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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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층을 돌파했을 무렵부터는 탑에서 빙의자를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아무래도 200층대부터가 빙의자들 기준의 천상계라서 공략하는 사람이 적은 모양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빙의자는 203층에 있던 다섯 살짜리 까만 단발 여자아이였다.
딱 봐도 육아물 빙의자였던 그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인사를 대신해서 이렇게 외쳤다.
-언늬, 육아뮬 체고에여!
혀 짧은 소리로 양손의 엄지를 높게 치켜들며 말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만나서 반가웠어, 성딸아. 그럼 난 바빠서 갈게.
-넵, 언니. 살펴 가세요.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교정시켜주고 왔다.
그렇게 ‘성좌의딸’이란 애의 시비를 끝으로 외로운 탑 등반이 계속되었다.
현재 나는 231층. 아마도 276층에 있다는 ‘힘을숨긴관종’을 만날 때까지 쭉 이럴 것이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서버 통합의 장점이 사라져서 아쉬워합니다.]‘육아물 빙의자를 만나느니 혼자인 게 나은 것 같아요.’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그렇지만 당신의 업적을 생중계 해줄 빙의자가 없어서 속상하다고 말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관심종자냐고 묻습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누구나 마음속에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이라고 말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문득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뭔가를 열심히 만들기 시작합니다!]내가 231층 보스를 처리하고 다음 층에 올라갔을 때였다.
과연 유능하신 나의 언령님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결과물을 내셨다.
만들어 오셨다는 것은 빙의자 커뮤니티 채팅창에 추가된 신규 기능이었다.
그것은 바로…….
[ ‘익명의 빙의자’가 시련의 탑 232층 공략에 도전합니다!]보스 공략 도전, 실패, 성공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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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딸5] : 이게 뭐야ㅋㅋㅋㅋ 아까까지 이런 알림 없었잖아요ㅋㅋㅋㅋㅋ성좌의딸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사이 주제가 바뀌었다.
[장르탈출지망자] : 이 공략 속도면 모레쯤엔 출근할 수 있으려나.그때 시스템이 힘을숨긴관종의 상황을 대변해 주었다.
[ ‘힘을숨긴관종’이 시련의 탑 276층 공략에 471번째 도전합니다!] [금지옥엽11] : 헉!! [하렘건설노동자] : 471트라이;;; 집념 미친;;;; [랭킹1위헌터의딸] : 와, 엄청나네요. [원작무새7] : 탑성애자 인정. [FFF급피지컬] : 숨관이형 화이팅ㅠㅠ! [폭군의딸5] : 왠지 저도 순수하게 응원하고 싶어졌어요…….그렇게 힘을숨긴관종에 대한 훈훈한 응원이 한동안 계속되며 그에 대한 호감이 조성되려던 어느 때.
[ ‘익명의 빙의자’가 시련의 탑 232층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 ‘힘을숨긴관종’이 시련의 탑 276층 도전에 471번째 실패했습니다!] [하렘건설노동자] : 익빙 1트 성공 ㄷㄷㄷㄷ [폭군의딸5] : ㅁㅊ 아무리 공략 알아도 저게 가능해요? [원작무새7] : 킬힐이면 가능. [사이다패스381] : 아; 힘숨관 뭐 하냐; 형 실망했다. [FFF급피지컬] : 471트 실패ㅠㅠㅠㅠ;; [랭킹1위헌터의딸] : 힘숨관님 괜찮으세요? 살아는 있죠?ㅠㅠ✠
나는 시련의 탑을 꾸준히 올랐다. 어차피 300층은 내가 무리한다고 해서 하루 만에 오를 수 있는 층수가 아니었다.
과욕을 부려 강행군을 하다가 자칫 부상을 입기라도 하면, 회복 후 처음부터 다시 공략을 시도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지도 모른다.
신님들도 같은 맥락에서 당부를 하셨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안전 제일을 강조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언령교의 교리에 의무적인 휴식 시간을 박아 넣기 위해 고민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전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등반 공략임을 주지시킵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귀가 후 남편을 달래줄 체력도 남겨놔야 한다고 말합니다.]솔직히 가장 설득력이 높은 말씀을 해주신 건 천칭님이었다.
“그렇죠. 우리 테리를 위해서……. 그나저나 테리한테 별일 없겠죠? 좀 걱정되는데.”
“네? 당연히…….”
나는 표정을 진지하게 고쳤다.
“……둘 다죠.”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아까 좀 불경한 기도가 접수되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큰 흥미를 드러내며 어떤 내용이었는지 묻습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비밀이라고 말합니다.]테실리드가 불경을 저질렀다고? 설마 ‘엄격한 질서와 선’에게 하듯이 우리 언령님한테도 못된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레 말했다.
“어, 언령님, 우리 테리 예쁘게 봐주세요.”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신도를 어여쁘게 보지 않는 신이 어디 있냐며 피식 웃습니다.]역시 우리 언령님이다.
“감사합니다.”
어느덧 대망의 마룡 시리즈가 지나갔다. 화마룡, 빙마룡, 광마룡, 암마룡, 독마룡, 산마룡, 골마룡 등등을 해치운 끝에 나는 드래곤 로드와의 대면을 앞두고 있었다.
마침내 276층 입구 앞.
‘그러고 보니까 여기는 힘을숨긴관종이 도전 중인 층이라고 했던가.’
마지막으로 보게 될 빙의자는 어떤 녀석일까 궁금하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두꺼운 철문을 밀어젖혔다.
황혼이 내리고 있는 하늘 아래, 검은 암석산이 지평선을 가리며 펼쳐져 있다. 멋들어진 형태의 기암괴석 사이사이에는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잠깐? 환경이 왜 이래?”
[ 알림. 선행 도전자의 시련의 탑 체류가 지나치게 길어짐에 따라, 276층의 환경이 해당 빙의자의 장르에 맞게 변화된 상태입니다.]“아하……?”
내가 납득하던 그때였다.
[ 시련의 탑 276층 보스, ‘탐욕스러운 황룡왕’이 출현했습니다!]늘씬한 동양풍 황룡이 여의주를 앞발로 쥐고 기암괴석 사이를 누볐다. 용이 쫓는 목표는 멱리(베일 씌운 삿갓)를 쓰고 장포를 두른 장발의 청년이었다.
“이건…….”
[‘천기누설 감찰관’이 해당 장르를 좋아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이때다 싶어하며 충동구매를 합니다.] [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에게 ‘화려한 매화난무 이펙트’를 후원합니다.]내 주변으로 매화 꽃잎이 하늘하늘 흩날렸다.
으음, 아무래도 장르 충돌이 예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