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38
미지의 탐사 (1)
“크라인이 수도에 오면 자칫 뒤로 물러난 자들이 결집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가 있어 나는 지금이 이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고 보네. 더구나 크라인은 용병대나 길드에 있던 자들도 싫어했지만 우리와도 그렇게 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지 않나? 그저 우리가 나쁘지 않아 보조를 같이한 것이지. 기사가 아니어도 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것이야. 그렇게 자유롭게 살도록 두는 것이 모두에게 좋아.”
프랑코의 생각에는 크라인을 사비올라로 불러들이는 것이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한데 크라인의 아들이 수련을 한다고 잠적했으니 앤드류와 또 일이 터질 것 같은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군. 자기 이름과 크로이엘님의 이름을 걸었다니 그냥 말장난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고.”
프랑코의 말에 제임스는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일이 아주 고약하게 꼬여 저들이 자유롭게 되었을 때 일이 생기면 골치 아파질 수밖에 없지. 사비올라를 벗어나서 분쟁이 확산되면 감당이 쉽지 않아.”
사실상 용병 길드의 두 실세인 프랑코와 제임스는 앞날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추수가 시작되고 스타니엘 자작이 개척지의 관문경비대장을 소집하자 크라인도 영주관을 방문했다. 특별한 내용을 말하기보다 예측한대로 겨울을 앞두고 몬스터가 준동할 것이기에 모두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내가 경을 따로 보자고 한 것은 최근에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여 마음이 심란할 것 같아서 일세.”
“심려를 끼쳐 송구합니다.”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닐세. 한데 아들이 수련을 한다면서 잠적을 했다면서? 듣기에 용병길드에서 터무니없는 짓을 하였다고 하는데 경과 왕도의 용병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져서 지금의 사태가 일어난 것인가?”
크라인은 스타니엘 자작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말해야 상황을 이해할 것 같았다. 결국 적당히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상당히 자세히 경과를 말하기 시작했다.
“음, 결국 용병대의 가입 제안을 거부하는 것에서 대립이 시작되었고 스타리안 남작부인을 위시한 여러 귀족이 개입하여 중재를 하자 소강상태가 되었다는 말이지.
그런 분쟁이 싫어 결국 왕도를 떠났다는 말이군. 그런데 세리카나 지역에서 제3 용병대를 만들려는 자들이 왕도에 가서 프리타 용병대와 접촉했다는 말인가?
거기서 경을 제거하면 용병대 등록을 책임진다고 해서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군. 경이 영지의 기사라 영지로 와서 일을 벌이기 곤란하니 자네 아들에게 해코지를 하여 자네를 끌어내려고 한 것인가? 다행히 사이먼이 실력이 좋아 실패를 했고 왕도에서 그 사실이 밝혀진 탓에 전모가 드러난 것이겠지?”
스타니엘 자작은 사전에 상황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물론 조사한 것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면도 있었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러 온 감찰관이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다고 하던데 그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자도 뭔가 이유가 있어 그런 짓을 했을 것인데.”
“석년에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용병대에 속한 자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던 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놓고 적대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런 무리가 움직인 것 같습니다.”
“왕실에서 주도하는 사정을 통해 용병 길드 주변을 정리했는데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이군. 하나 크라인 경이나 경의 아들을 노린 것은 우리 영지에 위해를 가한 것이니 경의 일과는 별개로 영지의 영주로서 조치가 필요한 일이야.
도망간 자들은 수배를 하고 척살령을 내려야 하며 다른 곳에서 처벌을 받는 자들은 그들의 처벌이 끝나면 우리 영지에서 신병을 이관 받아 별도의 처벌을 할 생각이다.”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크라인은 달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영지의 기사로 서임을 받은 것이니 당연한 조치였다. 이것은 귀족인 스타니엘 자작의 권위에 관련된 문제로 크라인과 별개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일은 나나 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차대 영주가 될 케인스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야. 나는 같이 수련을 하는 아이들이 케인스가 차대 영주가 되면 지근거리에서 보필을 하도록 할 요량으로 그 아이들을 모았네. 그 중에 경의 아들인 앤더슨이 있고 앤더슨이 그 중심에 있네. 그 말은 경의 일이 앤더슨에게 이어질 것이니 간과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
“송구합니다.”
크라인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변명을 하자면 구구절절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은 그리 좋은 처신이 아니었다.
“한데 경의 막내딸이 마법에 자질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금은 집에서 큰애가 구해다준 마법서를 보면서 혼자 마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혼자서 마법서를 보면서 마법을 익힌다는 말인가? 아무리 낮은 클래스의 저서클 마법이라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크라인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이 전해준 마법서가 다른 마법서와 다른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도 수도 없는 용병 마법사를 보았고 마법서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살피기도 했다.
검사가 가장 많이 상대하는 것은 역시 검사이지만 가장 꺼려하는 존재는 수준이 아무리 낮더라도 마법사였다. 언제 방심을 하다가 기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무슨 마법이 있는지 어떻게 대처할지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법을 마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용병 마법사들이 가진 마법서는 저서클 마법이다 보니 하나의 마법에 한 장이나 두 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이먼이 가져온 마법서는 대부분 마법 하나당 10여 페이지에 달하고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 혼자서도 마법을 익힐 수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그런 사정을 말하기는 조심스러웠다. 사이먼에게 묻지 않았지만 그 마법서의 출처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어 보였다. 더구나 사이먼이 수기로 작성했다는 것을 보면 마법에 대해 식견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저 소일거리로 생활에 쓸 수 있는 간단한 마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마법이라도 몇 개 배워두면 나중에 괜찮은 혼처라도 있을까 하여 시키는 것이니 영주님께서 관심을 가질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 나이에 서클을 만들었다면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지. 그 나이에 앤더슨이 마나소드가 된 것보다도 더 대단한 일일세. 그런 인재를 방치하는 것은 마법계만이 아니라 왕국으로서도 커다란 손실일세. 그러니 늦기 전에 제대로 교육을 받도록 했으면 하네. 아끼는 막내딸을 곁에서 떼어 놓는 것이 아쉬울 것이지만 영주관으로 보내도록 하게. 내가 처음부터 제대로 기초를 닦아주도록 할 것이네.”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크라인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의 생각에도 마법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애니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장황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도 결국 애니카를 데려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이먼이 언뜻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최소한 용병 마법사 리튼의 제자가 되는 것보다 좋은 기회가 수도 없이 많으며 그 중에 하나가 영주의 제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을 했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영지에 얽매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에 사이먼이나 크라인도 같은 생각이었다.
“당장 데려오고 싶지만 어쨌든 아직 어린 애이니 해가 바뀌면 보내도록 하게. 그 사이에 그 애가 머물 준비를 해놓을 것이네.”
새해까지는 대략 세 달에서 조금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크라인은 결국 승낙을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마가렛은 검술을 수련하다가 멈추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여자로서, 숨겨진 왕족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전부였다.
“예나, 다행히 크게 문제가 없이 종결이 되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다행히 표적이 되지 않아 몇몇을 제외하고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왕실에서 고아원 관련 부분은 자칫 좋지 않은 부분이 드러날까 염려하여 함구를 했습니다. 정보를 다루는 분야나 근위기사들도 덮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아원의 운영을 왕실에서 관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현재 검토 중에 있습니다.”
“‘천사의 집’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인가요?”
“현재 정보조직은 ‘왕의 안식처’의 수장인 오렐리어스 백작님이 총괄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정도 사실상 지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 주위에 있는 근위기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인적자원을 공급하는 곳을 정비할 생각이라 합니다. 결국 왕도 사비올라에 있는 20여 개의 고아원과 직할영지에 있는 30여 개의 고아원을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통합을 하지 않더라도 정보조직에서 제외가 된 우리가 관장하는 천사의 집은 직속으로 두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가렛은 ‘천사의 집’을 넘기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힘을 상실하는 것이기에 그리 달갑지가 않았다. 현재 고아원은 권력의 한축을 지탱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중요한 원천이기도 했다.
왕실에 충성을 하는 자들을 육성하는 방법은 부모가 없는 고아를 어릴 적부터 충실하게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특히 정보기관을 운영하는데 가족이 없는 고아를 이용하는 것이 용이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자칫 그것을 지키려고 하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겠죠. 한데 제 문제는 말이 없나요?”
“다행히 그런 조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렐리어스 백작이 우리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폐하께서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니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마가렛은 달리 말을 하지 않고 검을 자리에 두고 연무실에서 나왔다. 그런 다음에 세면장으로 갔다.
“이번에 크라인이란 용병이 화제가 되던데 천사의 집 출신이 맞죠?”
“그렇습니다. 사실 그 선배가 용병대에 들어간 선배들과 대립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나 언니가 그 선배와 같이 검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나는 현재 저택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기사들의 맏언니이기도 했다. 그들은 남매라고 할 정도로 자랄 때는 긴밀한 관계이기도 했다.
“특히 프리타 용병대의 레온 선배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레온 대장과 우리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지만 말입니다. 서로 대립한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사비올라를 떠났다고 들었는데 현재 스타니엘 자작님이 영주로 있는 피오르드 영지에서 기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필이면 스타니엘 자작님의 곁에 있다니 이상하군요.”
마가렛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우연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가 않았다.
사이먼은 동굴에 들어가서 밧줄을 고정시키고 동혈로 내려뜨렸다. 밧줄의 길이는 대략 100m 정도 되었다. 그런 다음에 밧줄을 몸에 고정시키는 장치를 연결하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에는 마법배낭을 매고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동안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여 내려가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고 미루다 보니 이제야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사이먼은 천천히 어둠 속에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크 라이트라는 마법을 전개하면 시야를 확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다가 자칫 동혈에 가득 차 있는 음의 마나가 폭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에 그냥 어둠을 헤치고 내려가고 있었다.
사이먼은 시각이 제한이 되기에 청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몸에 부착한 또 다른 밧줄을 내려뜨린 상황에서 그 밧줄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하고 있었다.
동전에 구멍을 뚫어 3m 길이의 가는 밧줄에 매달아 혹시라도 그가 내려가는 방향에 이상한 것이 없는지 사전에 감지하도록 하고 있었다. 동전 무게 때문에 팽팽하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만일에 바닥에 닿거나 튀어나온 것이 있다면 동전이 걸려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에 사전에 감지할 수 있었다.
사이먼이 청각으로 주변을 최대한 감지하면서 내려갔기 때문에 한참을 내려간 이후에 마침내 바닥에 닿을 수가 있었다. 밧줄이 대략 30m 정도 바닥에 남았기에 깊이가 70m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나석을 이용한 램프를 켰다. 주변의 마나와 격리가 되어 있어 음의 마나가 가득한 동굴 안에서 작동이 되었다.
사이먼은 몸 안에 있는 마나를 돌려 음의 마나로 인해 몸이 굳는 것을 방지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이지만 그냥 바닥이 아니라 옆으로 새로운 동굴이 뚫려 있었다. 동혈의 직경이 20m 정도 되었지만 옆으로 뚫린 동굴은 직경이 대략 4m 정도 되었다.
사이먼은 램프를 들고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은 대략 30m 정도 들어가자 드디어 직경이 30m 정도 되는 광장이 나타나면서 끝이 났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별다른 것은 없었다. 단지 벽에서 음의 마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사이먼은 특별한 것도 없이 벽에서 음의 마나가 나오는 것이 이상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음의 마나만 많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음의 마나의 분포가 조금씩 다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동굴 가운데 정좌를 하고 앉아서 동굴의 마나분포를 감지하려는 시도를 하자 조금씩 마나의 분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