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21
121
제121화
119.
“……또 책을 읽으러 간 거야?”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양주혁이 장율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설 무기를 얻었으면 팔든가 아니면 써보든가 해야지. 왜 또 책을 읽으러 가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려 전설 등급의 무기다. 그런 어마어마한 무기를 얻었음에도 왜 도서관에 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 여태까지 행보를 보면…….”
양주혁의 말에 장율이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후…….”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유저였지.”
수혁이 여태까지 보여 왔던 행보를 보면 도서관에 가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양주혁은 장율에게 말했다.
“일단 잘 주시해. 언제 경매장에 갈지 모르니까.”
“옙.”
* * *
하드락으로 워프한 수혁은 곧장 경매장으로 향했다. 야리온의 분노를 처분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딱 11만 골드만 처분하자.’
수혁이 경매장에 온 이유는 바로 골드를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카미안에게 받은 1만 골드와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에서 얻은 10만 골드. 수혁은 도합 11만 골드를 처분할 생각이었다.
“150제 유물 등급 방어구 팝니다. 세트 아니에요! 구경하고 가세요!”
“10골드 당 950원! 고가에 골드 삽니다! 대량 판매 환영합니다!”
“4000골드 팝니다. 41만원에 쿨거래 가요.”
이내 경매장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유저들의 외침을 들으며 생각했다.
‘장사꾼한테 처분할까?’
경매장 NPC를 통해 골드를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들에게도 처분할 수 있다. 거기다 유저들에게 처분한다면 굳이 경매장까지 갈 필요도 없다.
또한 경매장 NPC의 경우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 하지만 유저에게 처분한다면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동 시간과 판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아니야.’
하지만 수혁은 이어 든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저들에게 골드를 처분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1, 2천 골드면 모를까. 11만인데.’
우선 첫 번째로 유저들은 경매장 NPC보다 더욱 싼 가격에 골드를 매입한다. 즉, 시간은 아낄 수 있지만 돈은 손해다.
‘귀찮아질 수 있어.’
거기다 판매 할 골드가 무려 11만이다. 11만은 거금이다. 골드를 구매할 유저의 관심을 끌게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정확히는 귀찮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수혁은 귀찮아지는 것이 싫었다.
NPC를 통해 처분하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유저들을 지나쳐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경매장 왼쪽에는 실시간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경매창을 이용해 경매장을 이용하는 유저들이 있었다.
수혁은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경매장 NPC를 통해 경매창을 열어 왼쪽 하단에 위치해 있는 골드 모양의 버튼을 클릭했다.
-골드 판매
-골드 구매
-나의 마일리지
골드 모양의 버튼을 클릭하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바로 골드 거래 창이었다. 골드 판매와 골드 구매, 나의 마일리지 총 3개의 목록이 있는 골드 거래 창에서 수혁은 가장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골드 판매를 클릭했다.
-분할 판매
-일괄 판매
골드 판매를 클릭하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한 방에 살 사람은 없겠지.’
11만 골드를 한 번에 구매할 사람이 있을까?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판매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리고 일괄 판매를 한다고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수혁은 분할 판매를 클릭했다.
-판매 할 골드 :
-골드 단위 :
-판매 금액 :
그러자 또 새로운 창이 나타났고 수혁은 빈칸을 채워 나갔다. 그리고 모든 빈칸을 채운 수혁은 확인을 눌렀다.
[판매 등록되었습니다.]더 이상 새로운 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창 대신 판매 등록되었다는 알림 메시지가 나타났다.
‘100골드당 만 원이니까.’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다 팔리면 1100만 원이네.’
100골드당 만 원에 올려두었다. 11만 골드를 판매할 예정이니 0을 2개 붙이면 1100만 원이었다.
‘꽤 걸리겠지.’
일괄 판매보다는 빠르게 거래되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었다.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경매장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매장 입구에 도착한 순간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수혁은 말없이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경매장 NPC에게 향했다. 수혁이 다시 돌아온 이유.
[골드 판매가 완료되었습니다.]골드가 전부 판매되었기 때문이었다. 일정 골드가 팔린 것은 아니었다. 골드가 전부 팔리기 전에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올려둔 골드가 모두 팔렸을 때뿐이다. 메시지가 나타났으니 11만 골드가 전부 팔렸다는 뜻이 된다.
‘생각보다 거래량이 많구나.’
이렇게 빨리 11만 골드가 팔릴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경매창을 열고 이어 골드 거래 창을 열었다.
-골드 판매
-골드 구매
-나의 마일리지
3개의 창이 나타났고 수혁은 나의 마일리지를 클릭했다.
-현재 마일리지 : 10,890,000
판매 수수료 1%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마일리지로 적립되어 있었다.
“…….”
수혁은 한동안 말없이 마일리지를 바라보았다.
‘1000만 원이라…….’
골드로도 이미 큰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현금으로 보게 되니 느낌이 확 달랐다.
‘이걸…….’
마일리지를 보던 수혁은 장비창을 열었다.
‘팔면…….’
그리고 야리온의 분노를 보며 생각했다.
‘더 나오겠지?’
수혁이 알기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은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야리온의 분노를 경매에 내 놓는다면? 11만 골드를 판매해 얻은 지금의 마일리지보다 더 많은 금액을 만질 수 있을 것이었다.
전설 등급의 무기이며 인기가 많은 검이다. 또한 착용 조건도 없다. 거기다 마법 공격력 증폭까지 있어 마법 공격력을 사용하는 마법사 혹은 정령사들 역시 사용이 가능하다. 11만 골드는 가뿐히 뛰어 넘을 것이라 수혁은 예상하고 있었다.
‘일단 상황을 봐야겠지.’
물론 유저들의 반응을 봐야했다. 예상과 달리 반응이 영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혁은 장비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마일리지 창을 보며 생각했다.
‘바로 인출할까?’
이미 계좌 등록은 해놓았다. 언제든지 인출은 가능했다. 문제는 인출을 하며 남게 될 내역이었다.
‘그래, 뭐 어때. 확인하실 일도 없고 확인하셔도 상관없잖아.’
잠시 고민하던 수혁은 이내 인출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애초에 확인을 할 일도 없고 확인을 한다 한들 문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불법 도박 같은 불법적인 일로 번 돈도 아니고 정당한 플레이를 통해 번 돈이다.
-인출 할 마일리지 :
인출 버튼을 누르자 창이 나타났고 수혁은 1089만 원을 입력한 뒤 확인을 눌렀다.
[10,890,000원이 인출되었습니다.]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모든 창을 닫았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경매장을 나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여기요.”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용병패를 맡기고 곧장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서관 내부를 한 바퀴 돌며 책장을 확인했다. 그 사이 조건을 충족해 색이 변한 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없네.’
하지만 아쉽게도 유색으로 변한 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긴.’
하기야 그 사이 한 일이라고는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을 정복한 것뿐이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기에 수혁은 책을 몇 권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 * *
.
.
.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닥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지 말자고. 지금 최선을 다하자고.
수혁은 책을 덮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지혜가 상승했다는 메시지 때문이 아니었다.
-연중 : 야!
-연중 : 야?
연중에게 귓속말이 와 있었다.
-연중 : 뭐 해.
-연중 : 설마 또 책 읽냐?
-연중 : 귓보고 바로 귓해라.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그것도 한 개가 아닌 여러 개가 와 있었다. 책 읽는데 집중해 귓속말이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수혁 : 지금 봤다. 미안.
수혁은 곧장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드디어 봤구나.
귓속말을 보내고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연중에게서 답이 왔다.
-연중 :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이나!
연중은 수혁의 귓속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3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기다렸다.
-수혁 : 쏘리쏘리.
-연중 : 아냐, 근데 너 그거 어떻게 얻은 거야?
-수혁 : 야리온의 분노?
-연중 : 어!
-수혁 :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갔다고 했잖아.
-연중 : 그렇지.
-수혁 : 거기서 얻었다. 보상으로 상자가 나왔는데 전설 무기 상자였어. 상자 까니까 나오더라고.
수혁은 연중에게 답했다. 물론 또 다른 보상인 10만 골드와 비밀 장소 지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연중 : 헐, 대박. 전설 무기 상자? 미친.
-수혁 : 네가 보기에는 어때?
이번에는 수혁이 연중에게 물었다. 랭커가 된 연중의 눈에 야리온의 분노는 어느 정도의 효율을 지닌 아이템일까? 수혁은 그게 궁금했다. 랭커의 입장에서 본 야리온의 분노가 어떤 아이템인지.
-연중 : 글쎄, 증폭은 나도 처음 보는 옵션이라.
그러나 연중 역시 수혁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해 줄 수 없었다.
-연중 : 근데 특수 옵션이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하다.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직 말을 안했구나.’
그리고 이내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특수 옵션 있어.
-연중 : 뭐?
-수혁 : 숨겨져 있더라고. 퀘스트 깨야 개방이 된다는데? 몹 1만 마리 잡으면 첫 번째 옵션 개방, 2만 마리 잡으면 두 번째 옵션 개방. 총 3만 마리.
-연중 : 헐.
귓속말이지만 수혁은 연중의 놀란 모습을 연상할 수 있었다.
-연중 : 어떻게 할 거야?
연중이 물었다.
-수혁 : 뭘?
-연중 : 쓸 거야? 팔 거야?
“흐음…….”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수혁 : 고민 중이야.
고민이 됐다.
-수혁 : 근데 내가 사냥을 주로 하는 건 아니니까.
사냥이 주 목표였다면 쭉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혁이 판게아를 하는 주 이유는 사냥이 아닌 독서였다.
-연중 : 팔 거야 그럼?
-수혁 : 아마도 조금 쓰다가 팔 것 같아.
-연중 : 옵션 개방은?
-수혁 : 좋은 옵션이 뜨면 좋겠지만 꼭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어떤 옵션이 나올지 모른다. 만약 별 볼 일 없는 옵션이 나온다면? 오히려 옵션 개방을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