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이런 게 혼이 담긴 구라지
내 도발에 잭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분노의 감정이 전달되었다.
“왜? 지금 확인해볼래?”
얼마든지 그렇게 해보라는 듯이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내 제안에 응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테니까.
사이먼은 처음부터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재, 잭, 그만해요.”
역시.
사이먼은 대화에 응할 생각인지 그를 제지하고 확인하듯 약속을 입에 올렸다.
“야, 약속 지키십시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린 후 옆에 있던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알아서 설명해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제, 제가 당신을 범인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이엘바이오와의 거래 때문입니다.”
“……”
“우, 우리는 이엘바이오 회장으로부터 당신에 대한 청부의뢰를 받았고, 로드는 베라를 킬러로 파견했습니다.”
“호텔에서 있었던 그 저격을 베라라는 놈이 한 건가?”
“그, 그렇습니다.”
사이먼은 이후 내가 베라를 사로잡은 후 그녀의 몸을 컨트롤해 로드까지 납치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내가 그 사건의 피해자였고, 보복으로 그런 짓을 했으며 내 능력이면 그럴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
“……그게 다야?”
“다, 당신이 엮였고 당신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덜떨어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X신이었네.”
나는 담배연기를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 저격의 배후가 맥 무어라는 건 나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 본사에 찾아가서 만났을 때 트러블이 좀 있었거든. 이 정도 정보는 너라면 확인할 수 있을 거야.”
“……”
“그리고 난 그 저격수를 놓쳤었다. 그게 너희들의 짓이었다는 건 지금 알았고.”
“거,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다, 당신이 놓칠 리가······”
그런 사이먼의 말을 단칼에 자르면서 말했다.
“베라라는 그놈, 눈치가 엄청나게 빠르더라고. 저격이 실패하자마자 숨어버렸는데 나라고 잡을 재간이 있겠어?”
“……”
“뭐 좋아. 잡았다고 치자. 그리고 그놈을 이용해서 로드라는 놈도 납치했다고 치자고. 그럼 내가 그들에게서 유력한 배후인 맥 무어의 이름을 캐냈을 텐데 왜 그놈은 안 죽였을까?”
“……!”
“설마 내가 못 캐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사이먼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리고 고민이 끝났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까 맥 무어 회장을 배후로 짐작했다면서 왜 그를 찾아가지 않았습니까?”
“확실하지 않으니까.”
“다, 당신이라면 찾아가서 입을 열게 만들 수도 있을 텐데요.”
“난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움직인 적 없어. 저격한 놈을 잡았다면 모르겠지만 놓친 이상 확신을 가질 수 없었고,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든다고 해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을 거거든.”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슈퍼솔져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갯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저놈들을 껄끄러워하는지 알아?”
“……?”
“네가 네 입으로 그랬잖아. 난 그놈들을 죽이지 못할 테니까 그놈들로 위장할 거라고 말이야.”
“다, 당신에게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봤습니다.”
“잘 봤네. 정확하게 말해주자면 난 내 눈으로 X짓거리를 보게 되면 그게 누구든 주저하지 않고 죽여. 반면에 내가 직접 확인한 게 아니면 죽이지 않아. 스페셜원? 저들도 분명 명령을 받아서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적도 있을 테고, 51구역을 탈주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겠지?”
“……”
“근데 내가 그걸 직접 보지를 못했네? 그러니 껄끄러운 거야.”
내 말에 잭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럼 당신은 죄를 지은 사람만 죽인다는 겁니까?”
“그래. 단, 그 죄의 경중이 많이 다르지만.”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이죠?”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도 내가 볼 때 아닐 수 있으니까. 난 법의 잣대가 아닌 내 기준을 들이밀거든.”
“……?”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놈들은 가만 안 둔다는 뜻이야. 난폭운전을 하는 놈들은 차까지 통째로 절벽으로 던져버리고, 성추행을 하는 놈들은 대갈통을 부수고, 욕설을 하는 놈들은 혓바닥을 뽑아버리고 싶어서 못 참겠거든.”
잭은 콧김을 길게 내쉬더니 물었다.
“정말 그 기준을 제외하고 한 번도 사람을 죽인 적이 없습니까?”
“야, 사이먼. 네가 말해봐. 아까 줄곧 날 지켜봤다며? 내가 그런 적이 있었나?”
내가 질문을 던지자 사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잭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저 말이 다 사실이란 말입니까?”
“사, 사실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런 짓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입니다.”
나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끼어들었다.
“풋, 니들은 아니란 거야? 아니면 네오휴먼은 죽여도 된다고 법에 명시라도 되어 있어?”
“네, 네오휴먼은 법리를 벗어난 존재입니다. 그,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 어머니께서 그러더라고. 내가 처음 초능력을 발현했던 게 서너 살 즈음이라고 말이야. 그때 너희들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
“말해봐. 갓난아이라도 법리를 벗어난 존재, 네오휴먼이니까 죽일 거야?”
“……”
“대답 못하는 걸 보니 죽여본 적 있나보네.”
사이먼은 진땀을 흘리며 입을 달싹거렸다.
할 말은 있지만 생각처럼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잭은 심각한 표정으로 사이먼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이먼, 그게 정말입니까?”
“흐, 흔들리지 마십시오. 네, 네오휴먼은 우월한 힘으로 우리들 인간을 벌레취급 하는 존재들입니다. 여, 역사적으로 그들이 저지른 살인행위가 그걸 증명합니다.”
“……”
“그, 그리고 서훈은 그 누구보다 많은 인명을 해한 네오휴먼입니다.”
나는 담뱃불을 탁탁 털어 끄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누구보다 많은 쓰레기를 치웠지. 너희들도 그중 하나가 될 거고.”
“……”
“꺼져, 약속대로 오늘은 보내줄 테니까.”
순순히 보낸 후 내 뜻대로 이용해먹을 생각이었다.
“아참, 그 재수 없는 반지는 거기 내려놓고 가. 네놈들 목숨값이니까.”
내 말에 사이먼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그, 그런 조건은 없었잖습니까.”
“방금 생겼어. 갓난아이를 죽였다는 걸 시인했잖아? 아까 말했지? 난 직접 X짓거리를 확인하면 죽인다고.”
“……”
“아까의 약속 때문에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걸 다행으로 알아. 놓고, 꺼져. 다섯 센다. 하나, 둘······”
잭과 사이먼은 서로 바라보더니 이내 사자의 반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 순간 놈들에게 염력을 걸었고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조, 조만간 찾으러 오겠습니다. 자, 잘 보관하십시오.”
그렇게 두 사람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들이 충분히 멀어진 걸 확인한 후에야 피식 웃었다.
“이런 게 혼이 담긴 구라지.”
***
잭은 서훈으로부터 10km 밖까지 벗어난 후 사이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플로우의 감각으로 주변을 빈틈없이 살펴본 후 입을 열었다.
“추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자, 잠시 쉬었다 가죠.”
사이먼은 피곤에 찌든 한숨과 함께 나무에 기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스컬은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 상황이었다.
CIA에 의해 킬러들도 죽거나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는 헌터까지 전멸이나 다름없는데다 로드 라이언까지 생사가 묘연하니 말이다.
게다가 문제가 또 생겨버렸다.
‘잭까지 저런 상태라니······’
서훈으로 인해 그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주변으로는 그걸 바로잡아주는 게 어려웠다.
애초에 그런 부분은 제이크 반이나 로드 라이언이 맡았던 부분이니 말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이란 걸 알았을 때도 방황이 심했었다고 했는데……’
플로우, 히스테리칼 스트랭스, 그리고 버서커.
이 힘은 네오휴먼에 맞설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문제는 계승이 불가능했다.
여러 가지 수련법이 고안되었지만 결국 스스로 깨우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스컬은 헌터의 수가 한두 명 정도로 극히 적어졌던 시기에 복제인간기술에 손을 대게 되었다.
잭은 물론 서훈에게 죽은 제이크 반 역시 복제인간인 것이었다.
백 년 전 압도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역사상 최고의 버서커라 불렸던 존재.
그의 이름이 제이크 반이었고, 스컬은 그의 유전자를 이용해 헌터의 명맥이 끊이지 않는 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처지 때문인지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자주 혼란을 느끼는 심리적 약점이 있기도 했다.
“사이먼.”
그때 말없이 가만히 있던 잭이 입을 열었다.
사이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나, 나중에요. 지, 지금은 피곤하니까 나중에 해요.”
그가 대화를 피하자 잭은 수심이 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나만 대답해주세요. 정말 스컬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도 죽입니까?”
“……”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대답만 하면 되잖아요?”
“……”
“그 대답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잭의 재촉에도 사이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에게는 너무 어려운 대답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대답이라기보다 설명이 어려웠다.
어떻게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X나 어렵지.”
그때 숲속에서 말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사이먼은 눈을 번쩍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장에 구두까지 멋이란 멋은 다 부린 남자가 거기 있었다.
“미, 미하엘? 꼬, 꼴이 그게 뭡니까?”
그는 헌터들이 서훈을 포위했을 때, 합류하지 않고 지켜본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유는 어이없지만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간 스타일을 구기기 때문이었다.
“뭐가? 멋있기만 한데.”
“그, 그렇게 차려 입고 오느라 늦었던 겁니까?”
“늦게 온 덕분에 그놈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휘파람으로 알리지 않았으면 기습당해서 다 죽었을 걸?”
“도, 동료들이 죽었을 때는 왜 안 나타났던 겁니까?”
“기습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거든. 결국 그런 기회는 없었지만.”
“……”
“듣던 것보다 더 괴물이던데? 우리 애들 도착하기 전에 슈퍼솔져 먼저 싸그리 기절시키고, 사자의 반지 가지고 있는 너희들만 남겨놓고 순식간에 다 죽여 버렸잖아. 그러고도 끊임없이 주변과 너희들을 경계하면서 빈틈이라곤 조금도 안 보이더군.”
미하엘은 행커칩을 뽑아 바위 위에 펼친 후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잭을 가리키며 물었다.
“쟤는 누구야? 내가 모르는 신입이 있었나?”
“제, 제이크의 아들입니다. 이, 이름은 잭이고요.”
“아, 쟤가 걔구나. 제이크 젊었을 때랑 똑같이 생기긴 했네.”
“……!”
사이먼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미하엘을 바라보았다.
로드와 자신 외에 그림자의 존재를 또 아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뭘 그렇게 놀래?”
“아, 알고 있었습니까?”
“넌 몰래 알아냈는지 몰라도 난 제이크에게 직접 들었거든.”
“어, 어떻게······ 그, 그건 극비인데······”
“복제인간도 사람이야. 비밀을 공유할 친구 한 명쯤은 필요한 법 아니겠어?”
제이크와 미하엘의 시작은 라이벌 같은 관계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고, 오랜 조직생활 끝에 친구같은 존재가 된 것이었다.
“잭이라고 했지?”
미하엘은 시선을 돌려 잭의 이름을 불렀다.
“네.”
“아까 그 질문 말이야. 대답을 듣고 싶어?”
“미, 미하엘!”
사이먼은 황급히 그를 제지하려했다.
헌터들 중 미하엘의 생각이 가장 자유분방하고 뚜렷한 기준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스컬은 그렇게 해왔어. 공적인 이유는 잠정적 분란의 제거. 하지만 사적으로 헌터들 개개인이 각자의 가치관과 이유가 있었지. 그러니 너도 스스로 판단하고 그런 걸 가지도록 해.”
미하엘은 사이먼을 무시하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지, 지금 뭐하는 겁니까? 그, 그런 식으로는······”
“어린애 아니야. 복제인간이라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또한 스컬이 이 녀석을 태어나게 했다고 해서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
“하, 하지만······”
“착각하지 마, 사이먼. 네 일은 정보수집과 분석이지 헌터의 사상교육이 아니니까.”
“……”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사이먼은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네 할 일을 해. 베라와 로드, 두 사람을 찾는 거 말이야.”
미하엘은 서훈의 설명을 듣고 자신 역시 그의 주장대로 두 사람이 살아있고, 모종의 이유로 암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