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06)
206_[외전] 탈주 여왕(1)
[외전] 탈주 여왕(1)>해리의 학교생활은 순조로웠다.
그날 투기장에서 맞붙었던 두 아이, 헨리와 토마스가 해리의 절친한 친구가 된 모양이었다.
후일 해리의 믿음직한 신하가 될 아이들이니, 여왕 역시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런 와중, 뜻밖의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뭐라고? 헨리와 토마스가?”
“예. 각각 런던과 스코틀랜드 태생입니다.”
와이어트는 되려 자신이 놀랐다는 듯 여왕에게 물었다.
“폐하께선 모르셨습니까? 해리 왕자 전하의 일이니, 당연히 아실 거로 생각했습니다만.”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지. 내가 알아보려 하면 그 자체로 압박일 테니 말이네.”
여왕의 눈에는 선하게 그려졌다.
왕자의 앞에서 다투던 아이들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당장 시종들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겠지.’
아마 그날 저녁이 가기도 전에, 아이들의 부모가 찾아와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노라 사죄하지 않았을까.
그런 것은 원치 않았기에, 여왕은 따로 해리의 학교생활을 조사하지는 않았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모르시는 것도 당연하겠습니다.”
와이어트가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헨리는 런던 태생입니다. 본래 가문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습니다만, 최근 그 아버지가 신성로마제국과의 상업에 관여해 큰 부를 쌓은 모양이더군요.”
“그건 알겠네.”
헨리의 태생이야 이상한 것도 없었다.
여왕이 궁금한 건 그다음이었다.
“토마스란 아이가, 스코틀랜드 태생이라고?”
“예. 본래 아이의 아버지는 스코틀랜드의 클랜 영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영지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최근 중앙으로 올라와 의원직을 꿰찬 인물입니다.”
와이어트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다툼은 태생 때문에 더 격화된 것도 있어 보입니다. 런던 출신 귀족들은 내심 스코틀랜드를 낮잡아보곤 하니까요.”
와이어트는 진지하게 걱정하는듯했다.
“폐하께선 스코틀랜드 통일을 원하시는데, 이게 안 좋은 소식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그럴 리가 있나! 오히려 무척 좋은 소식이야.”
“예?”
와이어트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여왕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생각해보게. 어차피 다툼은 왕자의 옆자리를 두고 벌어진 싸움이었어. 영국과 스코틀랜드 사이의 갈등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일 뿐이네. 그렇다면 집중할 건 둘이 싸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싸움이 성립되었다는 것이지.”
런던의 잘나가는 귀족.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클랜 영주가 싸웠다.
영국 왕위 후계자의 옆자리를 두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코틀랜드의 영주가 이 영국의 정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한때 의원을 소집해도 제 영지에서 옴짝달싹 안 하던 오만한 작자들이, 영국의 왕위 후계자 옆자리를 쟁취하고 영국에서 권력을 얻으려 한다는 게 무슨 뜻이겠나?”
“그렇군요. 독립이 아니라, 영국 내에서 권력을 얻는 걸 원한다는 것입니까?”
“그래. 통합되려 한 단 거야.”
여왕은 무척 즐거운 얼굴로 덧붙였다.
“게다가 성과 또한 좋아. 스코틀랜드 귀족의 자제가 왕자와 같은 학교에 입학하고, 런던 위원과 맞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큰 차별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지.”
역시 통합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
여왕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이참에 남부 스코틀랜드의 영주들이 현재 얼마나 자리 잡았는지를 파악해, 이걸 북부를 향한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군.”
“글쎄요, 효과가 있겠습니까?”
와이어트는 확신이 없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들은 클랜에서 왕처럼 사는 자들 아닙니까. 영국 정계에 들어와 관료 귀족이 되어가는 남부 영주들 상황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
“꼭 그렇지도 않을 것이네. 자네, 잊었나?”
여왕은 짓궂은 미소를 띠고, 와이어트에게 그가 잊고 있던 이야기를 상기해주었다.
“아직 비가 오고 있지 않던가, 그 땅에는.”
여왕이 퍼부은 불신과 분열의 비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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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스코틀랜드는 어지러웠다.
내전은 멈추지 않았고, 사방엔 고함이 울렸다.
파벌은 수십, 수백 개로 갈라져 버리고 말았다.
모리스 백작의 클랜, 아가일 백작의 클랜, 중소 클랜 연합은 물론이고, 그 사이에서 간을 보고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간을 보는 소규모 클랜들까지 따지면 끝이 없을 것이다.
영국이 쓸어버렸다면 승리는 어렵잖았겠지.
상당한 군 병력이 소모되고, 이후 내부에서 항쟁이 일어나긴 했겠지만, 그래도 스코틀랜드 점령 자체는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남부 스코틀랜드의 평화를 강조하고 스튜어트 여왕의 건재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숨죽인 채 기다리길 수년, 마침내 스코틀랜드의 일부 영주들이 미끼를 물었다.
“폐하, 스코틀랜드에서 급한 소식입니다!”
“보고하게.”
전령이 서류를 내밀었다.
그 안에 적힌 내용은,
북부의 일부 영주들이 항복했다는 것.
“항복하는 대상은 영국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진정한 주인인 스튜어트 여왕인가? 뭐, 아무래도 좋지만.”
항복한 자들은 모리스에 대항하던 군소 클랜.
다툼이 격해지자, 영국에 항복한 듯 싶었다.
‘역시 스튜어트를 내세우길 잘했어.’
여왕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저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고 항복했다.
명목상, 스코틀랜드의 찬탈자인 모리스 백작에게 반발해 진정한 여왕에게 항복한 것이니까.
‘하긴, 프랑스도 스코틀랜드에서 손을 뗀 이상, 시간문제이긴 했지.’
여왕은 즐겁게 명령을 내렸다.
“항복한 영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해. 즉각 그들의 지위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영국 내에서도 효력 있는 작위를 새로 내리겠다고 전하게. 그리고 곧장 영국 해군 육전대를 그들의 영지에 파견하게.”
“해군 육전대를요? 항복한 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겠습니까?”
그 물음에, 여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들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네. 필시 모리스 백작의 군세는 영국에 항복한 클랜을 제거하려고 들 테니 말이야.”
영지를 집어삼키려면 진작 먹었다.
그러나 여왕이 노리는 건 그 이상의 것이었다.
“저들은 선례가 되어주어야 해. 북부에서 고난에 시달리던 영주들이, 남부에 항복하는 순간 어떤 낙원이 펼쳐지는지 보여줄 선례가 말이야.”
항복 결과, 영지를 안전히 지켜낸다.
영주의 권리 또한 충분히 보장받는다.
약간의 군권은 빼앗기더라도, 안전하다.
국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매국노도 아니다.
다만 남부 스코틀랜드와 브리타니아에 소속되는 것뿐이며, 영지는 끝없이 번영하게 된다.
그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걸 지켜본 다른 영주들도 흔들릴 것이야!”
국가를 한 번에 먹는 건 무척 힘이 든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저항도 강력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클랜 단위로 잘게 쪼개놓으면?
저들끼리 서로를 미워하다 못해, 영국의 밑으로 하나하나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나.
‘야금야금, 클랜 단위로 스코틀랜드를 먹어 치운다.’
항복의 물고가 열렸으니, 이제 물결이 칠 것이다.
여왕은 그리 자신하며 미소 지었다.
실제로, 여왕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몇 달 뒤엔 한 클랜이 더 항복을.
그로부터 몇 달 뒤엔 십여 개의 클랜이 동시에 항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점차 스코틀랜드 통일이 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좋아, 좋아. 이대로만 가면, 해리에겐 평화를 물려줄 수 있겠군.’
여왕이 흡족함에 고개를 끄덕일 때.
“저, 폐하.”
와이어트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괜히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만,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그대는 내가 아끼는 이 아닌가.”
여왕의 흔쾌한 허락에 와이어트가 입을 열었다.
“그것이···, 상황이 이리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으니, 메리 스튜어트를 더 신경 써주는 것은 어떨는지요.”
“스튜어트를 말인가?”
여왕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과거 그와의 대화를 기억해냈다.
“경은 아직도 그녀의 안위를 신경 쓰고 있었군.”
와이어트가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여왕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제 신념을 꾸준히 유지하는 건 보기 좋단 말이지.’
헨리가 즐겨보는 소설 속 기사도가 저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와이어트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대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 요청은 들어줄 수 없겠군. 그 여자의 위험성은 무시할 수 없어.”
와이어트는 그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유약한 여자가 대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성에 갇혀, 감시의 시선 속에서 고독이 늙어가도록 두는 것은-.”
“불쌍하지.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여자의 상징성을 무시할 순 없어. 그리고 그녀의 처우개선도,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다.
당장 스코틀랜드 통일이 조금 더 진행된다면,
아니면 최소한 해리가 조금 더 장성한다면,
그때엔 그녀를 조금 더 신경 써줘도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으음, 괜한 말을 꺼내서 죄송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괜찮네. 그대는 언제나 그런 말을 해도 괜찮아. 내가 믿는 이니까.”
내 1호 신하 아닌가.
여왕의 말에, 와이어트는 퍽 감동한 눈치였다.
두 군신은 참으로 화목했다.
그러나 사실 이 시점에서, 여왕도 와이어트도 무언가를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메리 스튜어트는 과소평가 되어선 안 되었다.
그녀는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스튜어트의 문제는 시급한 것이 맞았다.
며칠 뒤.
런던에는 한 통의 급보가 도착했다.
“뭐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여왕의 외침이 궁전을 울렸다.
“그, 그렇지만 정말입니다!”
전령은 침을 꿀꺽 삼키고, 보고를 올렸다.
“메리 스튜어트가, 에든버러를 탈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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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의회가 긴급 소집되었다.
“더 자세히 보고하게. 탈주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애꿎은 전령이 벌벌 떨며 보고를 올렸다.
“그, 그게 정확히는 탈주가 아닙니다. 이번에 항복한, 스코틀랜드 지역을 순행하겠다고···.”
“내 허락도 없이, 다른 신하들도 데려가지 않고 말인가!”
여왕의 호통에 전령이 찔끔 입을 다물었다.
그 말대로, 메리 스튜어트는 영악하게 행동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소수의 측근만 준비시킨 채, 야심한 밤의 방심을 틈타 달아난 것이다.
꽁지 빠지게 북부 영지로 도망간 메리는, 자신이 단지 항복한 영토를 확인할 겸, 순행을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기랄, 조금 더 경계해야만 했는데.’
요 몇 년 사이 얌전했다고 너무 방심했다.
여왕이 자책할 때, 눈치 없는 의원이 말했다.
“다, 당장 에든버러로 돌아오라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미쳤나?”
여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스튜어트를 미끼로 스코틀랜드 영지들의 항복을 받아내는 참이네. 실상이 어떻건 간에, 영국은 스튜어트를 동등한 동맹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네! 그런데 대놓고 스튜어트를 구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의견을 낸 의원이 찔끔해 입을 다물었다.
여왕의 말대로, 스튜어트는 명목상 영지의 순행을 간 것뿐이었다.
일국의 수장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대놓고 돌아오라 윽박지르긴 쉽지 않았다.
‘그걸 뻔히 아니까 순행 핑계를 댄 거겠지.’
여왕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자,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해보지. 대체 스튜어트가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지난 몇 년간 얌전하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영국에 대놓고 반기를 든 것도 아니다.
그런 거라면 ‘순행’ 같은 웃긴 핑계를 대지도 않았겠지.
대체 스튜어트는 무엇을 노리고 움직였는가.
여왕의 질문에, 월싱엄이 답했다.
“어쩌면, 그리 복잡한 이유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복잡한 이유는 없다?”
월싱엄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이를테면,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 없이 밀고자와 감시의 시선만 넘쳐나는 에든버러에서 더는 지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영국의 명령 없이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항복 영지로 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스튜어트를 지지하니까?”
“적어도 명목상으론 그렇지요. 그들이 내세운 명분이 있으니 스튜어트 여왕을 소홀히 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여왕은 그곳에서 재기를 노려볼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월싱엄이 의견에, 곧장 반박이 들어왔다.
“그건 이상합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이 진심으로 여왕을 따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와이어트였다.
“스코틀랜드 내에서 메리 여왕의 무능을 모르는 자는 없습니다. 그렇지요?”
그 말에는 의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실태에 대해선 질리도록 들은 참이었다.
‘으음, 내 이름이 나오니 기분이 이상한데.’
여왕이 미묘한 기분을 느끼건 말건,
와이어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영국의 손에 머무나, 항복 영지에 찾아가나, 똑같은 마스코트 신세일 뿐입니다. 어째서 구태여 그런 짓을 한 단 말입니까?”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군요.”
월싱엄이 손가락을 치켜들고 말했다.
“첫째,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드니 그래도 저들은 좀 나으리라는 근거 없는 희망에 몸을 맡겼다.”
대책 없는 이야기지만, 스튜어트라면 그럴법했다.
“둘째, 결혼을 이용하기로 했다.”
“결혼 말입니까?”
“스튜어트 입장에선 받아들일 만한 거래일 겁니다.”
“으으음···.”
월싱엄의 말이 끝나자, 여왕이 침음했다.
그가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눈치채서였다.
“영국으로선, 스튜어트가 독신으로 죽는 편이 좋지. 후계자 없이, 해리가 스코틀랜드의 왕위를 별말 없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말이야.”
“하지만 항복한 영지들은 다르지요.”
영국이나 항복한 영지나, 스튜어트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항복한 영지는 스튜어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그들 클랜의 영주와 결혼해, 스코틀랜드를 이어 나갈 후계자를 잉태하는 것.’
그렇게 되면 모든 게 엉망이 된다.
남부 스코틀랜드를 영국이 자연스레 흡수하기 어려워지고, 그들은 자주권을 되찾게 될지도 몰랐다.
“때마침 시기도 일치합니다. 그녀의 전 약혼자였던 프랑수아 왕자가 얼마 전 사망했으니 말입니다. 더 거리낄 것도 없으니, 북부 영지에서 혼인하고 공동 왕이 되어 재기하려는 걸지도 모릅니다. 영국의 아래에 위치하는 건 여전하지만, 최소한의 힘을 가진 채 자주권은 보장받는 걸 노리고요.”
꽤 현실성 있는 계획이었다.
설령 지금 여왕이 결혼한다고 해도, 영국이 대놓고 말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
단기적으론 여왕의 결혼이 북부 스코틀랜드의 영주들이 항복을 받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할 테고.
그러나, 그렇게 되면 결국 스코틀랜드를 아주 합병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끄응···.”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의 한숨이 들려왔다.
“설령 그게 메리 여왕이 노린 바가 아니어도, 이쯤 되면 의미가 없겠군요.”
한 의원의 말에 다른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 놈들의 머리가 똥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 이상, 그들도 지금쯤은 이런 계획을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영국이 막을 방법도 없지 않나.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오던 그때.
끝난 줄 알았던 월싱엄의 말이 이어졌다.
“이걸 막을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뭐라고? 방법이 있단 말인가?
모두의 시선이 월싱엄에게 집중되었다.
“간단합니다. 폐하께서 중매를 서면 됩니다. 메리 스튜어트의 후견인인 폐하가 말입니다.”
“내가?”
여왕이 얼떨떨하게 되물었다.
“그야 그렇지만···, 누구와 말인가?”
여왕이 바보라 스튜어트를 결혼시키지 못한 것이 아니다.
격이 안 맞는 상대와 결혼시킬 수는 없고, 그렇다고 영국의 고위 귀족과 결혼시켰다간 그들이 단숨에 성장해 스코틀랜드를 먹을 수 있었다.
메리는 잉글랜드의 왕위 계승권도 가지고 있으니, 성장해 해리를 위협할지도 모르지 않나.
그러니 지금껏 메리를 독신으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메리를 사고로 죽이자면 또 몰라도, 결혼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왕은 궁금함을 가득 담아서 물었다.
“대체 누구와 메리 스튜어트를 결혼시키란 말인가?”
“간단합니다.”
월싱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해리 왕자 전하가 상대라면 됩니다.”
“오호!”
듣고 있던 의원 하나가 끼어들었다.
감탄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다.
“확실히,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고, 그 후계자는 브리튼의 위대한 왕이 되겠지요. 물론 두 분이 친족관계란 것과 17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조금 신경 쓰이지만, 국가 관계에서 그런 것쯤이야-.”
돌연, 의원이 말이 끊겼다.
여왕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히익.”
여왕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보게, 주교.”
여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망치 가져와. 속 비운 거 말고, 무거운 걸로.”
내 오늘 기필코 저 두 놈의 머리통을 부숴놓겠다.
여왕은 그렇게 말하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