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16
216
제216화
214.
캡슐에서 나온 연중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수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발록이 나타났다는 것과 죽었다는 내용을.
수혁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연중은 컴퓨터 앞으로 갔다.
“메인 에피소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려나?”
귓속말을 통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귓속말로 듣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중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야, 알칸디움도 장난 아니네.”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됐다.
연중은 당연히 공식 홈페이지에는 메인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알칸디움 갑옷 하의에 대한 얘기도 게시판 지분율이 상당했다.
“호오.”
그 뒤로 게시판을 둘러보며 연중은 탄성을 내뱉었다.
“철벽의 기사도 1분을 버티기 힘들 정도면 키메라 독이 진짜 센가 보네.”
판게아 내 최강의 탱커라 불리는 아인.
그 아인이 글을 올렸다.
키메라 독을 1분도 버티기 힘들다고, 지금 이걸 잡으라고 만든 거냐는 항의 글이었다.
“많이 어렵나 보네.”
연중은 중얼거리며 다시 게시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
‘어떻게 하지?’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시각은 11시 40분.
로그아웃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네 군데만 더 돌면 되는데.’
켈로이에게서 받은 종이에 쓰여 있는 S등급 마을은 4곳이 남아 있었다.
20분 안에 4곳을 도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늘은 좀 더 할까.’
수혁은 로그아웃 시간을 늦춰 4곳을 전부 마무리할지 아니면 내일로 미룰지 고민을 했다.
[마을 ‘체켈’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체켈을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고민을 하던 사이 어둠의 자식에 의해 마지막 키메라가 죽음을 맞았고 수혁은 고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래, 오늘 당장 뚫리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하루 정말 쉬지 않고 키메라들을 잡으러 다녔다.
그로 인해 정신적 피로감이 어마어마했다.
한시라도 빨리 수혁은 접속을 끝내고 책을 통해 피로를 해소하고 싶었다.
‘한두 군데만 더 돌고 끝내자.’
결정을 내린 수혁은 워프 스크롤을 통해 비욘드로 워프했다.
바로 그때였다.
[때가 되었습니다.]비욘드에 도착하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때?’
메시지를 보고 순간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 퀘스트 ‘때’가 떠오른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때’의 완료 버튼이 활성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벌써?’
적어도 며칠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전쟁이라니?
일단 수혁은 연중에게 상황을 묻기 위해 친구 창을 열었다.
‘……나갔네.’
연중 역시 계속된 사냥에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일찍 접속을 종료했다.
‘일단 나가서 알려줘야겠다.’
수혁은 연중에게 전쟁의 시작을 알려주기 위해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캡슐에서 나와 핸드폰을 확인한 수혁은 연중에게서 온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발록이 나타나?’
연중이 보낸 메시지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쓰여 있었다.
‘죽어?’
접속을 종료한 게 자의가 아니라 타의였다.
수혁은 바로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무슨 소리야? 발록이 나타났다니?”
연중이 전화를 받자마자 수혁이 물었다.
-슬슬 레벨 올라서 몬스터 좀 바꿔보려고 아킨이라는 마을에 갔었거든. 거기 근처에서 사냥하고 있었는데 발록을 만났어. 그것도 5마리나.
“…….”
연중의 말에 수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5마리나?’
1, 2마리도 아니고 5마리나 만났다니?
‘그럼 아킨이라는 마을은…….’
셋이서 도시도 습격했던 발록들이다.
다섯이나 되는데 마을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을까?
‘이런 개 같은.’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키메라 때문에 중간계에 있는 도서관들이 위협받았다.
그래서 열심히 뛰어다녔고 뛰어다닐 예정이었다.
더 이상 도서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런데 마계가 더 급해졌다.
키메라야 며칠의 시간이라도 있지, 발록들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하지.’
마계로 가 발록들의 습격을 막아 낼 것이냐.
아니면 중간계에서 키메라들을 정리할 것이냐.
수혁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전쟁은 안중에도 없었다.
‘발록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아직까지 키메라들은 고정된 장소에 있었다.
그러나 발록들은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수혁아?
수혁이 말이 없자 연중이 수혁을 불렀다.
“아, 미안. 잠시 생각 좀 하느라.”
연중의 말에 수혁은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그리고 전화를 건 목적을 이야기했다.
“지금 전쟁 퀘스트 시작됐어.”
-뭐? 전쟁 퀘? 진짜?
“응, 방금 전에 완료 버튼 활성화됐더라.”
-아, 하필 지금…….
연중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가득 전해졌다.
“너 부활 지점 변경 안 했지?”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응…….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수혁은 연중의 답에 생각했다.
‘혼자서 퀘스트를 할 수는 없지.’
전쟁이 빨리 끝날 리 없다.
수혁은 연중과 함께 전쟁 퀘스트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금요일 밤까지 접속 못 할 테고.’
사망 페널티로 인해 연중은 24시간 접속이 불가능했다.
즉, 금요일 자정이 되어야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생각을 마친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토요일 아침에 바로 마계로 출발하자.”
-어? 같이 가 주는 거야?
“그래, 같이 가야지. 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급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발록이었다.
‘발록 이 새끼들…….’
발록 생각에 문득 화가 치솟은 수혁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레일 평원 개척 기지로 가 있어.”
-응!
연중의 대답을 끝으로 수혁은 통화를 끝냈다.
‘토요일은 마계로 가서 전쟁. 그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금요일.’
토요일부터는 전쟁으로 바쁠 것이다.
‘발록은 전쟁하면서 만날 수 있지만 키메라는 그게 안 되겠지.’
금요일이 아니면 키메라를 처리할 시간이 없다.
‘그래, 어차피 만나기도 힘들 텐데.’
발록을 만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어디서 나타날 줄 알고 만나겠는가?
차라리 가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 키메라를 잡는 게 낫다.
‘내일 키메라들 마무리 지어야지.’
수혁은 마무리를 짓기로 결정을 내리고 책장을 보았다.
좋지 않았던 수혁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 * *
“…….”
켈로이는 굳은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스윽
이내 보고서를 다 읽은 켈로이가 레옹에게 물었다.
“이거 진짜냐?”
“……옙.”
“그 많은 곳을 홀로 처리하셨다고?”
보고서에 쓰여 있는 것은 수혁이 키메라를 정리한 마을들이었다.
한두 곳이 아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마을들이 쓰여 있었다.
“네, 정화는 하지 않으셨지만 키메라들은 깔끔히 처리하셨습니다.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레옹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직접 가서 확인한 거니까 믿으셔도 됩니다.”
“그럼 지금 우리 인원들은?”
“정화 작업을 하고 있긴 한데 수혁 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본탑에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독의 마탑 페이드 제국 지부에 소속된 마법사들은 원래 반씩 나뉘어 키메라 정리, 정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키메라 정리를 하던 마법사들까지 정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키메라 정리?
수혁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모든 마법사들이 달라붙었음에도 정화 속도가 수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알았다.”
켈로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탑에 좀 다녀오마.”
“이 시간에요?”
레옹이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모두들 잠들어 있을 새벽이었다.
“비상 상황이니까.”
켈로이는 레옹이 가져왔던 보고서를 품에 넣고 방에서 나와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에 있던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독의 마탑으로 워프했다.
마탑에 도착함과 동시에 켈로이는 3층으로 올라가 우선 로파드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켈로이는 살짝 노크를 했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며 로파드가 나왔다.
로파드 역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밤새 일을 하고 있었다.
“켈로이?”
“급히 마탑장님께 보고 드릴 것이 있어서 말이야.”
켈로이는 방으로 들어가며 품에서 보고서를 꺼냈다.
스윽
그리고 자리에 앉으며 탁자 위에 보고서를 놓았다.
“……?”
반대편에 앉은 로파드는 의아한 눈빛으로 보고서와 켈로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한번 읽어봐.”
로파드는 켈로이의 말에 보고서를 집어 읽기 시작했다.
“……?”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 로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메라가 나타난 마을들? 이건 왜?”
도중에 읽는 것을 멈추고 로파드가 물었다.
“수혁 님이 오늘 하루 정리하신 곳이야.”
켈로이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
로파드는 켈로이의 말에 놀란 눈으로 다시 한 번 보고서를 보며 말했다.
“이 많은 곳을?”
“그래, 지금 정화 작업 할 인원이 부족해. 마탑장님께 보고 드리고 지원 좀 받으려고 왔다.”
“근데…….”
로파드는 말끝을 흐리며 손을 휘저었다.
스악
그러자 로파드와 켈로이를 감싸는 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외부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소리막이었다.
“지금 마탑장님이 자리를 비우셨어.”
소리막을 만든 후 로파드가 이어 말했다.
“뭐?”
켈로이는 화들짝 놀랐다.
“무슨 일로?”
“이번 키메라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계신 눈치였어. 그걸 확인하러 가셨다. 늦어도 오늘 새벽에는 돌아오실 거야.”
“흐음, 그럼 부마탑장님은?”
켈로이가 마탑에 온 것은 보고 후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지원을 하는 것이야 부마탑장인 케일의 권한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부마탑장님도 마탑장님 명을 받고 자리를 비우셨어. 부마탑장님도 새벽에 오실 거다.”
* * *
“…….”
파비앙은 입을 다문 채 앞에 쓰러져 있는 키메라를 응시했다.
오우거와 트롤이 합성된 키메라였다.
시체 곳곳에서는 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지독한 독이었다.
‘확실히 스타일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라모스 그 새끼 독이 분명해.’
이번 키메라 사건의 배후로 가장 먼저 라모스가 떠오르긴 했지만 독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꼼꼼히 알아보았다.
‘라모스 이 새끼.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알아본 결과 라모스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많은 독을 양산할 정도라면 보통 집단은 아닐 텐데.’
키메라의 수도 수였지만 그 많은 키메라들에게 독을 가득 주입할 정도라면 개인이 아닌 집단이어야 했다.
‘일단 라모스부터 찾는다.’
어떤 집단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라모스를 추적하다 보면 단서가 나올 것이었다.
스윽
파비앙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소매에서 초록색 연기가 빠져나와 오우거트롤의 시체를 녹여 없앴다.
시체를 없앤 파비앙은 초록색 연기를 회수한 뒤 마탑으로 워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