과 김청수의 눈빛이 교차했 다.
특히 월가의 사람들은 천재라는 단 어를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천재……
‘천재……
둘은 똑같은 생각으로 서로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없던 시절,성공한 동기의 손에 이끌려 호 기심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오랫동안 고생했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승리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질리언에게 는 그때의 쾌락이 제일이라고 생각했 었다.
한 알 삼킬 때마다 뇌를 한 수저 파 내는 것과 같다던 마약.
하지만 그때 맛보았던 건 일시적인
쾌락이었다.
뒤가 끝없이 허망했고 자괴감에 시 달렸다.
그러니까 지금 온몸을 다 떨리게 만 들고 있는 이것은 진실된 쾌락, 대단 한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느낄 수 있 다는 천상의 카타르시 스였다.
“왜 그렇게 참고 계세요. 오늘 같은 날은 발가벗고 뛰어 다녀도 모두가 박 수를 쳐 댈 거예요.”
제시카가 말했다.
그녀는 역사적인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목격한 장본인이 었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그마치 150억 달러를 밀어 넣었던 전쟁에서 사상 초유의 대승을 확정 지 은 날이다!
“……누굴까.”
“투자 시안을 작성한 자들이요? 저 도 그게 죽을 듯이 궁금해요.”
“아니.,,
질리언은 열려 있는 문으로 걸어갔 다.
맨 섬 투자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환 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질리언 본인이 영입한 그의 옛 동기 들,동료들, 또 그들이 데리고 온 데스 크팀들,올 A+ 학점을 받고 졸업한 수
습 매니저들.
질리언도 수백 명이 자아내는 흥분 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 뻔했다. 그러나 그는 문을 닫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제시 카에게 말했다.
“네 녀석이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리 가 없어. 말해 봐. 누구일 것 같아.”
“……뉴욕 친구들에게 연락해 볼게
요.”
그걸 질리언이 막았다.
“전화 한 통이면 금방이지. 나라고 그걸 모를 것 같아?”
“보스께서는 그들이 신경 쓰이는 거
죠?”
“그래. 우리 진영에 합류……
“정확히 말하자면 합류가 아니었죠. 그들은 처음부터 같이 시작한 아군이 었어요.”
“그렇다 치고.”
“뭐 어때요.”
“뭐 어때요, 가 아니야. 오늘은 아군 이었지만 내일은 적군이 될 수 있지. 지금부턴 그자들을 항상 경계하게 생 겼어.”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시 려고요?”
“우리가 잔푼을 다루는지 알아? 언 젠가는 부딪칠 수밖에 없어.”
그 때쯤 질리언은 대승전이 가져다 준 흥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러시아 파산에 발을 걸친 게 아니었다.”
“그렇죠. 우리 같았어요. 목을 걸어 두고 나온 것처럼 극도로 공격적인 면 이 많았죠. 우리에게가 아니라 반대 측 세력들에게요. 하지만 세상에 천재 는 한 명이 아니잖아요. 누군가도 강 한 확신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죠. 러 시 아가 파산할 거 라고.”
“메인 디렉터, 그아래 총괄지휘. 하 나도 빠지는구석이 없어.”
“저는 그래서 호감이 가던데요. 마치
우리 같지 않았어요?”
“낭만에 젖기는. 네 녀석이 이 세계 를 제대로 알려면 한참 남았어.”
질리 언은 얼굴을 구겼다.
그런 보스의 반응을 지켜보던 제시 카가 조용히 구석으로 향했다. 뉴욕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대답을 들은 제시카는 말없이 서서, 질리언이 먼저 물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질리언은 제시카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뉴욕의 친구들과 나눴던 대 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니터 속에 빠져 있었다.
제시카도 질리언의 모니터를 골똘히 쳐다봤다.
화면 안에는 6월경에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국채 판매 행사와 관련된 데이 터들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다른 모니터 하나에는 사진 하나가큼지막하게 띄 어져 있었다.
10억 달러의 러시아 국채를 매입하 며 러시아 관계자와 실버만 삭스 관계 자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누고 있는 조나단의 사진이 었다.
‘역시,이때부터였네.’
제시카는 그녀 의 보스 또한 답을 찾 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질리언이 화면 속 조나단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또 이 녀석이야. 조나단.”
질리언은 정말로 인정할 수밖에 없 었다.
그러자 엄청난 패배감이 몰려왔다.
본인은 투자 시안이 없었다면 지금 의 대승리를 쟁취할 수 없었다.
매니저들의 전문 영역이 제각기 다 른 법이라지만,조나단에게는 예외였 다.
심지어 그는 러시아가 망할 거라는 걸 확신하면서도 러시아 국채를 사면
서 판을 키우기까지 했다.
그 사건으로 헤지 펀드 연합 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덕분에 이쪽의 수익률은 한계를 모르듯이 치솟고 있 었다.
조나단 덕분이 라고?
“하!”
질리언은 혀를 내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 정리되셨나요?”
“그래.”
제시카가 먼저 뛰어가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흔들며 흥분의 도 가니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질리언의 이름을 외치면서였 다.
“질一 리언!”
“질- 리언!”
여기.
헤지 펀드들에 대한 진실 하나가 있 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면 한 나라를 공격하는 등,어떠한 방법이든 마다하 지 않는다.’
거기에서 헤지 펀드에 대한 많은 오 해가 비롯되곤 한다.
많은 대중들은 헤지 펀드들을 광분 한 보스 몬스터 처 럼 바라본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공격만 해 댄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수익을 내야 한다 는 것이 기본적으로 돈을 지키는 데에 서 시작하는 법이란 걸 잊고 있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를 생각해야 하 고,전쟁에서 졌을 경우도 가정해야 한다. 헤지 펀드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지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는 무작정 공격적이지만 않다.
돈을 따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중
요한 게, 비단 헤지 펀드 세계만은 아 닐 것이다.
그렇게 공격성 자금, 안전성 자금 등 수많은 종류의 포트폴리오들을 합산 한결과.
이 시절 10억 달러 이상의 헤지 펀드 들의 평균 수익률은 20%였다.
1년에 10억 달러로 2억 달러를 벌었 다는 소리다.
자.
이제 우리 이야기를 해 보자.
작년 방콕에서 두 번의 기적이 있었 다.
첫 기적에서 70000%의 수익률, 두 번째 기적에서 17800%.
그렇게 4◦만 달러가 2억 8천만 달러 가 되고, 2억 8천만 달러는 500억 달 러가 되었다. 아시아를 공격해 들어왔 던 헤지 펀드 자금들은 정작 우리 주 머니 안에서 집결했다.
그 뒤.
방콕 다음으로 이어지는 홍콩발 충 격에 세계 은행들과 큰 내기를 벌이는 등으로 조나단과 둘이서 수익을 최대 한끌어내려 했다.
그렇게 고군분투했던 결과의 수익률 은 30%. 150억 달러를 벌었다. 그것
도 세계 은행들과의 내기에서 이긴 값 을 더한 것이다.
원 투자금 500억 달러의 1.3배.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통상적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헤지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선 1명의 메인 디렉터,1명의 수석 매니저,3명의 보 조 트레이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개 데스크를 꾸린다. 전제 조건은 엘리트일 것.
그럼 500억 달러를 운용하려면 몇 명이 필요할까.
자금은 커질수록 운용하기가 힘들 다.
성공한 해지 펀드 창업자들이 잘나 가던 펀드를 정리하고 투자 자금을 축 소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십억 달러로 백 프로의 수익률을 내 는 헤지 펀드가 백억 달러로 백 프로 의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 만일 가능 했다면 그 백억 달러로 백 프로의 수 익률을 또 낼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다.
내 목을 걸 수도 있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 숫자만 이야기 해서 미안하긴 한데.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
역사상의 숫자가 달라지고는 있어도 나는 홍콩발 충격이 터질 걸 알고 있 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작년 말.
조나단과 나, 단둘이서 500억 달러 로 기록한 수익률 30%는 많은 것인 가. 적은 것인가?
한 달여 간에 걸친 전쟁 끝에.
특수 작전을 수행했던 병사들은 전 멸 수준이었다.
처음부터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투입했다.
무엇 하나라도 살아 돌아오기만 한 다면 기적이라 표현될 만했다. 방콕에서는 신의 절대적인 가호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부터는 그런 걸 기 대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 었다.
특수병들이 맡은 임무는 하나였다.
방콕에서의 기적을 재현하라.
작전 지원금은 병사 하나당 5백만 달 러.
총 1억 달러가 이번 특수 작전에 쓰 였다.
결과는 하나 생존.
즈
죽으라고 보낸 곳에서 기어코 살아 돌아온 게 있던 것이 다.
위대한 병사의 이름은 유니콘이다.
「계좌명 : 주식회사 유니콘」
「계좌 가치 : 579,500,000 $」 「평가 손익 : + 574,500,000 $」
수익률 : + 11590 %
500만 달러로 무장한 병사 하나가 그 116배인 5억 7천만 달러 이상의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특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그 후로 모든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그것들이 이루고 있는 집단 규모는 제각기 달랐다. 어떤 집단은 중대 규 모까지 뭉쳐져 있다.
그렇게 모든 포지션을 청산한 후의 총합 수익률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략 300%. 90억 달러 라……
삼십억 달러는 거래 수수료를 제하 고도 수익금을 보태 120억 달러가 되 어 있었다.
쾌재를 부르짖었다.
그러며 모든 조건들이 절묘하게 맞 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는 걸 되새겼 다.
첫째로 거대한 흐름의 유지로 러시 아가 파산했고,둘째로 역사와는 달리 전쟁이라는 단어가 쓰일 만큼 글로벌 해지 펀드들이 제로섬 싸움에 집결했 으며,셋째로 본 투자 자금이 삼십억 달러였다.
작년 말.
조나단과 단둘이서 오백억 달러를 다뤘을 때는 어찌나 힘에 부쳤던지.
그때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 르게 보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총 수익률을 계산한 흔적들을 바라 보고 있노라니,과거로 돌아왔음이 실 감됐다.
방콕에서 신의 잭팟을 터트렸을 때 에도 들지 않았던 기분. 그때는 전쟁 이랄 것도 없었다.
옛날에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전적이 있었다.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호황이 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패배는 더 참담 했다. 미 주가가 나날이 전고점을 뚫 어 대던 시기에 그런 손실을 냈다니.
성공에 눈이 멀었다.
돌이켜 보면 소송을 안 당한 게 용한 일이다.
그래도 금융 매니저로서의 자질이 제법 괜찮게 알려지긴 했는지, 서울로 돌아와서는 우리나라 은행들의 적잖 은 구애를 받곤 했다.
하지만 패잔병은 칩거에 들어갔고, 패잔병의 아버지와 대작을 하는 일이 잦아졌었지.
그때.
〈썬!〉
조나단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언제나 내 이름을 부르며 시작 한다.
〈계산나왔어!〉
목소리만 들어도 느낄 수 있었다.
< 수익률 450%. 총 합산 900억 달러. 브 라이언이 해냈어.〉
조나단도 작년 말의 500억 달러가 어땠는지 겪어 보았다.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우리가 태국 에서 첫 기적을 터트렸던 때만큼이나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계약을 업계 최저로 설정해도 그랬 다.
업계 평균이었던 성과 보수 20%를 특수 헤지 펀드,블랙 스완에 한해 1%
로 한정 지었다.
당시 조나단의 말에 따르면 구 어소 시에이츠의 매니저들 중에서는 구체 적인 계약 내용을 다 들려주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자들도 상당했 다고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월가의 매니저들은 철저한 성과주의 에 의해 살아가는 자들이니 까.
저기는 여의도가 아니다. 월가다.
2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자들도 연 말 결산 성과로 제 연봉의 10〜20배 를 받아 가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한 성과금을 받는 자들이 맨하
탄 최남단에만 오천 명 이상이 깔려 있었고,애초부터 구 어소시에이츠의 엘리트 매니저들도 그러한 무리의 일 원이었다. 한때는 나 또한.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
회사 순 자금과 미 연기금을 묶어 둔 특수 헤지 펀드에 한해서는 조나단 본 인의 메인 디렉팅과 손실에 대한 어떠 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사항들을 언 급해 주면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여기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건,인 사 고가와 이후 자유재량으로 맡길 투 자금의 비율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다 는 뜻이다.
그래도 수익금이 엄청난 만큼 1%로 계산해도 무려 9억 달러나 된다.
〈 이번에 참가한 선수가 정확히 백 명이 라고 했지?〉
그들에게 성과금이 직급별로 분배될 것이다.
평균적으로는 개인당 약 구백만 달 러씩.
눈앞의 잭팟에 비하면 적은 금액일 수도 있겠다.
아니군.
투자 수익금에 대한 법인세까지 제 하면…….
그렇지 않아도 조나단이 그 건을 언 급했다.
〈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조나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만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양지에 나와 있어 야만 한다.
모두가 다 조세 피난처를 떠돌고 있 을 수만은 없다.
〈질리언 쪽은 어때? 계산 나왔어?〉 〈아직이야.〉
< 브라이언이 이겼다는 데에 한 표다. 너 도 여기에 같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여긴 완전…… 미쳤어.〉
〈잠깐. 메일이 들어왔다.〉
〈질리언 쪽?〉
나는 메 일을 확인하며 말했다.
〈너희가 졌다.〉
제시카가 총괄부서에서 서류 파일을 받자마자 질리언의 집무실로 뛰어 들 어왔다.
“계산나왔어요!”
“풀어 봐.”
하지만 서류를 보고 굳어 버린 제시 카 때문에 질리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야 했다.
제시카가 넋 나간 표정으로 서류를 넘겼다.
「합계 수익률 : + 615%」
「수익금: 92,250,000,000 $」
기존의 투자금 15〇억 달러를 더해. 회사 계좌에 1〇〇〇억 달러 이상의 천 문학적인 자금이 들어와 있었다.
“굉…… 굉장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나!”
“호들갑 떨 것 없어.”
제시카는 그녀의 보스를 감탄 서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렇게 막대한 숫자들 앞에서 냉정 을 유지할 수 있다니?
그때 제시카는 질리언에게서 뭔가를 느꼈다.
보스의 감정은 냉정이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어요. 보스는 대체 무 엇이 불만이신 거죠? 그거 병이에요.” 제시카가 당돌하게 물었다.
“이걸로는 부족해.”
“천만에요. 그런 생각이시라면 너무 과욕이신 거예요. 보스는 금융 역사에 한 획을 그었어요. 지금까지 어떤 헤 지 펀드도 이런 수익률을 낸 적이 없 어요.”
물론 조나단은 제외. 그의 수익률은 3억 달러 미만의 자금으로 이룩한 것 이기 때문이다. 실로 대단하기는 하지 @—.
질 리 언이 못마땅한 투로 말했다.
“긋긴 그었지. 150억 달러 전부를 공 격에만 퍼부은 걸로.”
“투자가 아니라,투기였다고 말씀하 시는 건가요? 제 생각은 완전히 달라 요. 투기와 투자가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방법에 있어 서……
“계속해 봐.”
제시카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
이게 감히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어?, 그녀는 혼자 생각 하고 혼자 얼굴이 새빨개졌다.
질리언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한숨과 함께 나온 목소리는 역시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투자도 투기도,모두 책임을 담보로 하지. 기대든 예상이든 엇나가는 순간 돈을 잃거든. 그런 게 책임인 거야. 돈 보다 확실한 책임은 없잖아. 하지만 우리가 책임을 지고 있었던 게 있던 가? 우리는 무엇도 책임지지 않았어.”
볼펜을 쥐고 있던 질리언의 손에 점 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볼펜이 떨린다.
“투자 시안에만 기초한다면 모든 돈 을 잃더라도 자리 보존과 함께 똑같은 규모의 투자금이 다시 있을 거라는 약 조까지 받았지.”
“덕분에 공격적인 전략이 가능했
죠
“극_딘_적.”
“네. 극단적이며 공격적인 전략이 가 능했죠.”
“그래. 우리는 그런 걸 했어. 하지만 제시카. 세상 어디에도 손실에 너그러 운 투자자는 없어. 더욱이 우리의 투 자자들은 누구보다도 많은 돈을 가지
고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손실에 인색 한 자들이지. 그럴 수밖에. 그들에게 단 1%의 손해는 억 달러 단위의 손해 니까. 하물며 전부를 잃어도 괜찮다 고?”
질리언이 계속 말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에게 면죄부 를 주고 시작한 거야. 왜? 투자 시안 이 예견 수준으로 완벽했거든. 투자 시안에만 기초한다면 누구라도 돈을 잃을 수 없었어.”
“우리는 수익을 더 냈어야 했다. 제 시 카.”
질리언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제시 카는 그런 보스를 향해 속으로 외쳤 다.
‘여기서 어떻게 더요? 보스니까그렇 게나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요! 보스께 서는 무려 150억 달러를 지휘하셨다
고요!’
그녀는 보스가 답답해 죽을 것 같았 다.
“오늘 거울을 본 적 있나. 네 녀석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너 무 좋은 경험을 했어. 환상적이야. 많 은 걸 배웠어. 나는 몇 단계나 성장했 어. 어제의 내가 아니야. 블라블라, 너
무 적나라하게 야하군.”
“부정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되니까
요.,,
“이번 전쟁에서 배운 것들? 쓸모없 어. 책임이 없는 투자라는 말만큼이나 모순된 게 없지. 그럼에도 쓸 만한 걸 배우고 싶다면……
“네.”
“과거로 돌아가서,최고 수석 매니저 인 내 입장에서 궁리해 봐. 어떻게 했 으면 지금의 수익보다 더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
“그건 보스께서 고민하시는 바 아닌 가요. 맨입으로요?”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해 낸다면. 그래. 투자자들을 설득해 주지. 자유재량을 주고 한도 1◦억 달 러 선까지.”
제시카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보스는 한 개 데스크의 수석 트레이 더 자리를 말하고 있는 거였다.
천하디천한 병졸.
고작,전화 서기에 불과했던 자신에 게 말이다.
“제시카.”
“네?”
“내 말을 허투루 듣지 마. 우리는 수 익을 더 낼 수 있었어.”
뉴욕과 맨섬은 기대했던 대로의 수 익이 었다.
질리언와 김청수는 세계 경제를 쥐 락펴락했던 글로벌 자산 운용사의 창 립자다운 면모를 과시 했다.
맨 섬엔 법인세가 일절 없다. 수익금 전부가 온전히 계좌에 꽂힌다.
거래 수수료와 성과금 등을 제외하
고 나면 1060억 .
그리고 뉴욕의 순 재산은 약 820억. 거기에 내가 관리하고 있는 역외 계좌 들에는 120억까지 합치면…….
2000억 달러.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그 정도까지 불었다.
과거에는 없던 치 열한 전쟁이 었다. 전장 대부분이 제로섬 싸움으로 펼 쳐졌었다. 우리가 딴 만큼 누군가는 잃었다.
그리고 파장도 그만큼이나 클 거라 고 충분히 예측된다.
헤지 펀드 LTCM이 러시아와 함께
동반 침몰하는 것이야 기존의 역사에 서도 있었던 일이고,또 세계적인 경 제 위기로 치닫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시발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헤지 펀드와 은행들이 더 침몰 하게 될까.
아!
이 럴 때가 아니 었다.
〈 우리가 졌다고?〉
〈믿을수없어.〉
〈무슨 일인데?〉
< 사내 회계사들 긴급 소집해서 현금 쓸 수 있게 준비해 놓고, 이번 전쟁에서 크게 진 녀석들 목록 작성해 놔.〉
< 알아내라는 게 아니야. 녀석들 스스로 널 찾아올 거다. 이름만 적어 둬!〉
조나단은 공항에 직접 마중 나오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행기
탑승 직전에 했던 마지막 연락에서, 패배자들의 행렬이 시작되었다는 것 을 확인했다.
급한 만큼 서둘렀다.
입국 수속을 밟은 즉시 조나단에게 도착했음을 알렸다.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고 할 것 없이 월가로 향했다.
오백 미터 조금 안 되는 짧은 거리.
이 작디작은 거리에서 세계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교통 체증 때문에 택 시에서 내린 곳은 트리니티 성당 앞이 었다.
“멋지지? 하지만 명심해. 패배자들은 저 성당의 무덤에 묻혀 버린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거리를 기름진 강물에서 시 작해 무덤에서 끝나는 길이라고 부르 지.,’
유학 시절,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월가의 분위기는 참혹했다.
죽을상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몇몇 매니저들이 보였다.
08년 세계 경제 위기 때와 흡사한 분 위기였다. 저들 중 몇몇은 옛 남자의 말을 따라 트리니티 성당의 무덤으로
직행하게 생겼다.
경제 전문 기자들로 보이는 사람들 만큼은 그나마 나았다.
그들 앞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몇몇 단어들이 명확히 들렸다.
파산. LTCM. 시장 붕괴. 위기 확산. 러시아.
이러니 아이러니할수밖에.
미국에서는 항시 러시아를 경계하고 그들의 핵폭탄 수를 논해 왔으나. 정 작 미국의 경제 중심지를 공격해 들어 온 건 핵폭탄이 아니라 그렇게나 신봉 해 온 자본주의 였다.
그러나 뉴욕 본사는 입구부터 웃는
낯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문 하나 차이로 지옥 같은 던전과 천 국 같은 현실이 나눠져 있는 격이었 다.
로비 안내원에게 선약이 있음을 통 보했고 응접실로 향했다.
나 외에도 조나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셋이나 더 있었다.
그들 셋은 철저하게 월가의 분위기 를 풍기는 사람들로, 각기 다른 회사 에 재직 중이지만 서로를 잘 알고 있 는 듯 보였다.
낯선 동양계 청년이 들어오자 그들 의 반응은 뻔했다. 하던 대화를 멈추
고 지참해 온 서류들을 검토하는 것이 었다.
잠시 후.
닫혀 있던 사무실 문이 열 렸다.
남자 셋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 다.
조나단과 함께 나온 남자가 조나단 과 악수를 하고 헤어진 후,사무실 문 은 다시 닫혔다. 비서가 우리에게 다 가왔다.
“에단. 들어가세요.”
비서의 말에 남자 셋의 시선은 당연 히 내게로 쏠렸다.
넌 뭔데 늦게 온 주제에 왜 우리보다
먼저냐는 거다.
“어제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어서 와.,,
조나단이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그 는 자켓도 벗어서 서울에서처럼 아무 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의자에 비스듬 끼 걸쳐 누웠다.
“조금 전에 나간 대머리 녀석 봤지? LTCM 녀석이야. 20억 달러를 빌려 달라더군. 그러면서도 끝까지 경영권 이상의 지분은 이야기하질 않아. 감독 권까지만 양보하겠다는 투인데,다들 그런 식이야. 이 새끼들은 본인들이 자처 해 놓고 끝까지!”
조나단이 분통을 터트렸다.
본인도 월가의 사람이라면서,월가 라면 치가 떨린다는 식이었다.
“뭐 마실래?”
“됐고, 시간 없다. 명단 뽑아 놨어?”
조나단이 책상 서랍에서 서류 하나 를 꺼냈다. 거기에 롱타임 캐피털의 이름을 추가한 뒤 내게 내밀었다.
“생각보다 심각해. 당국에서는
LTCM만 해도 골치가 아플 텐데,거 기 적힌 녀석들 좀 보라고.”
그러니까 누군가는 이것을 구조 요 청 명단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지만.
엄연히 따지면 구걸 명단이다.
서류에 적혀 있는 이름들은 불과 며 칠 전까지 우리의 적이었다. 소모전으 로 그친 게 아니라 전면전이었다. 존 폐 위기까지의 사활을 걸고 양측 다 모든 병력을 투입했다.
그랬던 적들이 이제는 목숨만은 살 려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파산만큼은 피할 수 있게, 돈을 빌려 달라는 것이다.
서류를 확인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명성 높은 은행들,헤지 펀드들의 이 름이 가득했다.
그들만 파산하고 끝나는 게 아니니
문제 다.
그들과 얽혀 있는 민간 자금,연기금, 국가 채권, 파생 상품들이 수백,수천 조 달러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들이 일시에 터져 버린다면 08 년 세계 경제 위기보다도 더 큰 위기 가 폭발해 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것이야말로 핵폭탄이 되겠구나 싶었 다.
그때 벽 구석으로 모니 터가 보였다.
“볼륨 좀 키워 봐.”
모니터 속 미 재무부 장관의 목소리 가 점점 커졌다.
“세계는 지금 70년 만에 최악의 금융 위 기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87년의 블랙 먼데이를 겪어 본 장관 이 더 큰 위기를 논하고 있었다. 장관 이 언급한 70년 만의 최악의 금융 위 기란 29년의 대공황이었다.
나도 같았다.
조나단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 고 있는 까닭에,표정이 어두웠다.
여기가 분기점이었다.
다시 모니터를 꺼 버린 다음 조나단 과 마주해 앉았다.
우리는 구걸 명단을 함께 바라보았
다.
“탐욕 덩어리 새끼들. 죽어 가는 와 중에도 손에서 돈을 놓을 생각이 없 어. 그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뻔히 알면서. 개자식들.”
조나단의 눈매가 사나워져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다.
러시아 금융 전쟁은 우리가 촉발시 켰지만,우리는 어디까지나 승리자였 다. 패배자들이 죽어 가며 뿜어낼 독 운(毒雲)까지 우리 탓으로 돌릴 만큼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니 었다.
“어제부터 계속 미팅이었지?”
“그래. 이 새끼들.”
조나단은 지금껏 참고 있던 분통을 내 앞에서 터트리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와서는 두 번째였다. 피 에 굶주렸던 야수 시절의 조나단과 똑 같은 눈빛이, 지금의 두 눈에서 빠르 게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이 새끼들이 자초하고 있어.”
“모든 일정 끊고 오늘은 이쯤 끝내.” ‘‘후 — ’,
“이 녀석들도 현실을 직시해야지. 계 속 구걸하러 다니다 보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절실히 깨닫게 될 거다. 어디 에서도 돈 나올 구석이 없다는 걸.”
“재무부와 중앙은행에서 개입할 거
야. 그만큼이나 심각해.”
헤지 펀드 대부분이 조세피난처에 본부가 있다.
엄밀히 말해 이 녀석들은 미국의 기 업이나 은행이라고 할 수 없는데, 미 재무부에서는 이들을 구제해야만 하 는 처지에 놓였다.
과거에도 미 당국이 LTCM을 살려 준 것을 두고 얼마나 말이 많았던가.
“당국이라고 다 살려 줄 수는 없지. 우리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어. 정 확히는 네게 말이다.”
“마음 같아선 살려 주고 싶지도 않 다. 이런 새끼들은 무덤으로 가야 돼.”
“질리언을여기로 초청해. 내가 중간 에서 다리를 놔 줄 테니까.”
“쳇……
조나단이 라고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 회가 왔는지!
러시아 금융 전쟁에서는 돈과 명성 을 얻었지만,이번 기회로 우리는 그 것들의 전부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온갖 자금들 은 당연하고.
그것들의 역사와 시스템 그리고 사 람들까지 모조리 말이다!
그것들은 영지 전부를 잃는 셈.
그럼에도 조나단이 불만에 차 있는 이유는 지난 하루 동안 그들의 탐욕과 직접 마주해 왔기 때문이 었다.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이윽고.
파산 직전인 은행과 헤지 펀드들 중 에서 알짜배기를 골라내는 작업 등을 마치며 몸을 일으켰다.
“조나단. 바로 공략 들어가라.”
당장 공략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조 나단뿐만이 아니다.
나도 큰일을 앞에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돌아와 다시 찾은 사무 실.
조용히 그러나 떠날 준비를 마친 우 연희가 차 키를 흔들어 보였다.
우리는 그 길로 고속도로에 진입했 다.
화성으로 빠지는 길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김제로 향하고 있었다.
우연희의 기억을 쫓아 김제 야산을 오랫동안 돌아다니 던 무렵.
내게도 메시지가 떴다.
[던전을 발견하였습니다.]우연희도 스스로 던전을 발견한 전 적이 있기 때문에 탐험자 특성을 획득 한 상태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서로 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예정돼 있던 일들을 시작했 다. 포인트 반경에 낚싯줄로 표시해 놓고 오면서 준비한 푯말도 꽂아 넣었 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일주 건설 의 최 사장에게 연락했다.
그때 나는 이 사전 작업들이 일종의 의식이 될 거라 직감했다.
살아 돌아온다. 던전 공략까지 다 완 수해서!
그러니까 나는 F급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다음에 도전할 던전의 공사를 미 리 진행하고 있었다.
“화성 정신 병원은 이런 식이었구 나.”
통화가 끝나고 한참 후에야.
우연희가 입술을 뗐다.
“내일이다. 우연희.”
“내가 따로 준비해야 할 건 없어?
“잠이나 실컷 자 둬. 내일부턴 제대 로 마음 놓고 잘 수 없을 거 다.”
“그리고?”
“원한다면 유서도 남겨 두는 게 좋겠 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보다 못 돌아올 가능서이 더 큰 게,현실이 다.,,
하지만 러시아 금융 전쟁에서도 당 연히 죽었어야 할 특수병 하나는 막대 한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기까지 했 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