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2
22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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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마탑을 세웠다. 불, 물, 바람, 대지, 전기, 어둠, 빛, 치료, 독, 환상. 10개의 마탑을 전부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10개의 마탑을 관리할 이들과 그들을 관리할 새로운 마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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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후계자를 정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눈에 차는 녀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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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후계자를 정하지 못했다. 뭐, 딱히 후계자가 없어도 될 것 같긴 하다. 지금 당장은 잘 돌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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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나타나겠지.
후계자가 나타날 것이란 말로 끝이 난 ‘대마도사 라피드’. 수혁은 책을 덮었다.
스아악
그리고 보랏빛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직업 퀘스트 ‘대마도사의 후예’가 생성되었습니다.] [대마도사 라피드의 편지를 획득하셨습니다.]예상대로 보라 책 역시 퀘스트를 제공했다. 다만 파란 책, 빨간 책과는 약간 달랐다. 보라 책은 특수 퀘스트가 아닌 직업 퀘스트를 주었다. 거기다가 지혜도 주지 않았다. 직업 퀘스트라 그런 게 분명했다.
‘……대마도사의 후예?’
메시지를 본 수혁은 놀랐다.
‘대마도사라니…….’
바로 직업 퀘스트라는 점과 ‘대마도사’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어렵겠지?’
후예이긴 하지만 ‘대마도사’의 후예다. 전직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울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혁은 한껏 기대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직업 퀘스트 ‘대마도사의 후예’를 확인했다.
당신은 대마도사의 후예가 될 자격을 갖추었다. 대마도사 라피드의 편지를 사용하여 후계자임을 증명하라!
퀘스트 보상 :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
퀘스트를 본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편지만 쓰면 된다고?’
완료 조건이 너무나 어이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건이 왜 이리 쉬워?’
쉬웠다. 그것도 보통 쉬운 게 아니라 너무나 쉬웠다. 편지, 책을 읽으며 획득한 편지를 사용하면 퀘스트 완료였다.
‘설마 편지 쓰는 데 조건이 필요하나?’
혹시나 편지를 사용하는 데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일까? 수혁은 확인을 위해 인벤토리를 열어 편지를 꺼냈다.
대마도사 라피드의 편지다. 편지를 찢을 경우 편지가 소멸되며 대마도사 라피드가 만든 아공간으로 워프 할 수 있다.
“……?”
편지의 정보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조건 없는데?’
조건이 없었다.
‘그냥 전직이 된다고?’
퀘스트 완료 조건은 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편지만 사용하면 퀘스트가 완료되고 보상을 받아 대마도사의 후예로 전직할 수 있다.
‘아공간이 어디지?’
문제는 아공간이었다.
‘아니지, 아공간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문제는 아니었다. 아공간이 어디든 편지만 사용하면 대마도사의 후예라는 직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스윽
수혁은 옆에 쌓아둔 세 권의 책을 보았다. 남은 시간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을지 아니면 편지를 사용해 퀘스트를 완료할지 고민됐다.
‘그래, 책이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
고민 끝에 수혁은 편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도망가지 않는 건 편지와 퀘스트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마도사의 후예’라는 직업이 더 궁금한 수혁이었다.
수혁은 편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곧장 편지를 찢었다.
스아악
편지를 찢자 편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편지에 나와 있던 대로 워프 메시지였다. 물론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직업 퀘스트 ‘대마도사 후예’를 완료하였습니다.] [대마도사의 후예로 전직하셨습니다.] [스킬 ‘대마도사’를 습득하셨습니다.]* * *
“…….”
모니터를 지켜보던 장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만 하지 않았을 뿐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을 기점으로 장율의 표정에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나타났다.
‘후우…….’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표정에 드러난 부정적인 감정을 정리한 장율은 고개를 돌려 양주혁을 보았다.
‘말씀 드려야겠지?’
고민이 됐지만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이었다. 어차피 말해야 될 일이었다. 생각을 마친 장율은 입을 열었다.
“팀장님.”
“…….”
장율의 부름에 양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업무에 집중해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장율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팀장님!”
전보다 커진 목소리.
“응? 왜?”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양주혁이 부름에 답했다.
“전직했습니다.”
양주혁이 답하자 장율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뭘?”
“대마도사의 후예요.”
“……!”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양주혁의 표정에는 역시나 놀람이 가득했다.
저벅저벅
양주혁은 재빨리 장율의 자리로 다가오며 물었다.
“뭐로?”
대마도사의 후예는 참으로 특이한 직업이었다. 1등급 직업이니 당연하지만 다른 1등급 직업과 비교해도 상당히 특이했다.
“속성 말하시는 거죠?”
양주혁의 물음에 장율이 물었다. 정확히 무엇을 묻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장율의 물음에 양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요.”
장율은 양주혁의 끄덕임에 잠시 기다리라 말하며 재빨리 키보드를 두들겼다.
“아직 안 정했습니다.”
두들김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직만 했습니다.”
“그래?”
“현재 고민 중인 것 같습니다.”
“흐음.”
양주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책은 다 읽었지?”
침음을 내뱉은 양주혁은 이어 장율에게 물었다. 아공간, 그곳에는 책이 하나 있다. 대마도사의 후예가 어떤 직업인지 설명되어 있는 책이었다.
“네, 읽었습니다.”
“하긴, 그러니까 고민 중이겠지.”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제 곧 로그아웃 할 시간이지?”
“예, 평소처럼 로그아웃 한다는 가정 하에 30분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그 안에 결정할까?”
“글쎄요? 굳이 지금 정해야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선택에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니었다. 즉, 로그아웃 전에 선택할 필요가 없다. 평소처럼 로그아웃을 하고 다음 접속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보다 늦게 로그아웃 할 수도 있죠.”
거기다 평소보다 늦게 로그아웃을 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던가?
“그건 그러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양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끄덕임을 멈춘 양주혁이 장율에게 말했다.
“선택하면 바로 말해 줘.”
“옙!”
장율의 답을 들은 양주혁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 *
일그러졌던 공간은 곧 복구됐다. 공간이 복구되자 수혁은 메시지에 관심을 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책?’
우선 바로 앞에 책상과 책이 있었다.
‘문?’
그리고 그 뒤, 그러니까 전방에 10개의 문이 있었다.
‘저긴 또 어디로 이어지는 거지?’
오른쪽 벽에는 어디론가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다.
‘여기가 대마도사의 아공간…….’
책과 문 그리고 통로가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이었다. 아공간을 전부 둘러본 수혁은 다시 메시지를 확인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직업 퀘스트 ‘대마도사 후예’를 완료하였습니다.] [대마도사의 후예로 전직하셨습니다.] [스킬 ‘대마도사’를 습득하셨습니다.]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은 가장 먼저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0
경험치 : 0%
생명력 : 3040
마나 : 30420
포만감 : 62%
힘 : 14
민첩 : 15
체력 : 58
지혜 : 1521
직업이 대마도사의 후예로 바뀌어 있었다. 그 외에 바뀐 건 없었다. 하기야 메시지에 나온 게 없는데 당연했다.
‘혹시나 했는데.’
메시지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스킬 창을 열었다. 스킬 ‘대마도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헐.”
스킬 ‘대마도사’를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25.
숙련도 : –
특수 효과 : 마법 공격 시 추가 데미지 100%
스킬 ‘대마도사’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마법 공격 시 추가 데미지 100%! 한 번 공격해도 두 번 공격하는 것과 같은 효과였다.
“패시브라고?”
더욱 더 놀라운 것은 패시브라는 점이었다. 마법을 강화시켜주는 스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존재했다. 그러나 그런 스킬들은 대부분 아니, 전부 버프로 아주 짧은 시간 지속되거나 횟수 제한이 있었다.
“이거 너무 사기 아닌가?”
스킬 ‘대마도사’는 버프가 아닌 패시브다.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나 사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전직 조건이 어렵지도 않은데.”
그렇게 생각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대마도사의 후예’ 전직 조건이 너무나 쉬웠기 때문이었다.
어려웠다면 이런 패시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마도사의 전직 조건은 어렵지 않다.
첫 번째 책을 읽어 퀘스트와 편지를 받는다. 두 번째 편지를 찢어 퀘스트를 완료한다. 이게 끝이었다. 즉, 책만 읽으면 얻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대마도사의 후예’였다.
“다른 뭔가가 어렵겠지?”
괜히 이런 사기적인 패시브를 준 게 아닐 것이다. 전직이 쉬운 만큼 다른 무언가가 어려울 것이다.
“만약 무한의 청소부 같은 직업이면…….”
수혁은 특수 직업 ‘무한의 청소부’를 떠올렸다. 사냥으로는 결코 경험치를 올릴 수 없고 남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야 경험치가 오르는 이해할 수 없는 특수 직업.
그렇다고 직업 자체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무한의 청소부로 전직했던 유저는 현재 캐릭터를 삭제 후 다시 키우는 중이었다. 만약 대마도사의 후예가 무한의 청소부 같은 직업이라면?
“…….”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은 수혁은 말없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닐 거야.”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스킬 창을 닫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책상으로 다가가 앉아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가이드북인가?’
반짝임이 없어 읽은 책인가 했는데 제목을 확인해 보니 아니었다. 책의 제목은 『대마도사란?』이었다.
처음 보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반짝임이 없었다. 제목도 그렇고 반짝임이 없는 것도 그렇고 가이드북이 아닐까 생각하며 수혁은 책을 펼쳤다.