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지금 죽이나 나중에 죽이나 다를 거라고 생각해?
라크는 경악했다.
자신의 목을 붙잡고 그림자에서 빼낸 것도 그렇지만, 능력자체가 그의 손아귀로 흡수되며 힘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터(EATER)!’
퀸시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초능력.
에너지 드레인처럼 에너지만 흡수하는 게 아닌 타인의 능력자체를 빼앗는 능력이 이터였다.
조직 내에서 우스갯소리로 그런 힘이 있다면 스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종종 말하곤 했었는데 정말 그런 능력을 지닌 네오휴먼을 목도하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그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거지만 말이다.
“사, 살려줘.”
라크의 말에 테오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목을 쥔 반대쪽 손을 쥐었다 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두 노인을 죽일 때 사용했던 힘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라크의 능력을 흡수하며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능력의 편린.
일부분만 흡수했기에 일시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힘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말이다.
“내놔, 네 힘.”
테오는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공허한 느낌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능력을 세차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힘에 저항하는 라크의 움직임은 처량할 정도로 보잘 것 없었다.
그림자 컨트롤로 상대를 공격하지 못하는 건 물론 그 능력이 도리어 자신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막아내고 구속했기 때문이었다.
-꽈아악.
“으으으윽!”
실체화된 그림자는 팔다리를 옥죄고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라크는 이대로는 테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시!
그러니 죽기 전에 알려야 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 메리엄의 죽음, 그리고 그녀가 되살린 이터의 존재 등 여태껏 파악한 모든 정보를 말이다.
케이시는 그에 대한 정보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라크?
-내 힘도 지금 흡수하고 있어. 다 빼앗기고 나면 메리엄처럼 죽게 될 거야.
-……!
-이 자식, 정상은 아닌 것 같아. 이터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네오휴먼의 능력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는 테오가 메리엄과 맥 무어를 죽이고 염력을 사용했다는 말과 함께 그가 힘의 편린까지 흡수해 그걸 가능케 한 것 같고, 그들을 죽인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이런 힘을 가진 자를 네오휴먼이라 부르는 거군.
그 순간 라크와 케이시는 등골이 오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케이시가 라크에게 연결해놓은 텔레파시의 편린까지 흡수해 대화에 끼어든 것이었다.
-여자. 이건 네 힘인가?
케이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직.
그 순간 테오는 처음 염력을 사용했을 때처럼 단번에 그 힘을 소진하지 않고, 자신이 흡수한 능력을 운용해 케이시와 텔레파시를 이어버렸다.
그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너, 넌 도대체 뭐냐······”
라크는 두려운 눈으로 테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도 모르겠군. 내가 뭔지, 누구인지······ 하지만 그거 하나는 알겠어.”
“……?”
“너희들이 가진 그 힘은 여기를 가득 채워준다는 거.”
테오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짚었다.
그리고 그 손을 다시 뻗으며 라크가 쥐고 있던 남은 Neo-X의 금속튜브를 빼앗았다.
“잠에서 깨어나면서 들었다. 이걸로 날 깨운 게 맞지?”
“……”
“사용법이 뭔지 말해라.”
그 순간 모든 능력의 흡수가 끝났고, 테오는 그림자로 라크의 온몸을 빈틈없이 둘러싸버렸다.
이제 그를 죽여도 흡수한 능력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뿌드드득.
“아악!”
그림자가 전신을 쥐어짜며 압박을 가하자 라크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지고 혈관이 툭툭 튀어나왔다.
그 힘은 사람 하나 정도는 쉽게 짜부러뜨릴 정도.
원주인이었던 라크는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말해.”
“으으······죽여.”
그 대답과 함께 전신을 쥐어짜는 힘이 더 강해졌다.
온몸에서는 뼈가 바스러지고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끄어어억.”
“사용법이 뭐지?”
-우지직, 우직.
“아아악!”
최대한 고통을 가하려는 듯 테오는 강하게 압박하는 것만이 아닌 힘을 줬다 뺐다 반복하며 주물럭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찰흙을 가지고 노는 아이 같았다.
라크는 검은 피를 게워내며 힘겹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쿨럭······ 마, 말할 게······ 말할 테니까 제발······ 그만······”
“……”
“가, 가슴에 대고······ 뒤쪽을 누르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라크는 눈을 허옇게 뒤집으며 고개를 떨궜다.
쇼크로 의식을 잃은 것이었다.
-꾸지직!
테오는 조금의 표정변화도 없이 라크를 쥐어짜 고깃덩이로 만든 후 한쪽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Neo-X의 금속튜브를 쥐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저장소에 가득한 은색 보존탱크.
그 중에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줄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가 그 힘을 쫓아 다가간 탱크에는 엘리자베스 무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테오는 문을 강제로 부순 후 금속튜브를 가슴에 박고 Neo-X를 주입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과 혈관은 동결보호제가 가득했기에 Neo-X가 전신에 퍼지지 못했고, 신체 일부분만 활성화시키는 정도로 그쳐버렸다.
그렇게 되살아나지는 못하지만 그 신체일부를 통해 능력을 빼앗는 건 가능했다.
-슈우욱.
테오는 엘리자베스가 지니고 있던 힘을 흡수하며 그것이 마인드 리딩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맥 무어의 딸, 엘리자베스는 어린 나이에 불치병에 걸려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심리적 충격으로 그 능력을 각성했었다.
하지만 그 능력 덕분에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어린 나이지만 행복한 죽음을 맞았던 것이었다.
테오는 그 배경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힘을 온전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울룩, 불룩.
그 순간 엘리자베스의 가슴이 기괴한 꿈틀거림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도 네오 셀이 없기에 로베르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내 퍼엉!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부위가 터져나갔고, 그 충격에 엘리자베스의 얼어붙어 있던 시신이 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할짝.
테오는 입술에 튄 피를 혀로 핥으며 몸을 돌렸다.
이곳에는 더 이상 자신을 채워줄 것이 없기에 텔레파시가 연결된 그 여자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비잉, 비잉, 비잉.
스프링필드 지사 전체를 요란하게 만드는 소리와 함께 가드들이 달려왔다.
유혈이 낭자한 저장소의 상황을 확인한 중앙통제실의 지시로 움직인 것이었다.
“움직이지 마! 손들어!”
가드의 말에 테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그에 따른 살의를 읽을 수 있었다.
-촤아악.
위협을 느낀 그 순간 테오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요동치듯 밖으로 뻗어 나왔다.
수십 가닥의 실체화된 그림자 줄기들은 엄청난 속도로 가드들에게 달려들었다.
***
라크가 죽기 전에 알아낸 정보.
그것은 케이시를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고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었다.
테오 텔로스.
메리엄이 Neo-X로 살린 그의 아들이자 이터라는 능력을 가진 네오휴먼이었다.
라크의 말에 따르면 그는 메리엄과 맥 무어에게 연결되어 있던 내 염력을 흡수해 잠깐이지만 그 힘을 사용했고, 그걸로 두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이 새끼가 감히 내 걸 가로채?’
메리엄과 맥 무어.
그들은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죽일 타이밍만 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놈이 덜컥 죽여 버린 것이다.
허무했다.
아끼고 아낀 초코케이크를 다른 사람이 홀랑 먹어버린 기분이랄까.
‘일단 놈이 확실하게 빼앗은 능력은 그림자 컨트롤이야.’
그림자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그걸 제외하면 거의 무적이나 마찬가지인 능력이다.
‘그림자 컨트롤, 거기에 이터.’
그런 조합이라면 꽤나 위험하다.
멀리서 염력을 걸거나 반지의 능력을 사용해도 이터의 능력으로 그 힘을 흡수해버릴 테고, 물리적으로는 그림자 컨트롤의 범용성도 염력 못지않은 데다, 여차하면 그림자 속에 숨어서 도망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섣불리 상대하면 안 돼.’
라크가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지만 그는 아직 미지의 존재다.
또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이 가지 않으니 정보가 더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얻는데 퀸시를 이용할 순 없었다.
네오휴먼은 놈에게 먹잇감이 될 뿐이니까.
그런 조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슈퍼솔져였다.
하지만 브라이언 볼드윈, 그 의뭉스러운 자를 떠올려보면 조용히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저놈들을 이용할까?’
눈앞에 있는 잭과 사이먼.
스컬의 헌터 전부를 죽이고 둘만 남은 상황이었다.
이용만 할 수 있다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저들은 네오휴먼의 능력이 퍼지길 원치 않는 놈들이고, 헌터는 실력만 놓고 본다면 슈퍼솔져보다 월등히 뛰어나니 말이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두 놈의 대화를 들었을 때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서로 남을 테니 도망가라고 하는 걸 보아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리고 사이먼은 내가 해골가면을 죽였던 과거를 떠올린 건지 날 죽이는 게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무, 무슨 얘기 말입니까?”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오, 오해라니요?”
나는 오른쪽으로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일단 장소를 좀 옮기지. 슬슬 슈퍼솔져들이 깨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덤비면 귀찮거든.”
“……”
“왜? 내가 그놈들을 껄끄러워 하니까 희망이 있는 것 같아?”
“……”
“결정해. 대화를 하지 않겠다면 나도 여기서 끝장을 볼 거니까.”
사이먼과 잭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서 멀찍이 벗어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장소에 도착했다.
“이, 이제 말씀하십시오. 오, 오해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아까 너희들이 하는 말을 들었거든. 내가 베라와 로드라는 자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래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
“서, 설마 두 사람을 안 죽였다고 말하는 겁니까?”
“그래, 내가 안 죽였어.”
“거,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다, 당신이 그런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내가 지금까지 죽인 놈들이 한둘이 아닌데 그깟 두 사람 더 추가한다고 뭐가 달라져?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
“누가 나한테 뒤집어씌운 거야? 난 억울한 거 못 참으니까 말해봐.”
“어, 어차피 당신과 우린 적입니다.”
“맞아, 적이지. 한국에서도, 여기서도 너희들은 일방적으로 날 공격했으니까. 다짜고짜 죽이려고 덤비는데 가만히 모가지 내줄 이유가 없잖아?”
그때 잭이 나서며 내 말에 답했다.
“당신들 네오휴먼이 세상을 어지럽히니까 그런 겁니다.”
“세상을 어지럽혀? 뭐 동의할 순 없지만 부정해봤자 말싸움만 길어질 테니까 그렇다고 치자고. 그럼 세상을 어지럽히니 누명을 씌워서 죽여도 된다는 건가?”
“그건······”
“서로 죽고 죽이더라도 싸우는 이유는 확실히 하자는 거야. 아니면 차라리 내가 네오휴먼이니까 죽이는 거라고 해. 그럼 수긍할 테니까.”
“정말 두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지?”
내가 뻔뻔하게 되묻자 잭은 입술을 말아 넣더니 사이먼을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오해가 풀린다면 오늘은 보내줄 테니 말해봐.”
“그, 그게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
“말했잖아, 억울한 거 못 참는다고.”
나는 한껏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죽이나 나중에 죽이나 다를 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