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8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61화
태초의 지식 (3)
-촤라라라락!!
맹렬하게 돌아가는 룰렛.
강우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제발.”
여기서 뭐 좋은 게 떠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어도 좋으니까 제발!!!’
일단 초반에 좋은 특성부터 뽑고 시작하고 싶었다.
‘등급 자체가 높을 필요는 없어.’
저번에 얻었던 【불의 찬탈자】 특성만 하더라도 사실 높은 등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나.
탐식의 불을 응축시킨다는, 상상하지 못했던 경이(驚異)를 이뤄내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등급이 아니라 그 특성이 자신이 지닌 힘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였다.
‘유체이탈도 의외로 도움이 됐으니까.’
제발.
‘촉수 팽창 이딴 것만 안 나오면 돼.’
뭐라도 쓸모 있는 것이 나오기를…!
“나와라~ 나와라 예~~ 나와라아아아아아~!!!”
사탄의 머리가 올라간 고사상 앞에서 기괴한 춤을 추며 노래까지 불렀다.
스벌 것 이렇게 해도 좋은 게 안 나오면 문제가 있는 거다.
그리고.
-촤르르륵, 촤르륵.
빠른 속도로 돌아가던 룰렛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띠링!
[【촉수 증식(C급)】을 획득했습니다!]“이런 X발!!!”
뻐억!!!
고사상 위에 올려진 사탄의 머리를 거칠게 발로 걷어찼다.
데구르르르!
축구공처럼 날아간 사탄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건물 밖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이 미친 촉수 시리즈 좀 제발 그만 나와와아아아아아!!!”
주먹을 아가리에 밀어 넣고 엉엉 눈물을 흘렸다.
아니 왜 자신은 뭐만 뽑으면 이 빌어먹을 촉수들이 나온단 말인가.
“후우.”
잔뜩 흥분에 차올라 있던 강우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 첫 번째야.’
아직 그에게는 16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었다.
충무공(忠武公) 이순신 장군님만 하더라도 12척의 배로 왜놈들의 함대를 개작살내지 않았던가.
자신은 12번이 아니라 무려 16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으니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자, 다시.”
멀찍이 바닥을 구르고 있는 사탄의 머리를 다시 가지고 와 고사상 위에 올렸다.
얼굴 반 이상이 찌그러진 탓에 잠시 심연의 마기를 흘려 넣어 머리를 재생시켰다.
“이번에는 10연차로 간다!”
-띠링!
[그 기세예요, 수호자님!!] [(๑•̀ㅂ•́)و✧!]이브의 응원까지.
이젠 두려울 것이 없다.
“가즈아아아아아아!!!”
-띠링! 띠링! 띠링!
맑은 방울소리가 연달아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
…….
“아니.”
뭐야 이 잡쓰레기 같은 특성들은.
눈앞에 우르르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바라보며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무려 열 개의 특성을 연속으로 뽑았지만, 뭐 눈이 가는 게 전혀 없었다.
‘재빠른 손놀림에 포복 전진?’
이딴 걸 어디에 쓴단 말인가.
“광휘의 치유사… 이건 그래도 A급이네.”
이번에 뽑은 10개 중에 가장 높은 등급.
강우는 사탄의 잘려나간 팔 한 짝을 들어 그 단면에 【광휘의 치유사(A급)】를 사용했다.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단면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아직 특성의 숙련도가 낮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괜찮은 성능이었다.
하지만.
“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재생의 권능의 완벽한 하위호환이야.’
사실 이런 부분이 그가 특성을 뽑는 것이 비효율적인 이유였다.
일반 플레이어 기준으로 광휘의 치유사는 분명 좋은 특성이지만, 자신에게는 이미 더 좋은 권능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다른 것도….”
점액 분출, 바람의 숨결, 진동 감지 등등.
등급이 낮은 건 그렇다 쳐도 어디 활용할 구석도 보이지 않는 특성들만 연달아 나타났다.
“제길.”
강우는 거칠게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에게 쓸모 있는 특성이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1번을 뽑아도 쓸모 있을 만한 게 하나도 없어.’
이제 남은 기회는 6번.
“…이번에 여섯 번 연속으로.”
[괘, 괜찮으시겠어요?]“어차피 연속으로 뽑건 하나씩 뽑건 확률은 같잖아.”
[그건 그렇지만….]이브 또한 좋은 특성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 뭔가 초조한 모양.
“이번엔 꼭 나올 거야.”
후우.
잘라낸 사탄의 머리를 다시 그의 목 위에 올렸다.
기왕 얻은 거 【광휘의 치유사】 특성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했다.
-서걱!
[커흑… 컥!]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탄의 머리를 잘라내어 고사상 위에 올렸다.
평소 해본 적도 없는 절까지 올렸다.
“제발…!”
촤르르륵!
다시 룰렛이 돌아갔다.
그때,
-우우우우웅!!!!
“어? 뭐야?”
12번째 룰렛,
이브가 룰렛을 돌린 순간,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소리가 룰렛에서 흘러나왔다.
[으, 응?]“뭐야 이거? 뭔 일이 일어나는 거야?”
기대와 불안이 반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도 뭔지 잘 모르겠어요.] [Σ( ̄□ ̄;)]이브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는지 당황스럽다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우우우우웅!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룰렛에서 기이한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내, 반투명한 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반투명한 빛…?’
창세의 탑에서 많이 봐오던 색깔의 빛이었다.
아니, 사실 그 전부터 저런 색깔의 빛을 본 기억이 있다.
‘…노스트리안.’
그래.
분명 노스트리안의 힘을 사용했을 때 나오는 빛이다.
-띠링!
[【태초의 지식(???)】을 획득하였습니다!]“뭐야 이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강우는 쩍 입을 벌렸다.
???등급이라니.
포식의 권능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등급이었다.
“이, 이거 대박 난 거야? 대박 난 거 맞지?”
[그, 글쎄요. 뭔가 이상해요.]이브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 특성은… 애초에 율법 안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이에요.]“근데 지금 나왔잖아.”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예요.]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잠시 생각을 이어가던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노스트리안이 죽기 전에 뭔가 수를 쓴 건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 자신이 사용하는 성운(星雲)이라는 힘은 창세의 탑에서 구한 거고, 원래 창세의 탑의 주인은 노스트리안이었으니까.
과거 그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카르트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무언가 술수를 벌여뒀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남은 다섯 번 뽑기도 진행해봐.”
태초의 지식이 뭔지 확인하기에 앞서 남은 성운들을 모두 소진해 다섯 번의 뽑기를 더 실시했다.
그 결과는,
“…진짜 나 개똥손인가.”
처음 10번 연속으로 뽑기를 했을 때보다도 더 처참한 등급의 특성이 나왔다.
대부분은 D나 F급이었고, 설명을 봐도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쓰레기 특성이었다.
[결국 이 태초의 지식이라는 특성 하나만 건졌네요.]“이게 뭔지가 제일 중요하지.”
강우는 【태초의 지식】의 설명을 확인했다.
[【태초의 지식】-???급.] [태초의 기록(記錄)을 세 번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찾고자 하는 답을 말하면 태초의 기록 속에서 자동으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 애초에 ‘기록에 없는’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세 번의 ‘답’을 들으면 이 특성은 사라집니다.]“이건….”
상당히 흥미로운 기능이었다.
특성이라고 하기보다 뭔가 고대 유물에서나 나올 법한 능력.
‘태초의 기록이라.’
흔히 오컬트에서 말하는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와 비슷한 걸까.
‘어쨌든 어떤 질문이든지 세 개까지는 답을 주겠다는 건가.’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강우는 이내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할 질문은 정해져 있었다.
“망가진 티탄의 율법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
우우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폭발하는 듯 반투명한 빛이 솟구쳤다.
이내 허공에 반투명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초의 기록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아니.”
이거 개쓸모 없잖아.
‘뭐가 원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야.’
정작 지금 당장 필요한 답은 모두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혹시.’
가늘게 눈을 뜨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가 흑천(黑天)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은?”
[태초의 기록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쯧.”
역시 이것도 안 되나.
“하아.”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태초의 지식에 물어봐도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는.
‘…진짜 방법이 없다는 건가.’
망가진 율법을 고칠 방법이.
외계의 침식을 막을 방법이.
지금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긴, 그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면 아카르트 자식이 그 지랄을 하지도 않았겠지.’
다른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
‘세 가지 질문이라.’
어떤 해답을 찾아야,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까.
“…….”
고민이 이어졌다.
-끼익.
“형님, 저희 왔습니다.”
“흐흐흐! 일주일만입니다, 마왕님!”
그때, 문이 열리며 김시훈과 발록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둘의 뒤에는 레이라와 리리스, 한설아와 차연주의 모습도 보였다.
“흐응! 강우! 나도 왔어!”
발록의 덩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에키드나도 손을 뻔쩍 들어 올렸다.
“오면서 리리스 씨에게 얘기는 들었습니다, 형님.”
“아카르트, 이 자식이 감히 마왕님의 세계에 침공하려 한다는 겁니까!”
발록이 흥분된 표정으로 쿠웅! 발을 굴렀다.
“이 발록이 그놈의 팔다리를 뜯어서 마왕님 앞에 바치겠습니다!”
“아서라, 인마.”
피식 웃으며 흥분에 찬 콧김을 내뿜는 발록을 바라보았다.
저 투기에 가득 찬 모습을 보니 한결 머릿속이 가벼워진 느낌.
“어서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네요.”
레이라가 어둡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우는 옥상에 모인 동료들을 쭉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뭐 하나 얻은 게 있어서.”
“예?”
“그러니까.”
강우는 ‘태초의 지식’에 대한 얘기를 그들에게 전했다.
“으음.”
“세 가지 질문이라….”
발록이 성큼 앞으로 걸어 나왔다.
“놈의 약점 같은 건 어떻습니까?”
“아, 그거 좋은 것 같네요. 아무리 티탄이라고 해도 약점 정도는 있을 테니까요.”
한설아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약점이라면 이미 알고 있어.”
아카르트의 약점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이다.
마해.
태초에서 탄생한 어둠이야말로 그의 빛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약점이었다.
‘문제는 내 약점도 아카르트라는 거지만.’
어쨌든 약점을 알아내는 건 의미가 없었다.
“망가진 율법을 복구하는 방법은….”
“그건 이미 물어봤어. 답을 찾을 수 없대.”
“그러면 외계의 침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도….”
“그것도 이미 물어봤어.”
“…….”
아무래도 생각하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에이 씨, 그 아카르트인가 X까르트인가 뭔가 하는 새끼 죽빵이라도 시원하게 한 대 후려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고 싶네.”
차연주가 양팔을 깍지 낀 채 뒤통수에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같은 마음인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니, 정확히는.
“…어?”
━강우 혼자만 빼고.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지?”
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까.
“엥? 뭐가?”
차연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우를 돌아보았다.
강우는 씨익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그 새끼 죽빵 한 대 후려칠 수 있는 방법. 그걸 물어보면 되는 거였어.”
“…뭐?”
차연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