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20
120
제120화
118.
메시지를 확인한 연중은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피곤함이 가득했던 연중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자취를 감추고 당황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게 뭐야?”
당황이 나타난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이 보낸 장비 정보 때문이었다.
“야리온의 분노? 전설?”
아이템 명을 보았을 때에는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템 명 옆에 붙어 있는 아이템 등급을 보고 연중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연중은 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연중에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자나?’
그러나 수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는 것 같았다. 연중은 흥분 가득한 표정으로 수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보낸 거 잘 봤다. 전설 무기 득템 한 거야?
메시지를 보낸 뒤 연중은 다시 수혁이 보낸 장비 정보를 확인했다.
제한 : 없음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3
마검사 야리온의 분노가 담겨 있는 검. 마법의 광물 라이오디렘으로 만들어져 마법을 증폭시켜준다.
“증폭이라…….”
연중은 정보를 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옵션이 있었다. 바로 공격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존재하는 공격력 증폭이었다.
“숫자가 배수를 의미하는 건가?”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5배, 3배를 의미하는 것일까? 연중은 수혁에게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배수를 의미하는 거면…….”
메시지를 보낸 연중은 상상해 보았다. 만약 배수가 맞는다면? 5배, 3배로 공격력을 늘려주는 것이라면?
“초반에는 별 쓸모없겠지만 후반에는 장난 아니겠는데…….”
초반에는 공격력 자체가 낮기 때문에 배가 된다 하여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초반에는 공격력이 붙어 있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후반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정확히는 스텟이 높아질수록 공격력은 강해진다. 공격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증폭은 엄청난 효율을 보일 것이었다.
“근데 특수 옵션이 아무것도 없네.”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리온의 분노에는 특수 옵션이 존재하지 않았다. 공격력 증폭뿐이었다.
“증폭이 그만큼 사기인 건가?”
영웅 등급 무기들은 많은 특수 옵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더 좋을, 더 좋아야 할 전설 등급 무기에 특수 옵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증폭이 그만큼 사기적인 옵션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연중은 생각했다.
“응?”
그러다 문득 시야에 들어 온 정보에 연중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한이 없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런 미친.”
야리온의 분노는 착용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없었다. 즉, 누구나 착용이 가능했다.
“이러니까 특수 옵션이 없지.”
특수 옵션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거 팔면 장난 아니겠는데.”
착용 제한이 없는 전설 등급의 무기. 거기다 공격력을 증폭시켜 주는 특별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 공격력도 증폭시켜 주니까.”
야리온의 분노가 증폭하는 것은 물리 공격뿐만이 아니었다. 물리 공격만큼은 아니지만 마법 공격 역시 3배나 증폭이 된다.
“궁수 같은 몇몇 직업만 제외하면 모두 착용할 수 있고.”
석궁 혹은 활 같은 특수한 무기가 필요한 몇몇 직업을 제외하면 전부 사용이 가능한 무기가 바로 ‘야리온의 분노’였다.
더군다나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만약 판매한다고 하면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아니, 판매가 아니라 공개만 해도 엄청난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걸 어떻게 구한 거지?”
이 좋은 무기를 수혁은 어디서 얻은 것일까? 연중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밀려오는 피곤함에 연중은 수혁에게 메시지를 몇 개 더 보낸 후 침대로 향했다.
* * *
띠리리링!
알람이 울려 퍼졌다.
“하암.”
푹 잠들어 있던 수혁은 알람 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이어 기지개를 피며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에서 내려 온 수혁은 우선 잠들기 전에 읽던 책을 책장에 가져다놨다. 그리고 이어 책상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전화까지 했었네.’
연중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아마도 메시지를 보고 전화한 것이 분명했다. 연중의 반응을 상상한 수혁은 피식 웃으며 이어 연중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보낸 거 잘 봤다. 전설 무기 득템한 거야?
-증폭 이거 말 그대로 공격력 증폭 시켜 주는 거야? 배수?
-어디서 구한 거냐?
-으아아아, 궁금해!
-설마 비밀 동굴 거기서 얻은 거냐?
-또 갈 수 있는 곳이야?
-팔 거냐? 쓸 거냐?
-일어나서 메시지 보는 대로 전화해!
연중이 보낸 메시지의 수는 무려 7개였다. 수혁은 연중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하지만 연중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이 시간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일어나 있을 리 없지.’
이미 메시지가 온 시간을 보고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수혁이었다. 수혁은 연중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아침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장도 봐야겠네.’
시리얼을 확인해보니 얼마 남지 않았다. 나중에 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수혁은 시리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 뒤 방으로 돌아왔다.
스윽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다시 한 번 핸드폰을 확인했다. 혹시나 그 사이 연중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접속해 있으면 알아서 귓하겠지.’
하지만 연중에게 온 연락은 없었다.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캡슐로 향했다.
-판게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접속을 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야리온의 분노를 보며 생각했다.
‘이걸 팔까 쓸까.’
고민이 됐다. 팔아야 할지 써야 할지.
‘지금 팔면 엄청 비싸게 팔릴 것 같은데.’
지금 판매를 한다면? 현금이든 골드든 상상 이상의 거금을 얻게 될 것이었다.
‘일단 올려보고 반응 좀 볼까?’
상상 이상의 거금이라고 추측할 뿐이지 어느 정도에 거래가 될지는 모른다. 일단 한번 올려 보고 반응을 살피는 것은 어떨까?
‘그래, 일단 내가 쓰면서 반응을 보자.’
수혁은 고민을 끝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야리온의 분노를 꺼냈다.
‘착용감은 어떠려나.’
착용감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 ‘야리온의 분노 1’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야리온의 분노 2’가 생성되었습니다.]야리온의 분노를 꺼내 쥔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
뜬금없이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의아했다. 갑자기 웬 퀘스트란 말인가? ‘야리온의 분노?’
퀘스트 명에는 야리온의 분노가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야리온의 분노와 관련이 있는 퀘스트 같았다.
‘뭐지?’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확인을 하기 위해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생성된 두 퀘스트를 확인했다.
야리온의 분노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야리온의 분노’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야리온의 분노를 통해 몬스터 사냥 : 0 / 10,000]퀘스트 보상 : 야리온의 분노 첫 번째 옵션 개방
야리온의 분노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야리온의 분노’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야리온의 분노를 통해 몬스터 사냥 : 0 / 20,000]퀘스트 보상 : 야리온의 분노 두 번째 옵션 개방
퀘스트 ‘야리온의 분노 1’을 완료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퀘스트를 본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리온의 분노 1, 2 두 퀘스트의 보상이 옵션 개방이었기 때문이었다.
‘숨겨진 옵션이 있었어?’
숨겨진 옵션이 있었을 것이라 상상도 못 했다.
‘하긴 전설치고 뭔가 허전하긴 했지.’
생각을 해 보니 전설 등급의 무기가 특수 옵션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
‘몬스터만 잡으면 되는 건가.’
수혁은 퀘스트 완료 조건을 보았다. 두 퀘스트 전부 몬스터만 잡으면 완료가 가능했다.
‘3만 마리라…….’
퀘스트 ‘야리온의 분노 1’은 1만, ‘야리온의 분노 2’는 2만 마리를 잡아야했다. 퀘스트 ‘야리온의 분노 2’는 ‘야리온의 분노 1’이 완료 되어야 진행이 가능하니 동시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즉, 3만 마리를 잡아야 모든 옵션을 개방할 수 있다.
‘아무 몬스터나 잡으면 되니까 크게 어렵지는 않은 조건인데.’
특정 지역의 특정 몬스터를 잡아야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 몬스터나 잡아도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조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네.’
문제는 시간이었다. 잡아야 할 몬스터의 수는 3만, 아무리 레벨 1의 토끼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궁금하긴 하지만…….’
궁금했다. 전설 등급의 무기는 과연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래도.’
하지만 옵션을 보기 위해 3만 마리를 잡기는 싫었다. 3만 마리를 잡을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더욱 큰 만족감과 성취감, 즐거움을 줄 것이다.
수혁은 장비 창을 열어 야리온의 분노를 등록했다. 그리고 무장 해제 버튼을 눌렀다.
스아악
그러자 야리온의 분노가 사라졌다. 수혁은 장비 창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야리온의 분노를 보며 중얼거렸다.
‘언젠가 개방되겠지.’
언젠가는 1만, 2만 마리를 잡을 것이고 개방이 될 것이었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장비 창과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하드락으로 워프 했다.
* * *
“……?”
장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잘못 쳤나?”
고개를 갸웃거린 장율은 미간을 좁히며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얼마 뒤 모니터에 정보가 다시 나타났다.
말 그대로 다시였다. 전에 나와 있던 정보가 다시 나타났다.
“……미친.”
잘못 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장율은 짧게 중얼거렸다.
“또 도서관이야?”
어이가 없었다. 장율은 난감한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고개를 돌려 양주혁을 보았다. 양주혁은 의자에 등을 기대 허공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팀장님!”
장율은 양주혁을 불렀다.
“……?”
멍을 때리고 있던 양주혁은 장율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내려 장율을 보았고 장율이 이어 말했다.
“아까 수혁이 경매장 갔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어, 그랬지. 전설 무기 경매 붙였어?”
“아뇨, 그게 경매장에서 골드만 처분하고…….”
말끝을 흐린 장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도서관 갔습니다.”
“……도서관?”
예상치 못한 답을 들었기 때문일까? 양주혁은 반문했다.
“예.”
장율은 양주혁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고.
“…….”
양주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