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68
마가렛의 귀향 (1)
사이먼에 대한 것은 아무리 기밀을 유지하려고 해도 소문이 나기 마련이었다. 사비올라에 모여 있는 왕족과 귀족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새로운 마스터의 출현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문의 진위부터 그 소문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고 노력을 했다. 아일라 2세에게 반기를 들기 위해 결집하려던 자들은 그 소식에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이란 행정아카데미 학생이란 말이지?”
코론 공작은 아일라 2세의 바로 밑 동생으로 나이도 고작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일러 3세의 왕후인 캐서린의 소생으로 왕의 재목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바로 위의 적장자인 아일라 2세가 후계자로 발탁되면서 결국 왕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물론 사일러 3세가 타계한 후에 계승전을 일으킬 생각으로 세력을 모으기도 했지만 사실상 세력의 열세가 너무나 확연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친형제끼리 골육상쟁을 벌일 경우에 비난이 클 수밖에 없어 참아야 했다.
그러나 아일라 2세가 즉위를 하고 그의 모든 형제가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야심을 품은 자들이 너도나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왕인 아일라 2세도 바보는 아닌지 각종 비리에 대한 사정을 시작하여 그런 움직임을 봉쇄하였다. 야심을 가지고 있던 자들이 포섭을 했거나 포섭하려고 작업 중이던 자들이 모조리 잘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구나 생각지도 않았던 이복여동생까지 새롭게 나타나서 설치기 시작하면서 뭔가 일이 이상하게 변하고 말았다. 그간 사정이 길어지면서 불만이 팽배해져 상황이 좋지가 않았는데 처낼 곳은 처내고 포용할 곳은 포용하면서 정국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정리가 끝나자 기회를 보던 자들의 외곽 조직이 대부분 다 잘려 나가고 말았다. 그렇다고 하여 야망을 품은 자들이 포기할 리는 없었고 어떻게든 세력을 보전하려고 했다.
문제는 누군가 먼저 나서서 일을 벌여야 했는데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아일라 2세의 왕권은 점점 굳건해지고 있었다. 희생을 되더라도 누군가 나서서 균열을 내야 하는데 먼저 나서면 실패할 것이 뻔해 나서지 않고 있었다.
강한 아일라 2세에게 제일 먼저 반기를 들어 대적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방법은 서로 연합하여 동시에 행동을 하는 것인데 그런 일을 꾸미려고 하면 비밀 유지가 생명인데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눈치를 보는데 마가렛의 암살미수사건이 터지면서 재차 암중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것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암흑가를 공격할 명분이 생기자 재차 무차별적으로 정리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난데없는 새로운 마스터가 나타나서 국왕의 진영에 합류했다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자신의 휘하에 마스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처에 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습니다. 비공개로 한다고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왕궁에서는 비공개가 아니라 공공연한 비밀로 만들려는 것 같습니다.”
참모인 팔레티안 자작의 말에 코론 공작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전시효과로 억제력을 발휘하려고 하고 있었다.
“누구도 허튼 수작을 부리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를 하는 것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아직 행정아카데미에서 수학을 하는 중이고 검증을 위해 시간을 두고 임용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언제라도 필요하면 왕의 검으로 사용하면서 그를 움직이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왕의 안식처’에 합류한 것 자체가 그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회유는 불가능하겠지?”
“그에게 접근하는 순간 정보조직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출신을 따져보면 회유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정략결혼까지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마가렛과 짝을 지어준다는 말이지?”
“그럴 것입니다. 특히 정기적으로 그 저택에 방문을 하고 심지어는 정원을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코론 공작의 얼굴에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뭔가 계기가 마련될 상황에서 일이 완전히 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왕 진영에 마스터가 있다면 그들이 언제든 선제적으로 공세를 취할 수가 있었다.
“신전에서 소식은 없는가?”
왕족들은 마탑이나 신전과 줄을 대면서 지지를 이끌어내고 강자를 영입하려고 했다. 공개적으로 개입은 하지 않지만 친분에 따라 암중에서 지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신전은 우호적인 귀족이 많아 세력을 불리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신전 내부의 문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세이런 왕국에서 카라이얼 교단이 들어온 것도 문제이고요. 포교활동이 시작되면서 주교들이 독자행보를 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알 리시온 추기경에 대한 탄핵은 면했지만 교황청에서까지 이단심판관을 파견하여 주시를 하는 것 같습니다.”
“신전마저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시간만 흘러 갈 수가 있는데 뭔가 다른 좋은 방도가 없는가?”
다른 형제들이 들고 일어나서 정국이 어수선해지는 상황이 와야 그가 나설 수가 있는데 누구도 나서지 않으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구도 먼저 나설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더구나 곧 있으면 주지사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새로 임명이 될 것인데 그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대 국왕의 형제나 사촌, 즉 그들의 숙부나 당숙이 물러나고 자신들이 주지사가 될 시기였다. 국왕인 아일라 2세에게 잘못 보이면 그런 자리도 차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원칙상 가장 선임부터 임명이 되는 것이 관례였다. 물론 왕실직할령도 서열이 정해져 있기에 서열에 맞게 임명이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꼭 그것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다. 국왕과 가까운 자를 중요한 자리에 임명하는 경우도 많았다.
더구나 지금은 공작이 둘에, 후작이 일곱이니 왕후나 왕비 소생 중에 하나는 주지사도 되지 못할 수가 있었다. 백작도 열 명이 넘어가는 상황이니 언제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 몰랐다. 왕도 사비올라의 경우에는 왕족을 시장으로 앉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왕의 측근을 시장으로 임명했다.
“모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고 주지사로 임명이 된 후에 내려가지 않고 버틴다면 자칫 그 자리를 놓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야심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어 집중 견제를 받을 수도 있었다.
결국 답이 없는 푸념을 하는 것이 코론 공작의 일상이었고 야심을 가진 모든 왕족들의 일상이기도 했다.
아일라 2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내내 갈등을 하고 있었다. 그 갈등은 전날 가진 저녁모임에서 거론된 내용 때문이었다.
“이제 벨라나 밀리의 결혼도 서둘러야 합니다.”
아일라 2세의 장자인 스물두 살의 그린달이 두 공주의 결혼에 대해 언급을 했다. 이제 나이가 열일곱인 두 공주는 모두 왕후와 왕비 소생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혼인이기도 했다.
“그 여자애에게 마스터를 맡길 생각이십니까?”
왕후인 카트리나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왕후는 그동안 마가렛을 중용하는 것이 내키지 않은지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고 다른 왕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면에는 아일라 2세가 숨겨진 여자를 만들고 아이를 낳지 않을까 염려하는 면도 있었다.
“본 왕후의 생각에는 그를 두 공주들 중에 하나와 짝을 지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카트리나가 공주들 중에 하나와 결혼을 시키기를 원했다. 현재 신분이 평민이지만 마스터라면 공주의 짝으로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금의 상황이 길어지면 자칫 마가렛의 힘이 너무나 커져 후환을 남길 수가 있습니다. 이제 영지로 내려 보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1 왕비인 레이나도 마가렛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못한 아일라 2세였다. 그들의 말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평민이지만 마스터였다. 그러니 공주들의 신랑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마가렛보다는 공주와 짝을 지어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공주들과 마가렛을 비교할 경우 공주들이 훨씬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라 2세도 그것을 알기에 함부로 두 공주를 사이먼의 짝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사이먼은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현재 행정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지만 그것은 오직 수련의 일환일 뿐이었다. 검사나 마법사는 수련을 하는 동안 결혼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여자를 까까이 하지 않기도 했다. 사이먼이 아카데미에 온 이후에 여자를 가까이 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니 지금 혼인을 제의해도 거절할 가능성이 높았다. 수련을 마친 후에 결혼을 한다고 미루기 시작하면 차일피일 시간만 흐를 수 있었다.
물론 군주의 명으로 억지로 밀어붙이면 가능할 것이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개인적인 혼인에 군주의 명을 내세우는 자체가 군주로서 자격이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주의 짝으로 만드는 것과 별개로 마가렛과 사이먼이 더 이상 밀착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는 있다. 또한 마가렛을 위해서도 이쯤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영지 합병문제로 인해 말이 나오는 상황이니 이 기회에 영지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도 같다. 나중에 그 애를 죽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아일라 2세는 마가렛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간 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정리할 시기였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은 서운할 것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는 이 정도에서 마가렛이 정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백작의 생각은 어떠시오?”
아일라 2세의 질문에 오렐리어스 백작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부적인 상황으로 보면 지금 마가렛을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외부의 상황을 보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정치상황이 불안정하여 아직까지는 마가렛의 수완이 필요했다.
“제 역량이나 다른 자들의 역량이 마가렛 영애의 수완을 당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2~3년은 더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심 없이 현명하게 대처할 인사는 없습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마가렛이 없는 것이 자신이 활동할 입지가 넓어져 좋을 것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혼란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아일라 2세도 바로 말을 하지 않고 한동안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즉위 초에 폐하께서 스타니엘 자작을 영지로 보내셨습니다. 현재 마가렛 영애가 상당부분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이면 세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가 있고 그동안 숨죽이던 자들이 재차 날뛸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만을 가진 자들에게 기회를 줄 수가 있습니다. 아직은 마가렛 영애의 활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여자애에게 언제까지 그런 일을 하게 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경이 최대한 혼란을 막아보도록 하시오. 내 생각에는 지금이 떠나보낼 적기일 것 같소이다.”
아일라 2세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던 상황이었고 사이먼 문제와 결부되자 결국 마가렛을 내치기로 결심을 굳히고 말았다. 사이먼과 마가렛이 계속 붙어 있다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
더 사이가 깊어져 둘이 혼인을 약속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자체로 불안 요인일 수가 있었다.
마가렛은 영지로 내려가도 좋다는 아일라 2세의 전언을 미첼에게 들었다. 말은 가도 좋다는 내용이지만 그 의미는 영지로 반드시 내려가라는 명령이나 다름이 없었다.
“영지에 내려가죠.”
어머니 조안은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마가렛은 그리 심각한 표정이 아니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소 빨리 그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었다.
“이건 무슨 의미인 거니?”
조안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안은 마가렛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 일체 외부와 접촉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조안으로 인해 마가렛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까 스스로 자중한 것이다.
“말 그대로 영지에 내려가서 당분간 사비올라에 오지 말라는 말입니다.”
걱정하는 조안과 달리 심각한 내용을 접하고도 마가렛은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물론 원한을 가진 자들이 많아 공격을 하겠지만 대부분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건 무슨 의미인 거냐? 이웃 영지를 합병한 것이 문제가 된 거야?”
조안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그 부분이 문제인지 물었다. 아울러 최근 큰일이라면 그 일이 전부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필요가 있나요? 그런다고 한 번 결정이 된 일이 번복이 되지는 않아요. 내려가면 무슨 문제이건 다 해결이 되어요.”
마가렛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냥 따르기로 했다. 그것을 따지고 들면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할 수가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