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4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47화
악신의 재림 (1)
‘뭐야.’
뭔 일이야 씨발.
강우는 자신을 끌어안은 은발의 여인을 내려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얼굴이다.
아이리스가 귀족들을 소개시켜 줄 때, 구석에 앉아 우울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중년 여인.
귀족들에 대해 꽤나 자세히 알고 있던 아이리스가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이름 없는 귀족.
‘그런데.’
여보라고?
나의 사랑이라고?
‘아니.’
뭔 상황이야 대체.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시야가 흔들렸다.
중년 여인의 눈에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루시스가 떠올랐다.
‘분명 악마와 인간의 혼혈이라고 했지.’
처음 루시스를 만났을 때 혼혈로 태어나 차별받고 어쩌고 했던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잠깐만.]그렇다는 얘기는.
그렇다는 의미는.
강우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돼?
‘루시퍼의 아내라고?’
망치로 한 대 뒤통수를 두들겨 맞은 듯, 머리가 띵하다.
질 나쁜 농담이라도 들은 기분.
루시스가 혼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루시퍼의 배후자가 인간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했다.
‘그런데.’
이 파티장에 안에 있을 줄 내가 어떻게 알아.
우연도 뭐 이런 개떡 같은 우연이 다 있단 말인가.
뒷골이 당겼다.
“여보? 왜 그러시죠?”
아줌마 때문에 그래요.
[그대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워서 그랬소.]입 밖으로 흘러나오려는 말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자신을 끌어안은 중년 여인의 허리를 감쌌다.
지금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 장단은 맞춰야 했다.
‘여기서.’
이런 병신 같은 이유로.
‘실패할 수는 없어.’
강렬한 열의가 강우의 눈에 맺혔다.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사고(思考)를 가속한다.
강우를 끌어안은 중년 여인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 그때가 온 거군요!”
뭔 때요.
[기다리느라 고생했소.]“호, 호호호호!! 제가 이 부패하고 타락한 제국 귀족들에게 복수할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아, 그런 얘기구나.
언제 한 얘긴지는 몰라도 오래 기다리신 것 같네요.
남편이란 새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데.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 밤, 그대를 위한 파티를 열 거요.]“아아…! 나의 사랑!!”
이름 모를 중년 여인은 파르르 몸을 떨며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 아줌마도 제정신이 아니네.
하긴, 악마 대공이랑 결혼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사랑하오, 임자.]“임자…?”
어 씨발?
임자라고 하면 안 됐나?
“호호호! 그게 무슨 촌스러운 호칭이에요?”
촌스럽다고요?
아니 뭐가 촌스러워.
임자. 얼마나 정감 있고 좋아?
이 아줌마가 어? 우리 임자가 그 말 들으면 바로 머리가 잘려나갈 거야. 알아?
[하하하. 가끔은 이런 것도 좋겠지.]“하아. 나의 사랑… 하지만 전 당신이 제 이름을 불러 줄 때가 가장 좋아요.”
예?
이름이요?
아줌마 이름 뭔데요?
“오랜만에 제 이름을 불러줘요, 나의 사랑.”
아니 그래서 이름이 뭔데요.
[그건….]“어서요. 당신이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을 때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시팔 이름을 알려달라고.
[아니 그게.]“아잉, 우리 사이에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아이고, 부부사이 깨가 쏟아지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다만 자식 농사는 실패하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성함이 어찌 되시죠?
[…….]“…왜 그래요? 당신.”
아줌마는 나한테 왜 그래요.
“어서, 제 이름을 말해주세요.”
몰라요.
“빨리~”
모른다고요.
“하읏, 절 애태우시는 건가요? 평소라면 괜찮지만… 지금은 참기 힘들어요.”
참아요, 씨발. 애도 있으신 분이 왜 이러는 거야.
“어서! 제 이름을 말해줘요!”
아니.
“나의 사랑!! 빨리!!”
모른다고오오오오!
몰라요, 씨팔!!
나 아줌마 누군지 모른다고!
아니 대체 왜 여기서, 아… 뒷골 시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온갖 썅욕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혹시 몰라 플레이어처럼 이름을 알 수 있나 싶어 주시자의 권능을 사용해봤지만, 상태창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아, 듣고 싶다.’
그 병신 같은 띠링띠링 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강우는 입술을 짓씹었다.
계속해서 자기 이름을 부르라고 부르짖는 중년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각오를 다져야 한다.
“어서 제 이름….”
턱.
중년 여인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고개를 숙이며, 박력 있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거칠게 혀와 혀를 교환했다.
“아….”
중년 여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녀는 가늘게 몸을 떨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강우는 그녀의 은발을 가볍게 쓸어넘기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오.]“당신 갑자기 이게 무….”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서글픈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하하하. 시바. 내가 뭐라고 하는 거냐 지금.
“루시퍼….”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소.]“루시퍼 당신!”
워어워어. 키스는 한 번이면 됐잖아요, 아줌마.
진정하세요.
제발. 진정 좀 해.
“흐윽.”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년 여인.
강우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붙잡으며 물었다.
[일단 잠시 자리를 비켜줄 수 있겠소?]“예, 나의 사랑.”
중년 여인은 다소곳이 허리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더니 이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귀족들을 노려보았다.
“…하.”
루시퍼와 중년 여인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시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악신을 마주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희극을 보고 헛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시퍼.”
김시훈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살기를 내뿜었다.
“네놈이 한 짓이었구나.”
갑작스러운 마물의 습격.
아수라장이 된 파티장.
그 모든 것은 루시퍼의 계략으로 인해 이뤄진 일이었다.
‘몇 년 전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고 하더니.’
이렇게 갑작스러운 습격이라니.
김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짜 맞춘 듯한 타이밍. 이것이 모두 ‘우연’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타이밍이 공교롭다.
‘우연이 아니라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네놈도, 예언의 악마를 섬기는 거냐.”
사탄과 라키엘이 죽으면서, 이제는 둘만 남게 된 사천왕.
김시훈은 루시퍼가 그 사천왕 중 하나라고 확신했다.
[글쎄.]루시퍼는 대답을 회피하며 짙게 웃었다.
김시훈은 검을 들어 올렸다.
“뭐, 네가 사천왕이든 아니든 상관없지.”
뭐가 됐던 죽여야 할 적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어둠에 물든 자에게.”
성검을 굳게 움켜쥔다.
“빛의 심판을!”
사탄의 손에 타락하여,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그의 친구.
루드비히가 외쳤던 결의를 자신의 입으로 토해낸다.
김시훈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을 향해 달려들었다.
보법을 사용해 발을 박차고, 장작을 쪼개듯 루시퍼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쿠구구구구궁!!
루시퍼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의 팔 앞에 검은 마기가 뭉치더니, 빛을 뿜어내는 성검을 막았다.
성검과 마기가 충돌하며 강렬한 충격파가 퍼졌다.
공중에서 내려찍듯 검을 휘두르던 김시훈이 반탄력에 뒤로 튕겨 나갔다. 공중에서 몸을 틀어 날렵하게 착지한다.
“크읏.”
김시훈은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 충격이라면 루시퍼가 서 있는 자리는 수 미터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겨야 한다.
하지만.
‘바닥에… 금조차 가지 않았어.’
모든 데미지를 완벽하게 ‘상쇄’시켰다는 의미.
아니, 상쇄조차 아니었다.
‘충격을 전부 흡수해 버렸어.’
루시퍼의 아득한 힘에 김시훈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지금 이때만큼 다른 파티원들과 떨어진 것이 후회스러울 때가 없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시훈을 향해 루시퍼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어린 영웅이여. 아직 우린 싸울 때가 아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은 그대를 위한 파티가 아니란 의미지.]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중년 여인의 어깨를 잡았다.
[오늘은 그녀를 위한 복수의 날이다.]“…….”
[너희는, 모르겠지. 그녀가 아르난 제국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루시퍼는 어딘가 아련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김시훈이 고개를 돌려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아이리스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 저도 모, 몰라요….”
“…….”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김시훈은 입술을 깨물며 중년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악마와 결혼을, 그것도 ‘악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와 결혼한 여인이다.
보통 사정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뇨. 루시퍼. 당신이 직접 설명해 주세요.”
[어? 내가?]“제가 저 더럽고 추악한 귀족들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루시퍼는 굳게 입을 다물더니 고통스럽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파르르르.
그의 숨이 거칠어지며 가늘게 몸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미안하오. 그대가 겪은 일을 떠올리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가 힘들구려.]“당신….”
중년 여인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루시퍼의 옷깃을 잡았다.
루시퍼는 검은 날개로 그녀를 덮으며 말을 이었다.
[이유가 무엇이 중요하겠소. 어차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인 것을.]“당신 말이 맞아요. 이유를 알려줘 봤자, 저 추악한 놈들이 들을 리가 없죠.”
중년 여인은 옳은 소리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벅, 저벅.
루시퍼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너진 파티장의 벽 사이로, 찬란한 달빛이 그를 비췄다.
마치 신에게 기도하듯 양팔을 들어 올렸다.
[나, 오만의 대공 루시퍼의 이름으로 선포하겠노라!]거대한 음성이, 황성 전체를 뒤흔들었다.
아니, 황성만이 아니다.
“뭐, 뭐야?”
“루… 루시퍼라고?”
“악신 루, 루시퍼?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대체!”
천둥처럼 울려 퍼진 루시퍼의 목소리는 황성을 넘어 수도 전체로 퍼져나갔다.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다급히 창문을 열고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검은 균열이 황성 위에 나타났다.
노란 고름을 뿌리는 녹색 촉수가 검은 균열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오늘 밤. 아르난 제국은 피에 잠길 것이다!]그리고.
[에르노어 대륙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그 외침에 중년 여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조, 종말이요?”
아니 왜, 또 뭐. 뭘 어쩌라고.
“저한테 그런 말씀한 적 없잖아요!”
예. 진짜 한 적 없어요.
“제국은 그렇다 쳐도 대, 대륙을 멸망시키면….”
아니, 뭐 아까 전까지 피의 복수 어쩌고 하시지 않았어요?
갑자기 또 왜 그래요?
“우리 루시스는 어디서 살란 말이에요!!”
아….
‘그만해.’
그만해 아줌마.
“저랑 잠깐 얘기 좀 해봐요, 루시퍼!”
그만하라고 제발.
나지막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루시퍼는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