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39
미지의 탐사 (2)
‘이건 마법진이다. 절대 자연적인 것은 아니다. 인위적으로 동굴 전체에 하나의 마법진이 만들어져 있다. 그 때문에 음의 마나가 생성이 되고 있다. 만들어진 것인지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저 마법진이 원인이다.’
워낙 마법진이 교묘하게 감춰져 있어 마법사라도 알기 쉽지 않아 보였지만 사이먼은 흑마법사이기에 음의 마나에 민감했고 그렇기에 감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사이먼의 능력으로 그 마법진을 제대로 감지할 수는 없었다.
‘최소 7서클 마법사, 아니 그 이상이 되어야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마법진이 고작 20cm 간격으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커다란 동굴에 20cm 간격으로 마법진을 인챈트시키는 것은 최소한 7서클, 아니 그 이상 8서클은 되어야 가능하다.’
흑마법사 헬로이안이 남긴 지식이 그런 것을 막연하게나마 가르쳐 주고 있었다. 사이먼은 얼마 전에 자신을 흑마법사로 만든 범인이 흑마법사 헬로이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이먼의 머리에 전이된 기억 중에 헬로이안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었다.
흑마법을 익히고 있는데 자신의 이름이 사이먼이라고 우연하게 생각했는데 자신이 헬로이안이라는 기억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결국 기억의 중간에 흐릿하게 헬로이안이라는 이름이 스며들어왔던 것이다.
사이먼은 헬로이안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오래 전에 흑마법사의 토벌을 피해 잠적한 엄청난 수준의 흑마법사로 신전이나 마탑이나 왕실이나 모조리 공적으로 지정을 한 악마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다시 나타나지 않아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는데 버젓이 살아있었고 사이먼을 흑마법사로 만든 것이다.
이는 마법전이의 부작용이었다. 헬로이안이 기억을 넘기면서 필요 없는 내용은 차단을 했지만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간간이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것이 들어 있었다. 종종 마법에 대한 인식이나 그 마법에 얽힌 일화 같은 것도 있었다.
아울러 마법 상점을 하던 마법사 프라인이 헬로이안의 첫 번째 제자라는 것도 알았다. 헬로이안의 수준은 8서클이고 프라인이 6서클이라는 것도 어렴풋하게 추리해 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워낙 흐릿한 기억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분명 수첩을 남긴 검사도 이곳까지 왔지만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를 이유로 음의 마나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그냥 떠나간 것 같다.’
검사가 마법진이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없어 보였다. 3서클 마스터 수준의 흑마법사인 사이먼으로서도 그저 막연히 마법진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는데 아무리 마스터 수준의 검사라도 이상한 느낌을 받는 것이 전부일 수 있었다.
‘음, 누군가 벽을 파괴하려고 했었지만 벽에 아주 미세한 검흔만 남기고 멀쩡하다. 그 검사가 이 검흔의 주인인가?
아니면 나중에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 아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검흔 자체가 보이지를 않는다. 뭔가 그대로 두면 세상에 해로운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하여 없애려 한 것이겠지.
그가 전개한 검술은 내 수준에서는 결코 전개가 불가능하다. 오러 블레이드로 이 동굴을 가득 채워야 이런 검흔이 남는다. 그럼에도 미미한 검흔만이 존재하는 것은 그런 정도로 마법진에 손상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일종의 보호마법이 걸려있다.’
시이먼도 일정 수준의 궁금증을 해소했지만 제대로 다 파악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음의 마나가 강렬해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 마법진이 그냥 단순한 마법진이 아닌 것 같았다. 만일 그 비밀을 밝히면 뭔가 대단한 것이 존재할 것 같았다.
헬로이안은 잠적을 하고 난 이후에 한동안 사이먼에 대한 것을 잊고 있었다. 흑마법사로 만들기는 했지만 그 수준이 미미했고 필요한 경우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헬로이안은 사이먼의 몸에 추적마법을 비롯하여 필요한 마법을 걸어둔 상황이라 언제라도 찾아낼 수 있기에 달리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프라인이 가져온 보고서에 사이먼에 관련된 이야기가 적혀 있어 흥미를 가지고 읽어 나갔다.
“허참, 재미있군. 더구나 그의 아버지 크라인이란 친구가 내가 한 때 몸담았던 천사의 집 출신이라니! 이거 조금 고민을 할 필요도 있는데.”
헬로이안의 말에 프라인도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다. 헬로이안의 과거에 대해서는 제자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대충 150년 전에 내가 천사의 집에서 나왔지. 거기서 마법에 자질이 있다고 왕립아카데미로 보내져서 마법을 익혔지.
물론 거기서 수석교관이던 스승님을 만나기도 했고 말이야. 그 때까지만 해도 순수한 흑마법은 그리 금지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100여 년 전부터 크로이엘 교단에서 전면적으로 금지를 했고 역으로 배신자들이 암중에 인정을 받는 분위기가 되었지.
그 이유가 스스로 마신이나 마왕이 되려는 배덕한 종자라는 이유로 말이야. 결국에는 순수한 흑마법사들이 배신자들의 배신으로 몰살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지. 나야 겨우 몸을 뺐지만 말이야. 그 후에 벌어진 일이야 이미 기록으로 잘 알고 있을 거야.”
뭔가 회한과 애환이 가득한 헬로이안의 말에 프라인도 달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친구가 대차군. 그들이 반드시 처단해야 할 흑마법사가 크로이엘의 이름을 걸고 복수를 천명하다니 교단에서 들으면 기겁할 내용이군. 이거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추적을 하려면 대단위 흑마법을 사용해야 했고 그러면 외부에 그들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직접 움직여서 근처로 가야 했기에 사이먼의 행방을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물론 제가 움직이면 추적을 할 수 있지만 굳이 추적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 멈추었습니다. 필요하다면 며칠 안에 찾을 수 있습니다.”
“되었다. 아직 급한 것도 아니고. 하여간 재미있는 동네야. 천사의 집은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곳이지. 천사도 있지만 악마의 자식도 독아를 드리우고 도사린 곳이지.
경비대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자도, 암흑가에서 온갖 나쁜 짓을 다하는 자도, 여기에 왕실을 보위하는 근위기사도, 심지어는 고아를 기르는 자들도 다 천사의 집 출신이지. 크라인이란 자는 천사에 가까운 사람인가? 레온이란 자나 앤드류라는 자는 악마에 가까운 자들인가?”
헬로이안은 혼자 무게를 잡고 말을 하다가 키득거리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기괴했지만 프라인에게는 워낙 익숙한 모습이라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의 나이가 이제 70이 되었지만 스승인 헬로이안에게는 여전히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현재 3서클이 되었을지 모르겠군. 흑마법이라고 기피하고 수련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차라리 잘 되었군. 대략 4서클 마스터나 5서클이 되면 세상에 나와서 복수를 시작할 것이니 그 때가 기대가 되는군.”
헬로이안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평가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보고서를 읽었다. 그의 얼굴에 담긴 미소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애니카는 새해가 되자 영주관으로 갔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영주관에 앤더슨이 있기에 조금 의지가 되기도 했지만 앤더슨에 대한 신뢰가 없기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앞으로 같이 생활을 하게 된 앤이라고 한다.”
애니카는 어머니 엘레나 또래의 귀부인이 자신을 맞이하자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다.
“케인스 도련님의 어머니이시고 앞으로 애니카 영애를 보살피실 분입니다.”
애나카가 크라인과 같이 오자 맞이한 갤러스 총관이 부가적으로 설명을 했다. 스타니엘 자작을 만나기 전에 먼저 앤에게 안내가 되었다. 영주관의 안쪽에 있는 별채에서 애니카가 머물기로 했는데 앤이 안주인 역할을 하기에 당연했다.
“애니카라 합니다.”
“앤더슨의 동생이라고 들었다. 마법사라면서? 잘 지내보자.”
앤은 애니카를 앞으로 생활할 거처로 안내해 주었다.
“사만다, 인사를 해라. 앞으로 애니카가 지내는 동안 모든 것을 살필 사람이다. 앞으로 애니카에 대한 시중은 사만다가 맡을 것이다.”
사만다라고 하는 시녀가 나서서 인사를 했다. 애니카보다 덩치는 작아보였지만 나이는 한두 살 더 많은 것 같았다. 애니카는 아버지 크라인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또래의 여자애들보다 훨씬 큰 편이었다.
더구나 마법을 배우면서 부쩍 성장하여 두 살이나 많은 사촌언니 샌디보다도 훨씬 더 키가 컸다. 꽤나 큰 키인 어머니 엘레나보다 더 키가 큰 애니카는 여자의 키로서는 상당히 큰 편에 속했다.
애니카는 집에서 그저 방 하나만 주어졌지만 여기서는 마치 집을 하나 받은 것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응접실도 있고 침실과 의상실에 공부방을 겸한 서재, 세면장까지 있고 한쪽에 작은 부엌도 딸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귀족영애의 거처였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랑 같이 식사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영주님과 같이 식사를 하면 경우에 따라 혼자 먹어야 할 수도 있고 같이 가서 영주님과 같이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때그때 통보를 해줄 것이다. 일단 가져온 짐을 풀도록 하고 쉬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고 앤이 나가자 사만다가 애니카가 가져온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애니카는 다른 짐은 사만다가 정리하도록 했지만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은 서재로 가서 직접 정리를 했다.
“서재는 내가 정리할 것이니 사만다는 다른 짐을 정리해줘요.”
“알겠습니다.”
사만다는 애니카가 안고 있는 가방을 서재로 가서 정리를 하자 마법사라는 들었기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랐다.
애니카의 짐은 옷 몇 가지 밖에 없기에 금방 정리가 끝이 났다. 애니카도 마법서와 노트를 서랍에 넣고 난 다음에 할 일이 없어 밖으로 나갔고 응접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사만다도 여기에 와서 앉아요.”
애니카는 자신이 시녀인 사만다보다 윗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귀공녀처럼 함부로 말을 하지 않고 적당히 편하게 말을 했다.
“옷을 갈아입도록 하십시오. 아가씨를 위해 마님이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사만다는 애니카의 옷이 지저분하기에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했다. 여행을 했기에 그리 상태가 좋지 못했다. 조금 지나자 일과를 마친 앤더슨이 찾아왔다.
“너도 여기 왔구나.”
애니카는 앤더슨을 노려보았다. 영주관에 오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앤더슨이 그 원흉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앤더슨이 말하지 않았다면 영주관에서 자신이 마법사인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사이먼이 실종된 후에 잠깐 들린 이후 집에 한 번 오지 않은 것도 맘에 들지가 않았다. 오려고 하면 필요할 때 휴가를 신청하여 언제든지 올 수가 있는데 오지 않은 것이다.
애니카가 노려보자 앤더슨은 약간 움츠러든 기색이 되었다. 앤더슨도 자신이 애니카에 관한 이야기를 한 덕분에 애니카가 영주관에 오게 되었지만 내내 쓸데없이 말을 한 것은 아닌지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애니카의 기색을 보니 역시 앤더슨을 탓하는 것이 분명했다. 눈초리가 가늘어 진 것 자체가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그러니 앤더슨은 죄인이 된 것처럼 저절로 시선을 피했다.
“이야, 네 처소는 정말 좋다. 내가 있는 곳은 방 하나에 침대와 옷장만 있는데.”
앤더슨은 애니카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돌렸다. 앤더슨은 소영주가 사용하는 별채의 부속 건물을 여섯 명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집에는 한 번도 오지 않더니 여기는 왜 왔어?”
애니카는 냉기가 흐르는 목소리로 물었다. 집에 있을 때도 앤더슨에게 말을 부드럽게 하지 않던 애니카였다. 더구나 앤더슨이 맘에 들지 않은 짓을 한 상황이라 역시 말이 곱지가 않았다.
“그냥. 네가 여기 왔다고 해서 말이야.”
한없이 위축이 된 앤더슨은 애니카에게 제대로 말을 붙이지 못하였다. 형인 사이먼에게는 한없이 상냥하고 재롱을 부리는 애니카이지만 앤더슨에게는 차갑기 짝이 없었다.
“제발 생각을 하면서 살자.”
애니카는 사만다가 보지 않도록 앤더슨을 보면서 작게,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한 마디를 했다. 앤더슨의 입이 싸서 결국 애니카에 대한 것이 영주관에 알려진 것이니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나야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것이고 이렇게 와서 마법을 제대로 배우게 되었잖아.”
“어쨌든 앞으로 나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나도 오빠한테 뭔가 말할 일도 없겠지만.”
앤더슨은 애니카의 말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덥석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여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앤더슨은 애니카를 비롯한 가족들이 자신을 불신하는 것에 속이 상했다. 자신이 악의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상황은 항상 좋지 않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애니카는 스타니엘 자작에게 불려온 이후에 일단 묻는 것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스타니엘 자작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애니카를 압박하고 있기에 사실 같이 있는 자체가 상당히 힘이 들었다.
“마법을 어디까지 배웠느냐?”
“매직미사일, 라이트, 매직볼, 파이어, 워터, 윈드를 배웠습니다. 부가적으로 애로우 계열은 아직 마나가 부족하여 제대로 전개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대지마법인 디그 마법도 역시 마나부족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 애로우 계열은 2서클 마법인데 벌써 익히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1서클도 전개할 수 있도록 된 간략마법인가?”
스타니엘 자작은 깜짝 놀란 표정이 되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