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8
마법 수련 (1)
애니카가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고 하자 어머니 엘레나가 놀란 표정으로 여자가 그런 것을 배워도 되는지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하는 것보다 뭐라도 배우는 것이 좋고 마법사가 되면 나중에 좋은 혼처를 만날 수 있다고 하자 그럭저럭 수긍을 했다.
사이먼은 애니카에게 마법을 배우도록 했지만 의뢰를 나가야 했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몬스터를 만나서 전투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매번 노숙을 해야 했고 의뢰를 하는 내내 걸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인근 영지에 가는데 보통 5~6일 정도가 소요되기에 그 시간 동안 저녁에 시간을 내서 검술만 수련했다. 보통 용병들은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 수련을 하는 편이라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다들 마나를 검에 주입하기는 하지만 엑스퍼트에 이르지는 못해 오러를 사용하지는 못하는구나.’
사이먼은 직접 보지 않아도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보통 C급이 가장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었고 B급 이상은 따로 조용한 곳에서 수련을 했다.
수련을 하는 것을 보면 대충 그들의 수준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마나유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사이먼은 제대로 된 마나 검술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당한 수준의 마나친화력을 가진 것 같은데 마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제대로 된 마나검술을 알지 못해 잘못된 방식으로 수련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마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런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되자 자신의 안목이 높아진 것을 깨달았다. 아울러 개선할 점도 보이고 그들이 나중에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지 예측이 되기도 했다. 이는 검술 수준이나 마나에 대한 감각이 높기에 가능한 것 같았다.
‘A급이라면 나의 수준을 알 수가 있으니 절대 오러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굳이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지.’
사이먼은 자신의 실력이 알려지면 득보다 실이 많기에 수련을 하면서도 주의를 기울였다. 마나유저가 되면 C급 용병이 되는데 어려움이 없기에 사이먼이 D급이지만 사실상 C급의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라면 그저 괜찮은 용병이기에 그 정도가 가장 적당했다.
사이먼은 대략 한 달에 두 번 정도 의뢰를 수행했다. 의뢰를 수행하고 받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어쨌든 남자로서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서클 마법사는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정찰을 하거나 경계를 하는데 정말 유용하다. 더구나 노숙을 할 때 마법사가 존재하면 상당히 편리한 면이 많다.’
마법은 전투를 하는 것보다 생활에서 더 유용한 것 같았다. 그러나 마법사가 있는 경우 더욱 마나 서클을 가진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다행이라면 가장 서클이 높아도 3서클 정도라 들키지는 않았다.
‘3서클이 되면 마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더구나 3서클 마법부터는 마탑에서 통제를 하기에 마법서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 능력이 있어도 마법실력을 높일 수가 없다니.’
마법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 크라인에게 들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라인이 말한 것은 그저 일면을 전부인 것처럼 말한 것이라 경우에 따라 맞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애니카도 마탑에 가지 않으면 마법서를 구하지 못해 다른 마법을 익히지 못할 수 있다. 마탑에 가서 마법을 배우면 반대로 각종 제약이 많다. 그것도 문제이군.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을 몰래 가르쳐 주는 것이 최선인가?’
그나마 마법사에게 마법의 출처를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적당히 4서클 정도만 되면 충분하니 그 정도라면 몰래 가르쳐 주면 될 것도 같았다. 적당히 마법서 형태로 만들어서 의뢰를 하던 중에 다른 지역에서 구입했다고 건네면 될 것도 같았다.
‘그건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니 그 때 가서 생각을 하자. 이렇게 되면 검술이건 마법이건 수련할 시간이 부족한데 의뢰를 조금 줄여도 되겠군. 반년이 조금 더 지난 시기에 C급이 필요한 실적은 거의 다 채운 것 같으니.’
당장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니 의뢰를 많이 수행할 이유는 없었다. 횟수를 줄이고 수련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나마 D급에서 C급으로 올라가는데 필요한 의뢰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1년에 10일 정도 수행하여 10회 정도만 의뢰를 수행하면 되었다.
크라인이 근무지로 부임하자 집에는 어머니 엘레나와 애니카만 남았다. 물론 외갓집 식구가 있기에 크라인이 용병을 할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였다.
사이먼은 일을 줄이고 휴식을 좀 더 길게 가졌다. 크라인이 집에 없기에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사실은 의뢰를 수행하러 나가면 수련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통 의뢰를 나가지 않으면 수련장에서 하루를 보내었다. 용병이 되기 전에도 그렇게 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로 포장을 쳐서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련을 한다는 점이었다.
“오빠, 이렇게 하면 진짜 마법사가 되는 거야?”
한쪽 구석에서 애니카가 명상을 하다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한 달 넘게 마법을 수련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마나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게 마나를 모아야 마법사가 되지.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나가 느껴질 거야. 그러니 믿어야 해. 마법은 믿지 않으면 실제로 구현이 되지 않아.”
“알았어요.”
“지루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해. 책에 자세히 마법에 입문하는 것이 나와 있지? 어쨌든 마나를 느낀 후에 마나 고리를 만들어야 마법을 배울 수 있어. 아마 리튼 아저씨가 마나를 느끼면 오라고 했을 거야.”
“맞아. 그 전에는 아무리 와도 소용이 없으니 오지 말래. 마나를 느끼는 것이 뭔지를 모르겠어. 그냥 저절로 알게 된다고만 말하고.”
그런 말이 상당히 무책임한 말이지만 가장 적절한 방식이기도 했다. 스스로 마나를 느낀 것과 인위적으로 마나를 느낀 것은 향후 수련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진짜로 저절로 느끼게 되고 그 느낌을 말로 알려줄 수가 없어. 마나를 느끼는 순간 이게 마나구나 알게 되지.”
사이먼도 달리 알려줄 수도 있지만 굳이 해주지 않았다. 그런 것에서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오히려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데 오빠 오러를 만드는 거야?”
“봤니?”
“당연히. 그거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것 없지. 더구나 나는 아직 D급 용병인데 오러를 사용한다고 하면 진짜 귀찮게 되지.”
사이먼은 애니카에게 알려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드러내놓고 검술을 연습했었다. 마법을 배우게 하자 전처럼 귀찮게 하는 면이 많이 사라졌다.
“샌디가 내가 마법을 익힌다고 같이 놀지를 못하니까 같이 마법을 배우면 안 되냐고 하던데.”
“정말로 배우고 싶어 하면 네가 배워서 그대로 가르쳐 주면 되지. 안 될 것은 없지 않아.”
사이먼은 외사촌 동생인 샌디가 마나친화력이 별로 없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 이미 사전에 둘 다 검사를 해보고 애니카를 위해 마나감별장치를 준비했었다.
“그렇게 하면 되겠다.”
“우선 글부터 제대로 읽으라고 해. 너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샌디는 아직 제대로 글도 읽지 못하잖아.”
앤더슨과 동갑인 샌디는 글공부에 전념하지 않아 제대로 글을 읽고 쓰지 못했다. 샌디의 일은 외삼촌네가 알아서 할 일이라서 사이먼은 애니카만 제대로 가르쳤다.
“알았어. 그렇게 말해줄게.”
샌디가 마나친화력이 없어 마법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덕에 글이라도 제대로 배운다면 다행이라 생각해서 말리지 않았다.
사이먼은 집에서 수련을 하다가 관문 밖으로 나갔다. 영지 개척 작업을 하면서 기존 관문은 항상 열어놓게 되어 마을 주민은 언제라도 밖으로 나갈 수가 있게 되었다. 몬스터가 사라졌으니 위험하지 않으니 굳이 통제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는 애쉬튼 산의 주변으로 새로운 방벽이 세워져 그쪽으로 나가는 곳에 새로운 관문이 생겼다. 새롭게 방벽 안쪽으로 된 관문 밖은 개간이 한창이었다.
사이먼은 애쉬튼 산으로 가는 관문으로 가서 통과를 했다. 정식 용병이 되면서 위험한 지역인 관문 밖도 언제든지 출입할 수가 있게 되었다.
사이먼이 용병패를 제시하자 경비병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몬스터 사냥을 나갈 때 혼자 나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러 명의 용병들과 더불어 사체를 운반할 비슷한 숫자의 인부들도 같이 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산기슭에서 짐승이나 소형 몬스터를 사냥하려고요. 수련을 해도 진전이 없어서 그런 식으로 실전 연습을 하려고요.”
경비병도 아직은 사이먼과 같은 하급용병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영지에서 징집한 병사로 대체될 것이지만 아직은 용병이 경비를 하고 있었다.
“조심하시오. 기슭에도 종종 오크도 튀어나오는 수가 있으니.”
초보용병도 되지 못한 견습용병인지 나이가 꽤나 되어 보이는데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용병 중에 검술 실력이 미치지 못해서 견습용병으로 있는 경우도 많았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런 경비병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수고하십시오.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하고 산을 향해 다가갔다. 사이먼은 전에 갔던 계곡에 갈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마법 배낭에 밧줄도 여러 개 준비를 해놓았다. 동굴 내부의 동혈을 탐사할 수 있다면 할 생각이었다. 물론 동혈 안은 차갑기에 적응할 수 없으면 바로 물러날 생각이었다.
가는 길을 잘 알기에 사이먼은 거침없이 달려갔다. 물론 그렇게 가는 탓에 몇 번이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고블린이나 떠돌이 오크였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사전에 준비한 몬스터 처리용 포대에 담아 배낭에 집어넣었다.
몬스터를 사냥하여 현장에서 몬스터를 해체할 경우 오염이 되고 피 냄새가 진동하여 몬스터를 모으기에 아예 전용포대에 넣어 밀봉을 하여 통째로 가져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으니 대부분 몬스터 사냥꾼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포대에 담아 사체 그대로 몬스터 처리장에 가서 판매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이먼은 몬스터 사냥을 한다고 나온 것이니 일정 수의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피면서 산의 중심으로 들어갔고 한참을 달려 전에 왔던 계곡에 당도했다. 가다가 마주치는 몇 마리의 몬스터를 더 잡았다.
전에는 절벽을 오를 때 긴장을 했지만 이번에는 쉽게 올라갈 수가 있었고 목표로 한 작은 계곡에 도착했다. 주변에 샐핀이 있지만 채취할 생각은 없었다. 판매를 할 수도 있지만 굳이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샐핀의 존재를 알려 그 출처에 대한 의혹을 갖게 할 생각은 없었다.
계곡 입구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는데 동혈로 들어가자 역시나 차가웠다. 램프를 켜고 들어가자 전보다 더 차가운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거 음의 마나가 준동을 하네.’
전에 음의 마나가 있다고 느꼈지만 차가운 바람에 음의 마나가 많이 섞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음의 마나 때문에 주변 기온이 차가워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날이 풀려 초여름이 되어 가는데 이렇게 한기가 강한 것은 음의 마나가 공기마저 차갑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변의 뜨거운 공기가 접근하지 못해 한기가 유지되는 것이었다. 일종의 음의 마나가 방벽의 역할을 하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추워지고 있었다.
‘한 번 음의 마나를 몸 안으로 받아들여 볼까?’
안으로 들어가다가 너무 추워서 그냥 밖으로 나와서 그런 생각을 했다. 추위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건 추위가 문제가 아니라 음의 마나에 내성이 생기지 않아 전보다 더 참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서 전에 앉아서 마나를 운용했던 곳에 앉아서 마나를 운용했다.
‘여기는 양의 마나와 음의 마나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분포하고 있다. 여기라면 두 가지 종류의 마나가 균형을 이루게 흡수할 수 있다.’
사이먼은 마나 고리를 움직여서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방치를 하다시피 마나 고리를 그대로 두었기에 마나 고리를 움직이는데 익숙하지 않아 조금 시간이 소요되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회전하면서 마나를 모으더니 차츰 회전이 빨라지면서 두 가지 성질을 가진 마나를 동시에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나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마나 고리가 점점 존재감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저절로 마나 고리가 크기를 키운 것인가? 처음보다 그 크기가 더 커진 것 같은데. 마나를 저절로 모으다니 이거 그냥 놔두어도 경지가 높아지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나 고리의 회전을 통제하자 유입된 마나가 차츰 압축이 되어갔다. 아울러 몸 안에 있는 그의 마나까지 일부 끌어들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압축이 더 되지 않아 일부의 마나가 마나홀에 남아있게 되었다. 마나홀에 있던 잉여 마나가 서클의 회전에 휩쓸리자 서클 주변을 따라서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