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67. 선물은 주고받아야 제맛이지
1.
내가 벨페고르를 처리하자마자 중국 정부에서는 병력을 단동시에 투입했다.
벨페고르와 벨페고르를 따르는 마족, 마물 들이 정리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움직인 것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짓.
여태까지는 병력 손실이 아까워서 도시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 내부에서 어떤 지옥이 벌어지고 있는지 역시 대강 파악하고 있었던 듯 보였다.
그래도 중국 측의 각성자들이 도시 내부로 진입하니 사태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우리 쪽 피해 상황은?”
“중상자 12, 경상자 52. 성수를 챙겨 온 덕분에 중상자들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신의주에서 헬기가 날아올 거야. 돌아갈 때는 헬기를 이용한다.”
단동시의 상황이 종료됨에 따라서 제공권 역시 다시 확보되었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돌아가는 건 편하게 돌려보내 줘야지.
나는 레오, 루나로부터 이번 전투에 대한 간략한 보고를 받았다.
그렇게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고생하셨습니다.”
어깨에 오성홍기를 달고 있는 중국 측의 각성자 무리가 다가왔다.
“현 시간부로 단동시는 저희가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멘 교단 측의 도움이 없어도 수복은 했겠으나, 이리 도움을 주신 점 정말 감사…….”
그 무리에서 가장 앞에 서 있던 중년 남성이 뻔뻔한 이야기를 지껄였고, 나는 그를 비웃으면서 대답했다.
“거리를 둔 채로 지켜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수복은 무슨. 시체들이나 수습하러 왔겠지. 감사 인사 받을 생각은 딱히 없으니까 넘어가고, 저기 아이들 보입니까?”
나는 우리 교단의 사제들에게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벨페고르에게 이용당했던 어린아이들.
일단 내 몸에서 흘러나간 회색빛 신성력 덕택에 목숨은 부지했지만, 나조차도 아직 회색빛 신성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저 아이들, 우리 교단이 데려가겠습니다.”
내 말에 중국 측 대표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당의 명령 없이는…….”
“내가 지금 부탁을 하는 걸로 보입니까?”
좋게 말해서는 들어 먹을 놈들이 아니었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펴면서 말했고, 중국 측 대표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작게 숙이면서 말했다.
“……상부의 허가 없이는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
“기다려 보십쇼.”
상부의 핑계를 댄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다음, 곧바로 순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시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순리의 목소리.
한마디였음에도 불구하고 말끝이 떨리는 것이, 지난번의 내 예절 교육이 아주 효과적이었던 모양이다.
“나야.”
-……용건이 무엇이오.
“단동시는 내가 정리했다. 이곳에서 우리가 구출한 어린아이들이 있는데, 이 어린아이들은 내가 데려간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작게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체념한 듯한 순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렇게 하시오.
“우리 교단의 병력도 꽤 피해를 입었어. 소비한 물자도 많고.”
-보상금을 책정하여 청구하면, 곧바로 지급하겠소.
확실히 말 안 듣는 놈은 좀 쥐어 패야 한다.
매운맛 좀 보니까 순순해진 것 좀 봐라.
나라가 기울어져 가도 돈은 좀 있다는 건가?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더만, 그 말이 맞나 보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화기를 손에 든 채로 루나와 레오에게 손짓을 했다.
“아이들 챙겨. 신의주에서 곧장 서울 신전으로 복귀할 거야.”
“예, 성하.”
“예.”
그렇게 루나와 레오를 보낸 후, 나는 계속해서 통화를 이어 갔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순리. 정화자 놈들의 근거지 중 하나를 알아냈다.”
아까 전에 내가 벨페고르의 격을 흡수하면서 알아낸 몇 가지 정보.
그 정보 중에는 벨페고르가 평소에 은거하고 있던 정화자의 근거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격을 흡수하니까 상대방의 기억도 일부 흡수할 수 있더라.
하나같이 쓰레기 같은 기억들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기억 중에 정화자의 근거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화자의 근거지?
“그래.”
-우리에게 정보를 공유해 줬으면 하오. 우리도 자체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두었…….
나는 그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백명교의 힘을 빌리겠다고?”
-……우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집단이오.
“뭐, 내가 중국의 외교 관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이번에는 좀 곤란할 것 같은데. 정화자에서 먼저 선물을 준 마당이니, 우리도 선물을 보내 줘야지. 그게 공평한 거 아니겠어?”
백명교가 현재 중국 정부 쪽에 붙어 있다는 정보는 나 역시 입수를 했다.
우리와 충돌을 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는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대륙에서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만으로 만족해야지 뭐.
-선물이라고 한다면……?
순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올 것이 왔군.
아까 벨페고르의 머리에서 이 정보를 빼낸 순간부터 세웠던 선물 계획.
그 계획을 힘차게 말해 주도록 하자.
“정화자의 근거지 중 하나로 파악된 곳은 시안 쪽. 선물을 보내기에 살짝 거리가 있어서 그러는데, 그 전에 뭐 하나만 묻자.”
-뭐요?
“정화자 놈들, 미사일 요격 가능하냐?”
-핵심 시설들은 아직까지 우리의 통제 안에 있소. 이능을 이용한 요격이면 몰라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건…… 김시우, 당신 설마!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다행이네.
선물이 무사히 도착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말이야.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린 다음, 전화기 너머의 순리를 향해 말했다.
“천벌 몇 발만 쏘자. 특별히 내가 싼값에 팔아 줄게.”
-……우리의 영토에 미사일을 쏘는 것도 모자라서, 그 대금까지 우리에게 청구하겠다는 거냐? 이런 미친…….
“싫어?”
싫냐는 말에 순리는 한참 동안이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2.
고된 하루 일을 끝내고 우리는 신전으로 복귀했다.
신의주에서 헬기를 타고 평양 전초기지로 간 다음, 평양 전초기지에서 연료를 보급하여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
그래도 전초기지 주변과 신의주까지의 제공권을 거의 확보한 상황이라, 이동 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일본과 미국의 수송 헬기를 대거 빌려 왔다고 하던데, 확실히 서 대통령의 수완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만하다.
“오빠!”
우리가 고된 몸을 이끌고 신전으로 복귀했을 때, 시연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달려와서 안겼다.
“교황!”
“기다렸어!”
시연이와 함께 놀고 있었던 모양인지, 페어리들 역시 조잘거리면서 나에게 날아들었다.
근래에 북진한다고 시연이랑 잘 못 놀아 줬는데, 웃고 있는 시연이를 보니 마음이 편하게 놓인다.
역시, 집이 최고다.
“시연이, 잘 있었어?”
“응! 당연하지. 라파르트 할아버지한테 교리도 배우고, 호신술도 배우고! 엄청 재밌었어.”
“그래? 라파르트 대주교, 시연이 어때요?”
나는 슬쩍 라파르트 대주교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라파르트 대주교가 보기 드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하의 동생답습니다. 습득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보시다시피…… 신성력도 엄청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수님께서 많이 신경을 쓰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라파르트 대주교는 시연이의 다리에 머리를 부비고 있는 백설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백설이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내가 신목으로부터 받는 신성력 절반을 시연이에게 나눠 주고 있어. 나 잘하고 있지?』
“잘하고 있네. 내가 따로 상을 줄게.”
『상?』
“핀란드산 원목으로 제작한 캣타워. 슬슬 캣타워 하나 새로 장만할 때 된 것 같지?”
그러자 백설이가 냅다 내 다리에 몸을 비비면서 말했다.
『주인, 난 항상 주인을 존경해! 리멘님 다음으로 존경하는 거, 잘 알지?』
자본주의에 물든 신수라…… 자본주의의 맛이 확실히 짜릿하긴 하지.
나는 백설이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 준 다음, 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물건 내려라.”
“예!”
그러자 1기 교육생들이 헬기에서 자루 하나를 꺼냈다.
축성받은 천으로 만든 자루.
그것도 모자라서 최상급 신성석으로 만들어 낸 신성 결계가 자루를 철저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그 자루의 한가운데에 꽂힌 심판의 검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하.”
그 자루를 본 순간, 라파르트 대주교의 미간이 가늘게 좁혀졌다.
“저것은 설마…….”
“벨페고르의 화신체죠. 아직 벨페고르의 영혼이 깃들어 있습…….”
그때였다.
“마기!”
가만히 자루를 지켜보고 있던 시연이가 자루를 향해 달려가더니, 곧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루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때려 봤자 얼마나 세겠…….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오빠! 방금 이 나쁜 놈 꿈틀거리는 거 봤지? 라파르트 대주교님이 그랬는데, 나쁜 놈들은 일단 주먹부터 내지르라고 했어.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콰아아아아앙-!
시연이가 자루를 후려칠 때마다 간이 착륙장의 땅이 흔들렸다.
어마어마한 힘.
어째서 라파르트 대주교가 시연이가 나와 닮았다고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내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루나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말했다.
“성하, 시연이가 훌륭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저걸 잘 자라고 있다……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시연이가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자루 안에 봉인되어 있는 벨페고르가 몸을 움찔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찔함을 느꼈다.
벌써 저 정도면, 학교에서 절대로 싸우지 말라고 해야겠다.
싸우는 순간 인사 사고다.
그리고 저 모습을 보니 시연이가 특화된 분야도 대강 파악이 간다.
전투 쪽.
그것도 나와 아주 흡사한, 격투 스타일.
그렇지 않고서야 이 짧은 시간 동안 저 정도의 힘을 손에 넣었을 리가 없다.
“이렇게 해서 인욱이가 우리 집 최약체가 된 것은 확정인가?”
불쌍한 우리 인욱이.
시연이한테 맞으면 죽게 생겼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 줘야 할지도?
“시연아, 이리 와.”
나는 시연이를 불렀고, 시연이가 쪼르르 나에게 달려왔다.
“응!”
“작은오빠 때리면 안 돼. 알겠지? 친구들이랑 싸워도 주먹 휘두르지 말고.”
“저쪽에서 먼저 때리면 어떻게 해?”
“어디 가서 지고 다니라는 소리는 아니야. 저쪽에서 먼저 때리면…… 딱밤 정도로 해결하자.”
“알았어!”
맞고 다니는 건 또 볼 수 없지.
내 말에 시연이가 딱밤 시늉을 내면서 해맑게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우리 시연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어.
그것만으로 이 오빠는 기쁘단다.
아, 맞다.
라파르트 대주교한테 해 줄 이야기가 있구나.
“라파르트 대주교.”
“예, 성하.”
“중국 쪽에 천벌 좀 판매하고 왔습니다. 박지원 고문에게도 전달해 주세요. 정확히 40발 인계했거든요. 대한민국 정부가 신의주에 배치했던 천벌을 판매한 셈이니까, 정부 쪽에 재고 채워 주시구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리 갑작스럽게 판매하신 이유가…….”
“지금쯤이면 아마 뉴스가 보도되고 있을 건데…… 여기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라파르트 대주교에게 보여 주었다.
때마침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고 있는 기사.
「속보)중국 정부, 반란군의 근거지로 의심되는 ‘시안’에 미사일 공격 감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이번 미사일 공격은 반란군의 뒤에 숨어 있는 사악한 이들을 향한 공격이다. 민간인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중국 대륙의 내전, 어디로 향하는가?」
나는 자루에서 버둥거리는 벨페고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큰 선물을 받았으니,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죠. 그게 한국인의 정이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