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어떻게 알았지?
-푸헉.
시커먼 토혈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위장에 알약을 넣자 나온 반응이었다.
이경호는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하고 나를 노려본 채 즉사했다.
‘각성제만큼 독약도 효과가 좋네.’
사람이 저렇게 단번에 죽을 수 있다니.
다음에는 꼭 확보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 자식 왜이래?”
전민성은 죽은 이경호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엉덩방아를 찧었다.
“형, 왜 그래요?”
나는 능청스럽게 연기를 했다.
“이 새끼······ 죽었어.”
“네?”
다가가서 눈을 벌려보고 목에 손가락을 대보는 등 사인을 확인하는 척을 했다.
전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 확실히 죽었어. 독 같은 걸 먹은 거 같아.”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쪽으로 물러섰다.
“이제 어쩌죠?”
“뭘 어떡해, 일단······”
“……”
“후우······”
전민성은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일어서서 이경호의 시체를 잡아끌었다.
“어쩌려고요?”
“소각로에 넣고 태울 거야.”
“네?”
“지금 이 상황, 경찰로 넘어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
나는 짐짓 모르는 척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널 변호해도 의심받게 될 거야. 국과수에서 만났던 형사들 기억하지?”
“박인섭 계장이랑 차동욱 팀장 말이죠?”
“그래. 그 사람들이 알면 분명 의심받아. 특히 박인섭 계장, 그 사람이 촉이 장난이 아니거든.”
“그렇다고 태우자고요?”
“너도 내심 바라는 거 아니야?”
정답이다.
내가 그에게 바란 것이 지금의 모습이고.
“검사가 그래도 돼요?”
이경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써서 물었다.
“윗대가리들은 돈도 받아 처먹고 접대도 받고 정치검사니 뭐니 그러고 다니잖아. 평검사는 뭐 불법 좀 저지르면 안 돼?”
“그쪽은 보통 경제사범이잖아요.”
“자본주의에서는 경제사범이 제일 나빠, 인마.”
“······”
“빨리 와서 거들어. 이 새낀, 뭘 처먹었는지 무거워 죽겠네.”
나는 미소를 입에 머금고 오른손으로 이경호의 어깨를 붙들었다.
“어? 왜 이렇게 가볍지?”
“둘이 들어서 그렇죠.”
“그런가?”
우리는 그대로 이경호의 시체를 소각로에 넣고 시작버튼을 눌렀다.
전민성은 손을 탁탁 털더니 나에게 물었다.
“이 차는 어떻게 할까?”
“제가 처리할게요.”
“어쩌려고?”
“으슥한 곳에 가져가서 세워두죠 뭐.”
“나중에 네가 필요할 때 쓰려고?”
다 안다는 눈이다.
나는 그저 싱긋 웃어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굳이 답할 필요 뭐 있겠나.
“대포차 잘 아는 놈 있으니까 번호판 하나 받아서 줄게. 괜히 끌고 다니다가 단속 걸리지 말고.”
“……”
“내가 도와준다고 했잖아. 같이 시체까지 태운 마당에 내외하지 말자, 우리.”
맞는 말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한 배를 탔다고 봐야지.
애매한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알았어요.”
“대신 한 가지만 부탁할게.”
전민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네가 누굴 죽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상관 안 할게. 근데 앞으로 일반인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
“일반인 나름이겠죠.”
“뭐?”
“내가 사람을 죽이는 기준은 하나예요.”
“그게 뭔데? 돈?”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원장이요.”
“원장? 뭔 소리야?”
“세상에 원장 같은 놈들이 참 많더라고요. 특히 폭력, 아동학대, 성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반드시 죽여요. 눈에 거슬리거든요.”
“……”
“난 있죠. 거창한 정의감을 가지고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도 아니고 원장에게 받은 피해를 그들에게 대신 앙갚음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살인욕구를 참지 못하는 미치광이 살인마도 아니고.”
“그럼?”
전민성은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내 방에 모기나 바퀴벌레가 있으면 잡아 죽이고 싶은 거.”
“……”
“가끔은 그렇게 생각해요. 난 법이라는 울타리 밖에 있는 괴물이 아닐까라고. 저는 법의 울타리를 넘어서 내 영역으로 들어오는 놈들을 못 견디는 거예요.”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찾아다녔을 것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범죄자만 해도 한둘이 아니니.
하지만 난 찾아가진 않는다.
그저 내 눈에 띄면, 거슬리면 죽일 뿐이다.
“그거 혹시 동족혐오, 뭐 그런 건가?”
“동족은 무슨, 그냥 모기나 바퀴벌레라니까요.”
“그럼 저 안에서 불타는 저런 놈들은?”
“별 차이 없어요.”
“청부업자가 별 차이가 없다고? 너 도대체 어느 정도나 센 거야?”
“글쎄요.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 중에는 그나마 형 공격했던 그놈이 제일 위험하긴 했었는데……”
그때 그놈은 독충 정도는 될 것 같다.
모르고 다가갔다가 쏘이면 내가 죽지만, 알고 다가가면 내가 죽일 수 있는.
-삐삑.
그때 소각로가 가동을 멈추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경호의 시체가 재가 된 것이다.
“일단 나가죠.”
우리는 트럭 화물칸에서 내린 후 뒷문을 닫았다.
나는 운전석으로 가기 전에 전민성에게 당부했다.
“미연이 누나 당분간 일 나가지 말고 집에도 가지 말라고 해요. 호텔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아까 네 얘기 듣고 우리 집에 데려갈 생각이었어. 걱정하지마.”
“괜찮겠어요?”
“야, 나 대한민국 검사야. 감히 누굴 건드려?”
장난기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 나왔다.
“형, 그리고……”
“뭔데? 말해.”
“박미향 의료기록 있잖아요. 거기 수술한 의사가 누군지도 기재되어 있죠?”
“집도의? 당연히 있지.”
“그 사람에 대한 자료 좀 나중에 보내줘요.”
“박미향이나 브로커들과 뭐가 있는 거야?”
“그런 거 같아요.”
“알았어. 알아보고 보내줄게. 더 필요한 건 없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때 갑자기 전민성이 문을 탕탕 치며 말했다.
“야, 잠깐만. 너 미연이 죽이려고 한 의뢰인은 어떤 놈인지 알아?”
“몰라요. 그래서 지금 바로 알아보러 가려고요.”
“혼자 가도 괜찮겠어?”
“벌레라니까요.”
“하하하, 알았어. 어서 가봐. 뒤처리 필요하면 전화하고.”
“그럴게요.”
나는 차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었다.
그리고 염력이 연결된 방향을 감지했다.
‘북쪽이네.’
브로커가 타고 간 차의 위치가 희미하게 느껴진다.
정확한 거리는 모르지만 꽤 멀다.
나는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
그의 등장과 함께 데이지가 갑자기 쓰러졌고, 이어서 장의사 이경호까지 트럭 아래로 떨어졌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자신이 있던 곳과 거리도 있는데다 골목이 어두워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정체불명의 남자에 의해 두 사람이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그 남자도 청부업자?’
실력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도 상당한 베테랑.
첫 실전이라 해도 교도소에서 달리아에게 십년을 훈련받은 데이지, 그리고 장의사라지만 이쪽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경호를 단숨에 쓰러트렸으니 말이다.
‘또 새로운 청부업체가 생긴 건가?’
이쪽 바닥이 그렇다.
신규업체가 생기면 기존업체를 잡아먹고 규모를 키우는 걸 당연하게 여기니까.
근 오 년간 잠잠하더니 다시 잡초들이 자란 것이 분명했다.
‘빨리 싹을 잘라야겠어.’
브로커를 직접 노리지 않고 현장의 청부업자와 장의사를 노린 것은 브로커의 정체나 소재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방증이었다.
그렇다면 데이지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려 했을 테니 그녀의 스마트폰을 챙겼을 터.
특수 제작된 스마트폰의 보안이 절대 뚫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제이는 그전에 놈의 위치를 알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운전대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뚜르르르.
블루투스에 의해 전화연결음이 차내에 울렸다.
잠시 후,
-네, 제이.
“휴식기인 걸 알지만 조금 급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안가로 바로 와줄 수 있나요?”
-급한 의뢰입니까?
“만나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죠.
제이는 이후로도 네 명에게 더 같은 식으로 연락을 돌렸다.
총 다섯.
그녀가 모은 현직 청부업자의 수였다.
***
포천 인근.
신북면 일대에 가까운 곳에 도착했다.
눈에 보이는 건 거의 논밭, 그리고 산.
그리고 드문드문 시골주택들이 자리해 있었다.
타겟은 그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 산 아래에 자리한 집에서 느껴졌다.
‘저런 곳이면 인적도 없을 거고, 소란이 생겨도 근처 주민들에게 들리지 않을 거야.’
나는 트럭을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끌고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다.
“어디보자, 뭘 챙길까……”
화물칸의 무기들 중 가장 먼저 전기충격기를 오른손에 들었다.
살상력은 쇠망치가 좋겠지만 이쪽이 사용과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와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가는 철사 몇 가닥을 꼬아놓은 와이어로 1미터 정도 되는 길이였다.
아마도 목을 조르기 위한 와이어 같았다.
나는 트렌치 나이프로 양끝을 사선으로 잘라 날카롭게 만들고, 가닥가닥 풀어 왼팔의 깁스 위에 감았다.
무기는 그걸로 충분했다.
‘그럼 가볼까.’
방향을 집 뒤에 자리한 산으로 잡았다.
높은 곳에서 집을 살펴보기에도 좋지만 산의 지형을 대충이라도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만약 저곳에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있다면 산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일종의 사냥터로 삼은 것이다.
‘몰카 때문에라도 쳐들어갈 순 없지.’
놈들의 영역 내엔 뭐가 있을지 모른다.
아무리 몰카탐지기가 있다지만 마당이 포함된 집 전체를 혼자서 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테니까.
-사삭, 사삭.
낙엽이 쌓인 산은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난다.
어둠이 내린 산속은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면 적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나한텐 더 유리하지. 낙엽을 밟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산등성이를 넘어 주택의 뒤편에 자리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1층짜리 시골주택이었다.
‘담벼락 바깥에 주차된 차가 여섯 대, 그런데도 이런 적막감이라······’
시골에 사람이 모이면 시끄럽기 마련이다.
필시 집안행사가 있는 것이니.
하지만 저기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건지 불도 꺼져 있는 것이 무척이나 고요했다.
‘작업용 차량인가?’
어쩌면 대포차를 모아 놓고 돌려가며 쓰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한 집에서 가지고 있는 차량 치고는 개수가 너무 많아. 그건 너무 눈에 띌 거야.’
아마도 오늘 모인 것일 터.
추정하자면 최소 여섯 명, 혹은 스무 명 가량.
다수의 인원이 모여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차는 분명 이경호와 박미향이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출발했었다.
분명 내 모습도 보았고.
그러니 킬러들을 모은 것인지도 몰랐다.
‘바로 뒤따르지 않았으니 모을 시간은 충분했겠지.’
다수의 청부업자.
그 중에 그때 그놈 같은 놈이 하나라도 섞여 있다면 위험하다.
전민성에게 벌레라고는 했지만 그런 놈은 독충이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밤에는 눈을 볼 수도 없으니까 더 조심해야해.’
어두운 탓에 먼 거리에서는 눈알뽑기를 사용할 수가 없다.
지니고 있는 무기를 활용해 제압을 하거나 죽여야 하는 것이다.
‘어?’
그때 다섯 명이 갑자기 집안에서 마당으로 달려 나왔다.
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지?’
나는 어둠 속에 더욱 웅크리고 그들을 주시했다.
그때 서로 무언가를 얘기하던 놈들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