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datory Soul RAW novel - Chapter 57
-57-
이샤칸의 말에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먼저 유혹한 것이 자신이니 차마 안 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이샤칸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레아를 다리 사이에 앉혔다. 제게 등을 기대어 앉도록 한 후, 실내화를 벗겨 맨발로 만들었다.
길게 내려와 있던 침의자락이 훌렁 걷혀 허벅지까지 훤하게 드러났을 때, 레아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샤칸…….”
하지 말라는 소심한 항의였다. 이샤칸은 레아의 머리카락을 입술로 헤집으며 물었다.
“부끄러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놀라웠다. 그러나 이샤칸은 대답을 들으려고 질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 눈이라도 가리고 할까.”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하는 것보다는 나을 듯했다.
그리고 레아는 이샤칸이 꺼낸 것을 보고선 말문이 막혔다.
“그거…….”
“짐승을 잡고 얻은 것인데.”
별 거 아니란 듯이 흔들어 보이는 것은 레아가 블레언에게 주었던 손수건이었다.
저건 또 언제 가져온 것일까. 기가 막혀서 쳐다보니, 이샤칸은 눈매를 길게 접으며 웃었다.
“내가 사냥한 짐승은 마음에 들었어?”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뜩이나 발갛게 달아올라있던 얼굴에 열이 번졌다. 레아는 얼른 고개를 푹 숙였다.
이샤칸이 웃음을 흘리며 드러난 뒷덜미를 핥았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가죽을 벗겨다 선물해줄 걸 그랬나.”
“……그러지 마.”
블레언은 살가죽이 벗겨져도 싸다만, 그걸 선물로 받고 싶진 않았다.
레아의 거절에 이샤칸은 그러지 않겠다는 대답을 하는 대신, 뒷목을 가볍게 깨물었다.
레아는 그를 조금 밀어냈다. 일전에 뒷목을 자근자근 씹어놓은 탓에 한동안 목을 가리느라 고생했다.
목깃 높은 드레스는 이제 그만 입고 싶었다.
이샤칸은 밀어내는 손을 붙잡아 핥으며 요구했다.
“눈 감아봐, 레아.”
부드러운 손수건이 앞을 캄캄하게 가렸다. 이샤칸은 능숙하게 눈을 가리고 머리 뒤에서 매듭을 묶었다.
레아가 불편하지 않도록 손수건의 위치를 확인하던 그가 문득 말했다.
“너 덕분에 나도 모르던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
여상한 말투와 달리, 담긴 내용은 평범하지 않았다.
“내가 질투가 많은 성격이더군.”
레아는 손수건 아래에서 눈을 깜빡였다. 속눈썹이 천에 문질러져서 간지러운 탓에 다시 눈을 감고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항상 느긋하고 여유로운 남자였다. 가진 것도 많은 잘난 남자가 대체 무엇이 아쉬워 시기심을 품는단 말인가.
선뜻 믿기지 않는 소리여서 되물으니, 이샤칸은 매듭을 마무리하며 말했다.
“낮에 숲에서도 그랬고.”
단단하게 묶이는 감각이 어딘가 묘해서 발가락이 움츠러들었다. 이샤칸은 레아를 제 품으로 좀 더 깊게 끌어당겼다.
“아까도 네가 다른 사내에게 그리 말하는 상상을 하니…….”
그는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커다란 품에 쏙 안긴 채, 레아는 애꿎은 손만 꾸물꾸물 맞잡았다.
뭐라고 답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붉어진 귀가 손수건에 잘 가려져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등 뒤에서 굵은 팔이 뻗어져 나와 레아의 허벅지를 손으로 쥐었다.
한 손에 잡히는 허벅지를 보며 이샤칸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살이 안 찌지.”
중얼거리는 말에 레아는 모른 척했다. 안 그래도 근래 이샤칸이 자꾸 이것저것 먹여주는 탓에 식단조절이 힘들었다.
그가 안 보는 곳에서 계속 절식하고 있긴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식탐이 늘었다.
이 또한 이샤칸이 부서뜨려놓은 것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음식 앞에서 절제했었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이샤칸은 캐묻지 않고 넘어갔다.
그가 계속 물어보면 무어라 변명해야 하나 조마조마해하고 있던 레아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러다 이샤칸이 왼쪽 가슴을 덥석 움켜쥐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이샤칸은 웃으며 레아의 손을 끌어다 오른쪽에 올려놓았다.
“가슴부터 만져봐. 한쪽은 내가 만져줄 터이니.”
레아는 머뭇거리다가 그를 따라 가슴을 살그머니 쥐어보았다.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랫배 안쪽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가려진 탓에 감각이 예민했다. 옷깃이 스치는 작은 소리, 실수로 스치는 손끝 하나에도 흠칫거리게 되었다.
도드라진 감각 속에서 레아는 천천히 이샤칸을 따라갔다.
이샤칸은 부드럽게 가슴을 어루만지고, 솟아오른 유두를 검지와 엄지로 살짝 꼬집었다.
그를 따라 손으로 유두를 꼬집었을 때, 무척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왕실예법에 따라 교육받은 성 지식에 의하면, 스스로 몸을 만지는 일은 부정한 일이었다.
혼자 육욕을 탐해선 아니 되었고, 오직 남편에 의해서만 기쁨을 얻어야 한다고 배웠다.
지금 이샤칸이 알려주는 것은 금기를 범하는 배덕한 짓거리였다.
질서를 어기는 행위에서 밀려오는 야릇함에 몸이 달떴다.
찌릿찌릿한 감각을 느끼며 발끝으로 침대를 문지르다가 다리를 쭉 뻗었다.
파르르 떨리는 허벅지는 어느새 살짝 벌어져 깊고 은밀한 곳을 드러내고 있었다.
레아는 이샤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밭은 숨을 뱉어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일까.
저도 모르게 과감히 움직이게 되었다.
앓는 소리를 흘리며 이샤칸의 목에 입술을 문지르고, 가슴을 만지지 않는 손으로는 그의 탄탄한 팔뚝을 쓰다듬고 주물렀다.
이샤칸이 시키기도 전에 가장 기분 좋았던 유두를 꼬집고 문질러보기도 했다.
“잘하고 있어, 레아.”
나직한 칭찬에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해졌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며 입술을 벌리면, 이샤칸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맞춰주었다.
혀를 집어넣고 깊숙한 곳까지 핥아주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아, 흣, 으응…….”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며 안온한 쾌감을 만끽하는 동안, 이샤칸은 입맞춤을 이어가며 레아의 손을 끌어내렸다.
가슴을 만지던 손이 다리 사이로 향했다. 땀 때문에 촉촉해진 허벅지를 스치고, 진득이 젖어든 아래속옷에 다다랐다.
가슴을 만질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심이 올라왔다.
갑자기 참지 못할 만큼 부끄러워져서, 레아는 뒤늦게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샤칸이 레아의 손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을 포개어 잡은 채, 속옷 안쪽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미 안쪽까지 끈적거리는 음부 위를 문지르도록 했다.
“읏, 이샤칸…….”
레아는 무릎을 접었다 폈다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손가락에 연한 살점이 닿을 때마다 허리가 흠칫 튀었다.
작은 음핵은 힘을 받아 볼록하게 올라와있었다. 그걸 제 손으로 만지작거릴 때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화끈거렸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샤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을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움직였다.
흠뻑 젖어있는 틈새에 손가락 끄트머리가 닿았을 때, 결국 레아는 질겁하며 흐느꼈다.
“이래서 혼자 하겠어, 레아?”
그가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추겼다.
“밑은 내가 쑤셔줄 테니 위에만 문질러봐.”
굵은 손가락이 젖은 틈을 비집고 안으로 쑥 파고들었다.
레아는 수치스러워 발긋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서 시키는 대로 음핵 위를 문질렀다.
이샤칸은 교묘하게 손가락을 구부려 안을 더듬어왔다. 그가 짧고 깊게 쑤실 때마다 민망한 소리가 터졌다.
레아는 어색하게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열심히 움직여도 이샤칸을 따라가기 벅찼다. 절로 울먹거림이 새어나왔다.
“언제까지, 흣, 해야 해……?”
“한 번 갈 때까지. 가슴도 만져야지.”
눈이 가려져 허우적거리던 손 하나가 가슴에 얹혔다.
이샤칸의 쓸모없는 친절 덕분에 레아는 가슴도, 음부도 동시에 만지게 되었다.
“총명한 왕녀님이니 가르쳐준 대로 할 수 있지?”
손수건만 아니었다면 그를 힘껏 흘겨보았으리라. 하지만 레아는 어둠 속에 있었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힘겨웠다.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손가락으로 음부를 문질렀다. 부끄러움과 쾌감에 머리가 절여지는 것 같았다.
이샤칸이 귓바퀴를 따라 혀로 핥으며 젖은 숨을 불어넣었다.
“그래. 잘하네.”
엉덩이 뒤쪽으로 점차 단단해지는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의 흥분을 고스란히 느끼는 찰나, 몸속에 불이 붙었다.
레아는 크게 몸을 떨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소리와 감각은 점점 더 커져갔다.
아래를 드나들던 손가락은 어느새 두 개로 늘어나있었다.
푹푹 쑤셔대는 손가락 때문에 점점 더 견딜 수가 없어졌다.
물이 고인 것처럼 찰박거리는 소리가 귀를 괴롭힐수록, 감각들이 달막달막하게 차올랐다.
아랫배가 뻐근할 정도로 간질거리고, 밑은 뜨겁고 열이 났다.
“힉, 흐으…….”
레아는 끙끙 앓으며 음핵 위를 강하게 문질렀다. 본능적으로 쾌감을 쫓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이샤칸은 한쪽 손으로 자꾸 오므라드는 레아의 허벅지를 활짝 벌려서 내리눌렀다.
“똑똑히 기억하도록 해”
그가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불어난 이물감과 함께 짜릿한 쾌감이 몸을 찔렀다. 레아는 새된 신음을 뱉었다.
“네 침대 위에서 나와 무슨 일을 했는지.”
“흣, 아, 으응, 이샤칸, 하으……!”
“침대에 몸을 뉘고, 이불을 끌어안을 때마다……. 내가 가르쳐준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잊지 마, 레아.”
그 순간 허리가 꺾였다. 자잘하게 뭉쳐있던 감각들이 단번에 터져나가며, 밑이 힘껏 조여들었다. 눈앞이 하얗게 번졌다.
“아, 아으읏……!”
레아는 바들바들 떨면서 첫 번째 절정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