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찾았다, 약점!
조지는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자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바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랄까.
직감적으로 놈들이 이미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었어.”
조지가 이곳으로 올 때 꼬리가 붙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본부의 연락과 거의 동시에 에워싸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곤란하네······’
스페셜원이라는 슈퍼솔져는 사이먼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그런 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일 수 있을까?
아니, 못 한다.
날 죽이려고 한다고 해도 저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저변에 있는 이상 말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죽인 슈퍼솔져, 신풍과는 달랐다.
신풍의 대원들은 그 기술의 유래,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뇌수술을 받고 인간성을 제거한 놈들이었다.
실제로 오쿠타마의 마을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기도 했고.
하지만 스페셜원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킹을 당한 탓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니 목숨으로 책임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압하기엔 또 너무 많아.’
신체능력도 그렇지만 51구역에서 탈주한 자들이 삼백 명이란다.
미리 염력이 연결된 상태라면 문제없겠지만, 삼백 명을 상대로 전투 중에 염력을 걸고 그들의 목숨을 신경 쓰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각개격파도 어려울 텐데.’
서로 시야로 공유할 수 있는데다, 통신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팀웍에 있어서는 거의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 숨을만한 곳이나 비밀통로가 있나?”
본사에서 국장실의 비밀공간을 경험한 것처럼 여기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싶어 던진 질문이다.
그래도 첩보계 고위인사가 사는 집이니 말이다.
“지하에 벙커가 있네. 아무리 슈퍼솔져라도 거긴 어쩌지 못할 거야.”
역시나 있구나.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기엔 문제없을 것 같다.
***
사이먼은 포토맥 강 너머 숲속에서 VR기기를 쓰고 있었다.
그는 그걸 통해 슈퍼솔져들의 시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중이었다.
‘지금쯤이면 소식을 들었을 텐데 왜 움직임이 없는 거지?’
사이먼은 타겟인 서훈과 브라이언 볼드윈이 저택 밖으로 나왔을 때 일제히 공격명령을 내릴 생각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서훈을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
분석에 따르면 사방에서 총공격을 하는 방법이 그나마 42%의 확률에 근근이 도달하는 수준이었고, 서훈은 불가능하더라도 함께 있는 브라이언 볼드윈은 85%의 확률로 죽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저택을 통째로 날려버릴까?’
사이먼은 상공에 띄워놓은 군사용 드론 서른 기를 의식했다.
일명 프레데터(포식자).
무장은 다연발 로켓포에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폭격기 못지않은 화력을 지니고 있는 신무기였다.
‘아니야, 서훈은 그 정도로 죽지 않아.’
그가 프랑스에서 저지른 사건 중 하나였던 물류창고 폭발사고.
서훈은 그런 폭발 속에서 살아나왔고 털 끝 만큼도 다치지 않았었다.
그러니 프레데터로 폭격을 가한다고 해서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1, 3, 5, 8조 진입한다. 나머지는 타겟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키도록.
그때 스페셜원의 부대장으로부터 작전지시가 나왔다.
그리고 아무리 해킹을 했더라도 사이먼은 그걸 제재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타겟제거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네.’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어차피 처음의 목적은 슈퍼솔져를 이용해 그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가능하다면 브라이언 볼드윈을 제거하는 것이니까.
서훈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헌터들이 모인 후 진행해도 계획에 어긋남이 없었다.
-여기는 3조, 2층에는 타겟이 보이지 않습니다.
-5조, 1층도 마찬가집니다.
-8조, 지하실에서 문을 발견했습니다. 재질로 보건데 벙커입니다.
수색 중인 슈퍼솔져들은 곧장 지하로 향했고, 사이먼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지하실 바닥에 위치한 입구는 마치 잠수함 뚜껑처럼 생긴 형태였다.
‘설마 같이 벙커에 들어간 건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벙커로 대피했다는 건 기습을 알았다는 건데 서훈이 슈퍼솔져가 두려워서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볼 때 서훈의 능력은 삼백 명이 아니라 미국이 보유한 슈퍼솔져 전원이 와도 어쩌지 못할 정도의 능력자였다.
-타겟은 이 안에 있군.
주변흔적을 살펴보던 스페셜원의 대장이 한 말이었다.
-이제 어쩝니까?
-핵 벙커는 아니지만 지금 장비로는 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사이먼은 일단 서훈을 나오게 만들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핵벙커가 아닌 이상 프레데터에 장착된 헬파이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벙커 안에서 헬파이어 삼십 발을 맞으면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이먼은 깊게 고민하지 않고 시험해볼 생각으로 발사버튼을 눌렀다.
내부로 진입한 슈퍼솔져들의 목숨 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 거침없는 손놀림이었다.
***
“저건 뭐지?”
나는 벙커 내부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바깥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하늘을 향한 카메라에 비친 화면에서 드론을 발견한 것이었다.
‘사이먼이 저걸 통해 보고 있는 건가?’
그 해커놈은 분명 지난번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곳을 보기 위해 저런 걸 사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조지가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말해주듯 드론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프, 프레데터!”
“프레데터? 그게 뭡니까?”
조지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UW(유나이티드 웨폰)에서 개발된 차세대 군사용 드론이라고 답해주었다.
특징은 자유자재로 곡예비행이 가능해 격추가 어렵고, 대공 방어가 가능한 다연발 로켓포에 공격용 헬파이어까지 장착된 만능드론으로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신무기였다.
“당신이 왜 UW도 껄끄럽게 생각하는지 알겠네.”
나는 브라이언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신무기를 킬러집단에게 넘기는 놈들이니 오죽할까.
모르긴 몰라도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 여기서 나가야 하네.”
브라이언 역시 조지 못지않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입구에 슈퍼솔져들이 우릴 죽이려고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데?”
“저길 보게 프레데터가 공격하려고 하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화면에는 드론들이 일제히 방향을 저택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미사일을 쏠 듯이 말이다.
“여긴 벙커잖아. 드론에 달린 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
내 말에 조지가 답답한 듯 말을 받았다.
“헬파이어는 벙커버스터로 쓰이기도 합니다. 핵벙커라면 모를까 헬파이어는 못 막습니다.”
“여기 핵벙커 아니야?”
집주인에게 확인차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그렇네.”
“이왕 할 거 핵벙커로 하지, 뭐하러 싸구려를 해서는······”
“핵벙커가 돈 있다고 뭐 아무데나 막 지을 수 있는 줄 아나? 그렇다고 내가 아무나인 건 아니지만, 여긴 별장이네. 별장마다 핵벙커를 마련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변명은.”
그러는 그때 조지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만하십시오. 이미······ 늦었습니다.”
화면에는 검은 미사일 몇십 발이 하얀 연기를 꼬리처럼 달고 쏘아져오고 있었다.
슈퍼솔져들이 아직 입구에 서성거리고 있는데 사이먼이 벌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었다.
“안 늦었어.”
그 말과 함께 투명화를 사용하고 동시에 순간이동을 썼다.
벙커 내에서 바로 위인 지하실로, 그리고 그 위인 1층, 이어서 2층, 마지막으로 지붕까지.
열 번의 제한횟수 중 네 번을 연속으로 사용해 저택 꼭대기에 다다른 것이었다.
-콰아아아.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10미터 전방까지 도달한 상황.
나는 플로우로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조심스럽게 미사일에 염력을 걸었다.
-우뚝.
도합 삼십 발의 미사일은 정지버튼을 누른 것처럼 공중에서 멈춰 섰다.
추진장치가 아직 불을 뿜고 있지만 내 힘을 거스르고 나아갈 순 없었다.
‘저것들도 좀 치울까.’
상공에 있는 드론을 보며 전부 염력을 걸었다.
헬파이어를 소진한 이상 지하벙커를 어찌할 순 없겠지만, 사이먼의 눈이 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없애는 것이었다.
-쿠지직. 퍼엉! 펑! 퍼퍼퍼펑!
염력으로 움켜쥐듯 우그러뜨리니 장착되어 있던 로켓포가 터지며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공중에 띄워놓은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높이 날려 보내 한꺼번에 터트려버렸다.
위험한 물건도 치우고, 오고 있을 지원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호도 주기 위해서였다.
-꽈과과과과과광!
지옥불이란 이름에 걸맞게 하늘에 인공태양처럼 생긴 거대한 화염이 생성되었다.
눈부신 광채와 함께 하늘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열기를 내뿜었다.
나는 배리어를 치고 눈을 찡그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굉장하네.’
열기에 화강암으로 된 저택이 지글지글거리며 익을 정도였다.
이런 걸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여의고 배리어고 무용지물일 터.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다.
헬파이어가 이럴 진데 핵무기는 어떨까?
뉴스에서 북한 때문에 핵이란 단어를 너무 많이 들어서 매번 그런가보다 했는데,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왜 전쟁억제력을 가지고 있는 무기고, 핵개발을 금지하는지 말이다.
-팅, 티티티팅, 팅, 팅.
그때 뭔가가 배리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폭발의 파편도 있었지만 그중에는 총알도 있었다.
외부에 있던 슈퍼솔져 몇몇이 나를 발견하고 총격을 가한 것이었다.
‘같잖다는 게 이런 건가?’
이렇게 내려다보고 있으니 수백억을 쏟아 부었다는 저들이 그냥 개미로 보인다.
물리적인 힘의 차이도 있지만 사이먼 따위에게 이용당하고 있기에 더 그러했다.
“저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이먼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볼드윈 저택이 둘러싸인 숲은 너무 넓었고 이렇게 보아서는 절대 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 저놈들을 추적하면 사이먼에게 가지 않을까?’
놈은 내가 염력을 걸어서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니 이대로 도망치듯 사라져주고 몰래 뒤를 따르는 것도 좋은 생각이란 판단이 들었다.
어차피 저들을 죽일 수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그곳을 떠나버렸다.
땅바닥을 기는 개미는 날으는 새를 쫓아갈 수 없듯 아무도 따라올 순 없었다.
***
‘왜? 왜 그냥 가버린 거지?’
미사일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밖으로 끌어냈으니 지금부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망이라니.
설마 그가 그렇게 휑하니 사라져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사이먼은 일단 후퇴라는 명령코드를 입력해 슈퍼솔져들을 물렸다.
브라이언 볼드윈을 지키기 위한 부대와 경찰병력이 조만간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천천히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저택을 포위했을 때, 처음부터 서훈은 나서지 않았었다.
브라이언 볼드윈과 함께 벙커에 숨어버렸던 것.
애초에 싸울 의도가 없었다는 건 이유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뒤에 있는 걸 알 텐데 싸우려고 하지 않았어. 왤까?’
자신이 슈퍼솔져를 해킹했고, 그들을 이용해 공격했다는 걸 CIA를 통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패턴으로 볼 때 싸우는 게 당연한 반응이었다.
‘적이 너무 많아서?’
아니다.
슈퍼솔져 삼백 명은 엄청난 전력이긴 하지만 서훈의 능력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잠깐만······’
머릿속으로 영상을 되짚어보던 사이먼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것.
저택 꼭대기에 등장했을 때, 총격을 가한 슈퍼솔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전력 때문은 아니니 생각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지인이 있었을까?’
아니다.
슈퍼솔져들은 얼굴과 신원이 군사기밀에 준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게다가 모두 얼굴을 가렸으니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설마······ 조종당하는 거라서?’
지금까지 서훈을 노린 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명령코드를 입력해 공격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사이먼의 머리가 무섭게 돌아가며 과거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망자들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약점!’
그는 함부로 능력을 쓰고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
너무 쉽게 인명을 해하는데다 대학살도 주저하지 않기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 그 나름의 기준이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