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1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95화
유물쟁탈전 (6)
“짜잔! 즐거운 마술 시간이에요!!”
“…….”
피폐한 얼굴. 공허한 시선이 맥없이 허공을 응시한다.
“오늘 해볼 마술은~”
강우는 두 개의 컵을 들어 올렸다.
치이이이익!
컵 하나는 텅 비어 있었고, 다른 컵 안에는 펄펄 끓는 기름이 들어 있었다.
“바로 이 끓는 기름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마술!”
“아, 으아.”
폐인처럼 피폐해진 오스로에스의 사도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염없이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공허한 시선에 ‘공포’라는 감정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시, 싫어. 이, 이제 그… 그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애원한다.
“에이~ 왜 그래? 아직 이 마술은 보여준 적 없잖아!”
강우는 자신에 찬 표정으로 두 개의 컵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 봐봐! 분명 너도 엄청 좋아할 마술이니까!”
흠흠, 목을 가다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펄펄 기름이 끓고 있는 컵을 들어 올렸다.
“여기에 분명 펄펄 끓고 있는 기름이 담긴 컵이 있습니다.”
관중은 하나.
오늘도 마술사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마술】을 펼친다.
보는 이는 하나뿐이지만, 신비로운 마술로 관객을 미소짓게 만들고 싶다는 그 소중한 마음만큼은━
“이 기름이 담긴 컵을 기울여 다른 빈 컵 안에 넣으면….”
변치 않았으니까.
-치이이이이이익!!!
“끼야아아아아아악!!!!”
펄펄 끓고 있는 기름이 텅 빈 컵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바닥으로 떨어졌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끓는 기름이 오스로에스의 사도의 사타구니 부근에 정확하게 쏟아졌다.
오스로에스의 사도는 눈을 새하얗게 까뒤집으며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들썩였다.
“짜잔!!!! 이것 보세요!! 두 개의 컵이 모두 텅 비어 있죠?”
숨을 헐떡이며 벌벌 떨고 있는 사도의 앞에 두 개의 컵을 내밀었다.
당연히 끓는 기름을 모두 사도에게 쏟아버렸기 때문에, 두 개의 컵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흐흐흐! 신기하지? 응?”
“제, 제발… 이제 그, 마안….”
“음? 뭐야? 이걸로 부족해? 이거 어쩔 수 없네… 내가 이 마술까지는 안 보여주려고 했는데….”
“…여줘.”
“사지 분리 마술이라고 해서, 상자 안의 사람이 자유롭게 팔다리가 떨어져 나갔다가 붙는… 응? 뭐라고?”
“주… 죽여, 주세요. 허어어엉. 차라리 죽여 줘어….”
오스로에스의 사도는 뚝뚝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푸흐흐흐흐!”
만족스럽다는 듯 환하게 웃은 강우는 사도를 향해 느긋이 걸어갔다.
“죽고 싶으면 뭘 얘기해야 하는지 알지?”
“다, 다 말하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모두 말씀드릴게요!!”
“다 말해줄 필요는 없고. 10성 유물에 대한 거나 한번 읊어봐.”
10성 유물 말고 다른 것은 관심 없었다.
“저… 저도 소문으로만 들어서 정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층 최북단에 있는 고대 유적에서 【마검(魔劍) 미디르】가 잠들어 있다는 전승이 있다고 합니다.”
“마검?”
강우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마검(魔劍)이라는 말에 불길함보단 불쾌함이 앞섰다.
마검 잉그리움.
타락한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낸 그 검 때문에 바알에게 얼얼할 정도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억이 있었으니까.
“그 미디르라는 마검이 네가 말한 10성 유물이냐?”
“예, 예! 전승에 따르면 검을 한 번 휘두르며 밤이 되고, 두 번 휘두르면 대지가 검은 바다로 뒤덮인다고 합니다!”
“얼씨구.”
피식 웃음을 흘렸다.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묘사를 보아하니 딱 봐도 거품이 잔뜩 끼어 들어간 전승이리라.
‘하긴 뭐, 전승이라는 게 다 그렇지.’
전승이 과장되어 전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래도.’
아무리 과장되었다고는 해도 전승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의 유물이라면 굉장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특성 다섯… 아니, 열 개까지도 개화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어떤 특성을 얻을 수 있는지 정할 수 없었지만 가챠에 총알이 많으면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굳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10성이라는 게 가장 높은 등급이냐?”
전부터 궁금했던 점을 입에 담았다.
플레이어의 레벨처럼 성(星)의 단위로 등급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 뭘까.
“아, 아뇨. 당연히… 12성이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사도는 왜 그런 당연한 것을 물어보냐는 듯 강우를 바라보았다.
‘12성이라.’
강우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7성만 하더라도 신격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한 힘이 있는데, 12성이라면 대체 얼마나 강할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한, 이제까지 경험조차 하지 못한 아득한 무언가가.
“하아.”
내뱉는 숨결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지독한 갈증이 목을 태웠다.
“그럼 12성 유물이나 사도도 있다는 얘기겠지?”
입술을 핥으며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시선을 오스로에스의 사도에게 향했다.
“아뇨, 지, 지금은 없습니다.”
“없다고?”
“예. 그, 그냥 탑에서 전승으로 전해지는 등급일 뿐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쯧.”
강우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럼 11성은?”
“그, 그것도 실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10성 유물이 이제까지 유물 중 제일 높은 등급인 거야?”
오스로에스의 사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아쉽게 됐네.’
찝찝한 갈증을 뒤로하며 가늘게 눈을 떴다.
“그나저나 너희는 왜 10성 유물을 찾으러 가지 않은 거야?”
최북단에 있다는 위치까지 알았다면 굳이 여기서 강도질이나 할 이유가 없었다.
3~4성짜리 유물을 아무리 모아봐야 10성 유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테니까.
“그게….”
오스로에스의 사도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그, 그곳에는 지금 판데모니움의 악마들이 바글거리고 있다고 해서.”
“판데모니움의 악마?”
그러고 보니 전에 서큐버스 퀸에게 판데모니움의 악마들이 유물을 찾아 탑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럼 악마가 무서워서 만만한 사람들을 노려 털어먹고 있었다는 거냐?”
“…그, 그렇습니다.”
사도는 잔뜩 위축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렇단 말이지.”
강우는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뭐 더 얻을 정보는 없을 것 같고.’
슬슬 약속을 지킬 시간이다.
“좋아, 잘 들었어.”
피폐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오스로에스의 사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퍼석!
손가락에 힘을 주자 그대로 머리가 박살 났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 가요, 마왕님?”
이번에 얻은 유물들을 정리해 차곡차곡 배낭에 넣은 리리스가 다가왔다.
“바로 북쪽으로 가실 건가요?”
“아니.”
천천히 몸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북쪽에 있다는 10성 유물이 탐이 나긴 했지만,
“이 새끼 말 하나만 믿고 가기도 좀 그렇거든.”
헐레벌떡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그러면….”
“이놈들을 몇 명 더 잡아서 물어봐야지. 북쪽에 10성 유물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지.”
그리고.
“겸사겸사 파밍도 더 하고 말이지.”
강우는 입술을 핥으며 유물이 든 배낭을 어깨에 매었다.
* * *
그렇게 하루 정도를 더 투자해서 오스로에스의 사도들을 사냥한 강우는 추가로 네 개의 유물을 더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오스로에스의 사도들이 가지고 있던 유물은 모두 3~4성급의 저급 유물들이었다.
“흐흐. 달다, 달어.”
그래도 처음에 며칠간 허탕을 쳤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확이었다.
총 11개의 유물을 거대한 배낭 두 개에 욱여넣은 강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이제 이 주변의 사도 놈들은 다 정리한 것 같은데?”
차연주가 툭툭 손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그럼 북쪽으로 가시는 건가요?”
“가야지.”
오스로에스의 사도들을 사냥하며 정보를 모아봤는데, 아무래도 북쪽 고대 유물에 10성 유물이 잠들어 있다는 건 사실인 것 같았다.
“근데 임자는 안 피곤해? 북쪽은 나 혼자 가도 충분한데 먼저 집에 가 있을래?”
“아뇨! 당연히 강우 씨랑 같이 가야죠!”
한설아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요리 학원도 있잖아.”
“그 정도는 빠져도 상관없어요.”
강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기 때문에 연인들을 데려왔지만, 일정이 길어지면서 연인들이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것을 보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임자 고생시키면 안 되는데.’
한설아의 고운 손을 주물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또한 보통 인간과는 궤를 달리하는 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훗. 고생이라뇨. 이렇게 강우 씨랑 같이 있을 수 있는데 무슨 고생이에요?”
“임자아아아!!”
한설아의 품속에 파고들어 머리를 비볐다.
이제 얼추 그녀와 키가 비슷해진 탓에 자세가 썩 좋지 않게 나왔다.
“에휴, 아주 그냥 지랄을 해라, 지랄을.”
“우리 연주도 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도 됨.”
“됐네요, 이 새끼야. 길드 일 다 때려치우고 왔는데 유물이라도 두둑이 챙겨가야지.”
“흐흐흐. 말은 그렇게 해도 혼자 떨어지기 싫은 거지?”
“아 꺼져 좀!”
버럭 성을 내며 달라붙은 강우를 밀쳐 낸 차연주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나저나 북쪽으로 갈 거면 빨리 가자. 그 판데모니움? 거기 악마들도 유물을 노리고 있다며.”
“그랭.”
강우는 차연주와 리리스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천공의 권능을 사용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차연주의 경우 쇠사슬을 이용해 편법으로 하늘을 날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장거리를 날아갈 때는 강우가 직접 데리고 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나저나 리리스 언니는 악마인데 날개 없어?”
“후후. 악마라고 다 날개가 있는 건 아니란다.”
리리스는 기다란 머리칼을 꿈틀거리며 짙게 웃었다.
“으으. 이럴 땐 날개가 있는 게 더 싫어요.”
한설아 또한 검은 천사의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럼, 바로 가보자고!”
노스랜드로!!!
-후우우우웅!!
강우는 천공을 권능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북쪽으로 날아갔다.
게이트 내부가 한반도의 면적만큼 크다고는 하나 막상 날기 시작하면 북쪽 끝까지 얼마 걸리지는 않았다.
“고대 유적은 어디 있는 거야?”
“존나 숲밖에 안 보이는데?”
공중에서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고대 유적처럼 보이는 장소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주시자의 권능을 사용했지만 고대 유적이 있는 장소는 찾을 수 없었다.
“음?”
그때, 아래쪽에서 마기가 느껴졌다.
강우가 사용하는 마기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의 마기.
‘판데모니움의 악마.’
강우는 눈을 반짝이며 마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