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67
정체를 밝히다 (6)
사이먼은 마가렛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자 자신이 어느새 마가렛과 같은 운명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 내가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인지 모르겠군. 이런 상황에서 흑마법사가 개입하여 내가 흑마법을 익힌 사실을 밝히면 상황은 아주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데.’
사이먼은 자신의 정체가 알려져 그런 음모가 진행될 것 같아 불안했다.
‘3년 안에 문제를 해결한다. 흑마법사가 나에 대해 알더라도 바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분간 흑마법사들은 나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알려질 때쯤이면 흑마법에 관련된 문제를 다 해결한 후가 될 것이다.’
흑마법사들이 알더라도 그 사실을 가지고 어떤 음모를 꾸미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신전에서 흑마법사에 대한 추적을 지속적으로 하는 상황이니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사이먼이 흑마법사라고 밝히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토벌을 당할 것이기에 섣불리 나서지 못할 상황이었다.
만일에 종속마법을 해제하고 흑마법의 마나 고리를 백마법의 마나 고리로 치환을 한다면 흑마법을 익혔다고 주장해도 당당히 중상모략이라고 나설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흑마법사와 연관된 자들마저 일망타진할 수 있어 후환마저 없앨 수 있었다.
‘나에 대해 공개를 하지 않은 상황이고 그것은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하께 충성을 맹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의미이지 다른 의미는 아니다.’
사이먼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악독한 짓을 행한 흑마법사 헬로이안과 그 일당에 대해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방학이 끝나자 기숙사에 들어와서 평소와 다름이 없이 지내었다. 그러나 그가 임용이 된 사실은 알음알음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가 사비올라 행정감찰국 특별감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명단은 큰 비밀은 아니기에 관심만 가지면 귀족들이 알 수가 있었다.
누군가 그것을 보고 소문을 낸 것이다. 사실 행정감찰국의 감찰대상에는 그가 다니고 있는 왕립행정아카데미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잠시 이야기 좀 하세.”
도서관을 가려고 기숙사에서 나오는데 아카데미의 총감으로 있는 헥스톨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먼으로서는 갑자기 총관이 찾아오자 의아했지만 말없이 따라갔다.
“행정감찰국의 특별감사가 되었다면서?”
반말을 하면서도 뒤를 흐릿하게 맺고 있었다. 나이 40이 넘은 사람이 뭔가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그가 말을 꺼내자 왜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헥스톨은 사이먼의 배후가 요즘 말이 많은 스타리안 남작가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리에 있는 자일수록 권력의 향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행정아카데미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런 일도 없을 것입니다. 행정아카데미를 감찰하기 위해 저를 임용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이먼은 행정아카데미의 교사나 직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예민해진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소소한 편의는 있을지언정 별다른 비리는 없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재학 중에 학생을 그런 자리에 임용한 전례가 없는데 그런 인사가 전해져서 놀랄 수밖에 없었네.”
헥스톨은 사이먼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못하는지 재차 부연 설명을 했다. 곧이곧대로 말하는 내용을 믿기에는 그가 살아온 세월이 짧지 않았다.
“사실 제가 특별감사에 임용이 된 것은 행정아카데미의 일이 아니라 다른 기관의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충 특별감사가 그런 자리라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 총감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에 그 사실은 비밀이니 총감님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사이먼은 아카데미 전체에 소문이 다 날 것을 알면서도 비밀로 해달라고 말을 했다. 그 사실이 알려져도 상관이 없다는 의미였고 소문을 내지 말라는 말은 소문을 내도 상관이 없다는, 아니 소문을 내달라는 말이기에 헥스톨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이먼이 행정감찰국의 특별감사로 임용이 되었다는 사실은 금방 교직원들 사이에 알려졌고 그 사실은 다시 학생들 사이에 재차 알려졌다.
소문은 사실과 달리 부풀려져 졸업만 하면 고위직에 임용이 될 것이며 재학 중에 명예직 관리로 임용하여 고관으로 임용할 때 경험이 없다는 반발을 무마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이먼은 기숙사에서 지내지만 행정아카데미가 쉬는 휴일에는 왕궁도서관에 가서 마나에 관련된 서적을 읽어나갔다. 물론 마법서도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하여 읽어갔다.
마법서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구비해 놓은 하급 마법서를 제외하면 대략 100여 권이 전부였지만 고위마법이 적혀 있는 서적이라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이먼은 다른 사람과 달리 상당히 빠른 시간에 독파를 할 수가 있었다.
사실 그 안에 있는 마법서적의 절반가량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흑마법이나 백마법이나 마법의 원리는 대부분 유사했다.
그러니 마법서를 보고 차이점만 파악하면 되었다. 그곳에 보관된 마법서는 6서클 이상의 마법을 다루고 있었다. 사이먼은 7서클 마법까지 대부분 다 이해를 한 상황이기에 복습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백마법은 흑마법과 다르기에 간단한 것이 복잡하기도 했고 복잡한 부분이 오히려 간단하기도 했다. 그 차이가 상극인 마나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었고 그 차이를 통해 마나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스 토네이도 같은 마법의 경우 차가운 성질의 음의 마나를 사용하는 흑마법은 수식이 비교적 간단했지만 양의 마나를 사용하는 백마법은 토네이도 계열의 마법 중에서 가장 복잡했다. 양의 마나를 차가운 성질로 변환시키는 부분이 상당히 복잡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파이어 토네이도는 양의 마나를 사용하는 경우 상당히 간단했지만 음의 마나를 사용하는 흑마법의 경우에 매우 복잡했고 명칭마저 다크 파이어 토네이도라고 하여 파이어 토네이도와는 성향이 달랐다.
사이먼은 흑마법과 백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면 훨씬 더 위력이 높아질 수가 있기에 이에 대하여 고민을 하기도 했다.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장기적으로 연구를 할 필요가 있었다.
두 가지 마나를 동시에 사용할 수만 있다면 마법의 위력이 훨씬 강력할 것 같았고 두 가지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이론상 두 배 이상 강력한 마법을 전개할 수가 있어 보였다.
사이먼이 마법서를 계속 읽자 관리인인 해리어스 남작은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검사들의 경우 마나에 대해 알기 위해 시험 삼아 마법서를 보지만 그냥 한 번 훑어보고 이해가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은 아무리 수준이 높은 검사라도 똑같았다. 그렇게 포기를 하면 결코 마법에 대해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저 마법은 마법사에게 맡기는 것이 골치 아프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이먼도 하루도 가지 않아 포기할 것으로 보였는데 왕궁도서관에 오면 거의 하루 종일 마법서만 보고 있었다. 매일 오는 것은 아니지만 사흘이나 나흘에 한 번 정도 오면 반드시 그러했다. 물론 처음부터 읽기 시작한 마법과 마나에 대해 서술한 서적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았다.
해리어스 남작의 임무 중에 한 가지가 그가 왔을 때에 어떤 책을 보았는지 기록을 하는 것이기에 기록을 하면서 놀라고 있었다. 물론 슬쩍 순찰을 도는 것처럼 서가를 배회하면서 사이먼이 가져가서 비어 있는 서가를 살피는 것이 전부였다.
사이먼이 마법서를 읽어 가는 것이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해리어스 남작도 한 때 마법을 익히려고 마법을 배우기도 했고 이후에도 이론마법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했다. 단지 마나친화력이 없어 마법을 이론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의 독서는 마법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가진, 실제 그 수준의 마법을 익힌 자가 마법서를 읽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마법서를 다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책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무조건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두 권은 억지로 읽는다고 해도 벌써 50여 권을 열흘 가까이 읽는 것은 아무리 해도 불가능했다. 이는 그런 고위 마법서를 최소한 익히지는 못해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6서클 이상이라면 사용되는 수식만 해도 고등수학 이상인데 그것을 다 이해를 한다는 말인가? 이건 수학에 매진한 수학자가 나이 서른은 되어야 제대로 익힐 수 있는 수준인데 신기하군.’
마법을 익히지 않고 이해하는 것만 해도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사전에 하급마법서도 제대로 읽어 보지 않았을 사이먼이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해리어스 남작의 의구심과는 달리 사이먼은 끊임없이 마법서를 읽어가면서 자신만의 마나이론을 하나씩 수립해 나가고 있었다.
‘왕궁도서관이 좋은 점은, 여기에는 나도 파악을 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마법이 도배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교보재를 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이먼이 파악을 하지 못하는 마법진이란 것은 8서클 수준의 마법진이라는 의미였다. 행정아카데미의 도서관에 있는 6서클 수준의 마법진은 장난일 정도로 대단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런 마법진을 살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마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물론 그것도 7서클 정도는 되어야 파악이 가능할 것이니 사이먼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도서관 안에서는 내가 마법을 전개해도 다른 사람은 마법을 전개하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너무나 대단한 마법진이 있기에 도서관 내부는 외부와 격리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내부에서 마법을 전개하는 자체가 사실 불가능했지만 사이먼의 수준에서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7서클의 마법사라도 마법을 외부에 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내 몸 안에 전개하는 메모리 마법을 전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워낙 마법진이 대단해 영역 자체마저 잠식을 하지만 내 몸 안까지 잠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이먼은 메모리 마법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 덕분에 마법서를 완전히 외울 수가 있게 되었다. 기억력을 극대화하는 마법이니 읽기만 하면 바로 외울 수가 있었다.
또한 마법을 전개하지는 못하지만 몸 안에서 마나를 운용하는 요령에 대해서는 연습할 수가 있다. 이는 마법이 쉽게 발현이 되지 않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도서관에 펼쳐진 마법진이 마나를 동결하는 효과가 있어 몸 안에서 마나를 운용해도 마나 유동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렸지만 나중에는 상당히 빨라졌다. 그것은 메모리를 전개하여 일단 기억을 하고 아카데미에 돌아가서 기억한 것을 되새김질 했다. 그렇게 하여 마법에 대한 이해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3~4일에 한 번씩 방문하여 두 달 정도 방문했을 때에 마법서 대부분을 한 번 정도 읽을 수가 있었다.
그가 한 번 읽었다는 것은 마법서를 전부 그의 뇌리에 담았다는 의미였고 언제라도 그곳에 있는 마법서를 기억해 낼 수가 있다는 의미였다.
‘백여 권의 마법서 중에 8서클 마법은 고작 헬 파이어 하나 밖에 없다니. 마탑에서 여기에 있는 마법을 토대로 8서클의 마법을 만들었고 그런 마법은 다시 소장해놓지 않았다는 의미겠지. 왕립마탑이 왕실에 속해 있지만 이제는 거의 독립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겠지.’
현재 이름이 외부에 알려진 8서클 마법만 해도 기가 레이데인, 와이드 볼캐이노, 와이드 어스퀘이크, 와이드 체인 라이트닝, 메가 리커버리, 메가 라이트닝 같은 마법이 있었다.
6서클이나 7서클 마법에 수식어로 ‘와이드’나 ‘기가’, ‘메가’라는 이름이 붙은 광역 마법이나 증폭 마법은 대부분 8서클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은 왕립마탑이 세워지고 난 이후에 만들어진 마법이라서 왕궁도서관에는 없는 것 같았다.
마탑의 마법도서관에 가지 않은 이상 그런 마법을 열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았다. 마탑에 가더라도 그런 마법을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되면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8서클의 마법을 만드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8서클의 흑마법을 알고 있기에 어떤 것이 8서클 마법인지 알 수가 있었다. 그 원리를 적용하여 만들면 되었다.
‘더구나 여기에 아주 훌륭한 교보재도 있고.’
왕궁도서관이나 왕궁 자체가 8서클 마법의 총화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마법이 마법진 형태이지만 곳곳에 전개가 되어 있었다. 절반 정도의 마법진이 휴면 상태이지만 언제든지 활성화를 시키면 작동이 되도록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사이먼이 8서클 마법사가 되면 그런 마법진도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그러면 그것을 해석하여 8서클 마법을 만들 수 있어 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