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17
217
제217화
215.
마탑에 도착한 파비앙은 바로 방으로 워프했다.
똑똑
“마탑장님? 케일입니다.”
워프의 기운을 느낀 것일까?
얼마 뒤 케일이 왔다.
“들어와.”
파비앙의 말에 케일이 들어왔다.
“말씀하신 대로 그곳에 건물들이 있었습니다.”
방으로 들어온 케일은 보고를 시작했다.
“최근까지 그곳에서 독을 만든 것 같습니다.”
케일은 파비앙의 명으로 미개척지 ‘독충의 늪’에 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건물과 사람들이 생활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늪에 머물며 독을 만든 게 분명했다.
“다른 특별한 흔적은?”
파비앙이 물었다.
“이게 있었습니다.”
스윽
케일은 품에서 네모난 패를 꺼내 내밀었다.
파비앙은 그 패를 받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패에는 부러진 지팡이, 그리고 그 옆엔 작은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제 생각이지만 집단을 상징하는 증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케일이 이어 말했다.
“…….”
파비앙은 케일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패를 바라보던 파비앙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각인된 문양이 낯익었다.
‘어디서 봤지?’
처음 보는 문양이 아니었다.
“……아!”
이내 파비앙이 탄성을 내뱉었다.
“……?”
케일이 파비앙의 탄성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파비앙은 케일을 보며 외쳤다.
“이거 그거잖아!”
“그거요?”
하지만 케일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거라니? 뭘 말하는 것일까?
“그거! 마탑이 세워질 때 일어났던!”
“아!”
이어진 파비앙의 말에 케일은 탄성을 내뱉었다.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글로만 접했던 그 문양이랑 같군요.”
* * *
[마을 ‘모르텐’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모르텐을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후아.”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S 다 끝냈네.’
모르텐을 끝으로 독의 마탑에 의뢰를 한 마을 중 S등급인 마을을 전부 정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A등급과 B등급 마을들이었다.
‘B등급은 내가 갈 필요 없겠고.’
B등급은 수혁이 없어도 키메라들이 확산되지 못한다.
거기다 수혁만 키메라를 잡는 게 아니다.
다른 유저들 역시 키메라들을 잡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었다.
키메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B등급 마을은 유저들에게 맡겨도 된다.
굳이 갈 필요가 없다.
‘A등급만 정리하면 끝이네.’
수혁은 종이를 꺼내 A등급 마을들을 확인했다.
S등급 마을보다 A등급 마을이 더 적었다.
‘유저들도 참여할 테니까. 오늘 안에 무난히 끝낼 수 있겠는데?’
수혁은 A등급 마을 중 어디로 갈지 다음 목적지를 정하고 인벤토리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내 비욘드로 워프했다.
‘오전이라 그런가.’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워프 게이트에는 줄 서 있는 유저들이 없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일리인 공국 하이마글이요.”
수혁은 A등급인 일리인 공국의 하이마글로 워프했다.
‘어? 뭐야?’
그리고 하이마글에 도착한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가르,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많이 버텨야 6일이라더군. 그래서 빠르게 준비하고 떠날 생각이야.”
중독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 갑자기 키메라라니.”
“그래도 우리는 다행이지. 서쪽은 초토화됐다더군.”
“조금씩 밀리고 있다는데…….”
마을이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서쪽만 당한 건가.’
NPC들의 대화를 통해 수혁은 마을 서쪽에 키메라들이 있다는 것과 조금씩 키메라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등급과 A등급의 차이인가.’
S등급 마을들은 이미 초토화가 되었다.
‘그러면…….’
수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도서관이 안전할 수도 있다는 거 아냐?’
모든 마을에 도서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 ‘하이마글’에 도서관은 없다.
그러나 도서관이 있는 마을 중 키메라들이 습격했으나 이곳 하이마글처럼 일정 부분만 키메라들이 차지하고 있다면?
도서관이 안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면 도서관이 있는 곳부터 들러야겠네.’
수혁은 계획을 수정했다.
차례대로 A등급 마을의 키메라들을 정리하려 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서관이 있는 마을부터 정리한다.’
마을의 서쪽으로 향하며 수혁은 종이를 꺼냈다.
비록 하이마글에 도서관이 없긴 했지만 온 김에 수혁은 키메라들을 정리하고 갈 생각이었다.
종이를 꺼낸 수혁은 A등급부터 B등급 마을 중 도서관이 있는 마을을 찾기 시작했다.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유저 ‘무한의사서’가 올린 도서관 목록 덕분에 도서관이 있는 마을을 많이 알고 있는 수혁이었다.
‘15곳! 제발 무사해라.’
A등급, B등급 마을 중 도서관이 있는 마을은 총 15곳이었다.
수혁은 머릿속에 마을들의 이름을 각인하고 인벤토리에 종이를 넣었다.
“멈추시오!”
얼마 뒤, 병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수혁은 병사의 외침에 걸음을 멈췄다.
“이곳부터는 출입 금지입니다.”
수혁은 병사의 말에 인벤토리에서 마법사의 증표와 독의 마탑에서 받은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독의 마탑 마법사입니다. 키메라를 처리하러 왔습니다.”
“아!”
병사는 탄성을 내뱉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이어 수혁에게 말하며 근처에 있던 기사에게 다가갔다.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기사가 놀란 표정으로 수혁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일리인 공국의 13기사단 십인대장 알로라고 합니다. 키메라를 처리하러 오셨다고…….”
알로는 말끝을 흐리며 수혁의 뒤쪽을 보았다.
“혼자 왔습니다.”
수혁은 일행을 찾는 듯한 알로에게 말했다.
“예? 혼자서요?”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해서요.”
알로는 움찔하며 반문했고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진짜 괜찮으시겠습니까?”
수혁의 말에도 알로는 믿기지 않는 듯 조심스레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곧 탑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뒤처리를 하기 위해 탑에서 마법사들이 올 것이었다.
“그럼…….”
알로는 수혁의 말을 지원이 올 것이라 이해하고 수혁을 안내했다.
“조심하시길.”
“네.”
수혁은 알로의 말을 들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
키메라들의 영역에 입장함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20초 뒤.
[특수 퀘스트 ‘하이마글을 장악한 키메라들’이 생성되었습니다.]퀘스트가 생성됐다.
‘20마리.’
잡아야 할 키메라는 고작 20마리였다.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기사와 병사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 유령 마차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키메라를 찾아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 * *
로얄 상단의 대저택 소회의실.
소회의실 안에는 로얄 상단주 에롬과 후계자 로메오 그리고 정보부를 이끄는 코덜스까지 세 남자가 있었다.
“흐음…….”
에롬은 코덜스가 가져온 보고서를 보며 침음을 내뱉었다.
딱…… 딱…….
그리고 손가락을 까딱여 탁자를 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보고서에 써 있는 내용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문제가 생긴 거래를 전부 파르빌이 가져가려 해?”
키메라들이 대륙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로 인해 로얄 상단의 지부 중 절반이나 마비가 되었다.
지부 마비로 인해 크고 작은 거래들이 문제가 생겼는데 문제가 난 거래들 대부분을 파르빌 상단에서 가져가려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하루 만에?”
오랜 시간에 걸쳐 거래들을 작업하는 것이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키메라들이 나타난 지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하루 만에 그 많은 거래들을 어떻게 알고 작업을 한단 말인가?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움직였단 말이지…….”
아무리 파르빌 상단이 큰 상단이라고 하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뭔가 있다.
직감으로 지금의 로얄 상단을 만든 에롬은 이번 사건과 파르빌 상단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로메오가 물었다.
“일단 거래를 지켜야지.”
작업 중인 것이지 아직 빼앗긴 게 아니다.
“다 막을 수는 없을 거야.”
모든 거래를 다 지킬 수는 없다.
다 지키기에는 문제가 생긴 거래가 너무나 많았다.
“단발 거래는 넘겨줘.”
“알겠습니다.”
로메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에롬에게 인사한 뒤 회의실에서 나갔다.
“코덜스.”
로메오가 나가고 에롬은 코덜스를 불렀다.
“예, 어르신.”
“내가 말한 건?”
“취합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어르신의 추측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 자세히 보고 드리겠습니다.”
코덜스는 에롬의 물음에 답했다.
“근데 도련님에게 비밀로 하시는 이유는…….”
그리고 이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로메오 역시 알아야 할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비밀로 하려는 것일까?
“로메오가 에리멘을 얼마나 따랐는지 알고 있잖아.”
에롬은 씁쓸한 미소로 첫째 아들 에리멘을 떠올렸다.
그 날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에리멘을 떠올리니 가슴 한편이 너무나 쓰라렸다.
“아마 큰 충격을 받을 게야.”
에리멘을 아주 잘 따랐던 로메오였다.
만약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으로 아주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로메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수는 없다.
* * *
마을 ‘하이마글’에서 키메라들이 영역 확장을 못 하게 막고 있던 알로는 미간을 좁혔다.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지?’
곧 독의 마탑에서 지원이 올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 지원이 오지 않고 있었다.
‘벌써 10분이나 지났는데.’
물론 독의 마탑 마법사가 들어간 지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10분은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키메라들의 영역에서 10분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그 마법사가 죽기라도 하면…….’
아무리 독에 강한 마법사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너무나 위험했다.
만약 혼자 들어간 마법사가 죽는다면?
독의 마탑에서 항의를 할 수도 있다.
왜 혼자 들여보냈냐고. 생각이 없냐고. 어떻게 할 것이냐고 갖가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괜히 들여보냈나?’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알로 님!”
한 병사가 외쳤다.
“……?”
생각에 잠겨 있던 알로는 의아한 표정으로 병사를 보았다.
“저기!”
병사는 놀란 표정으로 전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놀란 표정에 혹시 키메라가 오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한 알로는 반사적으로 검을 빼 들며 병사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응?”
그리고 알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병사가 가리킨 곳.
‘상황을 살피러 갔던 건가?’
홀로 키메라들의 영역에 들어갔던 독의 마탑 마법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후, 무사해서 다행이군.’
알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죽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걱정을 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어 도착한 마법사의 말에 알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키메라 전부 정리했습니다. 다른 마법사들이 오는 대로 바로 정화 시작하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