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76
7 화
팀이 재편성됐다.
각 팀의 리더도 용병에서 각성자로 변경됐다.
힘의 주도권이 용병에게서 사전 각 성자들에게로 넘어온 시점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지.”
사선이 조용히 말을 건네 왔다.
“뭐랍니까.”
“아무것도 동작하지 않는다 한다. 심 지어 총기와 수류탄들도. 용병들은 맹 인이나 다를 바 없어졌어. 이래서
한편 각 팀은 서로 어깨가 부딪칠 정 도로 빼곡하게 운집해 있었다.
이선과 이선에게 고용된 용병 대장 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긴장된 땀 냄새와 호흡 소리가 몹시 가깝다. 그렇게 모두가 기합받듯 방 중앙에 밀집한 상태라,한 명 한 명의 표정들이 뚜렷했다 민간인.
그러니까 용병들은 여기에 합류한 결정을 몹시 후회하고 있는 얼굴들이 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회장님께서 곤란해지셨다. 믿었던 용병들이 아무 쓰잘머리 없어졌어.”
그때 이선은 보고를 받고 있었다.
추적자 특성의 대머리가 이선에게 몇 가지 보고하는 바들은 뻔했다.
숫자들이 언급됐다. 그리고 그 숫자 들은 문 너머의 몬스터 숫자와 일치한 다.
방문은 두 개.
각 문 뒤로는 한 마리씩밖에 존재하 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는 무력 면에서는 월등 한 바클란 군단의 영역이다.
견졸의 데클란 군단과 비슷한 이름 인데,이름 따위만 그렇다.
이것들의 체구와 힘은 견졸들을 압 도한다.
대신 개체 수는 적은 게 바클란 군단 이다.
“이동명령이다.”
우리는 문 앞으로 옮겨 졌다.
원거리 공격 스킬을 가진 녀석들이 포수 역할을 하고,탱킹용 스킬을 가
진 녀석들은 포수 앞에서 방어하며, 근거 리 공격 스킬을 가진 녀석들은 좌 우로 배치되어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진영.
나와 사선처럼 인장이나 별 효과 없 는 아이템만 가진 녀석들은 최후방으 로 배치됐다.
진영 자체는 평이하다.
용병들이 병풍처럼 우두커니 서 있 는 것만 빼면 말이다.
각성자들은 그런 용병들을 슬슬 불 만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추적자 대머리가 문을 열었 다.
끼이 익 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전방을 노려보 았다. 저기에서 뛰쳐나올 게 천사가 아닐 거라는 것만큼은,지독한 어둠이 알려 주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만 팽팽했다.
어떤 소리도 뛰쳐나오는 것도 없었 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가득한 가운 데,이선이 추적자 대머리에게 재차 확인했다.
대머리의 기감(氣感)은 틀리지 않았 다.
소 대가리를 단 거구의 몬스터는 단
지 통로 끝자리에서만 서성거리고 있 을 뿐이었다.
몬스터와 이선의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못하는 거 리였다.
이선과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문은 좁지만 통로는 넓다. 빠르게 진 입해서 이 진영을 다시 갖출 수 있지 만,이선은 결국 선발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소 대가리를 달고 있다 해서 우졸(牛 卒)이라 불렸다. 우졸은 제 괴력으로 대상을 뭉개 버리거나 사지를 찢는 걸 즐겼다.
스킬 구성에 맞춰서 편성된 선발대 였으나,결과는 예상대로다.
처절한 비명.
“으아아악!”
“도와줘! 아! 아! 살려 줘어어어엇!” “크억!”
갑자기 시작된 비명 소리에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물들었다.
이선이라고 그리고 사선이라고 다르 지 않았다.
진영은 바로 흐트러졌다.
각성자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 질 치다 보니 병풍이었던 용병들과 뒤 섞여 버린 것이다.
그때 쿵쾅거리는 소리가 시작됐다. 우졸은 체격만큼이나 체중도 상당한 녀석이었다.
선발대를 학살한 우졸이 입구 방으 로 뛰어들었다.
“괴…… 물! 괴물이닷!”
녀석은 일개 졸병 따위에 불과한데 도,등장만큼은 보스 몬스터와 하등 다르지 않았다.
“으억!”
우졸은 난데없이 나타나 용병 하나 의 목을 잡아 뜯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고작 한 마리에 놀라서 출구를 찾아
도망치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 는용병들이 제일 먼저였다.
누구는 넘어지고,누구는 앞사람을 잡아당기고,또 누구는 아무 말이나 소리쳐 댔다.
그 난리 통에 내 앞으로 뛰어 들어온 건 사선이었다.
“시,시…… 시선을 끌어 주면 내가 뒤에서 친다. 어디지. 어디지?”
그도 떨긴 마찬가지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겁쟁이 자식.”
“따라오시죠.”
사선을 우졸이 보이는 가시거 리까지
유도했다.
각성자 하나가 이선과 함께 우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각성자는 오줌을 지린 채로 벌벌 떨 고 있긴 하지만 제 할 일을 마친 상태 였다.
본래 속박의 인장을 지닌 녀석이었 다. 그렇게 우졸은 울부짖고만 있었 다.
우아아악,하고.
그런 우졸의 등에 군용 단검을 쑤셔 넣는 건 이선이었다.
이선은 허수아비나 다름없어진 우졸 의 등을 어지간히도 많이 쑤셨다.
우졸이 앞으로 넘어간 후에는 등에 올라타서 목을 그어 댔다.
그 작은 칼로 우졸의 목을 잘라 내고 야 말겠다는 듯이 말이다.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 태가 분명했다. 패닉에 빠진 눈에 남 아 있는 것이라곤 굉장한 집착밖에 없 었다.
그때 사선도 뛰어들었다.
둘이 우졸을 난잡한 솜씨로 도륙하 기 시작했다.
속박의 인장을 보유했던 녀석이 질 겁하며 도망쳐 버린 까닭은 그런 둘이 자아내는 광기 때문이었다.
우졸은 진즉 죽었다.
그래도 메시지는 뜨지 않는다. 처음 부터 파티라는 개념을 모르던 집단 아 닌가.
시작의 장에서는 퀘스트로 뜨지만, 아직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사선이 먼저 일어났다.
그가 이선을 잡아 세운 다음 큰 소리 로 외쳤다.
회장님이 직접 괴물을 처치했다는, 충성스러운 발언인 것 같았다.
그제야 소란이 잠잠해지기 시작했 다.
사전 각성자 다섯,용병 일곱.
사망자는 선발대 네 명을 포함해 총 열두 명이었다. 동료의 시신보다 우졸 의 시신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졸의 시신을 놓고 의사 둘이 달라 붙었다.
비전투 인원들도 합류해 있었는데, 그들의 의복도 엉망이 되긴 마찬가지 였다.
비록 최후방에 있었다고 해도,패닉 상태의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두 의사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
엉망이 된 그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우졸을 해부하기 시작한다.
작은 라이터 불빛 하나에 의존한 채.
“빌어먹을.”
사선이 주먹으로 바닥을 때렸다. 사망한 각성자 중에 제법 친했던 녀 석이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충혈된 눈으로 이를 갈았다.
“하나뿐이었다. 고작 하나뿐이었다 고. 찌르면 죽어 버리는! 그런데 왜. 왜!”
눈물까지 떨어졌다. 본 시대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본인들의 내전으로 세계를 망쳐 버
린 팔악팔선. 그들은 제 집단과 신념 앞에서 냉혈한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 었다.
그랬던 그들 중 하나는 울고 있고, 하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해부 광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선의 연설로 충만했던 열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선도 바깥에서 했던 연설을 다시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말이다.
이들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 을 테지만 던전 공략을 마쳤을 것이 다. 아니면 몇몇은 탈주의 인장을 확
보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서 가장 강력했던 무력 집단,레볼루치온의 전신(前身) 이 되는 거다. 그게 기존의 역사였다. 아직은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두 번째 방을 두고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대머리가 이선에게 보고한 숫자가 여덟이었다.
삽시간에 이야기가 퍼졌다. 사선도 그걸 주워듣고 돌아왔다.
“저 문 너머에 여덟 마리나 있다고 한다. 지금부터 나는 이것들에게 내 목숨을 맡기지 않을 거다.”
“그룹을 이탈하겠다는 겁니까?”
“아니,선발에 서겠다는 거다. 네 가…… 날 도와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나도 몰라. 내 옆에서 같이 싸 워 달라는 거지. 겁쟁이 자식들에게 휩쓸리다 죽느니,각 잡고 제대로 해 보자는 거다. 넌 적어도 겁쟁이는 아 닌 것 같으니까.”
“허가는 받고 하는 말입니까?”
“네 말이 맞았어. 지금 필요한 건 스
킬이 아니라 멘탈이지. 회장님께서도 공감하실 거다.”
사선은 자신 있어 했다. 그러나 어디 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
이선은 스킬 없는 사선을 전면에 세 울 생각이 없었다.
대신 이선은 용병 대장과 함께 진영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죽일 수 없는 악령이 아니라,칼로 찌르면 죽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지켜 보았다.
게다가 던전을 나가기 위해서 갖춰 야 하는 ‘퇴장 조건’이 퀘스트 완료라 는 사실 또한,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
도 알 수 있는 직감의 영역이었다. 괴물들을 죽이면서 어떻게든 나아가 야 한다. 그들이 깨달은 규칙은 간단 했다.
“잘되지 않겠지.”
사선이 진영 앞을 바라보며 중얼거 렸다.
“진영이 망가지면 앞으로 나갈 거 다.”
“내가 죽고 싶어서 환장한 녀석처럼 보이겠지? 아니야. 누구보다도 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너라면…… 알 거다.”
그러니까 도와줘.
사선은 그런 간절한 눈으로 나를 응 시했다.
그때 였다.
이선의 신호에 맞춰 문이 열렸다. 이 번에는 그 즉시 일어났다.
우졸들의 소 대가리가 문틈으로 빠 져나올 때,원거리 스킬 몇 개가 날아 갔다.
우졸은 고통스런 비명 소리를 동반 한 채 진영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 고는 진영 코앞에서 묵직하게 쓰러져 죽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영은 공고했다.
그러나 연이어 우졸들이 달려 나오 면서,진영은 말 그대로 박살나기 시 작했다.
우르르.
도망치기 위해 완전히 몸을 틀어 버 린 자들의 얼굴. 사색이 된 얼굴들이 정면으로 가득해졌다.
그때 사선이 제 쪽으로 도망쳐 온 한 녀석의 턱에 주먹을 먹였다.
그러고는 내게 소리쳤다.
“이런 녀석들에게 목숨을 맡길 테냐! 난 절대 그렇게 못 해!”
사선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밀려오 는 사람들과는 정반대 방향을 향해서.
그 방향에는 위기에 처한 이선이 있 었다. 난파한 배의 선장처럼 도망치는 자들에게 소리치고 있는데, 우졸 중 한 마리가 녀석 바로 뒤에 있었다.
비로소 이선이 그쪽을 눈치챈.
바로 그때였다.
내가 민첩을 극도로 끌어올린 것을.
쉐에엑 一
나는 달려 나간 그대로 우졸의 얼굴 을 터트렸다. 첫 번째 우졸은 그렇게 죽었다.
두 번째 우졸도,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다섯 번째 우졸도.
일격에 각 얼굴들이 터져 나갔다. 그
것들의 핏물과 살점들이 사방으로 뿜 어져 나가던 시각,여섯 번째 우졸의 것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우졸이 었다.
각성자 하나가 그것의 발에 깔려 있 었다.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치지만 우졸 은 끄떡없었다. 오히려 인간의 두개골 을 박살 내겠다는 둣,큼지막한 주먹 을 내리꽂는다.
우졸의 주먹이 각성자의 얼굴에 닿 기 바로 직전.
팍!
내 발끝에 박혔다. 휘청거리는 우졸
의 목을 움켜 쥐었다.
그것이 힘을 쓰기 시작한 것도 잠깐, 힘을 쓰면 쓸수록 자신의 목을 옥죄어 오는 힘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 던 것일까.
우졸은 제 목을 쥐고 있는 손을 떼어 놓기보단, 그 주인을 죽여 버리기로 생각을 돌린 것 같았다.
우졸의 양 손이 내 얼굴을 노리고 양 측에서 들어왔다.
그게 우졸의 마지막이 었다.
콰직!
축 늘어져 버린 우졸의 시체를 끌고 갔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던 때였 다.
진로에는 사선도 있었다.
그가 경악스런 얼굴로 나와 우졸 시 체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길을 비켰다. “이봐. 조슈아.”
이선 앞에 우졸의 시체를 던지며,녀 석의 이름을 뇌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